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의 투쟁 : 진보반동의 시대에 맞서다

강준만의 투쟁 : 진보반동의 시대에 맞서다

$15.99
저자

윤춘호

저자:윤춘호
작가,언론인이다.서울대에서역사를공부했고SBS에서30년남짓기자로일했다.인생2막은전업작가로살려고한다.자신의몸을써서일하는사람들을존경하고그런사람들의삶을다루는글을쓰려고한다.지금까지『봉인된역사-대장촌의일본인지주들과조선농민』(2017),『다산,자네에게믿는일이란무엇인가』(2019),『어떤어른-그사람,성찰하는꼰대』(2021)를썼다.

목차

머리말│강준만을주목하는이유4

1장_변절과배신?나는달라진게없어요17
진보의‘화양연화’시절│김어준,당신은정치무당이야!│방송의중립에는좌우가없다│왜강준만은이재명에게불공정한잣대를들이댈까│‘보수의블랙홀’에빨려들어갔다

2장_문화권력자를꿈꾸었던사람43
호남출신이자이북실향민의아들│한국사회를뒤흔든『김대중죽이기』│약자들의대변자를자임하다│실명비판,토론과논쟁그리고보상과문책│새로운시대,새로운문법으로말하던지식인

3장_언론과의싸움은권력과의싸움67
진실앞에중립은없다│공영방송이지켜야되는것│안티조선운동의명과암│나는진보와다른DNA를갖고있는건가

4장_나는광기에굴복할수없다91
노무현영전에서통곡하지않은이유│‘진보의반동시대’문이열리다│스스로를퇴출시키다│진보와의틈이더벌어진이유

5장_독설에서소통으로113
“겸손,겸손,겸손이외에또무엇이있을까요”│소통전도사를자임하고나서다│나는당파성을버렸다│진보의싸가지를말하다│문재인정권은진보반동의절정│‘조국대전’에서중립을지키다

6장_봉쇄수도원의삶135
수도자의비장감,싸움꾼의처절함│강준만은우물안개구리│나는그런자리필요하지않습니다│말하는것에콤플렉스가있다고│제자들에대한생각,제자들의생각│체념의미덕,그쓸쓸함

7장_문제의본질은대중과의불화165
정치의무덤위에핀촛불│대중의언어로말하는엘리트주의자│팬덤정치는진보반동시대의특징│전문가는죽지않는다지만…

8장_반주류지식인187
지식인의일관성은미덕이아니다│지방은서울의내부식민지│강준만이지식인사회의‘왕따’라고│동지로만나적으로헤어진유시민│강준만의존재감은왜약해졌을까

9장_‘역사가’강준만,언론인강준만217
역사가,강준만에게가장잘어울리는옷│미국사17권을2년에쓴괴력│언론인강준만

10장_‘나는쓴다,고로존재한다’239
강준만가라사대문체│반복과인용│강준만이강준만을밀어내는역설│강준만다작의비밀은│글쓰기가아니라사는것이어렵죠│강준만의글에서강준만이제대로안보이는이유

