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은 어떻게 세상을 만들어 가는가 (반양장)

균은 어떻게 세상을 만들어 가는가 (반양장)

$23.80
Description
“균은 총칼보다 더 치명적이다.
‘총·균·쇠’가 아니라 ‘균·균·균’이다!”

세상에서 가장 미시적인 것들이 만들어 온 5만 년 역사의 유장한 파노라마
〉 우리는 균으로 이루어진 이 세계에 초대받은 손님일 뿐이다

『균은 어떻게 세상을 만들어 가는가』는 유전학, 생물학, 인류학, 고고학, 경제학,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최신 연구를 토대로 현생인류의 출발인 호모사피엔스 시대부터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최근까지 약 5만 년간의 인류사를 살펴보면서 균이 우리 삶에 끼친 심대한 영향을 탐구한 책이다. 한국의 독자들과 처음 만나는 저자 조너선 케네디는 런던퀸메리대학에서 글로벌 공중 보건에 대해 가르치고 있으며, 이 책으로 영미권의 언론과 독자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저자의 첫 책임에도 불구하고 과학과 인문의 영역을 통섭적으로 넘나들면서 놀라울 만큼 방대한 자료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풀어내는 그의 유려한 솜씨와 넓고 깊은 시야는 이런 주제에 익숙한 독자라 할지라도 그들을 강력하게 사로잡을 것이다. 케네디는 인류 사회의 운명을 바꾼 세 가지 인자로 총, 균, 쇠를 꼽았던 재러드 다이아몬드를 의식하면서 그중 ‘균’은 총칼보다도, 또한 그 어떤 위인보다도 더 치명적이고 힘이 세다는 사실을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이 책에는 알렉산드로스 대왕, 무함마드, 샤를마뉴, 마르틴 루터, 조지 워싱턴 등 토머스 칼라일이 말하는 ‘위인’이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들 ‘영웅’은 천재성과 강인한 성격으로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러한 자질 덕분에 치명적인 전염병이 이미 만들어 준 기회를 활용할 수 있었다.”(338쪽)

“총과 쇠 같은 군사 기술 측면에서 스페인은 아메리카 원주민보다 실제로 우위에 있었다. 그러나 (중략) 정복자들의 총기는 충격 효과를 가져다주기는 했지만 문제도 있었다. (중략) 원시적인 머스킷 총은 재장전하는 데 1분 이상 걸렸고, 대포는 험준한 지형을 가로질러 운반하기 어려웠다. (중략) 다이아몬드는 아즈텍과 잉카가 이전에 전혀 접하지 못했던 말이 침략 결과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중략) 그러나 말의 중요성을 과장해서는 안 된다. 스페인군이 보유한 말은 코르테스의 침공 당시 16마리, 피사로의 침공 당시 68마리로 매우 적은 수에 불과했다. (중략) 그렇다면 정복자들이 중남미를 그토록 단호하게 정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총과 쇠로 설명되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균, 균, 균이다.”(183~185쪽)

『균은 어떻게 세상을 만들어 가는가』에 대해 영국의 일간지 「타임스」는 “과학과 역사의 이음매 없는 만남. 유발 하라리의 독자라면 즐거워할 책”이라고 평했고, 『인간이 되다』의 저자로 많이 알려진 루이스 다트넬은 “흥분을 불러일으키고 경이롭다. 신석기시대 질병부터 최근의 코로나 19까지 이 지구상에서 가장 미시적인 생명체가 얼마나 막대한 역할을 했는지를 탐구한다”라고 놀라움을 표했다. 또한 「선데이 타임스」, 아마존, 굿리드 등도 이 책을 2023년 최고의 책으로 꼽기도 하는 등 호평이 이어졌다. 『총·균·쇠』, 『사피엔스』, 『인간이 되다』 같은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책 역시 주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편 이 책의 들머리에는 원서에는 없는 양질의 컬러 화보 32컷을 엄선하여 에피타이저처럼 수록해 놓았다. 각각의 화보에는 짧지만 알찬 해설까지 곁들여 놓음으로써 화보만 보아도 선사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균의 막강한 영향을 탐구한 이 책의 대략을 가늠하는 데 유용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 균의 관점에서 다시 쓰는 인간의 서사

