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 좋은 날 / 빈처 (문고판)

운수 좋은 날 / 빈처 (문고판)

$7.80
Description
현진건의 작품을 문고본으로 읽어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꿈의 날개를 달아주는 「네버엔딩스토리」 제41권 『운수 좋은 날 빈처』. 일제 강점기인 1920년대에 주로 활동한 작가 현진건의 작품 중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두루 공감할 만한 대표적 작품 8편을 가려 뽑아 실은 문고본이다. 가능한 한 원문을 살렸으나 이미 사라진 말은 손상되지 않는 범위에서 읽기 쉽게 바로잡았다. 시대의 아픔을 한 몸에 끌아안은 채 살다간 저자가 그려낸, 일제 강점기의 가난하고 불우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특히 사실주의 계열을 대표하는 작가인 저자 특유의 사실주의 기법 중 치밀한 묘사를 통해 비참한 현실을 드러냈음을 알 수 있다.
저자

현진건

호는빙허(憑虛).일제당시현실을아이러니적수법으로고발하고역사소설로민족혼을표현하려고노력했던소설가.1900년8월8일대구에서대구우체국장이었던경운의4남으로태어났으며호는빙허(憑虛)다.서당에서한문을배운뒤,1912년일본세이조중학에입학,1915년이순득과혼인했다.1918년에는상하이에있는둘째형을찾아갔고,그곳의호강대학에입학했으나중퇴한뒤귀국한다.일본도쿄...

출판사 서평

순도높은어둠으로사실주의문학을개척한작가,현진건!
언제부터인가TV화면속에서‘가난’이자취를감췄다.재벌이나오지않는드라마는찾아보기힘들고,하다못해전문직종사자라도나와야사람들의흥미를끌수있다.부유함을엿보는것이일상이되면서가난은몇몇소수의드러내지말아야할치부로취급받는듯하다.그렇다고해서우리주변에서가난이사라졌는가하면그렇지는않다.TV화면에서눈을돌려현실을바라보면우리주변에는여전히무수한가난이존재한다.가난이곧삶이된이들의참혹한이야기는사건사고를전하는뉴스를통해서야짤막하게우리의망막에닿곤한다.
현진건은1920년대에주로활동한우리나라를대표할만한사실주의작가로,‘시간과장소를떠나서는아무것도존재하지않는다.’며문학이야말로현실을떠나서는존재하지않는다고말했다.그리고우리나라의가장어두웠던시대인일제강점기를살아가며보고겪은비참한현실을사실그대로순도높은어둠으로작품에담아냈다.그의대표작인「운수좋은날」을읽은사람이라면누구나마지막결말이주는충격에머리가울리는경험을하게된다.열흘동안이나돈구경도못한김첨지에게모처럼의행운이잇따라찾아들지만이처럼운수좋은날,그를맞이하는것은결국병든아내의죽음이다.작은희망조차도아무렇지않게짓밟히는현실앞에서우리는애써외면해왔던가슴속울분을터뜨리게된다.그리고통증에준하는극단의기억으로마음깊은곳에선명하게각인시킨다.
네버엔딩스토리에서문고본으로선보이는『운수좋은날빈처』에는사실주의작가현진건의작품8편이실려있다.중·고등학교교과서에오랫동안실린친숙한작품을포함한그의대표작들을모았다.현진건의작품을읽다보면암울한현실에가슴이묵직해지기도한다.그러나오직돈만을추구하는요즘의세태속에서어느정도균형과조화를이루며살아가기위해서는그가우리에게남긴가슴아픈현실을결코외면하지말아야할것이다.

하나의장면으로전체를보여주는묘사의아름다움!
사실주의의기법은현실을있는그대로그려내는것을말한다.그러나아무리뛰어난작품이라하더라도현실을모두담아낼수는없다.좋은카메라라고해서세상을모두담지는못하는것처럼말이다.다만훌륭한사진작가는카메라렌즈안에포착된단면을통해서전체의세계를짐작하게한다.현진건도마찬가지였다.현진건은하나의장면에포착된사물이나풍경을통해전체를엿보게하는힘을가지고있었다.그리고그러한힘은바로묘사에서나왔다.

“홀로바느질을하고있던아내는얼굴을살짝찌푸리고가늘고날카로운소리로부르짖었다.바늘끝이왼손엄지손가락손톱밑을찔렀음이다.그손가락은가늘게???며하얀손톱밑으로앵두빛같은피가비친다.그것을볼사이도없이아내는얼른바늘을빼고,다른손엄지손가락으로그상처를누르고있다.그러면서하던일가지를팔꿈치로고이고이밀어내려놓았다.이윽고눌렀던손을떼어보았다.그언저리는인제다시피가아니나려는것처럼혈색이없다.하더니,그희던꺼풀밑에다시금꽃물이차츰차츰밀려온다.보일듯말듯한그상처로부터좁쌀낟같은핏방울이송송솟는다.”(「술권하는사회」중에서)

바늘에찔려고통스러워하는여인의모습이눈에보일듯이선명하게그려졌다.이야기의흐름상그다지중요하지않은데도불구하고작가는지나칠정도로세밀하게표현하고있다.아내가느끼는손톱밑에바늘이찔린고통이일제강점기를살던지식인이겪었던아픔과같은고통임을드러내려는것이다.
현진건은짧은단편소설에서하나의장면으로주인공의아픔은물론,시대적고통까지나타내기위해묘사를주로활용했다.현진건의작품어디에도일제강점기에처한우리나라의현실이나인간이가진이중성에대해구구절절한설명은없다.그러나독자들은그의작품을읽으면서그가보여준세상너머의무엇을볼수있다.이러한묘사의힘과아름다움으로그가겪었던시대의아픔은흑백사진처럼선명하게우리들의가슴에남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