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보는 선불교

새로 보는 선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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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종교학을 가르치는, 주목받는 연구자인 저자가 ‘직접성’과 ‘즉각성’이라는 선불교에 대한 전통적인 해석을 비판하면서, ‘매개’와 ‘주변부’ 개념을 중심으로 선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관점과 연구 방법론을 보여준다. 전통적인 관점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저자의 이러한 통찰과 해석이 독특함을 넘어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불교는 교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 개방성과 포용성, 그 결과로서 융합과 혼종을 특성으로 가진다. 따라서 동아시아에서 발전한 선종(선불교) 역시 다른 전통과 신앙, 사상 등과 뒤섞임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저자의 주장에 의하면, 8세기에 이르러 ‘돈교’가 선의 정통으로 대두하면서 주변으로 밀려난 주요 개념 가운데 하나가 ‘매개’다. 이 ‘매개’가 이 책의 핵심 개념이다.
직지인심直指人心ㆍ견성성불見性成佛을 종지로 내세우는 선은 대체로 공안 또는 화두를 통해 ‘단박에’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어떠한 전통적인 매개도 거부하고 집요하게 직접성(mediacy) 또는 즉각성을 주장한다. 이는 그대로 의례주의에 대한 비판, 성상파괴적이고 반율법주의적인 입장으로 이어졌고, 선의 전통으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수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킨 선의 가장 큰 특징이고 본질이라고 여겨졌다.
그런데 과연 그것이 선 전통의 실상일까? 저자는 이러한 선 전통은 허구이며 환상이라고 보고, 그런 선 전통은 해체되어야 한다고까지 역설한다.
저자는 선 전통에 관한 기존의 관념을 해체하고 선이 어떻게 하나의 전통으로 형성되는지를 새롭게 검토하기 위해서 방법론적으로 유연하고 열린 입장을 취한다. 그가 해석학적 접근과 수사학적 접근, 구조적 접근과 역사적 접근, 신학적 접근과 문화 비평적 접근, 문화인류학적 접근 등과 같이 다양한 방법론들을 활용한 것도 그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다양한 접근 방법들을 통해서 선 수행과 교리의 여러 차원들을 직접/매개, 돈/점, 중심/주변, 정통/이단, 해석/수사, 묘사/지시, 소통/수행 등과 같은 몇 가지 패러다임으로 구조화되는 양상들을 밝히려 한다. 이를 위해 그는 전통적으로 수행과 깨달음을 강조한 선에서 간과하거나 배제해 왔던 여러 상징(물)들, 즉 유물과 미라, 도상, 의례, 꿈, 성과 여성, 계율의 위반 등에 주목했으며, 선의 주변부에서 활동하며 선 전통의 형성에 영향을 끼친 경계적 인물들도 중요하게 다룬다. 이렇게 해서 ‘순수 선’은 이념적으로 구축된 것일 뿐임을, 실제로는 선이 다른 문화적 요소들과 정치 권력, 민간 종교나 토착 신앙 등과 밀접한 관련을 맺으면서 전통을 형성한 일종의 ‘혼종’임을 밝힌다.
저자는 주요한 연구 방법론으로, 구조 속에 숨은 상수常數들을 찾는 작업을 하는데, 이렇게 찾아낸 선의 주요 상수 중 하나가 매개성(mediacy)과 직접성(immediacy) 사이의 변증법이다. 달리 말하여 ‘점漸’과 ‘돈頓’, 즉 ‘매개 과정을 통한 깨달음’과 ‘매개 없는 직접적 깨달음’ 사이의 변증법적 긴장이라고 하겠다. 다원적이고 포용적인 선과 종파적이고 배타적인 선 사이의 변증법, 단선적인 시각과 집체적인 시각 사이의 긴장도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이 책은 새로운 연구 방법이나 접근 방법을 제시해 선불교를 더 폭넓게 다각도로 보아야 함을 일깨워줌으로써 성찰과 반성을 촉구한다. 또 여러 가지 패러다임이 변증법적으로 왕복하면서 하나의 전통을 형성하므로 그 변증법적 긴장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가 선의 전통을 이야기하면서 초기불교와 탄트리즘, 중국 및 일본의 토착신앙 등을 폭넓게 다룬 까닭도 여기에 있다.
저자

