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어떻게 아픔을 기억하는가 (사회적 고통과 기억의 공간 |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세월호 추모관까지)

건축은 어떻게 아픔을 기억하는가 (사회적 고통과 기억의 공간 |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세월호 추모관까지)

$15.00
Description
고통스런 기억은 현장에 남는다. 당사자들이 떠나거나 소멸한 뒤에도, 고문실에 떠도는 공기나 형무소 복도에 스민 냄새처럼, 시간의 입자가 되어 그 공간에 머문다. 선연하게 남은 그 기억들은 후인들이 되풀이하여 읽어야 할 사회적 기록인 동시에, 결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할 쓰라린 역사이다. 이 책은 우리 역사의 아픔이 서린 공간과 건축물에 관한 답사기이자 그곳에 깃든 이름들을 호출하는 레퀴엠이다. 김근태가 전기고문을 당하고 박종철이 물고문을 당했던 남영동 대공분실, ‘일본군 위안부’들의 비극적 삶이 담긴 평화의 소녀상과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인간과 짐승의 시간이 공존했던 서대문형무소와 온갖 주검들 덧쌓였던 서대문 순교성지, 노란 리본으로 물결치는 세월호 추모관…….

건축가의 글답게 공간의 구조와 배치, 동선 등이 상세히 서술되지만 중요한 건 그런 물리적 요소들만이 아니다. 글쓴이가 강조하는 건 이곳에서 우리가 마땅히 느껴야 할 ‘공감’이다. 누군가의 아픔이 깃든 기억의 공간은 또 누군가에게 사무치는 공감의 장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 책은 우리 중 누군가 겪어야만 했고 여전히 경험하고 있는 슬픔 · 고통 · 비극을 함께하며, 그 기억이 공간화되고 건축화된 현장으로 걸어 들어가는 여정의 시작입니다. 조금이라도 타자의 고통을 이해하고 아름다움의 근원을 헤아려보기 위해서지요. 이 책의 목적입니다.”
저자

김명식

김명식은건축가.이탈리아에서도시와건축그리고공간에관하여공부하고2014년한국에돌아와그것의인문,사회,미학적의미와가치를찾는일에골몰하고있다.『철학적으로도시읽기』(2014)이후‘사회적고통과기억의공간’을시민과함께공부하고답사한뒤이책을썼다.

목차

책을내며
시작하는글
Part1
공간에대하여|건축에대하여|도시의공간과건축에대하여
Part2
[1장]공간:악의보편성과선의희귀성
남영동대공분실|경동교회
[2장]건축:타자의비극과고통의공간
평화의소녀상|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3장]도시의공간:고통의현장과기억의풍경
서대문형무소역사관|서소문순교성지
[4장]도시의건축:사회적고통과기억의공간
유럽의학살된유대인을위한기념비|세월호추모공간
Part3
사회적고통과기억의공간,그리고우리의기억
맺는글

출판사 서평

건축은우리에게무엇이며무엇이어야하는가!
남영동대공분실과서대문형무소역사관,평화의소녀상에서세월호추모공간까지
사회적고통과기억의공간,그곳에서확인하는공간의힘과공감의미학
고통스런기억은현장에남는다.당사자들이떠나거나소멸한뒤에도,고문실에떠도는공기나형무소복도에스민냄새처럼,시간의입자가되어그공간에머문다.선연하게남은그기억들은후인들이되풀이하여읽어야할사회적기록인동시에,결코되풀이되지말아야할쓰라린역사이다.
이책은우리역사의아픔이서린공...
건축은우리에게무엇이며무엇이어야하는가!
남영동대공분실과서대문형무소역사관,평화의소녀상에서세월호추모공간까지
사회적고통과기억의공간,그곳에서확인하는공간의힘과공감의미학
고통스런기억은현장에남는다.당사자들이떠나거나소멸한뒤에도,고문실에떠도는공기나형무소복도에스민냄새처럼,시간의입자가되어그공간에머문다.선연하게남은그기억들은후인들이되풀이하여읽어야할사회적기록인동시에,결코되풀이되지말아야할쓰라린역사이다.
이책은우리역사의아픔이서린공간과건축물에관한답사기이자그곳에깃든이름들을호출하는레퀴엠이다.김근태가전기고문을당하고박종철이물고문을당했던남영동대공분실,‘일본군위안부’들의비극적삶이담긴평화의소녀상과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인간과짐승의시간이공존했던서대문형무소와온갖주검들덧쌓였던서대문순교성지,노란리본으로물결치는세월호추모관…….건축가의글답게공간의구조와배치,동선등이상세히서술되지만중요한건그런물리적요소들만이아니다.글쓴이가강조하는건우리가마땅히느껴야할‘공감’이다.누군가의아픔이깃든기억의공간은또누군가에게사무치는공감의장소가되어야한다는것이그의생각이다.
“이책은우리중누군가겪어야만했고여전히경험하고있는슬픔·고통·비극을함께하며,그기억이공간화되고건축화된현장으로걸어들어가는여정의시작입니다.조금이라도타자의고통을이해하고아름다움의근원을헤아려보기위해서지요.이책의목적입니다.”(서문중)
최고건축가가설계한가장악의적인공간,남영동대공분실
남영동대공분실5층에는다른층에비해훨씬좁은19개의창문이있다.팔하나를겨우내밀정도인이창문들은‘고문실’이라는용도를은폐하고투신자살을방지하는동시에건물입면비례를감안한미적측면까지고려한설계의결과물이다.고문실출입문들은복도를사이에두고서로엇갈리게배치되어어쩌다문이열려도반대쪽을들여다볼수없다.방문은안에서는열수없고밖에서만열어줄수있게되어있다.고문실벽에는소리를흡수하는타공판이부착되어있는데,고급자재가아닌목재를사용한탓에고주파수의비명소리가벽을타고옆방으로전달된다.대공분실에끌려온‘피의자’는눈이가려진채,자기가가는곳이몇층인지알수없는나선형계단을통해,암흑속에서울리는발소리와욕설을들으며,엄청난공포감속에서고문실로들어선다.이토록용의주도한설계의주인공은바로,한국현대건축을대표하는최고의건축가김수근이다.
“이곳은음각과양각의비례로계획된입면,접힌모서리,벽감으로만든출입구,잘분리된동선,심리적고통을배가시키는나선형계단,고문을은폐하기위해특별히계획된19개의창문,고문에효율적인공간구성과집기디자인과마감재로만들어진,현대건축물중에서가장악의적인공간을품고있는공간입니다.”
지금은인권보호센터로바뀐이‘악의공간’을둘러본뒤글쓴이는동일건축가가설계한성스러운공간,경동교회로독자들을안내한다.건축가의섬세한손길은이곳에서도예외가아니어서,예배당뿐아니라교회뒤쪽의갤러리공간들까지치밀한아름다움으로가득하다.한인간의내면에존재하는선악의양면성을비교하며건축가의윤리에대해생각해보는이챕터의제목은‘악의보편성과선의희귀성’이다.

