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는 차별을 없앨 수 있을까 (나쁜 차별과 사회가 정당화하는 차별)

진보는 차별을 없앨 수 있을까 (나쁜 차별과 사회가 정당화하는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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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윤리와 이념 너머로
차별과 폭력 솔직히 바라보기
기본적으로 우리는 차별을 나쁜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사회에 존재하는 차별은 사람들의 나쁜 심성이나, 잘못된 사회구조 때문이라고 여긴다. 따라서 인권에 대한 의식이나 감수성 부족, 기득권층의 주도적 지배 등등에 원인이 있으므로, 사회가 진보적으로 바뀐다면 차별은 사라질 것이라 믿는다. 즉 그것은 법과 제도로써, 그리고 합리와 이성에 근거한 계몽으로써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다. 차별금지법 제정이 그런 시도의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철학자 김진석은 이런 식의 이해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지금 사회에서는 팩트들 자체가 폭력성을 띠며, 서로의 권리가 확장되면서 충돌하고 있다. 인권이나 평등 같은 기준으로는 해결난망한 ‘넓은 의미의 차별’이 늘어나는 것이다. 차별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요청되는 대목이다.

자유와 평등이 확대되었지만, 위험에 대한 감수성과 안전에 대한 욕구도 커졌다. 서로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연대하는 근대적 자유주의는 더 이상 과거처럼 지속되기 어려워졌다. 진보적 이념을 재생산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지점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고, 그것만으로 충분한 세상은 저 멀리 지나가고 있다. (…) 이 책은 착한 의지와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는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자 한다. 갈등에 의해 유발되면서 다시 갈등을 구성하는 폭력이 사회에 완강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마주하고자 한다. -‘들어가며’에서
저자

김진석

독일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철학박사학위를받았으며,현재인하대학교철학과에재직하고있다.철학자와문학비평가의길을가며텍스트를분석했지만,텍스트해석만으로는세상이보이지않았다.정치로서의삶과직면해야했다.계간『사회비평』편집주간,저널룩『인물과사상』과계간『황해문화』편집위원을역임했다.저서로는『HermeneutikalsWillezurMacht』『탈형이상학과탈변증법』『초월에서포월로』『니체에서세르까지』『이상현실·가상현실·환상현실』『폭력과싸우고근본주의와도싸우기』『소외에서소내로』『포월과소내의미학』『기우뚱한균형』『니체는왜민주주의에반대했는가』『더러운철학』『우충좌돌』『소외되기-소내되기-소내하기』『강한인공지능과인간』등이있다.

목차

들어가며:넓은의미의폭력적차별,그해결난망에대하여

1부차별금지법은차별을해결할수있는가

1장두가지형태의차별,차별금지법으로다룰수있는것과그렇지못한것
평등과인권의잣대로따질수없는차별
거대담론에치우치기보다사실에스며든폭력을직시해야

2장‘팩트폭력’과폭력적인팩트들
사회구조가이미차별적인현실인데
싫어도부정하기힘든사실,폭력적이고추한그팩트
‘팩트제시’+‘폭력가하기’

3장차별금지법만만들면차별은해결되는것일까
차별을법으로금지하는일의어려움
약자우대조치는또다른강자우대가될수도있다

4장혐오표현을법으로금지하면충분한가
평등이절대적규범은아니다
평등과자유라는기본권너머의혐오표현

2부폭력에의한,폭력적인주체의탄생

5장팩트는어떻게폭력성을띠게되었나
사실이모호해지고사라지는세가지이유
팩트에서느껴지는폭력의맛

6장자유와평등이부족해생기는차별,그것들이확대됨에도생기는차별
꼬리문여혐ㆍ남혐논쟁의정상성ㆍ비정상성
인권에반하는나쁜차별과사회에의해정당화된차별
기회는공정할수없고,과정도공정할수없다

7장폭력적사실로서의성정체성-젠더,트랜스젠더,그리고인간성
차별금지법제정에도반대하는급진적페미니스트
성적구별로부터의해방이일어나야
진술과행위사이,허용과규제사이

8장학력앞에서보수와진보는차이가있는가
경쟁사회에서핵심자산이된고학력
능력주의평가시스템이라는문제
평가시스템의이중성에갇힌회색의교육공간

9장좁은차별과넓은차별,그리고폭력에의한,폭력의주체
구조적문제와갈등으로서의차별이중요한이유
공평한고통이그나마가장공정한것이라는생각
‘적극적이고정의로운’폭력의주체

3부위험과갈등,주체를넘어시스템의관점에서

10장커뮤니케이션은단순히‘소통’이아니다
‘어르신’과‘틀딱충’이같은대상을지칭하는이유
커뮤니케이션은동의나합의를목적으로삼지않는다
커뮤니케이션자체가일종의시스템

11장갈등도일종의사회시스템이다
시스템의관점에서갈등을바라보기
갈등은사회시스템의진화과정에서생겨난다
갈등은사회의면역력을강화한다
사회시스템으로서의폭력에대응하는법

