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음초 (한시로 읽는 1896년 조선 사절단의 세계 일주)

환구음초 (한시로 읽는 1896년 조선 사절단의 세계 일주)

$35.03
Description
1896년 조선에서는 국왕이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하는 아관파천이 일어났다. 이 급변의 정세에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서는 새 황제 니콜라이 2세의 대관식이 치러졌다. 베이징 조약으로 연해주를 얻은 ‘이웃 나라’ 러시아로 떠나는 사절단은 특명전권공사 민영환을 필두로 윤치호, 김득련, 김도일로 구성되었다. 이들은 7개월 동안 여러 공적, 사적 기록을 남겼는데, 그중 『환구음초』는 중국어 통역을 담당한 김득련이 ‘지구 한 바퀴를 돌며 읊은’ 한시로 쓴 사행록이다. 러시아 황제의 대관식 참석차 세계를 일주한 사절단은 서구의 최신 문물과 제도를 어떻게 마주하였을까? 청나라와 일본, 아메리카, 유럽을 거쳐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8개국 7개월의 러시아 사행길을 시와 해설로 만나보자.
저자

김득련

저자:김득련
조선후기의역관이며시인이다.호는춘파(春坡),자는윤구(允久)이다.역관명문가인우봉김씨가문출신으로,백두산정계비를세울때참여했던김지남(金指南)의7대손이다.22세때인1873년에역과에급제하여한어역관으로활동했으며,박문국주사등의관직을역임하였다.1896년에러시아황제의대관식축하사절의일원으로러시아를다녀왔으며,이때세계를일주하며보고들은일을시문으로써서시집인『환구음초』와사행록인『환구일록』을남겼다.이가운데『환구일록』은민영환의사행록『해천추범』의바탕이되기도했다.특명전권공사민영환과는선대로부터의세교(世交)가있었다고하며,사절단으로동행하면서몇편의시를수창(酬唱)하기도했다.강위(姜瑋)를중심으로모인육교시사(六橋詩社)의일원으로참여했으며,강위사후에도시사의동인들과함께활동했다.『환구음초』는1897년일본교토에서간행되었으며,현재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는간행이후에받은발문까지포함된필사본이소장되어있다.

역자:황재문
서울대학교국어국문학과에서「장지연·신채호·이광수문학사상의비교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중세에서근대로의이행기문학및문헌에관심을두고관련연구를진행해왔으며,현재서울대학교규장각한국학연구원교수로재직하고있다.근래에는전근대의백과사전인유서(類書)와근대초기의이민자문학등에대한연구성과를다수발표하고있다.주요저술로는『안중근평전』,『만국사물기원역사』(역주),『아희원람』(역주),『구제적강도:전낙청선집』,「『환구음초』의성격과표현방식」,「구제적강도연구:1세대재미한인의체험과문학적혼종성」,「이병기의수학과학술활동에대한재검토」등이있다.

목차

간행사:‘규장각대우새로읽는우리고전’총서간행에부쳐
옮긴이해제:1896년,러시아사행길에서바라본새로운세계

서문
자서(自序)
첫번째서문:홍현보
두번째서문:김석준
세번째서문:최성학

1부조선을떠나며
1.사행을떠나며부모님을뵙다
2.임금께하직인사를올리다
3.마포나루전별연에서읊다
4.갈림길에서읊조려우정협판에게주다
5.인천항에서기선을타고곧바로상하이로향하다

2부청나라와일본을거쳐태평양을건너다
6.상하이에정박하다
7.양식을먹으며장난삼아짓다
8.나가사키항에닿다
9.시모노세키를지나며
10.고베에잠시정박하다
11.요코하마에이르다
12.기차를타고도쿄에들어가다
13.우리공관에서하룻밤묵고읊어서서기유찬에게보이다
14.태평양에서일출을보며
15.밤새도록배가심하게흔들리니,나그네시름이일어난다

3부아메리카와유럽의여러나라를지나며
16.밴쿠버항에올라
17.캐나다에서기차를타고동쪽으로구천여리를가다
18.대평원을지나며
19.슈피리어큰호수를지나며
20.뉴욕의부유하고화려함은말이나글로표현하기어렵다
21.뉴욕전기박람회에서읊다
22.대서양을건너는배안에서
23.대서양구천리를항해하여리버풀항구에닿다
24.영국수도런던에들어서다
25.런던에서플리싱언항구까지
26.독일수도베를린을지나며
27.폴란드의옛도읍