후기│‘신화’아닌,여전한‘현역’260
참고자료263

출판사 서평

강준만을왜?강준만은왜?
진보반동에대한내부고발투쟁기

우리정치판의진영간혐오와증오가‘심리적내전상태’라는지경에까지이르면서이에대한우려또한거듭되어왔지만,이제는그마저경종을울린다기보다한갓지겨운잔소리쯤으로전락하고있다.어떤이들은우리정치가언제는안그랬던적있느냐며,자유민주주의의자연스런현상일뿐이라고눙친다.물론그런다고위로가되는것도,문제해결의출구가열리는것도아니다.도대체무엇때문에정치판이이렇게까지돼버린건가?파국으로치닫고있는이치킨게임을언제까지대책도없이조마조마견뎌야하는건가?‘잠수함의토끼’같은존재라는지식인들조차패가갈려서로정반대의경고음들만쏟아내고있으니,도무지어쩌란말인가소리가절로나온다.
이런판국에서강준만,그가단연눈에띄는건단지‘소통전도사’를자임하고나섰던데만있지않다.한때‘필검을휘두르는논객’으로한국사회를들었다놨다하며전방위적비평활동을펼쳐온지식인인데,문득보니언제부턴가‘고독한선지자’처럼광야에서홀로외치고있기때문이다.그사이,강준만에게붙어있던명찰이‘진보논객의대부’‘진보진영의대표논객’에서‘어용지식인’‘변절자’‘배신자’로바뀌어있는것이다.도대체무슨일이있었던걸까?이에저자윤춘호는강준만의그간비평역정을통해보고자하는바를“‘달라진강준만’을살펴보는것으로‘달라진한국의진보’를생각하는것이이책을쓰는첫번째목적이다.(…)강준만이서있는곳이진보가아니고,강준만이말하는것이진보가아니라면,그것은강준만의변화에도이유가있겠지만진보의좌표가변하고진보의영역이줄어들었기때문아닐까”라고말한다.지식인강준만의변화역정을더듬어가다보면,거기서우리진보의현재를진단하고미래의방향타역시읽어낼수있으리란기대때문이다.

회색의소통지대넓히기와내부비판의슬픈운명

충돌하는두진영간에화해와소통이가능하려면중간파·중도파의존재는필수다.그런데그중간파의약점과앞날을강준만은잘알고있다.“제공할이익이없고,피를끓게하는담론을생산해낼수없”기때문에“한국처럼‘급변의소용돌이’가휘몰아치는사회에서이익과공정분배를선호하고피와열정을멀리하는중간파의운명은고독과고립”(124쪽)뿐임을너무도잘안다.그런데도강준만은“나또한과거에뜨거운당파성을갖고글쓰기를했던적이있다.그러나한국정치의가장큰문제가과도한격정과그에따른극단적당파성에서기인한다는사실을체험을통해절감한이후엔‘소통’을역설”(123쪽)할수밖에없다며그운명을자진해서받아들였다.

강준만은‘소통전도사’다.대략2005년을기점으로‘독설의전사’에서‘소통전도사’로변신했다.10:0의승자독식이아닌,서로를인정하고공존하는51:49의지혜를나누자고말해왔다.누구보다독한언어로남을공격하고공격을받기도했던사람인데진영간소통을위해자신의당파성까지포기한다고선언했으니강준만의호소를귀기울여들을만도하건만‘소통전도사’모습은대중들에게스며들지못했다.오히려소통을말할수록그의존재감은줄어들었다.‘소통’을말하기위해‘진보싸가지론’을들고나오기도했는데소통은온데간데없고‘싸가지’라는말만남았다.(9쪽)

이른바87년민주화체제이후,화해와소통문제에서는그래도진보가보수보다는나을것이라기대했지만현실은그렇지않았던것이다.보수는역사발전에거꾸로걸음하는경우가많아‘반동’이란단어에쉽게붙들렸다.그런데진보마저변화·발전이란자기정체성에반하는수구적·퇴행적모습을보이고있다는게강준만의진단이다.

민주화투쟁가들은민주화의은인이다.하지만그들의습속과자질은민주화이후의정치엔맞지않는다.가슴아픈일이지만그게세상이다.(…)이들은보수를거대한적으로내세워시효가끝난민주화투쟁모델을연장하면서자신들의기득권을강화하고있다.보수의한심한수준과행태에도책임이있지만그게진보의면책사유가될수없다.(37쪽)

바로그와같은맥락에서,저자는참여정부이후오늘에까지20여년을‘진보반동의시대’라명명한다.“무엇보다진보는‘우리들이아무리못해도저들보다는낫다’는도덕적우월감을버리지않”음으로써,성찰의끈을놓아버려‘내로남불’을당연한듯저지르는데까지이르렀단것이다.

