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댓글창에서는무슨일이벌어지고있나
2000년대초온라인게시판에서시작된댓글시스템은우리나라인터넷역사에서손꼽을만한사건이었다.댓글창은게시물원문의질을향상시키고이용자간유익한소통기회를만든다는긍정적기대로출발했으나,실제로는나와생각이다른이들을증오하고공격하는공간이된나머지,댓글은‘손가락간접살인무기’라고불릴지경이됐다.이러한댓글저널리즘이작동하는환경을보면현재의댓글시스템이얼마나쉽게오염되는지알수있다.뉴스생산자입장에서는댓글을대중의주류정서라고여겨쉽게무시할수없고,뉴스소비자는댓글창에나타나는주류감성을확인하며안전하게군중속에머무르고싶어한다.이런환경아래,댓글여론을형성하며자신의영향력을확인하는재미에중독된소수댓글러와이들을움직이는세력이똬리를틀게된다.
네이버뉴스에댓글을쓰는이는1000명에세명정도이고,미국온라인커뮤니티의경우1%의사용자가전체분쟁의70%를일으키고있다는통계는,소수가극단적의견을과대대표하고있다는것을보여준다.(본문20,23쪽)이것이특정집단의이익을위해댓글알바를동원하는사이버여론조작의유혹이자라난뿌리다.네이버가2004년뉴스댓글기능을선보인뒤,댓글의영향력이커지자급기야국가기관마저댓글여론조작에가담하게된다.이명박전대통령의지시로국정원과경찰청이나선댓글공작사건,드루킹댓글조작사건등이그것이다.또‘악플여론’을정치적으로활용해,혐오로무장한댓글부대와결탁한일부정치권은젠더갈등이라는키워드를띄우고여성가족부를폐지하기에이른다.
악플이단순히댓글놀이수준이아니라‘사회적살인’이라불릴만큼무서운이유는,극단적이고과잉된감정이엄청난폭발력을지닌집단광기로확장되기때문이다.이때타깃이되는누군가를마녀사냥하듯죽도록패는몰매의성격을띤다.이른바사이버불링(cyberbullying:사이버공간에서발생하는폭력적행위)이라는문화다.이는피해자를사회적으로매장하는수준을넘어실제로죽음에이르게한다.2022년배구선수김인혁과인터넷방송인잼미님,2020년배구선수고유민,2019년여성가수설리와구하라,2008년배우최진실등이사이버집단괴롭힘으로극단적선택을했다.
악플러는누구이며어떻게탄생했을까
악플러심리와성격연구에따르면나르시시즘,마키아벨리즘,사이코패스기질이선천적악플러와연관성이높다고한다.상대입장을배려하지않는이세가지특징에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남의불행이나고통을보면서기뻐하는심리)라는인간의본능이더해지면,타인의고통에서쾌감과위안을얻는행위에중독되는악플러가탄생하게된다.이런악플러들은불행해서행복해지고싶은보통사람들이지만잘못된선택을함으로써결국‘패배자의삶’을사는불쌍한사람들이다.후천적악플러를길러내는핵심요소는우월감,반사회성,반지성주의다.함께살아가는법을배우지못해사회화에실패한이들은객관적사실보다는자신의생각을판단기준으로삼는미성숙하고자기중심적인사고,감정적이고폭력적인성향이발달하게된다.또한편“요즘은다수의무리에끼고싶은욕망에자발적으로굴복한이들이선동의배에올라타악플러로재탄생하는경우가늘고있다.악플러열에여덟은생각없이휩쓸리는사람들”(본문50쪽)이라고저자는말한다.이들은많은사람이공감하는듯한의견에무비판적으로동조함으로써군중심리에불을붙인다.그러나이런악플러들은결코끔찍한괴물같은존재가아니다.“낮에는멀끔한사회인이었다가밤에는열폭(열등감폭발)하는악플러로변신하는이들은바로우리곁에있다.”(본문145쪽)
악플에묻어나는혐오와증오의칼끝은쉽게상대적약자를향하게된다.남성중심사회에다성별권력이고착화한우리나라에서마음껏공격해도좋은여성을낙인찍어마녀사냥하는게임이탄생한이유다.‘된장녀’‘김치녀’‘꼴페미’등여성혐오적악플을다는남성들이늘고,‘알파걸’같은강한여성의등장에과도하게호들갑을떠는것도바로그래서다.심화하는빈부격차,양극화하는사회구조탓에평범한꿈마저실현하기힘들어진청년남성은,권력우위에있는남성집단에강한소속감을부여해줄사이버세상의원초적남성사회로회귀하는경향을보인다.이렇게온라인에모인남성들은‘강한남자’판타지를추구하며유대감을쌓는한편,남자들이더살기힘든시대가됐다는‘억울한남자’프레임을동시에밀어올린다.이것이‘기-승-전-군대’발언이유행하는배경이다.이에저자는,이런청년남성의좌절감에대해“이들이알파걸들에밀려날까봐과보호하고(…)가부장적남성성의가치를지켜내려했을뿐”(본문64쪽)인우리사회의책임을거론한다.
