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라 우리 삶은 이미 아름다운 것임을 : 사납고 거칠고 치열했던 여름을 견뎌낸 저 들녘처럼

기억하라 우리 삶은 이미 아름다운 것임을 : 사납고 거칠고 치열했던 여름을 견뎌낸 저 들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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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린 늘 행복하기만 하거나 늘 불행만 가지고 살아가지는 않는다라고 이 소설은 말한다.
조정희 작가의 이 소설은 60년대, 70년대 삶에서 시작한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가족을 위해 돈을 벌기 위해 도시의 공장으로 떠난 이야기이다. 탄탄한 구성으로 흥미를 더해 주며 우리의 산업화 과정의 아버지, 어머니의 굴곡진 인생 여정 길에서 만난 좌절과 아픔을 소설로 녹여냈다. 작가는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는 탄탄한 구성으로 90년대, 2000년대 아들, 딸들의 삶까지 끌고 나가 소설을 읽는 독자들의 흥미를 더해 준다.
무명의 소설가 조정희는 ‘기억하라 우리 삶은 이미 아름다운 것임을’이란 소설을 통해 기억하라고 말한다. 우리의 산업화 속의 고통받던 삶도 아름다운 것이라는 것을.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묻는다.
아프고 억울하고 무서울지라도 기억하라. 우리가 사람으로 지음받았음을. 사람으로 지음받은 우리가 사람으로 살 수 있음에는 누군가의 희생이 있었음을 기억하라. 함께하는 친구가 있음을 기억하라. 그리하여 우리 삶은 이미 그리고 충분히 아름다운 것임을 기억하라고.
저자

조정희

저자:조정희

1966년여산초등학교를졸업하였고1969년여산재건중학교에입학하여1971년에졸업했다.2013년에고등학교자격시험에합격했고2014년5월고등학교졸업학력검정고시에합격하였다.2015년에는서울디지털대학에입학하였다.

1977년단국대학교사회교육원문예창작과10학기를수료했으며,겨울호농민문학상신인상을수상하였다.2017년에는CBS방송아카데미시나리오작가과정을수료하였다.

2019년장편소설「깃발」출간

2021년한국현대문화포럼희곡부분신춘문예당선

2021년11월「사람이평화여-이응노이야기」공연

2023년4월「패랭이꽃의저항」충남문화재단공모사업에선정.

충남연극제은상수상.6월극장공연

목차

차례

1부폭풍우가내리는계절

1.두아버지이야기
2.영희
3.흔들리는철수의눈속에는
4.영희친구성자
5.스올
6.또한사람최
7.담보채권체결
8.철수,엄마를소환하다
9.태교
10.웃지않는아이

2부하늘이마르고

1.마른하늘아래서
2.가장잔인한폭력
3.다용서해야만할것같은날
4.오아시스를섭외하다
5.너,아직서울사람이니?
6.아슬아슬,불안불안
7.세번째남자,최
8.오아시스의반란
9.또다른반란
10.꿈은사라지고

3부박제의시선으로보다

1.자연인철수
2.도마소리
3.오르막이끝나,날겠다고?그꿈,원래내것이었어
4.최고서
5.단수예고서
6.최,철수를찾아오다
7.눈의혈관이터지고잇몸이붓고
8.나아파,모두모여
9.사람입니다
10.내집,내여자,내자식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이소설은우리의70년대,80년대,90년대,2000년대의삶을이야기한다.
-그렇게힘들었어요?누군가물어주기를.정말그렇게바보처럼살았어요?누군가비난이라도해주기를
-아플때곁에있어주고,억울할때같이울부짖고,무서울때안아주며잘못된길을갈때호되게책망하는친구가있음을기억하라.

사람으로태어나한세상을살아낸다는것은결코녹녹하지가않다.
식물들의한살이에비유해보자.타들어가는봄가뭄을견뎌내고나면한여름불볕더위가들이닥친다.사람살이또한크게다르지않다고본다.가뭄으로온몸이배배꼬일때도있고불볕더위에타들어가는고통에신음할때도있다.봄가뭄에타죽고여름불볕에녹아내리고장마철폭풍우에다떠내려간것같아도가을들녘은늘풍요롭다.

소설‘기억하라우리의삶은이미아름다운것임을’은우리의삶이결코아름답다고만은말하지않는다.죽고싶을만큼힘들고죽여버리고싶을만큼밉지만기억하자고한다.우리가사람임을기억하고누군가에게사랑받았으며지금도받고있음을기억하고,또한함께이며함께였음을기억하자고한다.
조정희소설가는중동건설현장에건설노동자로,남의나라전장의용병으로,고국의산업현장으로,술집으로,폭력배의소굴로…….저마다알음알음길을찾아서몸사릴틈없이,심청이처럼치마를뒤집어써좌우사방을살필시야를가린채인당수거친풍랑속에몸을던졌던영희와철수와성자와민석이와용순이들을소환해안부를묻고자했다고작가의말에서말한다.
한강의기적을이룬조국의주인들답게당당하고멋지고향기롭게익어가고있습니까?

