토텐탄츠와 바도모리 (중세 말 죽음의 춤 원형을 찾아서)

토텐탄츠와 바도모리 (중세 말 죽음의 춤 원형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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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포스트모던과 그 이후에 전개되는 미래 사회에서는 토텐탄츠 현상이 더욱 강렬해질 것이다. 죽음은 시간과 상관없이 춤을 추고 동시에 공간과 상관없이 춤을 추기 때문이다. 지금도 죽음과 죽음의 후보자들은 손에 손을 맞잡고 빙글빙글 원을 돌며 ‘비지오 데이’, 즉 신의 바라봄 속에 죽음의 윤무를 추고 있고, 죽음은 쉬지 않고 토텐탄츠를 권할 것이다.”
저자

서장원

고려대학교문과대학독어독문학과와동대학원을거쳐독일구텐베르크-마인츠대학교에유학하여독어독문학,철학,독일민속학을전공했다.17세기독일바로크문학연구로독문학석사(MagisterArtium),20세기독일망명문학연구로문학박사(Dr.phil.)학위를취득했다.귀국후고려대학교인문대학독일문화학과교수를역임했다.
23년에걸친마인츠대학교유학시절의전반부를17세기독일규범시학연구에집중하여‘바로크시학의고전주의(古典主義)와반고전주의(反古典主義)’를종합했다.후반부는20세기독일망명문학연구에전념하여‘군정지역으로의귀환이주’,‘분단국가로의귀환이주’,‘이방으로의귀환이주’라는세가지귀환이주유형을창출해냈다.
인문학이어느한고정된개념이나시각에의해발현되는것이아니라테오리아(Theory,이론),프락시스(Praxis,실제),포이에시스(Poetry,시)범주곳곳을넘나들며유기적으로전개된다고인식하여어느한작품이나작가에관한연구보다는‘독일시의역사와이론’,‘독일문예사조변천과정’,‘서양전통수사학’,‘장르이론’등을학문적과제로삼았다.이러한학문방향이르네상스이후20/21세기까지전개되고있는전통인문학과는또다른형태의중세말예술현상에흥미를유발시켰으며,‘토텐탄츠와바도모리’연구결과를통해근대성내지기존의근대학문이간과하는새로운지평을발견해냈다.
저서로는DieDarstellungderRückkehr(귀환서술)(EpistemataBd.470,독문),『망명과귀환이주』(아산재단연구총서제389집)등다수가있고,《교수신문》에‘독일망명지식인’을연재했다.

목차

들어가는말

서론토텐탄츠란무엇인가?
토텐탄츠,죽음과산자의대화
주제설정
방법론

제1장토텐탄츠의장소
토텐탄츠의어원및용어
발생시기및장소
당스마카브르출현장소
토텐탄츠출현장소
전승자료및연구범위

제2장죽음의파루시아
산자와죽은자의만남
아포칼립스적종교관
바도모리,나는죽음에발을들여놓는다
‘검은죽음’과중세의종말
서방교회분열과대립교황

제3장콘템프투스문디
아르스모리엔디,잘죽는기예
메멘토모리
가우데아무스이기투르

제4장에이콘과그라페인
그림과텍스트
에이콘
그라페인
아이코노그래피
글로리아문디와미디어

제5장메디아스인레스
니클라우스마누엘과저자의목소리
한스홀바인과죽음의시뮬라크르
알프레트레텔과정치선전물

나가는말

주석
참고문헌
그림출처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인간의근원적인문제를다룬최고(最古)의예술
서양문화예술의발원으로안내하는국내유일‘죽음의춤’연구서

