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들 (김광현 교수의 건축 수업)

건축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들 (김광현 교수의 건축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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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건축을 건축 자체로 사유하다!
한국 건축계의 큰 스승으로 꼽혀온 김광현의 『건축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들』. 작가주의가 만연하는 한국 건축계에 종종 날카로운 비판을 던져왔던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건축물을 단지 감상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수동적 태도에서 벗어나 짓는 인간으로서의 능동적 본성을 회복하도록 돕고자 한다. ‘건축’이라는 말 속에는 아주 오래된 고정관념이 내포되어 있다. 건축은 건물과 다르다는 것, 건축은 예술작품이자 인문적 사유의 소산이라는 것, 평범한 주택이나 획일적인 아파트나 경박한 쇼핑몰 따위는 건축의 반열에 오를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건축과 건물을 구분하는 것은 인간이냐 사람이냐 구분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잘라 말한다. 건축이 특정 전문가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면서 내 몸이 거주하는 공간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그것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지 못하며, 무엇이 좋은 건축인지 분별해내는 판단력마저 상실해버렸다고 이야기하면서 이 책을 통해 원시주거에서 현대의 첨단건물에 이르는 긴 세월 동안 여전히 변하지 않는 건축의 정신과 가치를 찾아내고, 이를 통해 이 시대의 건축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유명 건축가나 건축학자에게서 건축을 배운 것이 아닌, 건축을 건축에서 배웠다고 이야기하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건축을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라 평생에 걸친 자신의 배움을 공유하고자 한다.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유명한 건축가들, 하이데거와 한나 아렌트와 푸코 같은 당대의 사상가들, 고딕 성당에서 홍대 앞거리에 이르는 수많은 건축물과 건축공간들까지 등장시켜 건축의 근원이나 가치를 찾아내는 실마리는 거창한 텍스트나 화려한 이미지가 아닌 건축 그 자체에 있음을 일깨워준다. 건축가라는 직업이 생기기 이전부터 인간은 이미 그 존재의 본질에서 건축가라고 강조하는 저자는 우리에게 진실한 건축은 분명 존재한다는 깨달음을 전해준다.
저자

김광현

서울대학교건축학과와동대학원석사과정에서공부했고도쿄대학대학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2018년까지42년간서울시립대학교와서울대학교건축학과에서건축의공동성(共同性,commonness)에기초한건축의장과건축이론을가르치고연구했다.대통령소속국가건축정책위원회위원,대한건축학회부회장,한국건축학교육협의회회장등을역임했고젊은건축가들을가르치는공동건축학교교장을맡고있다.한국건축가협회상(1997,2008),대한건축학회상(2002),가톨릭미술상본상(2005),대한민국생태환경건축대상(2013)을수상하였으며,무엇보다도건축학도들의큰스승으로서오랫동안우리나라건축계를이끌어왔다.2008년에<시사저널>이조사한건축부문의‘가장존경받는인물’로선정된바있으며2012년에는서울대학교‘훌륭한공대교수상’을수상하였다.저서로는《한국의주택-토지에새겨진주거》(1991),《건축이전의건축,공동성》(2014),《건축강의》(전10권,2018)등이있으며,역서로는《건축형태의원리》(1989),《루이스칸:학생과의대화》(2001),《건축의장강의》(2008)등이있다.

목차

제1장집을왜짓는가?
1.건축은창가의빈병
2.건축은오래남는‘시작’
3.건축은모두의기쁨
4.우리는그릇안의물이아니다
5.‘사이’에서답을찾는건축
6.건축과공동체

제2장건축이전의건축
1.스톤헨지가완성되던날
2.피난처가의례공간으로
3.짓기를배워야거주한다
4.진실한건축은있다
5.건축은‘근원을아는자’의기술

제3장사회가만드는건축
1.‘建’이‘聿’과‘?’인이유
2.건축은사회적공간
3.공간은생산된다
4.거대한사회적디자인
5.사회는건축을자라게한다
6.고딕대성당을오늘날지을수없는이유

제4장시설,제도,공간
1.고대그리스인들이발명한시설들
2.시설은사회와의접점
3.사라지고생기는빌딩타입
4.백화점,백가지물건을파는가게
5.쇼핑몰,현대건축의매개체
6.학교라는근대시설
7.현대건축의모델,지하철역과공항

제5장건축은작은도시
1.모여야마을이다
2.길은건물,건물은길
3.건축은지붕덮인공공공간
4.존재와욕망의탑
5.중정,회랑,광장

제6장신체와장소
1.아잔타석굴에몸을댈때
2.롱샹성당이최고의성당이아닌이유
3.건축은바로이장소에선다
4.장소를없애는몇가지방법
5.장소를살리는몇가지단서

