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한글철학 : 훈민정음창제, 580년 만에 탄생한

재미있는 한글철학 : 훈민정음창제, 580년 만에 탄생한

$20.03
Description
- 왜 순우리말로 철학을 못하는가?
‘재미있는 한글철학’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후 580년 만에 순우리말철학, 한글철학이 세상에 나와 올해 한글날을 더욱 뜻깊게 하고 있다. 시인, 철학인류학자로서 이름이 널리 알려진 박정진 박사가 내놓은 『재미있는 한글철학』(신세림)이 그것이다. 박정진 박사는 이 책에서 한글 28자를 키워드로 해서 한글로만 세계철학의 보편적 반열에 진입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자신의 철학인 ‘일반성의 철학과 포노로지’(소나무)를 비롯한 소위 ‘소리철학’ 관련저서를 20여권 출판한 철학인류학자이다. 그동안 철학 이외에도 1백여 권의 인문학 저서를 세상에 내놓은 20, 21세기 한국인문학의 기린아이다.
그는 이번에 우리말 〈나-남-님-놈-너〉를 비롯해서 〈알(생명)-나(나다)-스스로(살다)-하나(되다)〉, 〈맛-멋-(마음몸)-마당-말-마을〉, 〈알-얼-올-울-을-일(놀일)〉, 그리고 ‘있다-이다-잇다-하다-되다-나다-살다’ 등 28자를 서로 연결하는 기법을 통해 순우리말로 된 한글철학을 구성했다. 이것은 박정진 철학의 28철학소(素)이다.
그는 “한글철학의 최초구성을 하면서 스스로 한민족에게 다시 얼을 되찾아준 기분”이라고 말한다.
한 나라가 자생철학을 갖는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선진국의 문턱에서 좌절하는 국가가 적지 않다. 돌이켜 생각하면 그 원인은 자생철학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 없으냐의 차이인 것 같다. 자생철학이 없으면 국민의 교양으로서의 철학이 부재하고, 다른 나라와 구별되는 독자적인 사유를 할 수 없게 되고, 지식인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사대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다. 독자적인 사유체계가 없으면 결국 부(富)를 지탱할 수 없게 된다.
우리가 경험론이라고 알고 있는 철학은 영국의 철학이다. 관념론이라고 알고 있는 철학은 독일의 철학이다. 합리론이라고 알고 있는 철학은 프랑스의 철학이다. 실용주의라고 알고 있는 철학은 미국의 철학이다. 이들 국가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보편성에 도달한 문화능력이 있기 때문에 근대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서구의 철학을 그 나라의 국민철학, 혹은 국가철학이라고 이해하고 있기보다는 처음부터 보편철학의 위치에 있었던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물론 이들 철학이 보편성에 도달한, 세계인으로 하여금 믿고 따를 수 있는 시대정신을 반영한 철학이다. 그러나 그 철학의 발생 과정을 보면 그 나라의 사유체계와 존재방식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오늘날 세계는 지구촌이라는 말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하나의 마을처럼 가까워졌지만, 그럴수록 자신만의 고유의 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철학적 시민권을 주장할 수 있고, 선진국으로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그 나라의 고유한 철학이 없으면 결국 정신적 사대주의에 빠지게 된다.”
그런 점에서 한국이 선진국이 되려고 하면 종래 동서철학에 대한 해박한 이해와 더불어 그 틈새를 뚫고 우리말인 한글에 의해 개념화되고, 체계화된 한글철학을 가지지 않으면 안 된다. 서양철학, 중국철학을 배우고 따라가면 된다는 생각은 문화적 사대주의다. 외래철학을 잘 한다고 우리의 고유철학이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역설적으로 외래철학에 빠지면 빠질수록 자신의 혼을 잃어버리고 헤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훌륭한 외래 철학일수록 정치한 내용은 물론이고, 체계화와 설득력의 면에서 우리를 압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나라에는 오랜 철학적 전통과 함께 자신만의 오리지널(original) 철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나마 선진국을 구가하면서 제국주의를 행한 나라들은 하나같이 자국의 철학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훌륭한 철학자 군을 자랑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한국은 아직 그러한 철학자와 철학을 지니고 있지 못하다. 도리어 고대철학으로서 천부경(天符經)의 천지인(天地人)·정기신(精氣神) 사상을 지니고 있지만 근대철학으로 내세울만한 것이 없다.
조선조 성리학(性理學)만 하더라고 중국 송(宋)나라 주자(朱子)의 철학이다. 우리는 주자의 철학을 마치 우리의 철학인 양 착각하면서 살아왔던 것이다. 이것은 부성부재(父性不在)임을 말해준다. 우리는 주자철학을 퇴계(退溪)철학이라고 하면서 국내외에 떠들고 다녔다. 지구촌이 세계화가 된 오늘날, 주자의 성리학을 한국의 철학이라고 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원효(元曉)의 화쟁(和諍)사상은 그래도 좀 낫다. 중관(中觀)사상을 비롯해서 유식(有識)사상 등 불교사상과 철학을 죄다 모아 화해시키면서 나름대로 독자적인 사상체계를 정리하고, 그것을 넘어서는 메타(meta)철학으로서 화쟁사상을 창출해냈기 때문이다.
