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츠는 멀리 있지 않다 (진실의 연약함과 위대함을 세상에 보여 준 한 남자에 대하여)

아우슈비츠는 멀리 있지 않다 (진실의 연약함과 위대함을 세상에 보여 준 한 남자에 대하여)

$27.44
Description
프리모 레비, 안네 프랑크, 오스카 쉰들러와 함께
꼭 기억해야 할 또 하나의 이름, 루돌프 브르바의 삶과 여정
『아우슈비츠는 멀리 있지 않다』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참상이 벌어진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극적으로 탈출한 뒤 자신이 목도한 나치의 거대한 기만을 보고서로 작성하여 세상에 처음으로 알리는 중대한 기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로부터 거의 잊힌 채 살다 죽은 루돌프 브르바의 일대기를 담은 전기다. 브르바와 그의 동료인 알프레드 베츨러가 수용소에서 탈출 후 작성한 「브르바-베츨러 보고서」가 1944년 6월에 한 신문에 등장하기 전까지 사실상 전 세계의 대중은 “아우슈비츠”라는 단어조차 거의 들어보지 못한 상태였다. 이 보고서는 비록 연합국 측의 적극적 대응을 이끌어내는 데는 실패했지만, 나치의 손에 곧 죽임을 당할 뻔했던 헝가리 유대인 20만 명의 생명을 구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들 살아남은 자들의 후손의 후손까지 감안한다면 실제로는 셀 수 없이 많은 이들을 구한 셈이다.

루돌프 브르바의 이야기는 몇 해 전 슬로바키아의 영화감독인 페터 베브야크에 의해 〈스프라바Správa〉(영어권 제목은 〈아우슈비츠 리포트Auschwitz Report〉)라는 영화로 만들어진 바 있다. 또한 브르바는 프랑스 영화감독 클로드 란츠만의 대작 다큐멘터리인 〈쇼아Shoah〉에도 홀로코스트를 증언하는 여러 인터뷰이들 중 한 명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전에 어떤 유대인도 해내지 못한 위대한 일을 해냈음에도 어찌 된 일인지 브르바의 이름과 얼굴을 아는 사람은 놀라울 만큼 드물다. 이는 무엇보다도 그가 아우슈비츠 생존자이면서도 세상 사람들이 생존자에게 기대하는 것에 순응하기를 거부함으로써 유대인 사회 안에서도 주변인으로 머물렀던 특유의 면모와도 연관이 깊다. 생존자의 전형성에서 벗어난다는 점에서 브르바의 이야기는 여느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의 이야기와 차이를 보인다.

이 책은 영국의 저널리스트 조너선 프리드랜드가 오래전 〈쇼아〉를 보고 그의 뇌리에 가장 인상 깊에 남았던 루돌프 브르바라는 인물의 삶과 흔적을 오랫동안 추적한 결과물이다. 프리드랜드는 〈쇼아〉를 보고 난 뒤 “루돌프 브르바라는 이름이 안네 프랑크, 오스카 쉰들러, 프리모 레비의 이름 곁에 당당히 올라가 있어야 한다고 확신”하고는 브르바의 주변 지인들을 찾아 이야기를 나누는 한편 공식 문서, 증언, 회고록, 편지, 당대의 기사 등을 폭넓게 조사함으로써 우리에게 거의 잊힐 뻔했던 영웅을 생생하게 되살려 내는 데 성공했다. 저널리스트이면서도 아홉 개의 스릴러 소설을 집필한 이력의 소유자답게 저자는 탁월한 스토리텔링 능력, 강하게 몰입하게 하는 표현력, 매우 읽기 좋게 얽어 짜는 구성력을 통해, 진실을 알리기 위해 분투했던 한 남자의 생애를 감동적으로 전해 준다. 그리하여 이 책은 2022년 전미유대인도서상 수상을 비롯하여 같은 해 아마존 선정 올해의 책, 『스미소니언매거진』 선정 올해의 책에 꼽히기도 하는 등 독자들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브르바의 이야기는 진기한 탈출기를 넘어, 또한 단순히 흘러간 과거의 한 사건에 머물지 않고, 진실이 도처에서 위협받는 이 시대에 진실의 연약함과 위대함을 되새기게 하는 값진 경고라 할 수 있다. 한국어판 제목이 『아우슈비츠는 멀리 있지 않다』인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공식 문서, 증언, 회고록, 편지, 당대 기사, 역사 기록 등을 조사하다 보니 이내 한 가지 사실이 분명해졌다. 루돌프 브르바의 이야기가 단지 진기한 탈출기에 불과한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의 이야기는 역사가 한 사람의 인생을, 심지어 여러 세대의 인생을 뒤바꿀 수 있음을, 진실과 거짓을 가르는 선이 곧 삶과 죽음을 가르는 선이 될 수 있음을, 인간이 코앞까지 다가온 파멸을 보고도 그것을 못 본 체할 수 있음을 보여 줬다. 이러한 개념들은 1940년대 유럽을 배경으로 그 모습을 뚜렷하고 생생하게 드러냈다. 그런데 끔찍하게도 바로 우리 시대에 그와 비슷한 일이 다시 벌어지는 조짐이 보인다.”(11쪽)

한편 루돌프 브르바의 삶과 여정을 대략적으로 미리 가늠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이 책의 들머리에는 원서에는 없는 엄선한 화보와 알찬 캡션을 수록해 놓았다. 또한 그의 탈출 경로도 지도로 그려 수록해 놓았는데, 독서하는 데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저자