이책은유럽중세말에발생한예술인‘토텐탄츠(Totentanz)’와‘바도모리(Vadomori)’를통해중세말의사정을적나라하게밝혀냄과동시에서양문화예술의발원으로여겨지는‘죽음의춤’을넓고깊게들여다보는연구서이다.죽음의춤작품현장을시작으로죽음의춤기원,발생배경,죽음의예술본질,전개상황을면밀히추적하고예술사,유럽중세사,중세문학,민속학,신학,철학등여러분야에걸쳐죽음의춤원형이되는작품과사유를탐구한다.근대적학문성을과감히탈피하고중세적사유방식을그대로연구방법론으로적용한점도눈에띈다.토텐탄츠현상을통해중세말이라는개념을재정립하고,중세말이어떻게유럽사회를개혁하고동시에새로운정신·문화적인토대로작용하는지를천착한다.이를통해르네상스를발판으로구축된근대적사유방식에의문을제기하고중세말에발원한죽음의춤이유럽정신과문화의주춧돌임을시사하는도전적학술서다.
23년간독일마인츠대학교에서독어독문학,철학,독일민속학을연구한저자는이책을쓰기위해두차례독일을방문하고,유럽토텐탄츠학회장을비롯하여중세전공학자들을만나의견을교환하고토론했다.또중세말토텐탄츠발생현장인스위스‘바젤역사박물관’의특별배려로고문서자료를열람하고촬영할수있었다.30년전독일마인츠대학교의한세미나에서관련주제를접하고관심의끈을놓지않았던저자는마침내학자다운꾸준함과학문적엄밀성의결과물로서이책을탄생시켰다.한글로쓰인단한권의‘죽음의춤’연구서인이책은서양문화예술의발원지가궁금한우리를중세교회의담장벽화로단숨에데려다놓는다.

인간은태어나면서부터죽음과함께살아가는존재
서양중세말죽음의춤원형을찾아서

토텐탄츠는유럽중세말에발생한예술로,‘죽음’의형상이산자에게다가와‘죽음의춤’을강요하는장면이교회담장이나납골당벽면에그려진벽화이다.그림과문자로구성되어있는데그림에는죽음과산자가등장하고,그림의위와아래를장식하는문자는죽음과산자의대화로되어있다.그림을‘죽음의춤’이라는의미의‘토텐탄츠(Totentanz)’라고하는반면,문자는‘죽음에발을들여놓는다’는의미의‘바도모리(Vadomori)’라고한다.
죽음의춤은본질적으로인간무의식에내재한죽음의어두운그림자를이미지로형상화한것이다.가공할만한흑사병이유럽전역을휩쓸고기근으로인해수많은사람이죽어가자당시사회에는이승세계경멸경향이만연했다.이러한분위기를극복하기위해프란체스코교단이나도미니크교단이화가장인들을동원하여제작한것이죽음의춤이다.죽음의춤은당시사회의문제점을적나라하게들춰냈고,동시에죽음앞에서모든인간은평등하다는사실을일깨우며종교개혁의기폭제역할을담당했다.개별인간들에게는구원전통을통해치유개념을제시했다.
중세말에발원한토텐탄츠는일회성으로그치지않고르네상스,바로크,계몽주의,낭만주의,모더니즘,포스트모더니즘을거치며쉬지않고시대분위기를대변하며하나의고정된장르로정형화되었다.문학,회화,음악,연극,영화를비롯한문화예술뿐만아니라,예술사학,심리학,포스트모더니즘등새로운학문이나물질문명이태동하는곳이면어김없이토텐탄츠적요소가강렬한원형으로작용한다.

서방교회분열과종교기득권자들의기획예술로탄생
인간은죽음앞에서평등한존재임을일깨워

“설교자님,그대는놀라지마시기바랍니다./그리고저를심하게내칠필요도없습니다./나는죽음입니다,그대의지극히높은권고입니다./지금나와함께춤을추십시오,그리고화내지마십시오!/그대는나에게많은설교를바쳤습니다./지금그대는나와함께춤을추러가야합니다.”
-베를린토텐탄츠중‘죽음과집사의대화’중에서

중세말죽음의춤의특징은무엇보다도지배계급의기획예술이라는점이다.기획예술일뿐더러지배자예술이었다.시인이시를짓듯중세말성직자들은목적성을지니고토텐탄츠예술을제작했다.‘그림’과‘텍스트’를통해‘가르치고’,‘대화하고’,‘감정을자극’했다.기획자들이죽음이라는모티프를선택한이유는인간이경험하고느낄수있는체험으로부터시작하여당시사회의규범을적용한다음인간이라면누구나사후세계에관심을가지고있었기때문이다.
성직자들은교권이점점쇠퇴해지고교회내부가사분오열되자지배자로서의영향력을발휘하며건재함을과시하기위해죽음을기획했다.일반인에게속세의사물이아무가치가없고이승에서의삶이무상하다는구원전통을통해그들의삶의운영을관철시켰던것이다.토텐탄츠가발생한시기가서방교회분열속에대립교황이탄생하는시기와맞물리는이유이다.
중세의유럽인구는페스트의창궐로50~75%가감소했다.끝도없이이어지는고통스러운죽음과의싸움은그대로죽음의춤예술이되었다.그와함께사람들은‘모든인간은죽는다,죽음앞에서차별은없다’는사실을깨달았다.토텐탄츠에나타나는인간군상또한‘죽음’이만든평등세상을보여준다.교황에서이교도까지,황제에서거지까지다양한신분서열의전형을보여줌으로써죽음의공평성을강조하고있다.‘모두가평등하다’는원리의신분서열은가난함속에서도모두가평등하다는사회적원리를제공한다.이러한모든것이토텐탄츠가만들어낸인간군상과사회의모상이다.한편으로춤은생명이자축제이다.혼자추는춤은어둠의세계에발을들여놓는외로운춤이지만,여럿이둥그렇게둘러서서추는윤무는죽음의공포에서벗어나기위해유쾌하게즐기는축제가된다.

