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에게말을거는정다운詩,읽으면가슴따뜻해지는詩를만나다
지금까지이런詩는없었다!이제와전혀다른詩들이한자리에모여앉았다.그동안시인들은세상을,삶을노래하면서때로는정치권에힘찬화살을쏘아붙이며전국민의가슴을명쾌,통쾌하게도하였지만詩의대부분이저자혼자만의사랑,살아온흔적들의이야기였었다.그러나이제바람한자락,잎새에내려앉은이슬한방울,수줍게열린꽃잎,햇살좋은가을숲에서오물거리는다람쥐와청설모들까지따뜻한시선으로보아주고,그들의이야기를들어주고말을건네주었던詩,시인이있었던가.
이시집이세상에나오면서부터굴러가는돌멩이하나,후두둑떨어지는빗방울에게도눈을맞춰주며그들의이야기를들어주면서관심과애정으로조금씩,조금씩다가서주기를기대해본다.
책속에서
키가작아
맨앞줄에있는것이아니라
내가제일예뻐서인것을요.
사람들도
대단한순서대로
앞자리를차지하잖아요.
---「채송화」중에서
사막에서도살아남은힘으로
그대를사랑하리라.
목마른만큼그리워하며
한줄기비를기다리듯
오래,
더오래
기다려보리라.
---「선인장」중에서
저여린꽃잎이피어나느라
네갈래로찢어지면서
얼마나
아팠을까.
---「개나리꽃」중에서
너를안는다.
보이는상처
보이지않는아픔
보이고싶지않은너의부끄러움까지
내온몸으로가리우며안는다.
감싸안는다.
목숨보다절절한사랑으로.
---「담쟁이」중에서
아직,
제발
다가오지마세요.
며칠만이라도
더
살아있고싶은것을요.
---「호미에게」중에서
비죽한네모양새보다
동글납작
내모습이더정감있는거알지?
다람쥐,청솔모도
달큰한알밤다음에나를찾고
나마저없어야
겨우너를돌아보잖아.
상수리가도토리에게
이런저런자랑질을하면서
종알거리자
가만히듣고있던도토리가
나지막이한마디던지기를
조용히해,
이래봬도나는
임금님수랏상까지올랐더랬어.
---「상수리가도토리에게」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