그녀들의이야기로쌓은건물과노란물결로뒤덮인추모공간
이성복의시「아,입이없는것들」로시작하는2장에서글쓴이는평화의소녀상을가리켜‘고통의기억이만들어낸건축적공간’이라고말한다.소녀상의조형적특징과상징,주한일본대사관앞의비상식적풍경,이공간의건축적의미와가치등을격정적으로써내려간뒤글쓴이는서울성미산끝자락에있는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으로독자들을데려간다.입구에서지하전시관을거쳐2층추모관으로이어지는관람동선과각전시공간의특성들이건축적관점과사회역사적맥락에따라상세히설명된다.
“평화의소녀상은타자의비극이기록이되고역사가되어만들어진가장명료하고시각적인조형물입니다.그것이자아내는촉각적이고심리적인공간은역사에편입된고통의기억이조형력으로작용하여만들어낸‘건축적인공간’입니다.”
“정대협이‘일본군위안부’가겪어야만했던고통과아픔의이야기를(history가아닌)‘herstory’로고유명사화하여사용하고있는것처럼,이곳은소녀에서할머니에이르는과정,즉‘그녀의이야기’로지은건축이라고할수있습니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는근대적일망감시체계인‘파놉티콘(원형감옥)’의형태를보여주고옥사에서사형장에이르는건물배치를설명한다.그다음엔서소문순교성지를둘러보며이일대가조선시대행형장의중심이되었던유래를되짚는다.동학지도자들을비롯한수많은이들이참수되었던비극의장소가특정종교에의해대표되어서는안되며,역사의현장으로서이땅의무늬와결을고스란히되살려야한다는게그의주장이다.
마지막장에서는베를린에있는‘유럽의학살된유대인을위한기념비’를상세하게다루며“끔찍했던기억을미적형태로재현할수있는가”라는오래된논쟁에대하여,나아가“건축의본질은과연무엇인가”라는근본적질문에대하여나름의답을찾아낸다.그런다음마지막으로찾은곳은서울도서관3층.여전히우리사회의거대한아픔으로존재하고있는세월호희생자들을기리는임시추모공간이다.그날의비극에대해서야새삼무슨말이더필요할까.그러나‘공간화된아픔’에는아픔을넘어서는그무엇이있다.글쓴이는이렇게말한다.
“이곳은따뜻한온기의공간이고어미의품같은공간입니다.창전체에뒤덮인노란리본들이만들어내는따뜻한노랑의공간이슬프고아픈마음을다소누그러뜨려주면서,외려우리를위로하고감싸안는공간으로치환되게만듭니다.공간에힘이있다면바로이런게아닐까요?”
사회적고통을어떻게기억의공간으로만들것인가
이답사는새길사회문화원에서진행한‘사회적고통과기억의공간:아픔의건축과도시읽기’여정에서비롯된것이다.장소들이특별했던만큼그곳을둘러본느낌또한각별했을터,각챕터의끝에는해당장소들을다녀온뒤글쓴이와시민들이나눴던이야기들이간략히정리되어있다.안타까움과분노,자책과다짐이교차하는생생한대화록은책을통해이공간들을간접체험하는독자들에게도많은공감을불러일으킬것이다.
건축가의글이니만큼건축자체에대한흥미로운이야기들도빠지지않는다.경동교회의‘닫힌공간’을아쉬워하는대목에서는글쓴이가“질식할것만같은공간의예술”이라표현한밀라노‘산제롤라모에밀리아니교회’의작은채플(까를로데까를리작)이야기가,소녀상의건축적성격에대해설명하는대목에서는로테르담시내에있는조형물‘파괴된도시’(오시프자드킨작)이야기가나온다.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의‘쇄석길’을걸으며떠올리는베를린유대인박물관의‘기억의빈공간’(메나쉬카다쉬만작)또한독자들에게강렬한인상을남기기에모자람이없다.
“낙엽공간들을밟으며‘기억의빈공간’을걷다보면공간의성격이차츰바뀝니다.처음에는침묵하는이가만들어낸침묵의공간이되고,그다음에는뒤늦은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