오늘날도 우리는 원효의 화쟁사상이나 퇴계의 경(敬)철학을 우리의 사상으로 팔아먹고 있다. 오늘날의 우리시대정신을 담은 철학을 생산하지 못하고, 그 과거의 흔적들만 우상처럼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부재(不在)를 현존(現存)으로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선진국 문턱에 있는데 철학은 항상 서양철학을 들먹이고, 아니면 중국 고전철학을 끄집어내서 철학하고 있는 것처럼 스스로를 속이고 있다. 동서양의 철학적 고전을 공부하는 것이야 철학적 사유능력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것이지만, 철학공부만 한다고 철학이 저절로 하늘에서 뚝딱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철학을 하려면 자신이 살고 있는 땅(나라)의 전통을 바탕으로 스스로 사유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번역된 남의 철학으로 자신의 철학을 대신하는 일은 자신의 혼을 빼버리는 일이다. 철학하는 것은 철학공부가 아니다. 역설적으로 남의 철학을 잘 알고 평생 그것을 신주 모시듯 하면 도리어 자기철학을 할 수 없게 된다. 남의 철학에 완전히 세뇌가 되면 자기철학을 할 수 없다. 그것은 철학을 우상화·종교화하는 일이다.
한 나라의 철학은 그 나라의 언어로 구성되는 것이 당연하다. 남의 나라 언어로 철학을 한다는 것은 문화교류와 소통을 위해서는 중요하지만 독자적인 철학을 수립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는 한글로 철학하는 자가 없었다. 한글철학의 걸음마를 떼는 기분으로 이 책을 엮었다. 한글로도 얼마든지 고매한 철학적 개념과 체계를 구성할 수 있음을 독자들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는 〈알(알다)-나(나다)-스스로(살다)-하나(되다)〉의 큰 이론체계와 함께 삶의 존재방식에서 보편적으로 요구되는 육하원칙(六何原則)을 ‘알’의 변형으로 설명하는 탁견을 접할 수 있다. 〈알(생명)-얼(정신)-올(시간)-울(공간)-을(목적)-일(놀, 놀일)〉이라는 현상학적인 이론체계가 그것이다.
철학에서 ‘나’는 키워드이다. ‘나(I)’가 없으면 철학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남-님-놈-너〉라는 명칭과 호칭 뒤에 숨은 철학적 의미와 상관관계를 처음으로 탐색했다. ‘ㄴ’은 플러스 홀소리와 닿소리의 결합으로 이루어지는 ‘나’의 변형들은 한글 속에 숨어있는 의미체계에 어떤 규칙성이 있는 점도 발견되었다. 그리고 ‘나’와 ‘하나(큰 나)’의 상관관계, 그리고 ‘하나’ 플러스 ‘님’의 의미복합에 대해서도 다루었다.
동양의 철학자답게 〈격물치지성의정심(格物致知誠意正心)-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를 대신할 현대판 팔조목(八條目)으로서 한글발음으로 ‘자신’의 변형으로서 〈자신(自身)-자신(自信)-자신(自新)-자신(自神)-검소(儉素)-겸손(謙遜)-자유(自由)-창의(創意)〉를 제안해보았다.
한 나라의 철학이 자신의 말로 철학을 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인데도 그렇지 못한 나라들이 많다. 한국도 그러한 나라 가운데 하나이다. 옛날에는 한자말이 아니면 철학을 할 수도 없었고, 오늘날은 영어를 비롯한 라틴어 계통의 말이 아니면 철학을 할 수 없는 것처럼 한국의 철학자들은 살고 있다. 남의 나라 말로 철학을 하는데 자신의 정체성이나 혼(魂)을 지킬 수가 있을까. 남의 말로 생각을 하면 과연 그것이 자신의 철학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다시 말하면 『재미있는 한글철학』은 총 28개 단어, 철학소(素)로 한글철학을 완성하고 있다. 28개 단어로 한국인의 삶의 철학과 미학을 통틀어 말하고 있다. 한국인의 무의식 속에, 집단무의식 속에 숨어서 전해 내려온 이 단어를 발견한 것은 저자가 그동안 동서양철학의 준봉들을 넘어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저자는 2012년을 기점으로 지금까지 20여권의 철학관련 대작들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 때마다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저작들이 밑거름이 되어 이번에 한글철학을 내놓았다고 소감을 말한다. 저자는 이밖에도 1백여 권의 저술과 13권의 시집(1천5백여 편의 시)을 내놓았다. 특히 『철학의 선물, 선물의 철학』 『소리철학, 포노로지』 『빛의 철학, 소리철학』 『니체야 놀자』 『일반성의 철학과 포노로지』 『니체, 동양에서 완성되다』 『위대한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네오샤머니즘』 『신체적존재론』 『평화는 동방으로부터』 『평화의 여정으로 본 한국문화』 등을 출간한 바 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시와 철학과 아포리즘을 집대성한 『21세기 詩經』을 출간했다.
박정진 박사는 이번에 선보인 한글철학을 간단하게 줄여서 ‘알-나’철학, 혹은 ‘알-나 생명문화’철학이라고 말한다. K-팝, K-영화, K-드라마, K-푸드, K-방산 등 한류가 세계적 대세인 이때에 K-철학(philosophy)으로서 ‘한글철학’이 탄생함으로써 한국문화가 세계의 중심문화로 들어갈 날이 더욱 재촉하는 것 같다.
저자는 특히 “어린아이들이 우리말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일찍부터 생각할 수 있는 인간이 되고, 어른이 되어 철학적 사유를 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토대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한다.
저자

