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후유증 : 가지 않는 과거, 오지 않는 미래

민주화 후유증 : 가지 않는 과거, 오지 않는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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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타협적 민주화’와 그 후유증의 극복
끔찍했던 군부 통치를 청산하고 정상적 민주시대의 문을 연 지도 어언 30년. 그런데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세상은 정작 어떤가? 제각기 진영에 갇혀 극단적 갈등과 분열로 고통받고 있는, 혐오와 증오의 적대 정치에 몸서리치고 있는 우리 자신들의 모습만 한가득이다. 도무지 어디서부터 잘못됐길래 이 모양 이 꼴인 걸까. 이런 현실에 무엇보다 가장 큰 책임이 있을 국힘과 더민 두 진영은 그럼에도 오랜 동안 면면히 그리고 이 순간에도 서로 치고 받으며 끄떡없이 존재한다. 이 지긋지긋한 우리 정치상황에서 먼저 확인되는 것은, 현재의 자기 권력을 위해 상대에게 맹목적 반감을 불러일으켜 얻은 추한 부당이득을 동력으로 굴러가는 ‘적대적 공생체제’다.

적대적 공생 체제는 일방이 겉으로는 상대방의 타도를 원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사실상 타도할 능력도, 의지도 없이(그럴 능력이 있었다면 벌써 누군가 승리를 쟁취했을 것이다), 결국 지지자를 사이비종교의 신도처럼 만들어 ‘자기 진영에 대한 맹목적 지지=상대 진영에 대한 적대적 반감’만을 원하게 된다. 애초엔 그런 맹목적 지지도 상대 타도를 위한 것이라고 선전ㆍ선동하겠지만, 그것이 불가능하게 됐을 땐 일상적으로 ‘공생’하며 정치적ㆍ물질적 부당이득을 챙기려는 목적만 남게 될 것이다. (206~207쪽)

서로 적대하는 두 세력이 “퇴행적ㆍ위선적인 강성 이데올로기로 민주화 이후에도 여전히 정치적 주도권을 행사함으로써” “정상적인 민주체제의 발전이 만성적으로 저해”(207쪽)되는 이 현상이야말로 ‘민주화 후유증’이라 부를 만하다. 이상적ㆍ혁명적 민주화였다면 아예 없었거나 짧게 겪었을지도 모를 후유증 말이다.
저자

김욱

광주일고와연세대학교중어중문학과를졸업하고연세대학교대학원법학과에서석·박사학위를취득했다.서남대학교에서헌법,법철학,독서와토론,글쓰기와자기표현등을강의했고,사법시험출제위원을역임했으며,국회헌법개정특별위원위자문위원을맡고있다.『프레시안』,『대한변협신문』,『한겨레』,저널룩『인물과사상』,『월간인물과사상』,『오마이뉴스』등에많은평론을썼다.주요저서로는『아주낯선상식』,『악플을달면판사님을만날수있다고?』(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2014년3월청소년권장도서),『누가이순신을쏘았는가』(제1회황금펜영상문학상우수상),『법을보는법』(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2009년6월의읽을만한책),『교양으로읽는법이야기』(2007년문화관광부교양도서),『그순간대한민국이바뀌었다』(2006년문화관광부교양도서)등다수가있다.현재는퇴직후책읽기와글쓰기에전념하고있다.

목차

머리말

서론:당위의역사와현실의역사

제1장민주화역사다시읽기
1.국민의힘,그역사적정체성은무엇인가
2.‘타협적민주화’와3당통합신당민자당
3.민자당,전두환민정당의승계인가청산인가
4.민자당이후,전두환의민정당과얼마나단절하려노력해왔는가

제2장국민의힘,파시즘과보수의동거
1.파시즘과보수·우파
2.파시즘과보수·우파가혼재하는국민의힘세력
3.국민의힘,파시즘과보수·우파의단절은가능한가

제3장더불어민주당,민주화역사의왜곡과독점
1.김영삼의민정당부정과노무현의새천년민주당부정,누구의역사관이옳은가
2.더불어민주당‘운동권’의‘행방불명된이념’과민주화논공행상의독선적독점
3.‘반영남패권주의∈민주화’후유증과더불어민주당의호남가스라이팅고착화

제4장‘적대적공생’체제의극복을위하여
1.파시즘시금석:5·18광주학살과전두환의민정당
2.민주화후유증:‘적대적공생’의늪에빠진당파정치
3.타개:국민의힘과더불어민주당의뿌리의식은타당한가
4.해결책:민주주의조건으로서의복수정당제

제5장가지않는과거,오지않는미래
1.윤석열의‘자유’민주주의의추억
2.호남의국민의힘지지는가능한가
3.어떻게‘타임루프’대한민국을벗어날것인가

결론:역사인식의전환과정치체제의정상화를위하여

에필로그:<기생충>의시대,무엇을할것인가

출판사 서평

‘타협적민주화’라는절묘한한계

저자는우리의‘5공청산’과‘민주화’역사를꼼꼼히되짚어봄으로써,이후유증이‘타협적민주화’라는우리민주화역사의근본성격에서비롯된것이라는결론에도달한다.직선제개헌요구로써6·29선언을받아내고,군부일원의집권연장일망정이를쿠데타가아닌선거로허용했으며,‘5공청산’을강제해청문회를끌어내고,민정당세력타파압박을3당합당이란출구로열어가는등등에모두절묘한타협과정이있었음을직시한것이다.즉,우리의민주화는민주세력의지난한비타협적투쟁으로마침내이뤄낸승리가아니라민주세력과반민주세력간힘의균형점에서어렵사리일궈낸‘타협적민주화’라는것이다.