17세기, 네덜란드의 직물상이자 과학자인 안토니 판 레이우엔훅이 처음 발견한 미생물의 세계는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다윈의 진화론, 프로이트의 무의식 발견만큼이나 인간과 자연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큰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후대의 많은 연구자들은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이 작은 존재들의 세계가 “단순히 질병, 부패, 죽음을 일으키는 매개체만이” 아니라, 그것 없이는 “인간의 삶, 아니 모든 형태의 복잡한 생명체는 상상할 수 없”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실제로 무수한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는 역사 전체에 걸쳐 수많은 생명을 앗아 가고 여러 문명을 약화시켰지만, 그 폐허 속에서 새로운 세상이 등장하고 번성하는 기회를 만들었다. 저자는 이에 대한 구체적 이야기를 여덟 개의 장에 걸쳐 풀어낸다.

먼저 저자는 우리의 지구가 호모사피엔스가 지배하는 행성이 된 과정을 살펴본다. 인류 진화의 초기에 이 땅에는 마치 톨킨의 중간계처럼 여러 종의 인간들이 함께 살고 있었다. 현재 우리 인류와 같은 종인 호모사피엔스를 비롯하여, 호모사피엔스보다 힘이 더 세고 뇌도 더 컸던 네안데르탈인, 높은 고도에서도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유전자를 가졌던 데니소바인, 키가 1미터 조금 넘고 불균형적으로 긴 발을 가졌던 호모플로레시엔시스, 손가락과 발가락 뼈가 구부러지고 키가 작았던 호모루센시스 등의 인간 종이 바로 그들이다. 그런데 기원전 4만~5만 년 전에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를 벗어나 전 세계로 빠르게 퍼져 나가면서 다른 인간 종은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유발 하라리를 비롯한 많은 학자들은 기원전 7만~3만 년 사이에 호모사피엔스가 ‘인지 혁명’을 겪으면서 사고와 행동 방식에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저자는 호모사피엔스가 다른 인간 종보다 더 뛰어난 지능을 가졌다는 그와 같은 주장을 반박하는 근거를 제시한다. 그리고 호모사피엔스가 다른 인간 종과 상호작용을 할 때 마주친 병원균에 주목한다. 수백만 년 동안 아프리카에서 살았던 호모사피엔스는 긴 여행을 통해 강력한 면역 체계를 획득한 반면, 이들이 가져온 병원균에 유럽의 네안데르탈인은 취약했던 것이다.

저자는 전염병이 광활하고 세련된 문명을 자랑하던 남미의 아즈텍제국과 잉카제국을 무너뜨리는 데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1492년, 콜롬버스가 대서양 횡단 항해에 나선 이래 유럽에서 진화한 여러 바이러스와 박테리아가 남미로 파도처럼 밀려오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남미의 원주민들은 유럽인의 병원균에 노출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저항력을 키우지 못했다. 1545년에 아즈텍에서 유행한 코코리츨리라는 전염병은 지역 주민의 80퍼센트를 사망에 이르게 했고, 1524년에 잉카를 강타한 천연두는 제국의 역량을 크게 약화시켰다. 유럽인의 신대륙 정복은 이렇듯 파괴적인 전염병 때문에 가능했다. 이런 정복 서사는 이후 몇 세기 동안 아메리카, 태평양의 여러 섬, 호주 등지에서도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아메리카대륙의 열대 지방 전체가 의도하지 않게 노예제의 길로 들어선 배경에도 전염병이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황열 바이러스를 옮기는 이집트숲모기는 서아프리카에서 노예선을 타고 카리브해에 도착했다. 이 모기에게 카리브해의 사탕수수 농장은 번식하기에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했다. 이 모기가 옮긴 병원균으로 카리브해는 백인들의 새로운 무덤으로 변했다. 서아프리카에서 나고 자란 이들은 이 질병에 노출되어 평생 면역력을 획득한 반면, 유럽에서 건너와 새로 정착한 이들은 내성이 생기지 않아 집단적으로 사망했던 것이다. 결국 농장주들에게는 아프리카의 노예 노동이 합리적인 선택이 되고 말았다.