권력만능주의와정서적급진주의에빠져갈등과대결을부추기는방식으로권력을잡으려했던진보퇴행의시대,집권기동안진보다운의제설정이나문제해법을보여주지못하고오히려자신들을지지하는사람들의삶을더어렵게만든진보무능의시대,조국사태와박원순사건에서단적으로드러난것처럼자신들에게적용하는잣대와다른사람들에게적용하는잣대가다른진보위선의시대.이모든것을묶어‘진보반동’이라고부른다고강준만이달리이의를제기하지는않을것이다.(7쪽)

저자가진보반동의시대라부르는시기는,‘전기’강준만(‘실명비판’을무기삼아왕성한비평활동을벌이던1995년~2004년)이후의‘이행기’강준만(『인물과사상』의막을내리고‘소통’을화두삼기시작하던2005년~2011년)과‘후기’강준만(가열찬‘진보비판’에진력해온2011년~현재)시기에정확히겹친다.강준만이진보에서스스로를퇴출시킨후,그의글이불편하고그의존재가거북해진‘옛지지자들’로부터배신과변절의딱지를받게된시기이기도하다.저자는이런“홀대와푸대접은강준만이‘내부고발자’라는증거”에다름아니라며,진보의위선과퇴행에대한강준만의비판사례들도촘촘히거론한다.

팬덤정치라는反정치의위험

내부비판을일종의계파싸움으로치부한채자기교정의메커니즘을뭉개온우리정치,그렇게소통의출구자체가봉쇄됨으로써우리가치러야할사회적비용은엄청나다는강준만의문제의식은자연스레‘팬덤정치’를타깃삼게된다.책임없는대중에게중요한의사결정을맡기는팬덤정치는대의정치와정당정치를멍들게할뿐이란점에서다.심각한‘참여격차’의문제는짐짓모른체하며참여의미덕만강조하는건위선이거나기만아니겠냔것이다.

강준만은‘정치화된’소수가소극적인다수를제압하는위험성을지속적으로제기했다.인터넷의등장으로그위험성은더커졌다.참여정부가그런위험성을실제로보여준첫번째사례였고문재인의문빠,이재명의개딸이지배하는민주당의모습은그런위험성이더극적으로드러난모습일것이다.민주당안에서이어지고있는팬덤정치의득세는왜곡된형태의대중참여이고,그근저에는반지성주의가흐르고있다고본다.(183쪽)

따라서팬덤정치는곧반정치에다름아니라며이에극히부정적인강준만이‘팬덤정치의CEO’이재명에게보다냉혹한비판을가하게된건당연하다.이런비평행위는또진영에따라서로반대로해석되는아이러니를낳기도한다.그러는가운데새삼,강준만은도대체왜저러는지,세상은또강준만을왜그리대하는지를하나씩둘씩깨닫게된다.

보수진영에서강준만을후하게평가할때쓰는표현이‘스스로를성찰할줄아는용기있는진보지식인’이다.그러나‘난보수같은것에는조금도관심이없다,그래서보수를비판하지않는다’고말하는사람을보수라고할수는없다.당파성을버렸다고하지만여전히진보의영지안에서사는사람이다.몸은때때로오른편으로기울기도하지만뿌리는단단히왼쪽에두고있는사람이다.(39쪽)

영원한현역의삶

강준만은현재도<한겨레><경향신문><시사저널><신동아><무등일보><영남일보>등에칼럼과기고를왕성히이어가고있다.더불어두달이멀다하고신간을쏟아내는다작은읽는속도보다쓰는속도가빠르다고할정도로유명하다.이미300권에가까운저서가바로그증거다.이지칠줄모르는생산력의원천을강준만자신은읽고쓰기중독자라서그렇다고말하는데,이에저자는오로지읽고쓰는데바쳐지는봉쇄수도원의삶같은일상,인정욕구의실현으로서세상과의소통이자자기존재증명이되고있는책,다독과정에서생성되는나름의자료분류법등에서찾는다.그밑바닥에는‘진보전문가’로서여전히남아있는과제에대한‘무한대의책임’이자리하고있을것이다.
강준만의끊이지않는작업으로인해그의저서들을제때따라읽어올수없었던독자들에게는이책『강준만의투쟁』이그간의결과물들을압축적으로소화하는기회도될것이다.이밖에도,인간강준만의다양한면모와잘알려지지않은일화들도소개하여지식인강준만의비평역정과그전모를보다입체적으로이해해보는계기도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