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배우다, 송승환 (양장본 Hardcover)

나는 배우다, 송승환 (양장본 Hardcover)

$18.00
Description
송승환은 독특한 인물이다. 널리 알려진 ‘연예인’이지만 막상 그가 어떤 사람인지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안방극장에 익숙한 시니어 층에게는 많은 드라마에 출연했고 간간이 쇼 프로그램 MC도 맡았던 동년배의 ‘탈랜트’로 기억된다. 공연 좀 봤다는 중장년층은 〈유리동물원〉이나 〈에쿠우스〉, 〈아마데우스〉 같은 화제작에 잇따라 출연했던 베테랑 연극배우로, 나아가 〈난타〉라는 세계적 퍼포먼스의 기획자로 그를 기억한다. 그의 옛 모습을 알지 못하는 청년들에게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을 멋들어지게 연출한 세계적 감독의 이미지가 형성되어 있다. 이렇듯 세대에 따라, 문화적 체험의 폭에 따라 다양하게 기억되는 그가 데뷔 60주년을 맞아 『나는 배우다, 송승환』이라는 그림에세이를 펴냈다.
그가 써내려간 건 빛나고 화려했던 순간이 아니라 그 순간들 사이에 존재했던 혼돈의 시간들이다. 사연이 많은 만큼 글도 빽빽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미국으로 떠나던 날도, 〈난타〉가 브로드웨이에 진출하고 평창 밤하늘이 드론으로 빛나던 꿈같은 순간들도, 갑작스러운 시각장애를 딛고 다시 무대에 오르던 날의 감동도 모두 절제된 문장으로 짧고 담담하게 서술되어 있다. 짧은 글에 담긴 긴 시간! 그 여백을 채워주는 건 그림이다. 미술기자 출신의 젊은 일러스트레이터 나소연이 장 자끄 상페를 연상시키는 따뜻하고 개성 있는 드로잉으로 송승환의 지난 시간들을 시각화한다. 그림에세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책의 판형도 여느 단행본들과 달리 상페 스타일의 그림책에 가깝다.
저자

송승환

저자:송승환
1957년서울에서태어났다.1965년아역배우로데뷔한이후60년동안30여편의연극,20여편의영화,70여편의드라마에출연했다.한국최초의브로드웨이진출작<난타>를비롯한60여편의연극과뮤지컬을제작했고,2018년평창동계올림픽의개회식과폐막식총감독을맡기도했다.갑작스런시력악화로시각장애4급판정을받았지만여전히무대에오르며다양한작품에출연하고있다.시각장애는불가능이아닌불편함의척도일뿐이며,시력의공백은기억력과상상력으로충분히메울수있다고믿는다.남은꿈은멋진노역배우로인생을마무리하는것이다.

그림:나소연
잡지사미술기자를거쳐일러스트레이터로활동하고있다.그림작가의꿈을좇아파리L'AirArtistResidency펠로우십을수료했고지금은<소녀와치타><사랑하는나의절망에게>등을작업중이다.도전하는삶과끝없는모험을꿈꾸며사람들속의빛을그려나간다.좋은그림을그리고좋은책을만드는작가로서자유로이세계를유영하고자한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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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데뷔60주년을맞은송승환의드라마틱한삶
담담한글과따뜻한그림으로엮은그림에세이

송승환은독특한인물이다.널리알려진‘연예인’이지만막상그가어떤사람인지한마디로정의하기는쉽지않다.안방극장에익숙한시니어층에게는많은드라마에출연했고간간이쇼프로그램MC도맡았던동년배의‘탈랜트’로기억된다.공연좀봤다는중장년층은〈유리동물원〉이나〈에쿠우스〉,〈아마데우스〉같은화제작에잇따라출연했던베테랑연극배우로,나아가〈난타〉라는세계적퍼포먼스의기획자로그를기억한다.그의옛모습을알지못하는청년들에게는평창동계올림픽개폐회식을멋들어지게연출한세계적감독의이미지가형성되어있다.
이렇듯세대에따라,문화적체험의폭에따라다양하게기억되는그가데뷔60주년을맞아『나는배우다,송승환』이라는그림에세이를펴냈다.미술기자출신의젊은일러스트레이터나소연이장자끄상페를연상시키는따뜻하고개성있는드로잉으로송승환의지난시간들을시각화한다.그림에세이라는콘셉트에맞게책의판형도여느단행본들과달리상페스타일의그림책에가깝다.