이소설은결코녹녹하지도,아름답지도않은우리의삶의과거를회상해소설화하였다.70년대에서2000년대까지이어지는산업화,민주화그리고자식들의새로운삶이소설속을흐르고있다.
소설은1부폭풍우가내리는계절,2부하늘이마르고,3부박제의시선으로보다로이루어져있다.탄탄한구성과흥미로운사건들은읽는재미를더한다.게다가모든아픔을마지막에가서는화해로이끌어내는소설적구성은큰감동을준다.그것은아마도조정희소설가의굴곡진인생여정길에서만난좌절과아픔을녹여내소설화시킨소설이기에더진한울림과감동을주는듯하다.

그리고‘기억하라.’우리가우리의삶을아름다운것으로기억할때우리의삶은이미아름다운것이다.이소설을통해우리모두의삶이이미아름다운것임을많은이들에게기억되어지기를바란다고저자는말한다.

책속에서

한남자가있었다.그는대리석을다루는석수장이였다.돌을알아보는눈썰미가남다르고돌다루는솜씨가뛰어났던그는‘석산의귀재’로불리며석산주와동료들의귀여움을한몸에받고있었다.대부분의동료가부모님연배의어른들이었다는점도그가귀여움을받을수밖에없는이유중하나였다.
그는망치와정으로돌을쪼개고깎아갖가지문양과모양의조각상들을만들고,비석과현판등에글씨를새기는젊고유능하고부지런한석수였다.솜씨가뛰어난데다심지어성품까지도다정하고순했으니…….
-9p

높아지는성자의목소리에철수가입을열었다.
“그약속……어떻게지키면되는데요?”
“때되면벌초하고때되면찾아가문안하고수시로민석이가누군지어떻게죽어거기묻혔는지말해주고요.”
“알았어요.약속할게요.”
다시고개를주억거리며알겠다고답하는철수앞에성자가백지한장을내밀었다.
“여기각서쓰세요.일년안에형들에게사과를받아내겠다는이약속못지키면이결혼은무횹니다.만약아이가생길경우아이의친권도포기하는겁니다.그리고또하나여동생에게전하세요.내눈앞에나타나지말라고요.내눈에띄면오징어먹물발라내듯그주둥이를토막쳐서으깨버릴거라고요.그러니평생내눈에안띄게조심,또조심하고살아라하세요.”
-43p

아내가임신을하고방앗간을차려자립의길을열면서,술에취하면좀비처럼살아나던철수의폭력은사라지는듯보였다.그사이시간이흘렀고철수는친구들과의만남에서마음의상처를입었다.그들이형들처럼몽둥이를휘두르진않았지만철수가그들에게서입은상처는깊고컸다.시간이흐를수록영희의배는점점더불러오고해산달이다가오는데친구들과어울리는일에실패한철수에게서는숨어서홀짝거리던예전의음주습관이되살아났다.아무도눈치채지못하는사이은밀하게취한철수의눈이먹잇감을발견한짐승의그것처럼번득이는빛을발했다.영희는그눈빛안에갇혀떨고있었다.아무도모르게다가오는위협,아무도모르게가해지는폭력,그리고저항할힘이없는피해자,또그안의보호받지못하면사라지고말생명.영희는자신이그어느때보다큰위험에노출되어있다는위기감에몸을떨었다.
“야!내가너랑놀아주니까네친구로보이냐?”
철수가영희를향해물었다.영희는자신도모르게두손으로아랫배를감쌌다
-78p

“나,이발소에좀갔다올게.”
영희를따라차에서내린철수가말했다.영희는그러라고했다.
‘그래.심란할땐머리칼이라도가지런한게좋지.’
영희는이발소를향해걸음을옮기는철수의뒷모습을바라보았다.언제저렇게짜부라졌을까?축구공처럼통통튀어감당이안되던저남자가공황장애라니.가슴이녹아촛농처럼흘러내리는것같았다.
“떡집에계셔주세요.저쪽가게좀들여다보고올게요.”
떡집을시동생에게맡기고쌀국숫집을향해걸음을옮겼다.쌀국숫집에도착하니최의모습은보이지않고최가주문한식자재들이입고되어쌓여있었다.
‘무슨뜻이지?미리작정을한건아니란뜻인가?’
-148p

그들이지키고싶었던건철수각시영희가아니라영희신랑철수였던거야.철수가아무리똥손에똥발,똥대가리여도그들이영희를응원해온이유는단하나였어.철수가무사히살아있어주기를바랐기때문이었어.잘난영희가똥손철수의보증이아니라똥손철수가잘난영희의보증수표였던거야.영희가자신이신용의아이콘이라는믿음아래‘철수당신이러면안돼’를외치는내내그들이응원한건오직하나였어.철수하고살아내보겠다고애쓰는게고마웠던거야.영희너,이걸착각하면안돼.
‘아!나지금껏뭐하고산거냐?등신같이잘난척이나하고……등신!천하에다시없는등신!’
때늦은깨달음에요동치는영희의마음속을아는지모르는지이와중에도그녀의남편철수는,한결같이우울모드일색이었다.
-191p

해감.
펄에서사는조개속에는펄이고입니다.이물질이낍니다.오랜가뭄에시달린작물은화상을입습니다.사나운폭풍우에맞선나무는가지가부러지는상처를입습니다.영희와철수와성자들이암담한시간속척박한삶을묵묵히살아내는동안가슴에억울함이고이고원통함이쌓였습니다.
그렇게힘들었어요?누군가물어주기를.
정말그렇게바보처럼살았어요?누군가비난이라도해주기를.그리하여조개가펄이나이물질을뱉어내듯고이고쌓인억울함과원통함을해감해낼수있기를.
-25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