왜우리모두댓글폭력의공범인가
플레이어에게도전과제를부여하고즉각적인보상을주는게임의속성은,모든소통을승패가갈리는전투로인식하게만든다.댓글창에서공격적행위를하고도죄의식이없는건상대에게타격감을날리는행위자체가효능감을주기때문인데,사람을가상의캐릭터처럼비인간화하는경향은인간을리셋하면그만인게임처럼보는탓이다.
뉴스도댓글처럼재미와흥행에몰두하는시대인만큼포털이라는플랫폼이좌판을깔면언론은여기에입점해본격적인호객용기사를선보인다.댓글러가참전할수있도록대중이물어뜯어도좋을사냥감을제공하는것이다.재미없는게임은할필요가없듯,자극이나흥미요소가덜한기사는선택될확률이낮아진세상에서는언론도국민감정을자극하는스토리텔링,대중의감정에너지를건드릴만한서사를공급하게된다.
‘밈’놀이도게임적세계관에젖은댓글문화의핵심구성요소다.인터넷에서특정맥락을갖고유행하는사진·영상·댓글등의디지털콘텐츠를이용자들이재가공하며퍼뜨리는행위‘밈’.이를유행시키기만하면대중을사로잡을수있다는생각은한국정치판에페미,멸공,좌파,종북같은‘밈’들을유행시켰다.밈놀이에더욱빠져들게하는건필터버블(filterbubble:자신의취향과성향에맞는콘텐츠만추천하는알고리즘에의해걸러진정보가거품처럼이용자를가둔다는개념)과에코체임버(echochamber:이용자가선호하는내용만반복적으로소비함으로써반향실에갇히는원리)효과다.(본문129쪽)두개념모두관점의확장이아니라기존입장을강화하는데기여하므로,이용자의사고를점점더극단화한다.이런세상에서‘우리’와‘그들’의구분은점점심해지고,상대를향한적의와혐오수위는끝없이올라갈뿐이다.
상대를악으로규정해야내가휘두르는폭력이정당화된다.이를알아챈선동유튜버,인플루언서,정치인등은사람들이죄책감없이칼춤을출수있도록타깃의악마화에온힘을쏟는다.그분노와혐오의종착지가바로댓글창으로,이공론장을변질시키는주체는‘프로보커터(provocator:선동가)-트롤(troll:관심구걸꾼혹은깽판꾼)-적극적방관자-소극적방관자’로구조화되어있다.(본문135쪽)프로보커터의역할은사람들의분노를결집시키고불을뿜어내도록타깃을조준해주는것이다.분위기에휩쓸려악의적댓글을다는이들은트롤이다.트롤군단은프로보커터가의제를만들어던지면댓글,온라인커뮤니티등을전전하며사람들의관심을끌기위한수많은게시물을쏟아낸다.
이들의행위가사회적이슈가되면이에관한조회수낚시기사를써대는언론,이와관련한여론동향파악에만신경쓰는정치권,공론장의건강함을유지하도록노력할책무가있는지식인등은적극적방관자에다름아니다.낚시용기사를무비판적으로클릭하고소비하는사람들,댓글창의폭력성에눈살을찌푸리면서도팔짱만끼고있는우리모두는소극적방관자이자댓글폭력의공범이라고저자는말한다.
디지털공론장을망가뜨린토양은무엇인가
2021년한해동안네이버뉴스모바일편집판‘랭킹’카테고리에포함된기사총51만여건을분석한결과는참담하다.100만뷰를넘은기사들이많지만,조회수50위이내뉴스대다수가연예인·유명인관련사건·사고와온라인커뮤니티발논란,성적인코드를담은것이었다.(본문151쪽)기사를클릭해야내용을볼수있는디지털플랫폼에서더많은조회수를유도하려고‘제목장사’에나선언론이스스로초래한결과다.여론을조작,선동하려는악플러일수록댓글활동에열성적인탓에언론입장에서이들의존재는필요악이다.이들을끊어내기보다적절히활용하는편을택했다는점에서악플러와언론은서로를먹여살리는공생관계가되었다.
여론을형성할때객관적인사실보다개인적인신념과감정에호소하는것이더큰영향력을발휘하는현상인탈진실(posttruth)이횡행하는시대상도공론장을망가뜨린토양이다.댓글창에서벌어지는‘아무말대잔치’는탈진실시대를구성하는대안적사실이객관적사실의영역을치고들어와이제는1인칭관점의진실이버젓이뉴스가되는세상이니말이다.여기다혐오과몰입정서가바이러스처럼번지는세태도디지털공론장을망가뜨리는데한몫했음은물론이다.