조너선프리드랜드

JonathanFreedland
영국의저널리스트,소설가,희곡작가다.옥스퍼드대학교와덤칼리지에서철학,정치학,경제학을전공했다.1990년에BBC에합류하여텔레비전과라디오를넘나들며뉴스리포터로,1993년부터1997년까지「가디언」의워싱턴특파원으로활동했으며,이후런던으로돌아와여러매체에칼럼을기고하는한편BBC라디오4의현대사시리즈인〈롱뷰TheLongView〉에출연하고있다.2008년에『뉴욕리뷰오브북스』에실린“Bush’sAmazingAchievement”라는에세이로데이비드와트저널리즘상을받았으며,2014년에는저널리즘에대한공로로오웰특별상을받았다.저서로BringHometheRevolution:TheCaseforaBritishRepublic(1998),Jacob’sGift(2005)같은논픽션을비롯하여샘본SamBourne이라는필명으로발표한아홉개의스릴러소설이있다.

목차

작가의말
프롤로그

1부준비
1장별
2장500라이히스마르크
3장추방
4장마이다네크

2부수용소
5장우리는노예
6장카나다
7장최종해결책
8장큰사업
9장하차장
10장기억하는자
11장비르케나우
12장그동안좋았어요

3부탈출
13장탈출은미친짓
14장러시아인의가르침
15장은신처
16장내백성을보내주거라
17장지하
18장도망
19장국경너머로

4부보고서
20장명명백백
21장성직자
22장제가무엇을할수있을까요?
23장런던이정보를얻다
24장헝가리식살라미

5부그림자
25장총과함께하는결혼식
26장새로운나라새로운잉글랜드
27장캐나다
28장빠져나갈길을알아요
29장공허에핀꽃
30장셀수없을만큼많은사람

후기
감사의말
옮긴이의말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그는살아남았고,더많은삶을갈망했다

이책은총5부로구성되었다.1부는루돌프브르바의성장배경,2부는아우슈비츠수용소에서보낸시간,3~4부는수용소를탈출한이후「브르바-베츨러보고서」를작성하여나치의가공할만행을세상에알리는과정,5부는제2차세계대전이후브르바의삶을다룬다.크게보면루돌프브르바라는이름으로다시태어나기이전과이후로나눌수있다(탈출이전까지그의이름은‘발터로젠베르크’였다).

1924년슬로바키아토폴차니의유대인집안에서태어난루돌프브르바는열일곱살때인1942년에당시나치에협력하고있던요제프티소정권의유대인말살정책에따라폴란드의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강제수용소로추방되었다.그는날마다수많은유대인들이죽어가는수용소의참상을목도하면서도좌절하고포기하는대신오직탈출만을생각했다.마침내열아홉살때인1944년4월7일,그는수용소내시체안치소에서일하고있던알프레드베츨러와함께탈출에감행하여성공한다.그들은아무것도모른채죽음으로향해가는열차에올라타는유대인들의추가적인행렬을막기위해그동안자신들이보고들은것을세상에알리고자보고서를작성했다.그것이바로유명한「브르바-베츨러보고서」다.브르바는어릴때부터남다르게특축했던기억력과암기력을바탕으로습득한나치의죽음시스템의실상과수용자들의삶을낱낱이보고서에담았다.그의보고서는화려한수사없이간결하고건조하며,감정보다는사실에중점을두었다.탈출이후국제체포영장이발부된상태였던그들에게보고서작성은사실상목숨을건과업이었다.그러기에보고서가알맞은사람에게전달되게하는것도쉬운일은아니었다.보고서는우여곡절을겪으며자신의여정을시작했고,그결과아우슈비츠의참상이세상에알려지기시작했다.

그러나이과정에서확인한연합국측의무능함과유대인지도부의미온적태도에그는크게실망하고분노했다.그는진실을세상에알리기만하면더이상의학살을막을수있다고확신했지만,사실을아는것만으로는충분하지않다는것을절감해야했다.사람들은보고서의내용을접하고도믿으려하지않았다.누구도경험한적없는공포에대해서라면더더욱그러했다.세상사람들은그의경고를믿고싶어하지도,듣고싶어하지도않았다.심지어수용소에있을때도인간의살이타는연기로가득찬공기를마시면서도진실을믿지않는이들이있었다.죽음을눈앞에두고도인간은진실을보려고하지않고자신의상황을합리화하는데탁월하기때문이다.그러나브르바는이모든사실을이해했음에도좌절하지않았다.전쟁이후그는체코프라하,이스라엘,영국런던,캐나다밴쿠버로옮겨다니며과학자로서살아가는가운데독일,오스트리아등에서열린전범재판에서전범의신원확인과증언을했다.늘삶을사랑했고,더많은삶을갈망했던그는2006년3월27일캐나다에서사망했다.

“루돌프브르바는20세기가장위대한탈출의마술사중하나였다.아우슈비츠에서탈출함으로써이전에어떤유대인도해내지못한일을해냈고그가본것을세상에알렸다.그리고비록아우슈비츠의그림자에서완전히벗어나지는못했지만충만한삶을살았다.그는공학자이자과학자였고남편이자아빠였으며결국에는할아버지이기도했다.브르바는세상과역사에홀로코스트의진실을알리는데기여했다.브르바덕분에수십만명의사람들이기나긴삶을살았고그들의자녀,손자,증손자가세상에나왔다.도저히다셀수없을만큼많은사람말이다.”(47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