박정진

문화인류학박사

대구에서태어나(50년)한양대학교의과대학의예과를수료(71년)하고동대학교문리대국문과로옮겨졸업(74년)한뒤영남대학교대학원문화인류학과에서석사·박사학위를받음.
대학졸업후(주)문화방송경향신문에입사하여주로문화부기자로활동하였으며,세계일보문화부장,논설위원,초대평화연구소장을역임했다.가정연합세계본부THINKTANK정책연구원소장(2021∼2023년)을역임했다.
세계일보에개인칼럼〈청심청담〉을집필(2013년11월∼2019년12월),한국언론인협회(회장성대석)로부터'올해의칼럼상’(2020년3월)을수상했다.‘인류학토크박정진’(마로니에방송유튜브131회)을방영했다.
한편시전문지월간『현대시』신인상을통해시인으로등단(1992년)했다.〈해원상생,해원상생〉,〈시를파는가게〉,〈대모산〉,〈청계천〉,〈먼저,아니빛깔,아니허공〉,〈독도〉,〈한강교향시〉,〈거문도〉,〈타향에서〉등13권의시집을냈다.현대시회2대회장(1977년),서울문예상(2006년,강남문학회)을수상했다.
‘인문학적글쓰기’에매진하여〈한국문화와예술인류학〉(1990,미래문화사),〈굿으로보는백남준비디오아트읽기〉,〈단군신화에대한신연구〉(2010,한국학술정보),〈철학의선물,선물의철학〉,〈소리철학,포노로지〉(2012,소나무),〈니체,동양에서완성되다〉(2015,소나무),〈위대한어머니는이렇게말했다〉(2017,살림),〈네오샤머니즘〉(2018,살림),〈신체적존재론〉(2020,살림)등100여권을저술했다.
2003년5월13일서울강남구대모산에자작시〈대모산〉시탑을세움.
2008년9월9일울릉도독도박물관경내에자작시〈독도〉시비를세움.
2019년4월4일경기도연천군‘종자와시인’박물관야외공원에자작시〈타향에서〉시비를세움.