이와 같이 역사의 주요 변곡점에는 언제나 균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요지다. 이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이 거대한 우주에서 얼마나 하찮고 무기력한 존재인지를 절로 실감하게 한다. 그러나 수많은 증거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여전히 우리가 자연을 지배하고 있다는 환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인간은 미시적인 것들로 이루어진 이 세계에 초대받은 손님일 뿐이라고 말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대안적 관점을 제시한다. 인간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덜 중요한 위치에 있으며, 미생물은 우리 삶에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고 말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다양한 학문에 통섭적으로 접근하는 가운데 구체적인 근거로 주장을 탄탄하게 뒷받침하면서 전개해 간다. 이 분야의 교과서로 쓰여도 손색없을 정도다. 이 점은 스토리 위주의 여느 대중서와 크게 비교되는 점이라 할 수 있다.
저자

조너선케네디

저자:조너선케네디(JonathanKennedy)
2013년영국케임브리지대학에서사회학박사학위를받았고,2016년부터런던퀸메리대학에서글로벌공중보건에대해가르치고있다.주로사회학,정치경제학,인류학,국제관계학에서얻은통찰을바탕으로공중보건문제를분석한다.예컨대유럽의포퓰리즘정치와백신거부간의연관성,미국CIA의드론공격이파키스탄의소아마비퇴치노력에끼친부정적인영향,사우디아리비아가주도한예멘폭격이2017년세계최악의콜레라발병을초래한원인을연구했다.
유전학,경제학,고전학에이르기까지다양한학문분야에대한이해를토대로5만년전부터현재에이르기까지전염병이인류에게미친영향을탐구한『균은어떻게세상을만들어가는가』는저자의첫책으로,BBC라디오의금주의책에,「타임스」,「파이낸셜타임스」의추천도서목록에올랐으며,「선데이타임스」,아마존닷컴,굿리드의2023년최고의책으로선정되기도했다.그밖에도저자는「가디언」,「엘파이스」,「런던리뷰오브북스」,『리더스다이제스트』에정치와공중보건의관계에관한글을기고했다.

역자:조현욱
서울대학교정치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을수료했다.1985년부터2009년까지「중앙일보」기자로24년간재직하면서국제부장,문화부장,논설위원을역임했다.2009년한국외국어대학교언론정보학부초빙교수를지냈다.2011년부터2013년까지「중앙일보」객원과학전문기자로‘조현욱의과학산책’을매주연재했다.2016년부터2018년까지「중앙선데이」에‘조현욱의빅히스토리’를연재했다.2018년부터「서울신문」에과학칼럼을연재중이다.현재‘과학과소통’대표로서대중강연과글쓰기에힘쓰고있다.옮긴책으로『사피엔스』,『호모사피엔스와과학적사고의역사』,『최종이론은없다』,『이성적낙관주의자』,『창조의엔진』,『동시성의과학,싱크』등이있다.

목차


서론태초에전염병이있었다

1장구석기시대:호모사피엔스,네안데르탈인을이기다
2장신석기시대:거대한이주의물결
3장고대:제국의부상과몰락
4장중세:흑사병,근대의문을열다
5장식민지시대:침략을위한최고의무기
6장혁명의시대:전쟁의판도를바꾸다
7장산업혁명기:런던,유럽위생공학의선두에서다
8장빈곤이라는전염병:불평등해소가보건혁신이다

결론보다건강한세상을위하여


감사의말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균의관점에서다시쓰는인간의서사

17세기,네덜란드의직물상이자과학자인안토니판레이우엔훅이처음발견한미생물의세계는코페르니쿠스의지동설,다윈의진화론,프로이트의무의식발견만큼이나인간과자연에대한우리의이해에큰지각변동을일으키는계기가되었다.후대의많은연구자들은육안으로는보이지않는이작은존재들의세계가“단순히질병,부패,죽음을일으키는매개체만이”아니라,그것없이는“인간의삶,아니모든형태의복잡한생명체는상상할수없”는것임을깨닫게되었다.실제로무수한박테리아와바이러스는역사전체에걸쳐수많은생명을앗아가고여러문명을약화시켰지만,그폐허속에서새로운세상이등장하고번성하는기회를만들었다.저자는이에대한구체적이야기를여덟개의장에걸쳐풀어낸다.

