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걸음은 한 걸음조차 무겁다

생각하는 걸음은 한 걸음조차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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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양창삼 교수의 14번째 시집

머리말

시를 쓴다는 것은 내 삶의 일기를 쓰는 것과 같다. 매일의 삶에서 만나는 빛나는 순간에서부터 가슴 저린 순간까지 마음을 녹이고 언어로 다려내기 때문이다. 시인의 일기는 때로 필치의 굴곡으로 인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조금만 깊게 드려다 보면 순수와 만나고, 놓치지 않고 싶은 절묘함에 반하기도 한다. 그래서 시인의 눈은 항상 맑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열네 번째 시집을 밖으로 내놓는다. 어쩌다 지면에 선보인 것도 있지만 그것만으로 나를 읽기에 부족하다. 시집을 내놓는다 해서 그것이 ????나의 전부????라고 말할 수도 없다. 그만큼 우리의 ????나????는 신비롭다. 시는 자꾸만 나를 드러내려 할 것이고, 그 때마다 ????참 나????는 더 깊은 곳으로 숨으려 할 것이다. 그래서 시는 우리 삶의 작은 그림자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독자는 그 조각을 가지고서도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읽어내는 혜안을 가지고 있다.
다산 정약용은 ????시는 모름지기 나라를 걱정해야 한다.????고 했다. 어느 시대든 나라 걱정을 하지 않는 시인은 없다. 나라가 어지러울수록 생각도 무겁고, 시도 거칠어진다. 시도 가슴 아파한다. 어디 시뿐이랴. 우리의 언어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정치를 잘해야 한다.
시는 자연을 만나 그 속에 담긴 지혜에 황홀해 하며, 의로운 사람을 만나면 평안함을 느낀다. 시는 우리가 대하는 모든 것들을 차별하지 않으며, 친구 되기를 거절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굳이 시를 탓할 필요는 없다. 시를 대할수록 외롭지 않을 것이며, 시를 친구로 삼은 사람은 누구나 시인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나의 삶에서 이미 친구가 되어버린 시들을 불러 당신과 함께 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러나 그들을 뷔페 음식처럼 대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 하나하나는 간장종지에 녹고, 된장에 풀어놓은 시골밥상처럼, 아니 할머니의 밥상처럼 대우한다면 더 없이 감사하겠다. 길든 짧든 그들은 이미 내 삶의 동반자로서 존경받고 있기 때문이다.
시를 접하면서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히고, 비바람으로 위로의 손을 펴며 해와 달과 별들로 노래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첫눈에 그 경이로움에 빠지게 하시고, 부족하나마 글로 표현할 수 있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그 은혜가 주어지지 않았다면 우리는 결코 오늘을 노래할 수 없을 것이다.

어릴 적에 만난 시들이 이 나이까지 따라주며 친구가 되어준 것을 감사한다. 그리고 그 시들을 읽으며 나를 만난 듯 다독여준 친구들에게 감사한다. 끝으로, 여러분의 평안을 빈다. 시들이 여러분을 지키는 삶의 도구가 되어 이 땅이 줄 수 없는 평화를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그 꿈을 꾼다. 늘 감사하면서.

양 창 삼
저자

양창삼

양창삼(梁創三)은
서울대학교정치학과(학사,석사)
서울대학교대학원(경영학석사)
웨스턴일리노이대학교(MBA)
총신대학교대학원(목회학석사,신학석사)
연세대학교대학원(경영학박사)
한양대학교경상대학학장
한양대학교산업경영대학원원장
연변과기대부총장,챈슬러
현,한양대학교경상대학경영학부명예교수,목사,한국시인협회회원

양창삼의시집

1.부르고싶은이름들(1966)
2.성도예루살렘(1978)
3.가브리엘의은빛날개(1982)
4.그겨울의아침바다(1984)
5.내가고요를만날때(1985)
6.우리가사랑을하는것은(1987)
7.비록더딜지라도(1991)
8.난그저그를바라보았을뿐인데(2012)
9.그사랑이없다면나는아무것도아닙니다(2015)
10.바람에게말을걸다(2017)
11.온땅이하늘의지혜로물들었으니(2019)
12.이아름다운아침에너를본다(2020)
13.네삶이천상의무지개로뜰수있다면(2021)
14.생각하는걸음은한걸음조차무겁다(2022)

시화집
1.달동네:시양창삼,그림박철현(1987)