4부대관식이열리는모스크바에서
28.러시아국경에이르다
29.모스크바에도착하여러시아황제의동가를보다
30.러시아궁궐에들어가친서와예물을올리다
31.5월26일러시아황제의대관예식에참여하다
32.온도시에사흘밤동안등불을밝히다
33.황궁에서밤에공연을관람하다
34.만백성을위한잔치
35.모스크바공관에서꿈을기록하다
36.모스크바공관에서읊다
37.서양미인노래
38.모스크바공관에서달밤에한양의벗을생각하다
39.관병식에서돌아와장구(長句)를짓다

5부상트페테르부르크의문물을마주하며
40.상트페테르부르크죽지사33수
41.러시아도읍에‘불망’이라는꽃이있다
42.단옷날
43.낙조를보다
44.상트페테르부르크공관에서느낀바있어
45.네바강에서저물녘경치를보다
46.집에서음력4월11일에보낸편지를음력6월5일에우편으로받아서보았다
47.계정공사의율시에차운시를올리다
48.계정공사의‘소상자찬’에삼가화답하다
49.골비노마을의천문대를관람하고산에올라짓다
50.양력7월7일
51.유람신사민경식과주석면을맞이하며
52.옐라긴섬에서바람을쐬며소석,월산과함께읊다
53.동물원에서처음본동물들을시로읊다

6부상트페테르부르크에머물며
54.객사에서우연히쓰다
55.귀국을앞두고시를지어소석과월산에게주다
56.러시아해군장관에게주다
57.파리로떠나는염오를전송하며
58.염오의증별시에차운하다

7부시베리아를건너연해주에이르다
59.상트페테르부르크를떠나며
60.다시모스크바를지나며
61.박물회를관람하기위하여하신주에머물다
62.박물회를관람하다
63.열기구를타다
64.볼가강에서화륜선을타고동남쪽을향하여밤에떠나다
65.기차를타고시베리아길로들어서다
66.다른나라에있어서백모님소상에참석하지못하다
67.감회를써서우정협판께올리다
68.양력9월9일시베리아산길가운데서짓다
69.시베리아철로가중간에끊겨마차를타고가다
70.유목하는몽골사람들을보고
71.이르쿠츠크총독부에이르러
72.바이칼호를건너서
73.흑룡강에서화륜선을타고블라디보스토크로향하다
74.하바롭스크총독부에이르러
75.백두산정계비건립에참여한광천공을그리며흑룡강에서읊다
76.블라디보스토크에이르러
77.원산우체사장에임명된당질세형의소식을듣고
78.우리나라유민의도소(都所)에시를써서주다

8부조선에돌아오다
79.새벽에부산에정박하여
80.인천항에정박하며
81.복명(復命)하고돌아와부모님을뵙다
82.친척과벗들을재회하여회포를펴다

발문
첫번째발문:한경리
두번째발문:서형돈
세번째발문:고영철
네번째발문:서상교
다섯번째발문(시):박이양
여섯번째발문:이중하
일곱번째발문:송영대

미주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120여년전,한시로담아낸조선최초의세계일주기록
청나라와일본,아메리카와유럽을거쳐모스크바와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8개국7개월의러시아사행길속견문과감상을감각적시어로풀어내

“나의유람멀고도장대하니,/보고들은것모두기이하네.
세대륙에사만리거치며,/풍속또한물어보았네.
쓰고쓰면서운을맞추니,/약간의시를얻을수있었네.”

『환구음초(環球吟艸)』는“지구한바퀴를돌며읊은시”라는뜻처럼,1896년조선의역관김득련이세계일주를하며남긴기행시집이다.저자김득련은1896년5월26일에열리는러시아새황제니콜라이2세의대관식의특사로파견된민영환공사일행에속했다.조선의사절단은약7개월간중국,일본,미국,영국,네덜란드,독일,러시아,몽골등8개국,6만8,365리(약2만6,848킬로미터)를여행했다.이는조선역사상유례없는길고먼여정이었다.『환구음초』는급변하는근대문명을직접보고느낀조선지식인의생생한감회를한시로담아낸시집으로,120여년전조선인최초의세계일주기록이라는점에서역사적가치를지닌다.
이책에서는『환구음초』를사절단의공적기록인민영환의『해천추범』,김득련의『환구일록』과사적기록인『윤치호일기』등을함께비교하며상세한해설을덧붙였다.이들기록을함께읽음으로써세인물이각기무엇을보고느꼈는지를비교할수있어,시의불분명한구절의의미를명확히하고당시사행을입체적으로이해할수있다.역해자황재문교수는사절단의여러기록들과관련문헌들을꼼꼼히검토해지난번역에서의오류를바로잡고역사적배경과전고에대한상세한설명을곁들여독자들의이해를도왔다.
이처럼공적,사적기록을종합적으로고찰한‘규장각대우새로읽는우리고전’『환구음초』는단순한옛기록을넘어,급변하는시대속에서새로운문명을어떻게받아들이고,우리의정체성을어떻게지켜나갈것인지에대해생각해보는계기를마련해준다.