■心中박정진주요도서

〈한국문화와예술인류학〉(92,미래문화사)
〈잃어버린仙脈을찾아서〉(92,일빛출판사)
〈아직도사대주의에〉(94,전통문화연구회)
〈불교인류학〉(2007,불교춘추사)
〈종교인류학〉(2007불교춘추사)
〈단군신화에대한신연구〉(2010,한국학술정보)
〈굿으로본백남준비디오아트읽기〉(2010,한국학술정보)
〈박정희의실상,이영희의허상〉(2011,이담북스)
〈철학의선물,선물의철학〉(2012,소나무)
〈소리의철학,포노로지〉(2012,소나무)
〈빛의철학,소리철학〉(2013,소나무)
〈니체야놀자-초인이도인을만났을때〉(2013년,소나무)
〈일반성의철학,포노로지〉(2014년,소나무)
〈지구어머니,마고〉(2014,마고북스)
〈한류의원조-메시아는더이상오지않는다〉(2014,미래문화사)
〈니체,동양에서완성되다〉(2015년,소나무)
〈예수,부처,문선명-메시아는더이상오지않는다〉(개정증보판)(2015년,행복출판사)
〈평화는동방으로부터〉(2016,행복한에너지)
〈평화의여정으로본한국문화〉(2016,행복한에너지)
〈여성과평화〉(2017,헹복에너지)
〈위대한어머니는이렇게말했다〉(2017,살림)
〈심정평화,효정평화〉(2018,행복에너지)
〈네오샤머니즘(NEO-SHAMANISM)(2018,살림)
〈니체를넘어서-예수부처,부처예수〉(2019,신세림)
〈한국의무예마스터들〉(2020,살림)
〈무예자체,신체자체를위한신체적존재론〉(2020,살림)
〈인류학자가풀어쓴-차의인문학1〉(2020,차의세계사)
〈서양철학의종언과한글철학의탄생〉(2021,yeondoo)
〈신(神)통일한국과하나님주의(Godism)〉(2021,신세림)
〈축제와평화〉(2022,신세림)
〈축제와평화〉(2022,신세림)
〈재미있는한글철학〉(2023,신세림)


○시집
〈해원상생해원상생〉(90,지식산업사)
〈시를파는가게〉(94,고려원)
〈대모산〉(2004,신세림)
〈먼지,아니빛깔,아니허공〉(2004,신세림)
〈독도〉(2007,신세림)
〈한강교향시〉(2008,신세림)
〈거문도〉(2017,신세림)
〈타향에서〉(2021,문학저널)
〈21세기詩經〉(2023,신세림)

목차

서문

1장재미있는한글철학과소리의비밀
2장‘알-나-스스로-하나’의상징성
3장한글은세계언어의모어(母語)이다
4장삶(생명,존재)과앎(이용,지식)의고고학
5장한민족미학의원형
6장‘마음(몸)씀’으로본인류의문명구조
7장철학의십계명
부록