베르나르포르

BernardFaure
프랑스출신의불교학자다.1984년에파리제7대학에서북종선에관한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1983년부터미국의코넬대학교와스탠포드대학교에서가르쳤으며,도쿄대학교와시드니대학교등에방문교수로머물기도했다.2006년부터는컬럼비아대학교에재직하면서동아시아언어문화학과와종교학과의교수로있다.문화이론,인류학,젠더연구등에서영향을받은그는동아시아불교의여러양상을다루는데,주로선과밀교에중점을두고있다.저술로는이책외에도ChanInsightsandOversights:AnEpistemologicalCritiqueoftheChanTradition(1993),VisionsofPower:ImaginingMedievalJapaneseBuddhism(1996),TheRedThread:BuddhistApproachestoSexuality(1998),ThePowerofDenial:Buddhism,Purity,andGender(2003)등이있다.

목차

발간사·5/옮긴이의말·7/일러두기·18
저자인사말·19/줄임말·22

머리말·25
주변에서매개로·34/다양한방법론·36

1장차별적전통43
전통을추구한여섯조사들·45
제이의第二義·53
소외시키는전통?·61
친족관계로서전통·66
차이만들기·71

2장돈/점:느슨한패러다임82
의미론의분야·84
이념적(불)만족·91
현상학적분석·99
소실점?돈오의변이들·105
점오의관점·112

3장직접성의이중진리121
이중고·129
자연외도·133
방편·139
수단과목적·143
위계제에대한선의부정·145
중간계·151

4장선과민간종교168
이론적괄호·169
민간종교와그상관물·179
동아시아적맥락·183
원시에서선으로그리고거꾸로·194

5장주술사와그화신들(I)198
중국의주술적전통·199
마구니와불가사의:초기선의주술사들·202
사라지는매개자·206
주술사에대한불교의이중성·209
주술사길들이기·226

6장주술사와그화신들(II)232
꾀쟁이의출현·232
달콤쌉쌀한우정·239
선의주변에서·243
예술의하나로서광기에대하여·246
보살의이상·251
주술사의귀환·258

7장대역의변형들(I):유물263
사리숭배·272
성상파괴라는반동·283

8장대역의변형들(II):‘숭고한주검들’과성상들291
선의‘육신들’·295
의미론적진화·306
다툼의원인·313
혜능의두육신·316
카리스마와종파주의유포·321
성상과정상頂相·328
전수인가확산인가·336
대역의형상들·340

9장죽음의의례화344
죽음과사후를부정하는선·345
장례의역설·352
죽음을길들이는의례·353
예비단계들·354
경계단계:선의장례식·367
오염에서청정으로·384

10장꿈속의꿈들394
방법론적예고·394
아시아의꿈들·399
꿈은유·403
선종과꿈꾸기·406
꿈과성자전·415
꿈꾸는수행·416
묘에가기록한꿈들·417
현실적인몽상가·422
상승의꿈그리고반대의목소리·425

11장일탈:위반의한계433
사원의태만에대한이야기들·438
성性에대한선의태도·446
여성에대한이미지·448
평등의수사학·455
훌륭한여인들·459
잇큐와여인들·464
소돔과고모라·466
칼과국화·469

12장신들의귀환483
호전적인혼합주의·487
선의방법론적표상·490
아라한숭배·497
선과카미(神)·508
신과귀신그리고조상들·522

13장의례의반의례주의529
또하나의의례논쟁·530
의례주의에대한선의비판·535
선의전례典禮·543
기도하는선·546
어디에나있는의례·548
의례로서명상·549
생활의의례화·554
이념으로서의례·557
의례라는매개·560

맺음말·565
문제의이분법·577/매개의역설들·583

참고문헌·595
찾아보기·6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