만약우리역사가타협이아닌민주세력의일방적승리였다면6·10항쟁으로6·29선언을받아낼게아니라전두환정권을타도했어야했고,5공청산청문회로끝날일이아니라전두환·노태우일당을혁명재판으로처단했어야했으며,3당합당이아니라민정당을해산하고인적응징을했어야했다.유감스럽게도이모든혁명적청산이가능할정도로민주세력의힘이크진않았다.즉원했든원치않았든현실의역사는타협의과정을걸을수밖에없었다.그러니이상의역사를내세워현실의역사에이상적화풀이만하는건부질없는정신적사치일뿐이다.(47~48쪽)

이런통찰은우리민주화에대한그간의일반적·상식적관점의일대전환을요구한다.무엇보다도저자는1990년김영삼의‘3당합당’을야합이자배신으로매도해온건우리의민주화가‘타협적민주화’라는사실을받아들이지못한결과로,매우부당하다고주장한다.왜?“3당합당은6·10항쟁의연속선상에있는사건이자,‘전두환5공청산’이라는민주화과업의일환을타협적방식으로해결해낸역사적사건”(45쪽)인때문이다.집권중이었던노태우의민정당이전두환의민정당과단절하는자기부정을거쳐민자당을탄생시켰고,그민자당의김영삼은5공잔재를일소하는데기여함으로써민주화진전에당당히일익을담당했던것이다.

오만한‘민주화공로’독점

여기서새롭게(?)재발견하게되는사실은“결정적으로는정치‘제도권’과온국민이참여한민주적·합헌적선거를통해민주화를이뤘으며,그런의미에서심지어반민주세력도타협적민주화의한축이었다”(297쪽)는점이다.
우선,그타협적민주화가운동권의투쟁과혁명이아닌“제도권정치인들의주도적타협으로자본주의적민주주의를정상화하는개헌과국민의선거참여로이루어졌다”(154~155쪽)는사실이중요하다.이는민주화의실체적내용과관련해이른바‘운동권’이념은아무런기여도한게없으며,따라서타협적민주화의주체는어디까지나운동권이아니라‘전체로서의국민’임을말해준다.그런데도일부더민당운동권(출신및지지)세력은마치민주화공로를독점해마땅한양독선적행태도마다않아왔다.

운동권(지지세력)의자아도취망상에그원인이있다.그들은자신들이민주화역사의모든정의를독점할만한자격이있다고생각한다.지금내가말하듯,국민이‘타협적민주화’역사의주역이고,자신들은사회주의·공산주의이데올로기로혁명을꿈꿨지만,그운동이민주화의길을여는데결과적으로도움을주었을뿐,자신들이이루고자한현실혁명에는실패했으므로,이념적으로저항적민주화역사의주변세력이었다는사실은추호도상기(인정)하지않는다.(161쪽)

그들운동권이민주화에기여한공로가전혀없다는주장이아니다.투표행위로써민주주의헌법이념을정상화해가는타협적민주화의과정에서,그주역은어디까지나일반국민이었지운동권이아니었단것이다.그런데도운동권세력이스스로에게과도한논공행상으로써민주화공로를독선적으로독점하려는행태를보이는것은도덕적우월감에젖은오만함을넘어역사적사실에대한왜곡에다름아니다.제대로따지자면,“국민이그들에게해준유공자대우는이미차고넘친다”(163쪽)고저자는말한다.

민주주의의전제조건,복수정당제

민주화의한축민자당을승계한국힘은따라서민주화에대해자폐적콤플렉스를가질이유가없다.오히려그러한역사적사실로부터민주주의에대한자긍심을회복해“민주정당으로서불완전한부분을채워역사적으로희미해진민주적정통성·정당성을복원·강화해야한다.”(299쪽)이로써민정당승계로간주해왔기에국힘을거부해왔던명분도,호남의더민당일당지배를합리화할명분도무의미해질뿐이다.

다른많은부분에서민주적발전이있었다고해도헌법정신이전제하는복수정당제를확립못하면정치적으로는민주국가라고절대말할수없다.일당지배체제는민주국가에서는절대로방기하면안되는(유사)독재의온상이다.단순히정치공학적으로만말한다해도복수정당제없이,즉선택이라는정치적응징없이정치세력들로부터합리적이고온전한유권자대우를받기는힘들다.(300~301쪽)

바로그렇기때문에국힘도호남이복수정당제의경쟁마당에서표를줄수도있는정당일수있어야한다.그리하여타협적민주화를수용함으로써그필요조건을갖추게되는것이다.여기에충분조건은물론스스로경쟁우위를확보하는일이겠지만.
이렇게“우리가‘타협적민주화’의긍정적측면을제대로이해하고선의로받아들일수만있다면그만성적후유증도이내극복”(207쪽)할수있음을,저자는우리정치현대사의고비고비를되짚어가며세세히밝혀놓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