목차

1.너도한여름소나기만같아봐라
2.세상을걷고싶다,꿈에서라도
3.소망한가지하늘에띄워본다
4.비로소깨달았지아름다움은신기루라는것을
5.그러니감사하다할밖에
6.안으로,안으로깊숙이
7.나는믿습니다,당신이내올아름다운식탁을
8.그때야깨달았다
9.고집하나만내려놓아도
10.내가구워낸빵은어떤것일까,궁금하다

11.지구곳곳에빨간불이켜졌다
12.하지만아무도그것이행복인지모른다
13.손내밀때거절하지말거라
14.난오늘도자네가있음으로기쁘고
15.오늘도나는길을걷는다
16.뭐가궁금한게야
17.아리스토텔레스의정치학강의
18.아직도나에겐보이지않는손님들이많다
19.내가별을헤는이유를알겠니
20.애매와모호사이를줄타며

21.그래서오늘은풀잎을닮기로했다
22.어떻게돌려놓을방법은없을까
23.나라도너를기억해야하지않겠느냐
24.자네도살아야되지않겠나
25.시골밥상,사랑밥상,하늘밥상
26.하지만우리는곧만나게될것이다
27.내말너무서운하게듣지말고
28.밤낮없이하늘을향해손을쭉쭉뻗고
29.주께서허락하신오늘
30.눈을감는그날까지

31.우리는너로인해순수를마시고
32.그러다말을잃으면어떡하지
33.그는그만눈을감고말았다
34.바람이분다바람이분다
35.지금난한가지생각뿐이다
36.하루가더값지게하소서
37.그래도경고는안색을바꾸지않으며
38.이젠산도오르고평원도달려라
39.사랑의시그널이올라올때
40.그래훨훨날거라,시야

41.생각하는걸음은한걸음조차무겁다
42.지나친것들에대한회한이밀려올때
43.하지만새로운해가그모두를안고
44.너와나사이에서
45.완행의맛
46.두근대는마음에눌려서툰고백이된다해도
47.우린왜질문만하며살까
48.내언제그강에배를띄우리라
49.소원이하늘로올라갔으니
50.희망은자유다

51.법이그래서필요한것아니겠나
52.금시와초문
53.함께자리하는것만으로도
55.세상이시를버렸어요
55.1,2,3,4,5
56.겨울은겨울다워야지
57.난지금여기에만족하는보통사람이다
58.넌자는체하면서천체의움직임을읽고
59.그때우린진실을부둥켜안고
60.그만,그만오늘은참슬프다

61.남의땅에들어와뭐하는짓들이냐
62.세상은결코호락호락하지않고
63.하늘의시선은지금어디로향해있을까
64.그래오늘은이정도에서끝내자
65.다시걷는거야
66.봄이왔으나향기가없는이시대에
67.보이지않는다고보이지않는것이아니다
68.그순간우리는손을잡을것이다
69.질문하나풀기가그렇게어렵던가
70.나는멀리있어도너와함께있고

71.그사이에꽃들은연지곤지바르고
72.그날따라오후가빛나고있었다
73.열린마당엔모두가있어좋다
74.그사람은나에게말했어
75.내가너를친구라부르기시작한것은
76.내몸에불지를생각하지말고
77.그림자도보이지않는너를
78.당신은하늘빛으로다시태어나
79.통증이문을두드리는날
80.빛을타고내려온삶은다시그빛을타고올라가

81.몸이무슨말을하기전에
82.오늘은모두막시한판푸시게나
83.우리는지금그시간을기다립니다
84.일상이비상등을켤때
85.그소리에내가놀라
86.이젠추억의조각만남아
87.그렇다고질순없지
88.별들은폭발하듯기쁨을터뜨리고
89.역시동생은있어야해
90.이렇게살줄미처몰랐다

91.우리는다시시작할것이다
92.여보게,이멋진순간을놓치지말게나
93.난이래봬도
94.인사동된장집
95.하지만탁월하고,아름답게
96.아침엔신발끈조여매고
97.차라리나의행길을돌려다오
98.생각을바꿔,생각을
99.글이색색의옷으로갈아입고
100.임은갔지만임은결코

101.세상에가장위대한사람은
102.생각의폭넓히며
103.종횡무진체형을바꾸며
104.그래,그렇게가자
105.시작이아름다웠다면
106.그날식탁전투는그렇게막을내렸다
107.우리모두깃발이되어
108.비오는날,동네한바퀴
109.네가어찌감당하려고
110.과연이밤을무사히지날수있을까

