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는 왜 자꾸 문을 열어 줄까

백설공주는 왜 자꾸 문을 열어 줄까

$10.76
저자

박현희

고등학교에서사회과목을가르치고있으며,친구들과신나는일을작당하는것을좋아합니다.매일책을읽으며새로운낱말을배우고글을쓰면서,새로배운말을내것으로만들어갑니다.『백설공주는왜자꾸문을열어줄까』,『수상한북클럽』,『이렇게재미있는책이라면』,『나는내편이니까』,『상식이정답은아니야』,『돈이많으면행복할까?』,『뭐?공부가재미있다고?』,『마음대로가자유는아니야』등여러책을썼습니다.

목차

머리말4

제1장관용의마을
우리에겐싫어할이유가충분한이를싫어할권리가있다|여우와두루미|14
소년은왜거짓말을했을까|늑대와양치기소년|24
사람이된피노키오는행복했을까|피노키오|37
튼튼한집만좋은집일까|아기돼지삼형제|51

제2장일탈의마을
불공정한규칙을조롱하라|토끼와거북이|64
우리는샛길을택한이들에게빚지고산다|빨간모자소녀|79
거위의배를갈랐으니얼마나다행인가|황금알을낳는거위|89
분홍신을탐한것이뭐어때서|분홍신|103
한철노래하며사는인생도있어야하지않을까|개미와베짱이|118

제3장지혜의마을
백설공주는왜자꾸문을열어줄까|백설공주|134
왕비는왜자꾸거울을보았을까|백설공주|146
왕자는왜구두로신데렐라를찾았을까|신데렐라|157
이불공주는누가깨울까|잠자는숲속의공주|170
그녀는누구를위해머리카락을기르는가|라푼젤|182
미녀는왕자로변한야수를사랑했을까|미녀와야수|194

맺음말204

출판사 서평

당신을미심쩍은일들로가득찬동화속마을로초대한다

동화속주인공들을보면무슨수로“그후로도오래오래행복했”는지믿어지지않는다.분홍신을신고춤추던소녀는끔찍하게생을마감했고,피노키오는학교를거부한대가치고는너무가혹한벌을받는다.그뿐인가.「미녀와야수」의미녀같은지극한효녀주인공들은도대체자기살자고자식을사지로내몬부모를어떻게다시볼지궁금하다.
왜동화작가들은주인공들을이토록고생시키면서우리에게‘무언가’를주입하려했을까?답은이미안다.재미와교훈을얻으라고.그런데과연거기에서얻은교훈은공평무사하기만할까?동화를통해만들어진규범은좋은세상에기여했을까?다음세대에의심할바없이전수해줄정도로좋은가치를담고있기는한가?동화의미심쩍은부분에질문을던지며새로운관계와연대를상상하는사회학에세이『백설공주는왜자꾸문을열어줄까-동화로만나는사회학』(이하『백설공주』)가출간되었다.

하지말라는짓을계속해서연거푸곤경에빠지는백설공주,너무멍청하지않느냐고묻는독자,참많다.몇몇부모는아이가자꾸그런질문을하는통에명작동화라불리는책은읽어주지않는다고할정도이다.그런데백설공주가정말멍청해서그랬을까?저자의생각은다르다.일곱난쟁이들이백설공주에게얼마나잘해주었는지는모르겠지만친구하나없이하루종일갇혀살면서얼마나외로웠겠는가.세상에는좋은관계를맺지못해백설공주처럼어리석은선택을계속하는이들이얼마나많은가.그러므로백설공주가너무외로운나머지어쩔수없이문을열어주었으며열번이고스무번이고또열어줄수밖에없으리라생각한다.저자는우리에게친숙한동화속주인공들에빗대어현대인이가지고있는결핍,관계의부족,상상과일탈,연대,우정등을이야기한다.
미심쩍은동화에대한날카로운질문(어린시절품고있었어도어른이되어잊어버린)과신선한해석은관용의마을,일탈의마을,지혜의마을에사는주인공들에게로이어진다.