최고의전성기를누리다가도망치듯미국으로떠났던이유
청춘스타의비애와〈난타〉의환희,그리고평창올림픽직후의시각장애판정!
빛나고화려한순간들사이,어둡고아득했던좌절의시간들

제목에서드러나듯그가생각하는스스로의정체성은배우다.그렇다고이책이단순히‘배우인생60년’을회고하거나대표적인작품들을소개하는통상적인자서전인건아니다.그가써내려간건빛나고화려했던순간이아니라그순간들사이에존재했던혼돈의시간들이다.달리말하면,관객들앞에드러난밝은무대가아니라조명과조명사이암전의시간들이다.
그의이력은화려하고다채롭다.10대초반에아역최초‘동아연극상’수상,10대중반에는〈아씨〉와〈여로〉같은당대최고의인기드라마출연,20대초반에첫뮤지컬제작,30대초반에한국최초로비(非)전속제기획극단설립,40대초반에〈난타〉로한국최초브로드웨이진출,그리고60대초반에는전세계의주목과찬탄을이끌어낸평창동계올림픽.
여기까지가다들알고있는그의삶이다.정확히말하면,삶이라는무대의빛나는하이라이트다.
하지만조명이환할수록암전은어둡기마련이다.가세가기울면서연기를포기했던수험생시절,최고의전성기를누리다가하루아침에빈털터리가되어도망치듯미국으로떠났던날,귀국후모든것을쏟아부어대작을만들었지만아무것도손에쥐지못했던허망한시간,그리고평창의영광이끝나자마자찾아온시력약화와시각장애판정….이막막하고암담했던순간들을그는이렇게표현한다.

어떤역할도내실제인생만큼드라마틱하지는않았다.
삶이란무대위의연기와달라서연출자의속내를알수없고,당장다음씬이어떻게진행될지도예측할수없다.도무지종잡을수없는삶의대본앞에서,나는늘어설픈즉흥연기를할수밖에없었다.
비현실적설정과극단적인롤러코스터인생!
미리읽었다면단박에거절했을이드라마의주인공이바로나였다.(프롤로그중에서)

사연이많은만큼글도빽빽할것같지만그렇지않다.책에실린30여개의에피소드들은대부분두페이지를넘지않는다.화려했던청춘스타시절도,모든것을내려놓고미국으로떠나던날도,〈난타〉가브로드웨이에진출하고평창밤하늘이드론으로빛나던꿈같은순간들도모두절제된문장으로짧고담담하게서술되어있다.이를테면이런식이다.

어둠속에서스스로에게묻고또물었다.계속이렇게살아야할까?그동안내삶을지나치게소비해온건아닐까?이런시간들이과연내인생에득이될까?긴고민끝에내린짧은결론!
“뉴욕으로가자!”(몰락,그리고출국중에서)

2003년9월.〈난타〉는마침내꿈의무대에섰다.대한민국최초의브로드웨이개막작이었다.브로드웨이공식팸플릿〈플레이빌〉에도우리의공연소식이실렸다.홀로뉴욕을떠돌던시절,한없는동경심을품은채들여다보던바로그책자였다.
그날나는두번울었다.〈플레이빌〉을펼쳐보면서한번,그리고관객들의기립박수를보면서또한번.
그렇게내인생의한페이지가완성되었다.(꿈의무대브로드웨이중에서)

개막식때오륜기를형상화했던드론은폐막식때평창의마스코트인수호랑으로변신했다.거북이와민들레홀씨의상여행렬에이어신인류의역동성을보여주는‘새로운시간의축’이평창의밤을밝혔다.〈난타〉에이어진또하나의인생작!잊지못할평창올림픽이서서히저물어갔다.(잊지못할평창의밤중에서)

시력약화과정도마찬가지다.실낱같은기대를품고찾아갔던미국의유명안과에서더이상치료방법이없다는말을들었을때의아득한절망감을그는단두줄로표현한다.

