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품보』가 그린 왕정과 인간 (고종시대 근대사법체계 도입사)

『사법품보』가 그린 왕정과 인간 (고종시대 근대사법체계 도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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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법은 그 사회를 반영한다”
우리의 시각으로 바라본 조선말
공문서첩 『사법품보』에서 전통과 근대의 접합점을 읽다
우리나라의 근대사 연구는 오랫동안 서구의 기준과 비교하며 이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그 기준에 조금이라도 미달하면 서슬 퍼런 비난의 잣대를 들이댔는데, 정작 그 기준점은 꼭 동일 시대의 동서양이 아니어도 상관 없었다. 또한 유럽의 고대 그리스·로마 전통 계승은 인정하면서도 우리의 한국·중국 전통 계승은 격하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우리의 역사를 타자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데 몰두해버린 것이다.
『『사법품보』가 그린 왕정과 인간』은 1894년부터 1906년까지 기록된 조선의 공문서첩 『사법품보』를 살펴본다. 사회 전반의 사법행정 사례를 다양한 사건별로 검토하면서 외세의 침탈상, 사람들이 실제 맞닥뜨린 사회상뿐만 아니라 조선의 자주적 근대지향 사법개혁 과정을 살펴본다. 사법제도가 출현하는 역사적 배경과 전통적 맥락, 실제 제도적 운영문제 등을 폭넓게 알아보면서 서구의 기준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시각으로 우리의 근대 사법체계의 성격을 고찰한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근대사 연구 방식을 재고해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저자

김백철

부산대학교사학과를졸업하고서울대학교국사학과에서문학석사·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전공분야는조선시대법사학및정치사상이다.전북대학교HK교수,서울대학교규장각한국학연구원책임연구원등을거쳐현재계명대학교사학과교수로있다.대표저서로『조선후기영조의탕평정치』(2010),『두얼굴의영조』(2014),『법치국가조선의탄생』(2016),『탕평시대법치주의유산』(2016),『정조의군주상』(2023)등이있다.저서를비롯한그간의연구성과는한국연구재단우수논문(2008·2009),문화체육관광부우수학술도서·세종도서(2010·2017),역사학회논문상(2013),대한민국학술원우수학술도서(2015·2018),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우수출판콘텐츠(2016),대구경북연구원우수논문(2022)등에선정되었다.

목차

서론

제1부왕정의근대사법체계등장배경

제1장고종대내우외환

1.19세기사인식의문제점
1)일본제국이만들어낸왕정의이미지:만선사관(滿鮮史觀)의폐해
2)대립적인타자의시선:일본제국이설계한오리엔탈리즘의여파

2.구체제비판론과실상
1)17~19세기한일간경제상황
2)세도정치기의폐단
3)흥선대원군의공(功)·과(過)
(1)사회안정화추구
(2)쇄국을넘어서
4)기독교도입사
(1)정부공인하조화로운수용시대
(2)자의적교리해석의문제점

3.개화정책의함정
1)고종친정후성과와한계
(1)개화정책의특징
(2)왕정의실패요인
2)외세의침탈방식
(1)반복되는군사적침공
①침탈과저항
②데칼코마니(decalcomanie)전쟁
(2)일본제국의왜곡활동
①조선의야만성선전
②가해자와피해자의역할바꾸기

제2장왕정의자기변신과사법개혁

1.외세간섭하갑오개혁
1)1~3차갑오개혁의배경:청일전쟁의경과
2)갑오개혁의실상
(1)대내외국가위상개편
(2)광범위한왕실제한
(3)중앙·지방제도개편
(4)사회개혁
(5)사법개혁
(6)경제개혁
2.자주적광무개혁의추진
1)우리안의‘근대성’찾기경쟁
(1)입헌군주제헌법의존재여부
(2)통일적사법제도의실시
(3)고신과연좌제문제
(4)비교잣대의균일성
2)광무개혁기사법제도의개편양상
(1)개혁의지속과변형
(2)근대사법제도의확대와변질
3.준거법의선정:전통법과근대법
1)전통시대유산의계승
2)근대형법체계로의전환
(1)「형률명례」·「적도처단례」제정
(2)『형법대전』의성격

제2부근대법치사회의실상

제3장전통형정의계승과신제도의도입

1.사법제도의운영변화
1)운영체계의재편
(1)사법행정의재정비
(2)법부-관찰부의수직구조화
(3)범죄분류와형벌제도의변화
(4)정기보고체계의세밀화
2)기능의분화
(1)경찰의독립
(2)검사의등장
(3)변호사의제도화
(4)감옥의재편
(5)군률의분리
3)제반비용의대두
(1)감옥비용
(2)검안비용
(3)기타비용
2.인명사건
1)살인사건처리과정
2)문서작성원칙
3)병사·도주처리
3.율문의적용과형량의조정
1)사면의실행
2)감형의제문제
(1)감형형식
(2)고의성검토
(3)복수와구호

제4장타자의‘관습법’정의재검토

1.전통과근대의시각차이
1)부녀자약탈원인규명의문제
2)조선시대약탈사건검토:문학작품과범죄기록
2.여성관련범죄사건
1)자유로운성의식:재혼과간통
2)불법에대한저항:거짓소문과폭력약탈
3)신종범죄유형:과부약탈의정형화
3.과부약탈시처벌규정과대응방식
1)국법의엄벌주의
2)실제판례
(1)명률의원용
(2)국전의활용
(3)근대형법의적용
3)처벌대상과형량
(1)가담정도와차등적용
(2)정범의최종형량