111.지금꿈을꾸는것아니겠지
112.밤은결코잠을이룰수없다
113.당신이야말로
114.그것이사랑의무게일지어찌알겠나
115.기다림이되레초청장이되어
116.궁금하면바람에게물어봐
117.로쉬하샤나
118.그의꼿꼿함이이아침에빛난다
119.그래우리다시시작하자
120.부끄러움이자꾸만숨을곳을찾는다
121.그렇다고비켜설네가아니지
122.언젠가그순간이구름처럼몰려와
123.조용히네이름한번불러본다
124.영원을사모한그이유하나로
125.그렇게만남은치유를낳고

출판사 서평

1.너도한여름소나기만같아봐라

요즘소나기방문이잦다.
그럴때마다이젠아열대로가는거니묻고싶은데
하도빨리쏟고가는바람에정신이없다.
하지만더운기운을잠재우니어찌감사한일아닐까.
마음까지시원하게해주니
얘야,너도한여름소나기만같아봐라.
오늘따라동쪽하늘에서저서쪽하늘까지
그너른공간에무지개가두팔을벌렸다.
이런무지개는보기드물지,암.그렇고말고.
너에대한칭찬이여기저기서들린다.
이러다신문에오르지않을까싶다.
무지개는약속이라는데넌오늘무엇을약속하려느냐.
지키지못할양이면아예입을열지마라.
차라리색동옷입고거나하게춤을추거라.
그큰춤사위에놀라모두입을크게벌리리라.
그런데눈깜짝할사이에네모습이보이지않는다.
아니누가그새시샘을하여너를몽땅지워버렸을까.
아니면하늘뒤로숨었는가.
고무지우개로지울라치면꽤시간이걸릴터인데
아무래도심상찮다.심상찮아.
하지만네방문을어찌환영하지않을수있을까.
네오래기억하여네이름을남기리라.
이한여름에.

2.세상을걷고싶다,꿈에서라도

교대에서안국역으로출근하던때는
인사동이날기다리고있었지.
곰팡내나는책들사이로함께걸어들어가면
천상병시인이즐겼다는차가나오곤했어.
시????귀천????은찻잔을돌아하늘로날아가곤했다.

신도림행전철에몸을실었을때는
디큐브시티가자꾸만유혹을했어.
????맘마미아????와????시카고????가번갈아잔치를열면
지나는전차들마저어깨를들썩였다.
아무렴,흥을이길수있는것은없지,없어.

요즘나의열차는서초역에머물러있다.
거리두기4단계가우릴꽁꽁묶었으니어찌할까.
마스크가입과코까지지키고있어숨을곳도없다.
얘야,눈딱감고있을터이니차한잔내오너라.
내너를타고뉴욕에숨어들고
발리에도발을내려세상을걷고싶다.꿈에서라도

3.소망한가지하늘에띄워본다

기후는늘말없이행동으로보여준다.
조용하다가도한순간에도시를쑥대밭으로만들고
산을무너뜨리며사람의혼을빼놓는다.
네힘을익히알고있지만
요즘들어자주화를내는것을보니
심기가몹시불편한것아니겠는가.
가끔네경고의말을들었는데도
미리조심하지않은우리가잘못이지.
싸게놀다가비싸게비용을지불하다보니
우리사정도말이아니다.
이제시작일터이니
앞으로지불해야할것들로인해마음이무거워진다.
아직도정신못차린자들로인해
지구는몸살을앓고있다.
이밤에기후가다시역정을내지않을까걱정이다.
이땅이언제근심을벗어나
기후와더불어웃으며살수있을까.
소망한가지하늘에띄워본다.

4.비로소깨달았지아름다움은
신기루라는것을

아름다움을만날때가슴은먼저뛰고
그것을더오래보려고시선은바삐움직인다.
그것을담고싶어마음은채근하며
좀더가까이가라한다.알았어,알았다니까.
난그아름다움이혹시라도훅날아갈까싶어
조마조마하는데
아니나다를까아침에날아든까치가
순간을못참고소리를질러댄다.????쩍쩍????
나름말을걸고싶은것이겠지.
내심장이얼마나놀라는지
그만하늘이무너지는줄알았다.
하지만아름다움은고고한모습을잃지않았어.
그런것에무너질량이면아름답다하겠나.
그는큰걸음으로성큼성큼다가오더니
살며시나의손을잡지않겠나.아이고.저런.
나는그만눈을감고말았네.
부끄러움이그를감당할수없었던게야.
하지만나는이미마음의공간을한층더높이며
손높이들어그를맞지않았겠나.
그때빛이들어와금모래를뿌리기시작했어.
그런데갑자기그가보이지않는거야.
나는두리번거릴수밖에없었는데
질문을하기엔이미늦었어.
그때비로소깨달았지.
아름다움은신기루라는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