그날밤에나는혼자서펑펑울었다.
인생에서가장길고어두운밤이었다.(어두워지는세상중에서)

그밤이지나고다시아침을맞았을때의느낌은어땠을까?예전보다흐릿한하늘,그러나여전히보이는하늘!아마도삶의중요한분기점이되었을그순간을그는이렇게회상한다.

그래,나는아직세상을볼수있다!단지예전보다좀희미해졌을뿐이다.그렇게생각하니마음이조금편안해졌다.어차피일어난일이고되돌릴수없다면,이눈으로세상을살아가는방법을찾아야했다.(…)절망은그렇게새로운삶의의지로바뀌었다.그날아침에보았던짙푸른하늘빛이지금도눈에선하다.(여전히푸른하늘중에서)

짧은글에담긴긴시간.그여백을채워주는건그림이다.어린승환이청춘스타를거쳐당대의공연기획자로변신하는과정,평창을통해세계적인감독으로우뚝서는과정,시력약화라는시련을딛고다시무대위의배우로복귀하는과정이그림을통해생생하게재현된다.삶의여러모퉁이에서느꼈을갈등,설렘,절망그리고환희를담아낸50여개의그림들은이책을구성하는또하나의텍스트이며,책의완성도를높여주는핵심요소라고할수있다.

불편함과불가능의차이,그리고계속되는도전
다시무대에선60년차배우의한마디,“나는배우다!”

“나는배우다”라는굵고짧은선언(프롤로그)으로시작된책은“나의마지막꿈은노역배우로인생을마무리하는것”(에필로그)이라는고백으로끝난다.얼핏당연하게여겨지는이말이유독강한울림을주는것은,지금그에게가장힘든게바로연기인까닭이다.
그는남들처럼대본을펼쳐놓고읽지못한다.힘들게대본을암기하더라도상대배우의표정이나동작을볼수없다.무대장치나소품도보이지않고,본인과상대역의동선도미리암기하고있어야한다.자칫대사가엉키거나소품에부딪칠위험이있고,심지어무대에서추락할수도있다.그러나스스로를천생배우라고믿는그에게이모든것들은단지하나의‘불편함’일뿐이다.

‘불편함’은‘불가능’과다르다.‘시각장애4급’이라는나의장애등급은불가능이아닌불편함의척도일뿐이다.30센티미터안쪽만간신히볼수있고그너머는흐릿한형태밖에보이지않지만그렇다고못할일은아무것도없다.(어두운세상을살아가는방법중에서)

그렇게배우송승환은다시무대에섰다.2024년에〈웃음의대학〉과〈더드레서〉에출연했고,2025년에도국립극장에서〈더드레서〉에출연할예정이다.이작품에서그가관객들에게보여주는건어쩌면극중인물이아닌자기자신일지도모른다.배우이자극단주이며,전쟁의폭격속에서도고집스럽게무대에오르는늙은‘선생님’이그의배역이기때문이다.노배우로분장한노배우!내가연기하는또하나의나!관객들의표정을보지못하더라도그는더없이행복하고자랑스러울것이다.이책의맨마지막페이지에는〈더드레서〉에서리어왕으로분장한그의모습이그려져있다.

리허설때상대배우의표정을장면별로촬영해서기억에담아놓고,공연때는그표정을상상하면서연기를했다.시력의공백을기억력과상상력으로메운셈이다.관객들의표정은볼수없었지만,중요한대목마다빵빵터지는웃음소리를90분내내들을수있었다.행복했고,자랑스러웠다.(다시무대에서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