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에 햇순이 돋을 때

그루터기에 햇순이 돋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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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심종숙 시인 겸 문학평론가의 두 번째 시집 『그루터기에 햇순이 돋을 때』 속에는 전체 여든세 편의 시가 4부로 나뉘어 실려있다. 나는 이들의 작품을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무언가 먹었던 음식물이 소화되지 않고 뭉쳐서 걸려있는 것처럼 답답했던 속이 이내 꾹꾹 쑤셔왔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 해결되어야 할 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고, 지나온 길에도 아픔의 발자국이 깊은 상처로 찍혀있기 때문이다.

그런 탓일까, 내가 알고 있는, 영성(靈性)이 번뜩이고, 문학적 지성이 차분하게 정리 정돈되어 있던 시인은, 이 땅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대변인이 되어 돌아왔고, 분단된 조국의 통일을 염원하면서 반민족적인 정치적 행위나 제도를, 그리고 우리의 부끄러운 과거사를 비판하는 일에 선봉자가 되어 돌아왔다. 그러다 보니, 그녀의 시는, 목숨을 담보로 위험한 현장에서 힘들게 노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넘쳐나고, 과거 5.18광주민주화운동의 피해자를 떠올리며 가해자를 비판 성토하고, 소위, ‘가진 자’들의 자본이 인권과 생존권을 유린(蹂躪)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병리 현상을 비판하고, 국가보안법 철폐를 주장하며 시위하고, 미국을 지원국 내지는 우방(友邦)으로서가 아니라 식민지배하는 나라라면서 오히려 통일을 어렵게 하는 적국(敵國)으로 인식했다. 게다가, 우리 역사(歷史)의 약점인 일제 강점기의 친일(親日), 남북전쟁 당시의 부역(附逆)과 연좌제(連坐制), 그리고 이데올로기로 인한 대립(對立) 등으로 인한 수많은 피해자의 아픔을 환기해 주면서 정치적인 정책 결정의 잘못을 직간접으로 비판하고 있다.
저자

심종숙

시인/문학평론가

전한국외국어대일본학부외래교수
현샘터문학평생교육원시창작학과주임교수
현대림대학교평생교육원문예대학시창작학과지도교수
현샘터문학주간,민족작가연합사무총장
2012년동방문학으로시등단
2013년동방문학으로평론등단
첫시집〈역驛〉
첫평론집〈니르바나와케노시스에이르는길〉
한국외국어대학교대학원비교문학과박사과정졸업〈미야자와겐지와한용운의시비교연구〉
청소년신문문예대상수상(시부문)그외공저및역서등.

목차

서시
발문/이시환

제1부늑대와양
제2부민들레전사들
제3부빨갱이
제4부그루터기에햇순이돋을때

출판사 서평

[발문]

심종숙시인의두번째시집을읽으며

심종숙시인겸문학평론가의두번째시집『그루터기에햇순이돋을때』속에는전체여든세편의시가4부로나뉘어실려있다.나는이들의작품을읽는내내마음이아팠다.무언가먹었던음식물이소화되지않고뭉쳐서걸려있는것처럼답답했던속이이내꾹꾹쑤셔왔다.아직도우리사회에해결되어야할많은문제가산적해있고,지나온길에도아픔의발자국이깊은상처로찍혀있기때문이다.

그런탓일까,내가알고있는,영성(靈性)이번뜩이고,문학적지성이차분하게정리정돈되어있던시인은,이땅에서힘들게살아가는노동자들의대변인이되어돌아왔고,분단된조국의통일을염원하면서반민족적인정치적행위나제도를,그리고우리의부끄러운과거사를비판하는일에선봉자가되어돌아왔다.그러다보니,그녀의시는,목숨을담보로위험한현장에서힘들게노동하는사람들의이야기로넘쳐나고,과거5.18광주민주화운동의피해자를떠올리며가해자를비판성토하고,소위,‘가진자’들의자본이인권과생존권을유린(蹂躪)하는자본주의사회의병리현상을비판하고,국가보안법철폐를주장하며시위하고,미국을지원국내지는우방(友邦)으로서가아니라식민지배하는나라라면서오히려통일을어렵게하는적국(敵國)으로인식했다.게다가,우리역사(歷史)의약점인일제강점기의친일(親日),남북전쟁당시의부역(附逆)과연좌제(連坐制),그리고이데올로기로인한대립(對立)등으로인한수많은피해자의아픔을환기해주면서정치적인정책결정의잘못을직간접으로비판하고있다.