한국사회가불안·분노·혐오를층층이쌓이게하는고밀도사회여서스트레스유발요소투성이이고,끊임없이타인과나를비교하게만드는초연결사회의과시문화가팽배하다는점도빼놓을수없겠다.남과비교해내가못가진것에비관하는사람들,가망없는자신의현생을돌보기보다가상현실에몰두하는사람들이댓글활동에중독되고악플러가되어가는것이다.여기에포퓰리즘이파고든다.어딘가소속되길갈망하는불안한영혼들은포퓰리스트에게가장좋은먹잇감이다.이들은위기·불안·두려움을극대화해외로운사람들을혐오라는감정으로묶고,소수자계층에대해혐오발언을하도록대중을선동한다는점에서매우큰문제다.
오늘날온라인공론장을우리가제대로지키지못한데는한국사회의시민성이단단하지않은탓도있지만,플랫폼과언론의책임을결코빼놓을수없다.포털-뉴스-댓글이한덩어리로움직이는한국의독특한뉴스댓글시스템은,일반적으로댓글에서기대되는순기능이발휘되기힘들게만든다.플랫폼은공간을제공하는것이지뉴스콘텐츠를생산하는곳이아니라는핑계로포털은그책임에서빠져나가면서도“뉴스와댓글은알짜수입원이며,댓글창에불이날수록움직이는돈의규모역시커진다.댓글창을포기할이유가없”(본문203쪽)는것이다.“반대로독이든성배를마신언론은점점더포털에종속됨으로써독립의기회에서멀어지고,포털과의거래에서도유리한고지를점하기힘들어졌다.남은것은포털좌판에서기사를팔겠다며밤낮으로혐오를전염시키다가기레기혐오를돌려받는업보뿐”이라고저자는지적한다.
황폐해진공론장을재건하기위해무엇을해야할까
오늘날온라인공론장에서난동을부리는악플과처참한댓글에환멸을느낀시민은자신만의밀실로숨어들었다.그러나자기의견이소수라생각하는사람들이입을다물면결과적으로드러나지않는의견은실제로소수의견으로전락하게된다.그렇기에대항발언(counterspeech)의중요성이어느때보다커졌다.혐오·증오표현에맞서는전략을의미하는대항발언이란모욕적인발언을맞받아치기,전복하기,해체하기등을말한다.
저자는“직접악플피해자가되지않더라도누군가사이버공간에서피해를입는현장을숱하게목격할수있는시대”라면서“여론을조작하고비겁한마녀사냥에나서는사회곳곳에뿌리내린혐오세력의실체를파악했다면,이제는정말제대로맞서야한다.그시작은우리사회의‘혐오인지감수성’을키우는일”(본문241쪽)이라고강조한다.즉“개인의의견과악플의경계가흐릿해지는상황에서단어보다는내용과맥락의문제로혐오를구분해내는인권감수성이따라와야한다”(본문242쪽)는것이다.
네이버뉴스가2022년4월기사에대한반응버튼을긍정표현으로만채우는개편을단행한것만으로도이용자의악감정표현자체가절반수준으로떨어졌다고한다.『뉴욕타임스』『월스트리트저널』『워싱턴포스트』등은기사주제를벗어난댓글,누군가를공격하는댓글,고의로퍼뜨리는허위정보나조직적움직임이포착된댓글등을가차없이삭제한다.표현의자유라는가치를지키기위해이용자에게책임을다할것을당당히요구하며,룰을준수한이들에게만공론장을사용할권리를부여하는것이다.
저자는“‘타인의입장을배려하고공감하자’라는건하나마나한말”이라면서“공감이오히려혐오를불러일으키는역설을이해하는것이먼저”(본문249쪽)라고말한다.현재온라인공론장에서이뤄지는타깃색출과악플공격의밑바탕에자리한건공감능력부족이라기보다는자신이친밀하게느끼는이들에게편향된과도한공감이다.즉,“현재공론장의근본적인문제는소통과정에서오직‘나’밖에남지않은일방향성이초래한측면이크다.(…)점점더날이선공격적인댓글창,누군가를저격하는콘텐츠의범람은그결과물”이라면서“있는힘껏상대의의도를왜곡하고이해하지않으려노력하는한편,오직진실한것은나의의도뿐이라고고집부리는메커니즘속에문해력위기의본질이담겨있다”(본문255,256쪽)고말한다.
악플이위험한이유는단순한폭력행위이기때문이아니라한사람의사고와인지를뒤틀리게만들기때문이라는저자는“댓글창에자신의동조세력이조금만줄어들거나상식적인시민의피드백이늘어나면악플부대의공격은눈에띄게감소하는것을볼수있었다”며“댓글창에대한무관심과몰이해는공론장을망가뜨리는최악의적”(본문257,258쪽)이라고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