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는 저울은 여호와께서 미워하시나”(잠언 11:1)-저울은 시장에만 있지 않다. 투표함에도 있다.
교회는 동성애 문제에는 110만 명을 모은다. 차별금지법 앞에서는 목소리를 높인다. 그런데 선거의 정직성을 물으면 “그건 정치”라며 입을 닫는다. 같은 공적 사안인데 왜 어떤 것은 신앙이 되고, 어떤 것은 정치가 되는가. 이 책은 그 이중잣대의 뿌리를 파고든다.
“2021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주제를 다루라는 강한 인도와 분명한 음성을 들었다. ‘부정선거’였다. 익숙한 분야가 아니어서 반발심이 컸다.”-이 책 프롤로그에 나오는 고백이다. 그 부르심 앞에서 그가 정한 취재의 방향은 ‘음모가 아니라 공의’였다.
저자는 28년차 기자다. 그는 성경에서 시작한다. 저울을 속이지 말라는 레위기의 명령, 두세 증인으로 사건을 확정하라는 신명기의 절차, 성문 앞에서 공개적으로 재판하던 룻기의 투명성. 성경은 처음부터 '절차'의 책이었다. 그다음 그는 역사로 간다. 1919년 3월 1일 만세운동의 중심에 섰던 교회가, 1938년 9월 10일 단 3분 만에 신사참배를 가결하기까지. 그리고 그 회개하지 않은 3분이 어떻게 오늘의 침묵으로 이어졌는지를 추적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오늘의 현장에 선다. 봉인이 훼손된 투표함, 사각지대의 CCTV, 거부된 재검표. 볼리비아는 다시 셌고, 케냐는 법원이 선거를 무효화했으며, 조지아는 세 번 세었다. 한국은 왜 확인조차 거부하는가. 그리고 교회는 왜 그 질문을 ‘정치’라 부르며 외면하는가.
이 책은 특정 정당의 승리를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좌도 우도 아니다”라는 말 뒤로 숨지도 않는다. 정당의 이름이 아니라 가치의 이름으로, 창조 질서·생명·가정·자유·절차를 기준 삼아 '왜 오늘 우파인가'까지 피하지 않고 논증한다. 그리고 말씀을 기준으로 사실을 확인하고, 정해진 절차로 바로잡는 방식 그 자체를 말한다.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 언제부터 정치가 되었는가. 이 한 문장의 질문에 답하는 책이다.
-영장 없는 조사, 재판 없는 해산-'정교분리'가 교회를 겨누는 무기가 된 시대, 그 원리의 원래 주인을 찾는 책.
-1915년 포교규칙에서 오늘의 해산법까지-누가 방패를 족쇄로 바꿨는가, 100년의 계보를 추적한 책
-110만이 광화문에 모여도, 왜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가.
-1938년 9월 10일 오후 2시 30분, 단 3분. 한국 교회는 아직 그 3분 안에 살고 있다.
-정교분리는 교회를 지키는 방패였다. 누가 그것을 족쇄로 바꿨는가.
-침묵이 길어지면, 침묵은 공모가 된다.
-투표는 정치 행위이기 전에 신앙 고백이다.
지금, 왜 이 책인가-두 개의 논쟁, 하나의 답
영장 없는 조사, 재판 없는 해산, 보상 없는 재산 국고귀속. 국회에 계류 중인 민법 개정안, 이른바 '종교법인 해산법'의 골격이다. 해산 사유에는 '정교분리 원칙 위반'이 들어 있다. 국가로부터 교회를 보호하려고 만든 원칙이, 국가가 교회를 해산하는 근거로 뒤집힌 것이다. 그 전도(顚倒)의 뿌리와 계보를, 이 책은 한 권으로 완성해 보여준다. 정교분리가 어디서 태어났고(로저 윌리엄스, 수정헌법 제1조), 우리 헌법에 어떻게 새겨졌으며(제헌헌법 제12조에서 현행 제20조로), 누가 그것을 교회의 입을 막는 도구로 뒤집었는지(1915년 일제 포교규칙에서 군사정권을 지나 오늘까지)-100년의 계보다.