제7장오늘의건축을만드는힘
1.환경은나와무엇사이
2.정경을갈아입는건축
3.건축‘으로’만들기
4.B급건축,작은건축

제8장정보가건축을바꾼다
1.위키피디아가건축을만든다면
2.휴대전화,편의점,인터페이스
3.미디어가짓는건축

제9장시간의건축과도시
1.시간을이어가는건축
2.과거와미래를기다리는집
3.도시속의시간
4.지속가능한사회의건축

제10장건축은모든사람을가르친다
1.모든이의공동의노력
2.늘새로운원시적인것

출판사 서평

한국건축계의큰스승이전해주는‘사람중심의건축론’
건축을사랑하는사람들을위한국민건축교과서

모든인간은태생적으로건축가


‘건축’이라는말속에는아주오래된고정관념이내포되어있다.건축은‘건물’과다르다는것,공학적산물인건물과달리건축은예술작품이자인문적사유의소산이라는것,평범한주택이나획일적인아파트나경박한쇼핑몰따위는건축의반열에오를수없다는것.도면이나사진밑에심오한주석달기를즐기는건축가들과자기의집을건축으로여기지않는거주자들(혹은독자들)의교감속에끊임없이재생산되어온이고정관념은,건축물의물성만큼이나단단하고견고하다.
글쓴이는그런구분이아무짝에도쓸모없다고잘라말한다.“건축과건물을구분하는것은‘인간이냐사람이냐’라는구분과별반다를게없다.인간은한자어고사람은순우리말이다.그뿐이다.”그러고는“건축가만이공간을창조한다고믿는것은커다란착각”이라고일침을놓는다.건축가라는직업이생기기이전부터인간은이미그존재의본질에서건축가라는것이다.
그러나건축이특정전문가들의전유물로여겨지면서우리는타고난본성을잃은채살아가고있다.내몸이거주하는공간을제대로바라보지못하고,그것을통해세상을바라보지못하며,무엇이좋은건축인지분별해내는판단력마저상실해버렸다.글쓴이의여정은바로이지점에서출발한다.건축물을단지감상의대상으로만여기는수동적태도에서벗어나‘짓는인간’으로서의능동적본성을회복하도록돕는것이이책의목적이다.
“사진만보고'예쁘다,멋지다'하는것은건축공부가아니다.건축을알려면먼저몸을그안에둘줄알아야한다.건축은생활속에서체험되는것이므로.(…)건축을배운다는것은궁극적으로인간이어떻게사는지,어떻게살아야하는지를건축을통해생각하는법을배우는것이다."

인간은왜집을짓는가?

한국건축계의큰스승으로꼽혀온글쓴이는‘작가주의’가만연하는한국건축계에종종날카로운비판을던져왔다.건축의근본은난해한콘셉트나현학적이론속에있지않으며,그것을걷어낼때비로소인간이집을짓는이유가선명하게드러난다는것이그의주장이다.
“건축은본래단순하고소박한것이다.(…)애초에인간은어려운생각이나별난사유를담기위해집을만들지않았다.단순하고소박하다는것은아무것도안해도저절로알수있다는뜻이아니다.건축은단순하고소박하기때문에그만큼근본적이다.”
그가말하는‘근본’은“인간은왜집을짓는가?”라는근원적질문과맥이닿아있다.원시주거에서현대의첨단건물에이르는긴세월동안여전히변하지않는건축의정신과가치를찾아내고,이를통해이시대의건축은어떤것이어야하는지를제시하는것이그의목적이다.
“건축에는모든사람에게공동으로다가오는근원적인감각이있다.(…)건축물의모양이어떠하며어디에어떻게지어졌는가하는외적인조건을넘어,돌과나무와흙으로만들어진건물의거친물질속에는모든사람에게똑같이다가오는가치와본질이있다.바로이것이건축의‘공동성’이며,건축을건축이게끔하는근본이다.”
이것을물질적공간으로구현하기위해건축가에게가장필요한것은무엇인가?그것은‘기원’으로돌아가는것이다.달리말하면,주택이나교회또는학교라는건축물의‘시작’을발견하는일이다.
“가령유치원이라고하자.무엇이유치원설계의시작일까?조기교육이나영재교육같은것일까?아니면인간으로서배워야할배려,자유로이마음껏뛰노는곳,커다란나무그늘밑에서자연을배우는것등일까?이런질문을계속하다보면무엇이‘시작’인지쉽게발견할수있다.아무리생각해봐도이것이상이없다고생각되는소중한것,바로그게유치원이라는시설의‘시작’이다.기원에접근하고기원으로돌아가는독창적건축설계는이런사유의과정을거칠때비로소가능해진다.”