근대문명과조우한조선지식인의복합적인시선
신문물에대한경탄과격랑기조국에대한우려교차…
급변하는시대속작금의현실을겹쳐읽는계기마련

“다행히황령에힘입어사신일마쳤지만,
어려움구제할계책없으니부끄럽도다.”

그렇다면조선사절단의개화된문명에대한체험은시에서어떻게드러나고있을까?1896년에조선에서는처음으로양력(그레고리력)을사용하게되었고,사절단일행은일상에서통용되던음력과러시아의율리우스력을모두고려해야했다.또한이들이조선의법도를지키기위해모자를벗지않기로결정함에따라대관식이거행된예배당에는들어가지못한점을떠올리면급변의시대상황과조선지식인의복잡한시선을미루어볼수있다.
새로운문물과낯선풍경에대한감상을감각적으로풀어낸한시가먼저눈에든다.김득련은전화기를보고“벽에서울리는종소리,사람대신부르는데,통속에서전하는말은육성과똑같다네”라고읊으며신기해했고,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들른영화관에서영화를보고는“사람은춤추고수레능히달리는데,진짜처럼움직이며갔다가는다시오네”라며서구의발전된기술력에대한놀라움을구체적으로묘사했다.자전거에대해서는“구태여네필말부려가며수레몰것있나.빠르게도느리게도내맘대로갈수있으니”라고하며서구문명의효율성을시어로풀어냈다.뉴욕에서전기박람회를관람하고는“세상의만물이모두전기로이루어진다”라며신기술에대한경이로움도표현한다.
시집곳곳에는제국주의의경쟁속에서위태로운조국의운명을걱정하는지식인의복잡한심경이스며들어있다.사절이라는공적업무를수행하는과정에서작성된시들이라는점에서단순한여행기록이아닌것이다.특히폴란드의수도바르샤바를지나며“지난날어엿한나라였던폴란드,이제는러시아의한지방이라네.…노래하고춤추며번화하던땅엔,붉은꽃만적막하게남았네”라고읊으며,망국의아픔을겪는폴란드의비극적인현실을‘떨어진꽃’에비유하기도했다.아관파천의시기에러시아로떠나온사절단에게폴란드의현실은큰경각심을불러일으켰을것이다.
또한조선으로돌아오는길에시베리아와연해주에서만난가난한동포들의모습을보며김득련은“슬프다.저수만여명유민이여.하루하루품팔이를편히여기는구나.탐관오리학정에서달아난다고해도,낯선땅황무지에서차마어찌지내랴”라며비통함을금치못하며,타국에서힘겹게살아가고있는동포들에대한안타까움과조국에대한애틋한심정을시에담아내기도했다.

시로떠나는기행,‘화려한’필치로재미더해
사실전달과감상표현에균형이룬시100여수…
입체적인읽기로안내하는풍부한해설실어

“뜻이가면붓이따라이르러마치내가직접그땅에간듯하니,
이전에유럽을가보지못하여생긴미흡한마음이만족스럽게되고
러시아에따라갈수없어서생긴한탄의심정이풀어졌다.”

시로기행(紀行)을말한다는것은쉽지않은일이다.시는사실자체의기록만으로충족되는장르가아니기때문이다.그러나평자들은이러한어려움을극복한김득련의솜씨를상찬한다.고영철은발문에서“안은사실이면서밖은화려하고,능숙한솜씨와사실적인의경(意境)이들어맞는다”라고견문의경지를평가했다.서상교는“세계에서본사람과사물은모두붓끝에담았으되,거의조화옹이지은듯하여지극하지않음이없다”라고『환구음초』의문학적성취에감탄한다.특히명구(名句)의사례로세구절을들어비평하면서시의표현력에주목한다.
100여수의시가운데상당수는견문을위주로한객관적표현에주력하고있지만시인은한시에감정이나사유,의견등을균형있게풀어내어입체적인읽기가가능한텍스트로완성했다.또형식에서는짧은절구나율시를취하고있어서한시를단순히현대한국어로옮기는것만으로는충분한내용전달이어려울수있다.역해자는한시특유의어법이나형식,여러가지전고등을충분히해설하여사절단의견문과감상을정확하고풍부하게전한다.

*‘규장각대우새로읽는우리고전총서’는서울대학교규장각한국학연구원과대우재단이공동으로펼치는고전새로읽기사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