“정교분리는 침묵의 핑계가 아니다. 자유의 보장이다.”
새문안의 종소리는 왜 멈추었는가
1919년 3월 1일 오후 2시, 서울 새문안교회 종탑에서 종이 울렸다. 그 종소리는 예배의 신호가 아니라 민족의 독립을 알리는 신호였다. 당시 인구의 1.5%에 불과했던 기독교인이 민족대표 33인의 절반을 차지했다. 학교를 세우고, 병원을 열고, 성경을 번역해 한글을 백성의 문자로 만든 교회가 그 중심에 있었다.
그로부터 19년 뒤인 1938년 9월 10일, 평양 서문밖교회. 조선예수교장로회 총회는 단 3분 만에 신사참배를 가결했다. 표결은 '가(可)'만 물었고 '부(否)'는 묻지 않았다. 목숨을 걸고 독립을 외치던 교회가 우상 앞에 무릎을 꿇는 데 3분이면 충분했다. 그리고 해방 후, 교회는 이 죄를 제대로 회개하지 않았다. 저자는 이 미회개가 한국 교회의 DNA가 되었다고 진단한다. 1960~80년대 독재 앞의 침묵, 성장주의와의 거래, 그리고 오늘 선거 부정 의혹 앞의 침묵까지-안전할 때만 용감하고 위험하면 입을 닫는 ‘선택적 용기’의 계보를, 이 책은 사료와 통계로 한 장면씩 복원한다.
저울, 증인, 봉인, 기록-성경은 절차의 책이다
이 책의 가장 독창적인 지점은 선거를 신학의 언어로 읽어낸다는 데 있다. 공평한 저울(잠언), 두세 증인의 확정(신명기), 봉인과 인계의 연속성(사무엘상), 기록과 공개 보고(고린도후서), 성문 앞의 공개 재판(룻기). 저자는 이 오래된 원리들이 오늘의 교차 검증, 참관, 봉인 관리, 정보 공개와 정확히 겹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표를 세는 것도 저울질이다. 국민의 뜻을 재는 저울이 속는다면, 그것은 하나님이 미워하시는 일이다.
그래서 이 책의 결론은 선동이 아니라 절차다. 전자개표기가 도입된 2000년대 초부터 20여 년, 매 선거마다 반복돼 온 논쟁 앞에서 이 책은 “부정선거다”라고 외치지 않고 “음모론이다”라고 덮지도 않는다. 볼리비아처럼 집계표를 공개하고, 케냐처럼 법원이 절차를 지키게 하고, 조지아처럼 다시 세면 된다. 정직하게 개표했다면 검증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의인은 사자 같이 담대하니라”(잠언 28:1).
“대한민국 국회의 첫 공식 행위는 기도였다”
1948년 5월 31일 제헌국회 개원식. 임시의장 이승만은 첫 회의를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시작하자고 제안했고, 목사 출신 이윤영 의원의 기도로 대한민국 국회가 문을 열었다. 속기록에 남아 있는 장면이다.
이 책의 앞쪽 절반은 이렇게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한국 현대사다. 인구의 1.5%가 민족대표 33인의 절반을 차지한 1919년, 문맹률 90%의 나라에서 한글을 백성의 글로 만든 29년의 성경 번역, 양반과 상놈을 가리지 않은 배재학당, 신분을 묻지 않고 치료한 제중원, 히틀러 앞에서 '로마서 13장'만 외운 독일 교회와 그 시대에 홀로 일어선 본회퍼, 그리고 새벽기도를 인도하다 총살당한 김익두와 아들을 죽인 청년을 양자로 삼은 손양원까지-대한민국이 어떤 기도와 피 위에 세워졌는지를 복원한다.
교회 안의 독자에게 이 책은 회개와 각성의 책이고, 교회 밖의 독자에게는 대한민국 현대사와 선거 제도를 관통하는 한 편의 탐사 보고서다. 정파보다 말씀을, 구호보다 사실을, 소란보다 절차를 앞세우는 것-그것이 이 책이 제안하는, 교회가 다시 신뢰받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