건축의본질은‘모두의기쁨’

그렇게만들어진건축물은인간을기쁘게하고행복하게한다.기쁨은건축물을사용하거나바라보는사람들과건축가를이어주는접점이며,건축의가장소중한본질이기도하다.예나지금이나건축은도시의핵심요소이므로,건축이주는기쁨은곧공동체전체의기쁨이된다.
"건축의본질은공동의기쁨을담는그릇이라는점이다.어떤건물에사는사람이나그곳에찾아오는사람에게그건물이조용한기쁨을준다면그건물은모두의건물이된다.만약'건축은예술'이라고굳이말한다면,그것은'모든사람이공유하는사회적예술'이라는의미에서다."
단적인예가바로‘사그라다파밀리아’다.사람들은그것을건축가가우디의작품으로만여기지만,공사기간만100년이넘는‘무모한’설계안을받아들이고거기에도시의미래를걸었던바르셀로나시민들의안목이없었다면저위대한건축물은결코존재할수없었을것이다.
“이성당은부정형의돌덩어리에서‘태어나고있는’건축이다.즉,사회의많은사람의손에서손으로이어지고,계속지어지며,도시에영원히남기위해자라고있는건축이다.(…)그렇다.건축은짓는것이아니다.건축은사회모두가자라게하는것이다.”

무엇이좋은건축인가

건축은미학적감상을위해서가아니라거주자들의기쁨과행복을위해존재한다는소신에서드러나듯,그에게중심이되는것은언제나‘사람’이다.사람의몸이기거하고일상이펼쳐지는공간으로,혹은공동체의삶과희망이구현되는공간으로건축물을바라볼때만좋은건축과그렇지못한건축을정확히구분할수있다.
‘건축사에손꼽히는걸작’으로평가받는르코르뷔지에의롱샹성당또한예외가아니다.말과소리와빛과몸으로미사를드리기에좋은장소가되지못하면그곳은결코좋은성당,좋은건축이될수없다.눈으로만둘러봤던두번의방문에이어세번째방문에서처음으로미사를경험한뒤,글쓴이는이렇게고백한다.
“그날나는롱샹성당을물체와공간으로서가아니라빛과소리가현상하는공간으로서체험하였다.물체와공간으로서는20세기최대의걸작인곳에서제대위의어두움을보았고,소음처럼엉키며감도는어수선한소리를들었다.근대건축에서현대건축으로넘어가는획을그은건물로평가받는성당에서이런있을수없는상황을겪으면서,대체‘작품’이라는것이무엇이며우리는무엇을두고‘걸작’이라고말해왔는지커다란반성을하지않을수없었다.”

“나는건축을건축에서배웠다”

노르웨이헤드마르크박물관창가의빈와인병에서건축의원형을발견하는것(‘건축은창가의빈병’)으로시작하는글쓴이의여정은다리잘린의자가놓여있는어느골목길풍경에서인간의건축적지혜를확인하는것(‘늘새로운원시적인것’)으로마무리된다.건축의근원이나가치를찾아내는실마리는거창한텍스트나화려한이미지가아닌건축그자체에있다.“내게건축을가르쳐준이는유명건축가나건축학자가아니었다.나는건축을건축에서배웠다”는말처럼.
그러니까,그는독자들에게건축을가르치기위해이책을쓴것이아니다.《건축이우리에게가르쳐주는것들》이라는인상적인제목은평생에걸친본인의배움을독자들과공유하려는의지의표현이다.
이책에는고대에서현대에이르는유명한건축가들,하이데거와한나아렌트와푸코같은당대의사상가들,고딕성당에서홍대앞거리에이르는수많은건축물과건축공간들이등장한다.방대하지만명료하고단호하면서도친절한글쓴이의이야기를따라가다보면독자들은“건축은진리를찾는학문이아니다.그러나진실한건축은분명존재한다”는그의믿음이어디에서비롯되는지를쉬이파악할수있다.건축은예술이될수없음을논증하는폭넓은근거들은역설적이게도이책을깊이있는예술서로만들고있으며,현학적인‘인문적건축론’을지양하고건축을건축자체로사유한다는바로그이유때문에인문서가의앞자리를차지하기에도부족함이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