나는시인의작품들을읽고난뒤한동안멍하니앉아서생각해보았다.왜,왜일까?애써큰소리로주장하는것은널리공유하고자함이고,널리공유하고자함은더불어같이느끼고같이생각함으로써말과행동을함께하고자함일것이다.그런데이‘함께하고자함’은결국,통일을방해하는세력을무너뜨리고,인권과생존권을유린(蹂躪)하는자본주의를타도(打倒)함으로나타난다.그래서그녀의시는동참을호소하고,단결을외치며,이해를구한다.사회적약자(弱者)를위로하고,응원하며,열악한환경과불평등한조건에서일하는노동자들의삶을격려하며찬양한다.미국을비판하고,미국과가깝게외교관계를맺고있는우리나라의정치인과그에의존하는국민의말과행동을또한성토(聲討)한다.그러는사이낯선‘인민(人民)’이라는단어가자연스럽게시문장안에자리를잡고,‘한미연합군사훈련’을도끼로찍어내자는구호가시문(詩文)의중심에자리한다.

어찌,시인만그러하겠는가.불행하게도,우리는남북이분단된채70년세월이흐르는동안너무많은국력을낭비해왔고,서로대립(對立)비방(誹謗)해왔듯이,우리의의식(意識)도,가치관도,언어도,사상(思想)도,정치적주의(主義)주장(主張)도많이달라져있다.그래도우리는‘자유민주주의’라는체제아래에서살기에양쪽의것이어느정도공유되면서우리와다른저쪽의주의주장을탐색할수있고,그래서그들의좋은점을수용할수도있었다.그러다보니,같은체제아래에살면서우리만사실상내부적으로갈라져가는형국에놓여있고,또곳곳에서의견충돌과함께대립한다.특히,저쪽의것을가져다가이쪽에서주장하고,저쪽시각에서이쪽을비판하기도하는데‘새롭고신선하다’라는평가를받으면서개인적인능력으로인정받기도한다.그래서정치인이되고,사회운동가가된다.나는이런현실이너무슬프다.양쪽을객관적시각에서바로보지못하고우리의당면문제만을일방적으로비판성토하는것은바람직하지못하다고생각한다.저쪽사람들이이쪽의것을가져다가자신들의현실을비판한다면어느정도균형이맞지만,저쪽에서는그런현실이용인되지않는정치체제이다.원천적으로같은조건에서얘기할수는없다.그나마,요즈음에는탈북자들이북한의내부사정을폭로비판하기도하고,중국조선족동포들이중립적시각에서남북을보며나름대로통일을위한기반조성에노력하는이들도있다.

여하튼,시인으로서우리의정치경제사회문화할것없이당면한현실문제를소재로삼아서얼마든지글을쓸수있고,또한그과정에서자신의주장을펴며필요하다면비판성토할수있다고나는생각하고믿는다.사실,그것도결코쉬운일이아님을안다.그러려면,시인은그속한가운데로들어가있어야하며,그곳에서의아픔이곧내아픔이되고,그들의행복이곧,나의행복이될때가능해지는일이기때문이다.이런의미와맥락에서보면,심종숙시인이사회적약자와노동자들의삶에관심을보이며,분단된민족의현실에애정어린눈으로가까이함을높이평가한다.자신의안위와행복보다그들과그들의것을우선시하는자기희생적이타심없이는실행되지않는일이기때문이다.

큰틀에서보면,우리의판단도,우리의주의주장도대개는‘정반합(正反合)’이라고하는시행착오(?)를거치면서성숙,발전해간다.나는심종숙시인의행보도그런과정으로이해한다.그러나한가지중요한사실만큼은염두에둘필요가있다고본다.그것은다름아닌이것이다.곧,나의관심사에나의시선이머물고,나의시선이머무는곳에내가있게마련이다.내가있는곳을중심으로대개는바깥세상을보고읽게된다는사실이다.그런데그중심이사람마다다를수있고,저마다자기중심만을고집하거나자기중심밖에모른다면타자를이해하지못하고,종국엔대립하게되고,적대시하게되며,투쟁만으로일관하게된다.바로그과정에서너무많은에너지가낭비된다는사실이다.작품들에서상대를조롱하고,욕설하고,분노하는감정이실리는문장들이그런길위에찍힌발자국으로서증거라고나는판단한다.

부디,당신의소중한에너지가,당신의관심과애정이우리사회갈등과대립과충돌을부추기는게아니라그벽을넘어서서어두운구석구석을비추는한줄기빛이되기를기대한다.그리하여분노가녹아내리고,억울함과원망이사라져화해와용서와포용으로하나되어나가는길에초석을놓아주기바란다.그동안마음고생많이하셨고,이제심신의안정과평화가깃들기를축원해마지않는다.

-2021.08.26.

이시환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