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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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단편집 『세월』은 10편의 단편소설들로 구성된 소설집이다. 아무리 평범하고 무탈한 삶을 살아온 이라고 해도, 고개를 돌리고 싶은 순간들이 있기 마련이다. 평범한 삶 속에 감춰진 상처들을 차분하게 감싸는, 작가의 단편들을 읽다 보면 언제 생겼는지도 알 수 없는 해묵은 상처들이 하나씩 치유되는 신비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책에 수록된 열 편의 단편 중 여덟 편은 수십 년 전부터 수년 전에 이르기까지 과거의 사건을 회상하는 형태로 서술된다. 화해하지 못한 친구를 저세상으로 보낸 자책과 첫사랑의 희미한 기억을 「첫사랑」, 불륜과 사랑 그리고 이기심과 반성의 변주곡을 「화양연화」, 작은형의 어처구니없는 행동과 시대 및 가치의 변화에 내몰린 아버지를 「가족」, 서로서로 속였던 지난 세월을 「기망」, 아버지뻘 되는 환자와의 로맨틱했던 만남을 「지금도 사랑 속에서」, 이웃에서 일어난 살인사건과 고모님에 대한 자신의 철없음을 「백자주병」, 돈 앞에서 우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배짱이」, 권위주의 시대 때 군대 동료와의 이상한 인연들을 단편 소설집 「세월」에서 ‘주인공’ 또는 ‘나’가 복기한다.
그 외의 두 편에서는, 겉으로 보기에는 평이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인간은 누구나 각각 말 못 할 상처를 보듬고 살고 있음을 「봄날은 간다」, 삶은 갇힌 일상의 순환이며 일상은 강자의 욕망과 우연의 연장일 뿐임을 「아니다 그렇지 않다」의 내용은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을 연극 대사처럼 진행한다. 작가는 일상 대부분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인생의 가치들은 별것이 아니라는 식의 화두로 독자에게 던진다. 그리고 그 가치는 거머리 같이 붙어 떨어지지 않는 가난, 가난을 짓누르는 빚, 삶을 피멍 들게 하는 가족 사이의 폭력, 자식의 변고 등 선택의 여지 없이 온전히 받아내야 했던 사건이자, 소망 없는 불행의 연속들에 관한 수많은 우리 모두의 자화상 같은 이야기이다.
저자

윤혁

부산대를졸업했다.본명은윤부혁.Daum블로그에서10년이상인문학관련서평과연작소설을발표하여2009년~2015년까지매년우수블로그로선정되었다.2014년대한민국블로그어워드에서우수상을받았다.월간지〈맑고향기롭게〉에서2015.7~2016.12〈옛날의금잔디〉,2017.1~2017.12〈고전을읽다〉를연재했다.
1982년희곡〈탈출〉로효원문학상을받아등단했으며저서로는연작전자소설『옛날의금잔디(다음,2017)』,시집『도시의바람(올리브출판사(2002)』,장편소설『기억과몽상(청어,2018)』등이있다.

목차

첫사랑
가족
봄날은간다
기망
아니다그렇지않다
백자주병
베짱이
지금도사랑속에서
세월
화양연화

작품해설

출판사 서평

작가는일상대부분에서중요하다고생각하는인생의가치들은별것이아니라는식의화두로독자에게던진다.그리고그가치는거머리같이붙어떨어지지않는가난,가난을짓누르는빚,삶을피멍들게하는가족사이의폭력,자식의변고등선택의여지없이온전히받아내야했던사건이자,소망없는불행의연속들에관한수많은우리모두의자화상같은이야기이다.
각단편의소재가되는작가의기억들은누구에게나일어날수있을평범한일상이지만작중인물의상황에선이해할수없거나어쩔수없어아픈상처가되고말았던조각들이다.작품을따라가다보면작가에게‘기억’이란특별한의미가있다는것을알수있다.작가에게‘기억한다’라는일은작품을통해일상의상처와그흉터를곱씹어반추하는행위이다.이기억들은단순히일회성으로사라져버리는것이아니라,사건당시와현재라는시간의간격을통해회생하고사건자체와거리감을유지하도록한다.그래서그거리를통해성찰과반성의과정을거쳐작품속에서승화시킨다.작가는자신이만들어가는언어의집에일상과삶의기억을하나하나되살려내었다.다시사람에게로,삶으로되돌려놓는과정을통해나의일상일수도,누구의일상일수도있을그평범한일상들을따뜻한시선으로적고있다.
작중인물들의슬픔이나눈물의원인은작품에서보듯철없는미성숙,몰염치,심지어는악마성에까지이른다고인정할수밖에없다.하지만독자는그것과는반대편에있는유약해보이기도하는,선한사람을적시며따뜻이안아주는이야기에집중할필요가있다.
한편으로작가의이야기와언어가만들어가는집은한계가뚜렷한인간에대한비관과절망을나타내보이기도한다.그러나작가는그것을넘어서려애쓰는흔적이역력하다.익명으로일생을살다떠나가는‘우리’모두에게하나하나집을지어주며,그것을통해우리각자의삶이,그유일했던사건들이결코익명이아니라고역설하는것같다.
위소설들에서인상적인점하나.대부분작중화자의현재가상대적으로배제되어있다는점이다.보통이런식의소설은과거의경험/사건이현재의자신에게어떤영향을미쳤고,그결과현재의자신은과거의영향으로이러저러한선택을하게된다는식이다.과거의사건과현재의사건이병렬로배치되고,과거의극복혹은잔존이소설의주기제인경우도많다.한데『세월』에담긴단편대부분은그저과거의경험혹은사건을복기하는것에만충실하다.현재의상태나과거의경험이지금의‘나’에게미친영향들은상대적으로(때론절대적으로)생략되거나절제되어있다.그들은그저과거의사건을,상처를,자신을,꽤시간이지난‘나’의상태에서생생히그리고객관적으로되살리는데만초점을맞춘다.
이것이주는효과는과거를되살피는작중화자처럼독자들은자신의삶속그늘을추적하게만든다는점이다.소설속사건과상처에비추어비록형태나양상은다를지라도독자의과거에서늘하게남아있는기억을또렷이되살리는시도를하게되지않을까생각한다.그리고지금의상태에서객관적으로나를마주해볼것이다.소설속내용자체가주는여운이나감동보다중요한것은해당단편을매개로열리는독자‘나’의이야기가발생하기때문이다.하여소설들은각각짧은분량이지만이로인하여독자의내면에서만들어지는이야기는다양하기짝이없을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