먼저저자는우리의지구가호모사피엔스가지배하는행성이된과정을살펴본다.인류진화의초기에이땅에는마치톨킨의중간계처럼여러종의인간들이함께살고있었다.현재우리인류와같은종인호모사피엔스를비롯하여,호모사피엔스보다힘이더세고뇌도더컸던네안데르탈인,높은고도에서도편안하게살수있는유전자를가졌던데니소바인,키가1미터조금넘고불균형적으로긴발을가졌던호모플로레시엔시스,손가락과발가락뼈가구부러지고키가작았던호모루센시스등의인간종이바로그들이다.그런데기원전4만~5만년전에호모사피엔스가아프리카를벗어나전세계로빠르게퍼져나가면서다른인간종은지구상에서사라지고말았다.유발하라리를비롯한많은학자들은기원전7만~3만년사이에호모사피엔스가‘인지혁명’을겪으면서사고와행동방식에변화가일어났기때문이라고말한다.그러나저자는호모사피엔스가다른인간종보다더뛰어난지능을가졌다는그와같은주장을반박하는근거를제시한다.그리고호모사피엔스가다른인간종과상호작용을할때마주친병원균에주목한다.수백만년동안아프리카에서살았던호모사피엔스는긴여행을통해강력한면역체계를획득한반면,이들이가져온병원균에유럽의네안데르탈인은취약했던것이다.

저자는전염병이광활하고세련된문명을자랑하던남미의아즈텍제국과잉카제국을무너뜨리는데도결정적역할을했다고말한다.1492년,콜롬버스가대서양횡단항해에나선이래유럽에서진화한여러바이러스와박테리아가남미로파도처럼밀려오는것은시간문제였다.남미의원주민들은유럽인의병원균에노출된적이없었기때문에저항력을키우지못했다.1545년에아즈텍에서유행한코코리츨리라는전염병은지역주민의80퍼센트를사망에이르게했고,1524년에잉카를강타한천연두는제국의역량을크게약화시켰다.유럽인의신대륙정복은이렇듯파괴적인전염병때문에가능했다.이런정복서사는이후몇세기동안아메리카,태평양의여러섬,호주등지에서도반복적으로등장했다.

아메리카대륙의열대지방전체가의도하지않게노예제의길로들어선배경에도전염병이있었다고저자는말한다.황열바이러스를옮기는이집트숲모기는서아프리카에서노예선을타고카리브해에도착했다.이모기에게카리브해의사탕수수농장은번식하기에이상적인환경을제공했다.이모기가옮긴병원균으로카리브해는백인들의새로운무덤으로변했다.서아프리카에서나고자란이들은이질병에노출되어평생면역력을획득한반면,유럽에서건너와새로정착한이들은내성이생기지않아집단적으로사망했던것이다.결국농장주들에게는아프리카의노예노동이합리적인선택이되고말았다.

이와같이역사의주요변곡점에는언제나균이결정적인역할을했다는것이이책의핵심요지다.이는인간이라는존재가이거대한우주에서얼마나하찮고무기력한존재인지를절로실감하게한다.그러나수많은증거에도불구하고인간은여전히우리가자연을지배하고있다는환상을버리지못하고있다.이에대해저자는인간은미시적인것들로이루어진이세계에초대받은손님일뿐이라고말하며세상을바라보는대안적관점을제시한다.인간은우리가생각했던것보다훨씬덜중요한위치에있으며,미생물은우리삶에훨씬더중요한역할을해왔다고말이다.이를위해저자는다양한학문에통섭적으로접근하는가운데구체적인근거로주장을탄탄하게뒷받침하면서전개해간다.이분야의교과서로쓰여도손색없을정도다.이점은스토리위주의여느대중서와크게비교되는점이라할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