음악,회화,문학에서영화,뮤지컬,비디오,컴퓨터게임까지
서양문화예술의발원혹은예술가의기원

“큰낫으로베는사나이가바깥으로올라오네.…
그대인간들이여,그래!지금그사나이가오고있다.
너희들을자유롭고평등하게만들수있는그사나이가.”
-로버트라이닉(1805~1852),‘알프레트레텔의목판화연작에붙인시’중에서

토텐탄츠는서양문화예술의발원혹은예술가의기원에다가가는징검다리이다.이책은벽화로시작된토텐탄츠의주제나모티프가르네상스를거쳐낭만주의시대이래로어떠한의미에서서양의음악,회화,문학,영화,뮤지컬,비디오,컴퓨터게임등다양한예술분야에서그렇게막강한영향력을발휘하고있는지를탐구한다.
음악에서죽음의춤모티프는주로‘죽음과소녀’라는주제로작곡되었다.1822년에발표된프란츠슈베르트의현악4중주곡「죽음과소녀」,카미유생상스의「죽음의무도」는토텐탄츠와연관관계가깊다.독일의소설가토마스만은『마의산』의한장을「토텐탄츠」라는제목으로엮었다.영화분야에서는1912년우르반가드감독의무성영화「토텐탄츠」,1926년그레타가르보가출연한프레드니블로감독의「마귀부인」,1957년잉마르베리만감독의「제7의봉인」,1983년울리롬멜감독의「마녀들의죽음의춤」등이죽음의춤에서모티프를가져왔다.
이승의마지막지점인죽음은인간의끊임없는관심사이다.‘죽음의수수께끼’,‘죽음의의미’,‘영속하고싶은인간의심리’,‘영생하고싶은인간의소망’등이죽음의예술속에나타나고,인간의생각속에죽음은항상존재한다.죽음의표상은민속신앙,종교,철학,문학등의틀을통해드러난다.이러한상황을염두에두고이책은시대를초월하여변함없이존재하는죽음의가치와그형식탐구에주력한다.

중세말은중세도르네상스도아닌새로운시대
‘개혁’의원형으로죽음의정체를밝히는길

이책은죽음의정체를포룸(form)즉형상으로파악한다.인간은이세상에태어나살며형상들을보고이형상들을통해세상과접했기때문에죽음도형상들의이미지로나타날수밖에없다.당시에는아직르네상스라는개념이없었고개혁(reform)이요구되던시대로죽음의‘형상(forum)’이‘개혁(reform)’의선봉장이된다.세계종말이아니라새로운세상을연것이죽음이고죽음의춤이다.죽음의형상은개혁을자극하고시간과공간을가리지않고끊임없이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되어나타난다.
죽음의정체를밝히기위해이책은엑세게시스(?ξ?γησι?,주석)와안알뤼시스(αν?λυσι?,분석)라는두방법론을동시에적용했다.주석만적용할경우주관성에빠질위험성이있고,분석만적용할경우토텐탄츠가전달하고자하는인간의삶과죽음에대한심오한의미가사라질수있기때문이다.주석과분석은단순히방법론으로만그치는것이아니라세상을보는눈이다.
이책은무엇보다도중세말예술에관한연구서로서국내에서아직도미미한중세학(Medievalstudies)연구가활성화되길자극한다.이책이창출해낸‘파루시아’,‘콘템프투스문디’,‘메디아스인레스’가토텐탄츠를설명해주는중요한키워드인동시에현대의문화예술비평개념으로떠올랐듯중세학은기존의문제점을극복하고새로운현상을설명할수있는대안으로떠오르기때문이다.그중에서토텐탄츠는예술,문화,정신,사회를설명해줄수있는아이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