출판사 서평

서문

한나라가자생철학을갖는다는것은참으로어려운일인것같다.소득수준이높아지고선진국의문턱에서좌절하는국가가적지않다.돌이켜생각하면그원인은자생철학을가질수있는능력이있느냐,없으냐의차이인것같다.자생철학이없으면국민의교양으로서의철학이부재하고,철학이없으면스스로사유할수있는독자적인사유체계,더정확하게말하면그나라의문화전통으로서일어난철학이없으면그부를지탱할수없는지도모른다.
우리가경험론이라고알고있는철학은영국의철학이다.관념론이라고알고있는철학은독일의철학이다.합리론이라고알고있는철학은프랑스의철학이다.실용주의라고알고있는철학은미국의철학이다.이들국가들은스스로의힘으로보편성에도달한문화능력이있기때문에근대세계를지배하고있다.
불행하게도우리는서구의철학을그나라의국민철학,혹은국가철학이라고이해하고있기보다는처음부터보편철학의위치에있었던것으로착각하고있다.물론이들철학이보편성에도달한,세계인으로하여금믿고따를수있는시대정신을반영한철학이다.그러나그철학의발생과정을보면그나라의사유체계와존재방식을고스란히담고있다.
오늘날세계는지구촌이라는말에서도짐작할수있듯이하나의마을처럼가까워졌지만,그럴수록자신만의고유의철학을가지고있어야철학적시민권을주장할수있고,선진국으로서어깨를나란히할수있다.그나라의고유한철학이없으면결국정신적사대주의에빠지게된다.
그런점에서한국이선진국이되려고하면종래동서철학에대한해박한이해와더불어그틈새시장을뚫고우리말인한글에의해개념화되고,체계화된한글철학을가지지않으면안된다.서양철학,중국철학을배우고따라가면된다는생각은문화적사대주의다.외래철학을잘한다고우리의고유철학이저절로만들어지는것은아니다.
역설적으로외래철학에빠지면빠질수록자신의혼을잃어버리고헤어나지못할가능성이높다.훌륭한외래철학일수록정치한내용은물론이고,체계화와설득력의면에서우리를압도할수있기때문이다.이들나라에는오랜철학적전통과함께자신만의오리지널리티(originality)가있는철학을가지고있기때문이다.
한때나마선진국을구가하면서제국주의를행한나라들은하나같이자국의철학을가지고있을뿐만아니라훌륭한철학자군을자랑하고있다.불행하게도한국은아직그러한철학자와철학을지니고있지못하다.도리어고대철학으로서천부경(天符經)의천지인(天地人)·정기신(精氣神)사상을지니고있지만근대철학으로내세울만한것이없다.
조선조성리학(性理學)만하더라고중국송(宋)나라주자(朱子)의철학이다.우리는주자의철학을마치우리의철학인양착각하면서살아왔던것이다.이것은부성부재(父性不在)임을말해준다.우리는주자철학을퇴계(退溪)철학이라고하면서국내외에떠들고다녔다.지구촌이세계화가된오늘날,주자의성리학을한국의철학이라고하는사람은한사람도없다.
원효(元曉)의화쟁(和諍)사상은그래도좀낫다.중관(中觀)사상을비롯해서유식(有識)사상등불교사상과철학을죄다모아화쟁시키면서나름대로독자적인사상체계를정리하고,그것을넘어서는메타(meta)철학으로서화쟁사상을창출해냈기때문이다.
오늘날도우리는원효의화쟁사상이나퇴계의경(敬)철학을우리의사상으로팔아먹고있다.오늘날의우리시대정신을담은철학을생산하지못하고,그과거의흔적들만우상처럼자랑하고있는것이다.부재(不在)를현존(現存)으로자랑하고있는것이다.
이상하다.대한민국은선진국문턱에있는데철학은항상서양철학을들먹이고,아니면중국고전철학을끄집어내서철학하고있는것처럼스스로를속이고있다.동서양의철학적고전을공부하는것이야철학적사유능력을높이기위해필요한것이지만,철학공부만한다고철학이저절로하늘에서뚝딱떨어지는것은아니다.
철학을하려면자신이살고있는땅(나라)의전통을바탕으로스스로사유하는힘을길러야한다.남의철학으로자신의철학을대신하는일은자신의혼을빼버리는일이다.철학하는것은철학공부가아니다.역설적으로남의철학을잘알고평생그것을신주모시듯하면도리어자기철학을할수없게된다.남의철학에완전히세뇌가되면자기철학을할수없다.그것은철학을우상화·종교화하는일이다.
한나라의철학은그나라의언어로구성되는것이당연하다.남의나라언어로철학을한다는것은문화교류와소통을위해서는중요하지만독자적인철학을수립하는데는도움이되지못한다.지금까지우리나라에는한글로철학하는자가없었다.한글철학의걸음마를떼는기분으로이책을엮었다.한글로도얼마든지고매한철학적개념과체계를구성할수있음을독자들은확인할수있을것이다.