멍청한주인공들이사는세개의마을을소개한다

첫번째관용의마을에는‘어른’의가르침대로살지않았거나가르침대로했는데도곤경에처한주인공들이산다.「여우와두루미」의여우,거짓말을계속한양치기소년,학교가기를거부한피노키오,대충대충집을지었다는누명(?)을쓴「아기돼지삼형제」의두형이이마을에살고있다.전형적인동화속사고뭉치들이지만저자는건강한의심의시선으로말없는이들을변호한다.
두번째일탈의마을에는규범을벗어던진이들이산다.게임도중에잠을잠으로써불공정한규칙에서빠져나온토끼와토끼의일탈을있는그대로받아들여준거북이,끊임없이딴길로새는바람에사람들이숲속을마음놓고다닐수있게해준빨간모자소녀,세상사람들이부러워하는황금알을낳는거위를제손으로죽여버린농부,금기를넘어분홍신을신고춤추다가쓰러지기를택한소녀가있다.저자는이들이‘물론’의세계에서벌인일탈덕분에우리의선택지가다양해졌다고믿는다.
세번째지혜의마을에는관계맺는데서툴러불행한공주와왕비가산다.답답하게도자꾸왕비에게문을열어준백설공주,주구장창왕자만기다린잠자는숲속의공주,기껏잘기른머리카락을왕자에게바친라푼젤,거울하고만얘기하다가불행해진백설공주의새엄마등이사는마을이다.이들을통해우리는좋은관계,우정과연대가삶에얼마나든든한힘이되는지를배운다.

교훈이라고쓰고나쁜교육이라읽는다

동화의목적은처음씌어질때부터교훈과재미를주는것,곧도덕적교훈과사회적구속을
달콤하게만드는것이었다.-『동화의정체』(잭자이프스,문학동네,1999,26쪽)

동화에동심만담긴것은아니다.사회유지에필요한강제규범을확립하는데동화가깊이관여했다는점은의심의여지가없다.대부분의사람들이어린시절부터명작동화에의해사회화되었다.「개미와베짱이」에서는개미처럼부지런히살것,「빨간모자소녀」에서는금지된길에들어서면안된다는것,「토끼와거북이」에서는느리더라도성실히갈것등을배웠다.그런데해석권은언제나교과서,아니면어른이가지고있었다.아이들은일방적으로교훈을이식받았을뿐이다.그것이어른으로자란우리로하여금획일화된구조,부조리함을거부감없이받아들이게하지않았을까.『백설공주』는우리에게친숙한동화들로부터시대에맞는새로운지침을이끌어낸다.‘올드독’으로유명한정우열작가의카툰은덤이다.

#1피노키오는산업사회에필요한일꾼을효과적으로획일화하기위해씌어졌다

“…꼭두각시나무인형이사람으로변신할수있었던비결은무엇이었을까?피노키오가착한아이가되었기때문이다.그렇다면어떤아이가착한아이일까?이이야기속에서는두가지로압축된다.첫째,부모님말을잘들을것.둘째,학교를잘다닐것.그런데부모님이착한아이에게요구하는것은학교를잘다니는것이므로착한아이의비결은하나로압축된다.학교를잘다니면되는것이다.
카를로콜로디가『피노키오』를발표한19세기말은근대적인학교가성립되고확대되던시기였다.산업혁명으로사회가밑바닥부터재편되면서,농사를짓던사람들은이제공장에서노동자로일하게되었다.농사일은아버지를따라밭에나가일하면서전수되지만,공장일은그런식으로배울수없었다.공장주들은기본적으로읽고쓰고셈하기를할수있는일꾼들을원했다.노동자의자녀에게읽고쓰고셈하기를가르쳐내일의노동자로준비시킬제도가필요하다는사회적요청에따라생겨난것이근대적인학교였던것이다.
…합리성을강조하고표준화를추구하는일은장차그아이들이자라서일하게될직장에서도꼭필요한규범이기때문에학교를통해교육을제도화하는일을머뭇거릴이유는없다.”
본문
<사람이된피노키오는행복했을까?-피노키오>
중에서




#2토끼와거북이는불공평한규칙을문제삼는대신,모든게노력에달려있다고말한다



“왜토끼는그경주에참여했을까?토끼의입장에서거북이와의달리기경주를생각해보자.토끼는빠르다.빠른것은토끼의본질이면서동시에토끼의자부심의근원이다.그런토끼가느리기로유명한거북이와달리기경주를한다.…토끼에게이게임은이겨도얻을것은없으되지면망신살만뻗치는,정말하등득이될것없는게임일뿐인것이다.…나는토끼와거북이의경주에제3자가개입되어있을것이라생각한다.이게임을통해누가가장큰이익을보았을까?당연히토끼와거북이의경주를만들어낸누군지모를제3자이겠지.승부가어떻게갈리건항상이익을보는이는따로있다.이것이불변하는‘게임의법칙’인것이다.