제5장대내외침탈과백성소요

1.비적무리의출현과대응
1)의병·동학의중층적시선
2)동학빙자범죄의대응
3)무장강도의엄단:강도와절도
2.외세빙자범죄의등장
1)종교·이념빙자범죄
(1)기독교연루사건
①독자권력의형성
②사익의추구
(2)일진회연루사건
(3)정토회연루사건
2)외국인범죄
(1)일본인연루사건
(2)러시아인연루사건
(3)청인연루사건
3)기타칭탁범죄의성행
(1)관원사칭·공문서위조
(2)화폐위조
(3)양반대상사기범죄
3.소송의발달과적극적수사
1)개별소송의폭증
(1)끊이지않는산송
(2)간음사건
(3)호소방식의변화
2)집단민원의일반화
(1)집단의완력행사
(2)잡세폐지와토지세문제
(3)공익과사익의경계

결론
부표
발문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굳건한조선의사법체계가남긴
격동기일상의기록들

이책은조선고종후반,근대적사법체계가개편된후작성된사법관련공문서첩인『사법품보』를통해당대사회상과함께근대적사법개혁과정을살펴본다.1894년시작된기록은1906년에끝난다.이듬해고종의강제퇴위와함께자주적사법행정도끝난것이다.이시기에는농민봉기와국제전쟁등내우외환의소용돌이가조선을뒤흔들었지만,중앙과지방의사법체계는놀라우리만치굳건했다.
기록된사건1만4,218건을분류해보면,혼란기에벌어진신규범죄14%,통시대적으로나타나는기존범죄33%,사법행정을다루는일반형정52%로나뉜다.여기서신규범죄는외세침탈과서구문명수용과정에서발생한사건이다.자명종·조총·전신·전보·전차등신문물과연계된범죄를통해개항기의역동성을추론해볼수있다.또한동학·의병과무장강도가혼재된비적사건과동학농민운동으로인해도망간관리나백성소요의원인이된탐관오리처벌등혼란스러운사회상도고스란히나타난다.특이한점은동학·천주교·불교등의종교단체가백성의재물을빼앗거나사적인형벌을집행하는경우,조정은종교단체자체보다관련자개인을처벌하였다는것이다.이는19세기천주교박해로인한사회적소요에서학습한결과로보인다.
기존범죄로분류되는사건은빈도가높은순서대로살인,산송(山訟),강도·절도,경제사범,왕실·관청관련범죄,무고(誣告),간음,폭력,화재가있다.여기서살인사건의경우절차에따른상세한시체검시가이루어졌는데,이를통해조선이근대적사법체계의도입이전부터『경국대전』체제하에서중앙집권화된사법체계가구축되었음을알수있다.전체범죄의절반을차지하는일반형정에는월별정기보고뿐만아니라형벌의집행보고,각종비용처리등이있다.이를통해내우외환의외부적환경과는별개로조정의시스템자체는정상적으로작동하고있음을알수있다.

풍부한판례로복원한전통과근대의사법풍경
가치중립적인시각으로우리의역사를담다

『사법품보』는우리전통법에대한풍부한판례를담고있지만,그동안전체를대상으로한연구는미진하였다.근대적사법체계에대한연구가법학이나역사학중심으로이루어졌기때문이기도하지만,그분량자체가방대했기때문이다.현존하는『사법품보』판본에는서울대학교규장각한국학연구원소장『사법품보(갑)』(1894~1906)과『사법품보(을)』(1897~1906)이있는데갑본은128권,을본은52권에달한다.
이책은이처럼방대한양의『사법품보』를분류하여근대적사법체계를연구하는데중요한자료를제공한다.구체적으로는크게두가지문제에초점을맞추는데,‘왕정의근대적사법체계등장배경’과‘근대법치사회의실상’이그것이다.1부에서는동학농민운동,일제의왕궁점령,청일·러일간국제전쟁등혼란기속에왕정이추진한근대화정책의성격을검토한다.『승정원일기』와『고종실록』을비교검토하고,『사법품보』에실제활용된법제서와자주인용되는조문을토대로전통적유산과근대적요소를복합적으로살펴본다.2부에서는『사법품보』에기록된판례들을통해법치사회가실제로어떻게작동하는지를알아본다.근대적사법개혁이지속되면서일어난형정운영의변화는무엇이고,근대적사법체계개편을통해서어떤점이변화되었고,어떤점이지속되었는지를검토하면서전통과근대의접합점을찾는다.
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에등재된『조선왕조실록』을비롯해우리의기록유산은집요하리만치상세하고구체적이다.연구에서이를활용하지않을이유가없다.이책은『사법품보』에실린풍부한판례를검토한다.그지난한과정을해냄으로써우리의전통법을가치중립적인시각에서재평가한다.나아가우리의역사를타자가아닌우리의시각에서재고해볼수있는기회를제공한다.

*이책은대우재단학술연구지원사업논저부문에선정되어연구및출간지원을받은저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