『재미있는한글철학』의한글철학은한글의제자원리를설명한책이아니라‘한글로쓰인철학’이라는의미이다.이책에는<알(알다)-나(나다)-스스로(살다)-하나(되다)>의큰이론체계와함께삶의존재방식에서보편적으로요구되는육하원칙(六何原則)을‘알’의변형으로설명하는탁견을접할수있다.<알(생명)-얼(정신)-올(시간)-울(공간)-을(목적)-일(놀,놀일)>이라는현상학적인이론체계가그것이다.
철학에서‘나’는키워드이다.‘나(I)’가없으면철학자체가불가능하기때문이다.<나-남-님-놈-너>라는명칭과호칭뒤에숨은철학적의미와상관관계를처음으로탐색했다.‘ㄴ’은플러스홀소리와닿소리의결합으로이루어지는‘나’의변형들은한글속에숨어있는의미체계에어떤규칙성이있는점도발견되었다.그리고‘나’와‘하나(큰나)’의상관관계,그리고‘하나’플러스‘님’의의미복합에대해서도다루었다.
동양의철학자답게<격물치지성의정심(格物致知誠意正心)-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를대신할현대판팔조목(八條目)으로서한글발음으로‘자신’의변형으로서<자신(自身)-자신(自信)-자신(自新)-자신(自神)-검소(儉素)-겸손(謙遜)-자유(自由)-창의(創意)>를제안해보았다.
‘재미있는한글철학’은필자가『무예자체,신체자체를위한―신체적존재론』(살림출판사,2020)에소개된것을가필하고정정하여증보한것이다.이책에포함된글가운데‘한민족미학의원형’은30년전에저술한『한국문화와예술인류학』(미래문화사,1990)에실린것을다시수정·보완하여소개한것이다.순우리말인‘맛,멋,말,(마음-몸),마당,마을’이라는여섯단어로한국문화의의식주(맛,멋)를비롯한물질문화와정신문화로소개하고,그리고공간과공동체를의미하는마당과마을이라는단어들이서로긴밀하게연관되어있음을밝혔다.한국문화의원형으로우리말철학의길잡이가될것으로짐작된다.
한나라의철학이자신의말로철학을하는것은너무나자연스럽고,당연한일인데도그렇지못한나라들이많다.한국도그러한나라가운데하나이다.옛날에는한자말이아니면철학을할수도없었고,오늘날은영어를비롯한라틴어계통의말이아니면철학을할수없는것처럼한국의철학자들은살고있다.남의나라말로철학을하는데자신의정체성이나혼(魂)을지킬수가있을까.남의말로생각을하면과연그것이자신의철학이라고할수있을까.
한글로‘쓰다’라는말이있다.글을쓰는것도‘쓰다’이고,사물을이용하는것도‘쓰다’이다.왜둘은같은‘쓰다’가되었을까.아마도말을하거나글을쓰는것은똑같이사물을이용하려는의미였던것같다.‘말씀’도마찬가지이다.어른이‘말을하는것’을말씀이라고말한다.‘하나님의말씀’이라는‘말씀’에도이미쓰임의의미가들어있다.
‘말씨’라는말이있다.말에도‘씨’가있는것일까.‘솜씨’라는말이있다.손놀림에도‘씨’가있는것일까.‘말솜씨’라는말도있다.인간은자연과하나님을쓰지않고는살아갈수없다.아무튼말과손의피드백,머리와손의상호작용은인간문명을일으킨원동력이다.우리말을가지고도얼마든지철학을할수있다.
종합적으로이책은<알(알다)-나(나다)-스스로(살다)-하나(되다)-님(존경)-남(이용)>의‘알(생명)의구조’를말하고있다.또<알(물질)-얼(정신)-올(시간)-울(공간)-을(목적)-일(놀,놀일)>등‘한글육하(六何)원칙’을소개하고있다.<나-너-남-님-놈>으로‘나’를둘러싼호칭의변형에담긴철학적의미를담고있다.이들단어들은서로치환될수있는특징을가지고있다.그리고최종적으로<맛-멋-말-(마음과몸)-마당-마을>등‘마(진실)의변형’을통해한국인의미의식을말하고있다.총28개단어,철학소(素)로한글철학을완성하고있다.
다시말하면이책은28개단어로한국인의삶의철학과미학을통틀어말하고있다.28개개념으로한국인의철학을구성한것을자랑스럽게생각한다.한국인의무의식속에,집단무의식속에숨어서전해내려온이단어를발견한것을마음으로부터자랑스럽게생각하고,온몸으로뿌듯하게자부심을갖는다.아무쪼록이책이한글로철학을하는연구풍토의조성과자생철학정립의출발이되기를기원한다.
세종대왕이훈민정음을창제한후580년만에순우리말철학,한글철학을세상에내놓으니마치한민족에게다시얼을되찾아준기분임을어쩔수없다.한글을사용하는민족이세계의중심국이될것을기원해본다.한글은세계의원초적의미이기때문이다.
끝으로한글큐빅을도안해준건축가인큰아들박준석에게고마움을표하고싶다.그리고이책을선뜻출판해주신신세림출판사이혜숙대표와이시환시인,편집교정팀에게도감사를드린다.

2023년8월15일心中박정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