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와 탈장르의 네트워크들 (탈근대의 서사와 담론)

장르와 탈장르의 네트워크들 (탈근대의 서사와 담론)

$16.05
저자

박진

박진(朴辰)

고려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현대소설을 전공했다. 1998년부터 문학평론을 쓰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2000년대 소설의 징후와 지형도를 파악하는 평문들을 발표하고 있다. 대표 평론으로 「달아나는 텍스트들」, 「익명의 글쓰기」 등이 있다. 저서로 『문학의 새로운 이해: 문학의 이동과 움직이는 좌표들』(공저, 2004), 『서사학과 텍스트 이론: 토도로프에서 데리다까지』(2005)가 있다. 현재 숭실대학교 국문과 교수로 있다.

목차

제1부 역사와 허구의 강렬한 접속: 팩션과 역사 서사물

1 우리는 왜 팩션에 열광하는가
2 역사추리소설의 한국적인 특수성
3 역사 서술의 문학성과 역사소설의 새로운 경향
4 대체 역사 서사물의 메타적 자의식

제2부 낯선 논리적 질서 속으로: SF 서사물

5 스팀펑크의 서사 담론
6 SF 제패니메이션의 하이브리드화
7 슬립스트림, SF와 문학이 만날 때
8 리보펑크의 리얼리티와 윤리적 쟁점들

제3부 타자성의 서사화: 공포 서사물

9 괴물 영화들, 주체의 타자성과 대면하기
10 공포 스릴러에 나타난 선악과 신성의 문제
11 권력의 공포와 모성 이데올로기의 붕괴
12 정신분석과 귀신이 만나는 두 가지 방식

출판사 서평

이 책은 최근 문학의 새로운 경향으로 다가오고 있는 대중적 장르 서사를 통해 우리 시대의 문화적 징후들을 해독해냄으로써 문학적 사유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장르 서사의 전통적인 양식보다는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변이형들과 새로운 경향들에 주목한다. 동시대의 두드러진 서사 현상들 속에서 사회문화적으로 의미 있는 메시지를 해독해내는 일은 미학적인 가치 평가를 수행하는 일 못지않게 중요하고 지적인 작업이다.
따라서 장르, 탈장르, 혼종 장르 등에 관한 서사학적 관심은 이 책의 주요한 테마를 이루고 있다. 장르들은 서로 서로 결합하고 뒤섞여서 수많은 변종들을 낳는다. 장르들 사이의 이종교배와 그로 인해 생겨나는 혼종적인 글쓰기(스토리텔링)의 풍부한 양상들은 우리가 ‘문학’이라고 부르는 것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장르 서사는 문학의 폐쇄적인 울타리 바깥에서 문학을 바라보는 시각을 제공할 뿐 아니라, 그 울타리에 집착하지만 않는다면 얼마든지 ‘문학적’이 될 가능성이 있는 드넓은 지대를 가리켜보인다. 이미 많은 텍스트들이 그 가능성의 지대를 넘나들고 있다.
저자는 우리 시대의 서사물들 속에서 현존 중심, 주체 중심, 인간 중심의 패러다임을 회의하거나 전복하는 담론들을 발견하고 구성해내고자 한다. 새로운 경향의 역사물, SF와 공포 서사물은 이런 담론들을 인상적으로 서사화하는 장르들이다. 역사의 실재성을 의심하고 그 속에 각인된 허구적 성격을 드러냄으로써 사실/허구의 위계적인 이분법을 허무는 최근의 역사 서사물, 지금-여기의 현실을 또 다른 논리적 질서 속으로 옮겨놓고 현존/부재(리얼리티/환상)의 대립을 의문에 부치는 SF 서사물, 합리성과 이성 중심의 사유를 뒤흔드는 공포 서사물은 이런 맥락에서 함께 논의될 수 있다. 탈근대의 담론은 근대적인 가치 체계와 의미 구조 안에서 어떤 대상에 대해 사유하는 것이 아니라 그 체계와 구조 자체에 관해 사유하는 담론이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탈근대의 담론은 (다른 체계와 구조를 대안으로 제시하지는 못하더라도) 그 메커니즘의 작동 방식과 완강한 고정성을 드러내 보이고 그것이 산출하는 의미화 작용의 한계를 가시화함으로써, 다른 사유의 가능성들을 타진해보게 한다. 이 책은 그런 가능성들을 다양한 장르 서사물 속에서 찾아보고자 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포스트모던 역사 서사물은 때때로 역사 바깥의 시선을 통해 역사라는 것을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보게 하며, 외계인, 괴물, 귀신 등등 온갖 타자들이 우글거리는 SF와 공포 서사물은 미지의 존재들과의 조우를 통해 인간의 바깥, 개체적 단일성의 바깥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낯설게 바라보게 한다. 이런 시선은 우리가 무슨 수를 써도 도무지 발을 뺄 수 없는 인간적인 현실과, 필연적으로 거기에 묶여 있을 수밖에 없는 의미의 세계에 충격을 가한다. 그 충격은 나를 중심으로 세계를 구성하고 의미를 구축하는 주체의 안정된 자리를 붕괴시키고, 주체를 타자로서 바라보게 하는 관점의 전환과 맞물려 있다. 어쩌면 그것은 불편하거나 고통스러운 일일지도 모르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안에서 본 시선과 밖에서 본 시선 사이의 타협 불가능한 충돌 속에 끼어 있는 존재로서 우리 자신에 대한 인식을 심화시키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인간의 윤리와 타자 윤리의 문제는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