…다시토끼와거북이를본다.게임중간에편안히낮잠을즐기는토끼를보라.그여유는깨달은자의것이다.이기건지건이미중요하지않다는것을깨닫고인정한자의여유.하지만더멋진쪽은거북이라고생각한다.거북이는호들갑스럽게토끼를깨울수도있었다.지금이어느때인데이렇게한가하게낮잠을자느냐고질책할수도있었다.그러나거북이는대열에서빠져나와낮잠을즐기는토끼의선택을존중했다.그이해심은게임의구조를완전히이해한자의것이다.

…누군가는잠을자고누군가는그걸내버려두면서게임의규칙을조롱하는이들이늘어나면더이상이판은커지지않을것이다.

본문
<불공정한규칙을조롱하라-토끼와거북이>
중에서




#3여우와두루미는갈등의배경을묻는대신일단화해부터하라고한다



대립하는의견을가진이들에게도동화는명쾌하기만한해법을내놓는다.「여우와두루미」에서배우지않았나.자신이대접받고싶은대로남을대접해야하고,화해가무조건중요하다고.그러나세상에는도저히화해할수없는이가얼마나많은가?문제를근본적으로해결하기보다일단악수부터하라는억지를우리는얼마나많이보아왔던가?



“이들은사이좋게지낼이유가없다.폭력이가져오는나쁜결말을충분히숙지하고앞으로폭력에의존해서문제를풀지않을것을마음에새기는일과화해는완전히다른차원의문제이다.우리는싫어할이유가충분한누군가를싫어할권리가있다.용서하고싶지않은누군가를용서하지않을권리가있다.화해는무조건좋은것이라는우리의관념이때로누군가의가슴에지울수없는상처를남기고계속해서문제를유발한다.모두와사이좋게지내겠다는것은얼마나무모한욕망인가.또모두와사이좋게지내라는것은얼마나무리한요구인가.”

본문
<우리에겐싫어할이유가충분한이를권리가있다-여우와두루미>
중에서




왜냐고묻는감수성이희박해진시대

세상은‘왜’냐고묻는이들을불편해한다.알고보면우리는생각보다훨씬많은규범에갇혀있는데거기에는설득력있는논리가아예없거나아니면지배자의논리만존재하기때문이다.대답이궁색할수밖에없으니세상은잔말말고정해진길로만잘가라고한다.저자는학교안팎에서이런일을종종목격한다.학생의머리나치마길이단속은어떤가.슬리퍼를신지못하게하고하루중마음껏쓸수있는시간을얼마주지않는것은정당한가?저자는동화「분홍신」에서분홍신이란‘금기’의총체를의미한다고본다.그리고학교에서만든온갖생활규범,즉분홍신을금지하는것이“정치적이고경제적이며또한생물적인필요가뒤섞여만들어진문화의힘”이라고본다.그리고탄식한다.“정말학교에는교육도아니면서교육인척하는것들이너무많다.”



엄마가신신당부를했는데도(사회가강력하게제지했는데도)샛길로샌(옳다고믿는것을향해거침없이발을내딛은)세상의모든빨간모자들에게우리는빚지고산다.그덕분에세상은사방팔방으로길을내며우리를맞게되었으니….“우리가언제민주주의해본적있느냐고체념할때독재에저항해거리로나갔던사람들덕분에오늘우리가이만큼이라도”살듯이말이다.

이시대는‘왜?’냐고묻는감수성이희박해진시대,‘왜?'냐고묻는이를억압한다.저자는굳이‘왜’냐고물으면서남들이가는쉬운길을포기한이들,일방적인가르침에저항하는이들,반짝이는상상력으로세상을밝은데로이끄는이들에게우정을나누고연대하자는뜻을담아이책을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