12장갈등의복잡성
복잡한사회에서발생하는복잡한갈등
복잡성의형태와이중의복합성
사회라는전체를구성하지않은채,움직이는부분들
시스템의관점을보완하는네트워크

나가며:폭력의객체이자주체가마주하는것

ㆍ참고문헌
ㆍ주석
ㆍ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넓은의미의차별’이란?
저자에따르면,차별에는‘좁은의미의차별’과‘넓은의미의차별’이있다.전자는우리에게익숙한성차별이나동성애차별같은것이다.이것들은차별금지법같은제도로써규제하고개선해갈수있다.문제는후자다.이는“사회에서여러이유로‘정당하다’고인정되거나묵인되거나심지어생산되는차별이다.”
예컨대,회사가되도록우수한인재를뽑고싶어하는건당연한일이지만그런일들이학력및능력에따른차별을만들어낸다.부모들이되도록자녀들에게좋은교육을시키려하는것도당연하지만,그러면서학력의격차가자연스럽게발생하고차별로이어지게된다.집을살때가능한한주변환경이좋고미래에가격이상승하리라여겨지는곳의주택을사는것도누구나에게권장되는일이다.그러나그런행위들이합쳐져부동산가격의격차가생기고차별적갈등도발생한다.이런문제들은인권에기대는식으로비판하고해결할수없다.
우리는정당한권리를부당하게억압하는것을차별이라이해하며,그런것들은쉽게‘나쁜차별’로분류된다.하지만앞서의차별들은오히려권리를정당하게행사하는가운데발생한다.이것은도덕적원칙이나이념으로해결될수없다.

피해자구제가또다른피해자를만들어내는모순
이러한차별을없애는일의어려움은‘적극적우대조치’의한계에서도드러난다.기회의차원에서차별을받는소수집단에게가산점을주거나또는따로기회를부여하는것이적극적우대조치다.이조치는차별을시정하는좋은제도로여겨진다.그런데“소수에게더기회를준다고할때어떻게그소수에게그기회를‘공평하게’배분하느냐”는문제가존재한다.
예를들어,주로대도시의학생들이‘SKY대학’에진학하는현실을바꾸기위해농어촌을대상으로적극적우대조치를도입한다고하자.이경우에도성적을기준으로선발하게될것이다.시험성적에의한기존제도의폐해를조정하기위한조치를실행하려고하는데,다시농어촌지역에서도성적우수학생에게만기회를주는셈이된다.여성이나장애인이나다른소수집단이대상인경우도마찬가지다.이렇게“약자와소수에게기회를부여하는일이다시그가운데에서능력있는사람과강자를우대하는일이되는것은분명히문제다”.
능력주의로인한차별을해소하는과정에서도능력주의를택할수밖에없는건능력주의가사회구조의일부로서존재하기때문이다.그리고능력있는사람이나은대우를받는다는사회의‘팩트’자체가이미차별을담고있다는사실이넓은의미의차별(혹은사회가정당화하는차별)을풀기어렵게한다.

팩트자체가이미폭력이고차별이다
요즘유행하는신조어인‘팩트폭력(팩폭)’도이런관점에서분석될수있다.‘팩폭’이란“넌뚱뚱해”“넌못생겼어”처럼상대가아파할만한사실을대놓고말하는행위를말한다.그런데이런행위가폭력이되는건그‘팩트’가이미폭력으로작용하는사회적환경이나구조가있기때문이다.지방대생이라거나수시로입학했다는것은그냥객관적사실일뿐이지만,성적위계구조의아래에놓이는현실의맥락에서‘지잡대’니‘수시충’이니하는표현으로팩폭을당하게된다.누가부유한지가난한지하는사실도비슷하게폭력적으로작용한다.팩폭이늘어난다는것은객관적사실들에도폭력성이점점더많이스며들고있다는의미로볼수있다.

팩트폭력은사회적사실들이이미폭력성에잠식된과정의결과나증후라고해석될수있다.사실들이가진다고여겨졌던객관성이나합리성이나공정성이일정정도이상으로의심될때,그것들(어떤수준의학력,어떤수준의재산,어떤능력,어떤젠더,어떤지위,어떤국적등)은폭력성에잠식된다.이런사실들은사회제도내부에서묵인되거나인정되거나정당화된것이지만,사람들은그것에대해이중적인태도를보이며그이중성은폭력적인방식으로지시되고인용된다.시험에참여해서받은어떤점수와스펙은사회적으로인정되고정당성을가지는사실이지만,입학과고용과정에서그점수(등급)와사람의능력에대해차등적이고차별적인효과를가진다.이폭력적인사실들은기본권의침해와연결될경우도있지만,많은것들이넓은의미의차별과상관관계에있다.-81쪽

사회의폭력을마주하는어려운길
저자는이책에서집요하게차별의문제를좇는다.혐오표현,팩트폭력,학력경쟁,차별금지법,공정성논란,급진여성주의자에의한트랜스젠더차별,능력주의평가시스템등의문제를철학적·사회학적으로분석·성찰하며,그안에서차별과폭력의문제가얼마나복잡하게꼬여있는지를낱낱이보여준다.진보적방향의정책을꾸준히추구한다고해서,또사람들이정치적올바름을갖추고‘의식있게’행동한다고해서이런문제들은사라지지않는다.
해결책이궁금해질법하지만,저자는성급한대안제시에는선을긋는다.정상적이고바람직한사회시스템도차별과폭력을만들어낸다는사실을직시하는것만도쉽지않은일이기때문이다.그래서이책에서는섣부른대안보다는차별과폭력의다양한양상을마주하고또마주한다.이런현실앞에서어떤실천태도를가져야할지는그후의과제일것이다.

다양한형태의위험하고폭력적인사실을인식하는일은,그것이무참하게확대되는광경을그냥맥없이쳐다보는일과는다르다.현재사회에서역사적성과로인권은확대됐고,안전도점점중요해졌다.각자자신의행복을추구할수있다.그럼에도불구하고,사람들을객체로만들면서또주체로만드는많은사실들이알게모르게폭력성을띤다.사회시스템들이그사실들을생산한다.이사실을견디거나그것과싸우는일이중요하다.그러기위해선,일단그존재를인정하는겸손이필요하다.
우리는이제겨우자신이폭력에의해대상화되면서주체로서구성된다는폭력적인사실을직시하기시작한다.이제이사실앞에서우리의실천하는태도를제대로다듬고키울때이다.-38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