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개념 있는 언어생활

청소년을 위한 개념 있는 언어생활

$14.00
Description
좋은 말과 나쁜 말을 가려내는 AI(인공지능)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욕설이나 비속어뿐 아니라 고정관념, 편견, 차별의식이 담긴 말도 모두 가려낸다면? 우리는 과연 이 AI와 순조롭게 대화를 이어 나갈 수 있을까? 개인은 그렇다 치고, 가장 공정하고 정확한 표현을 사용해야 하는 신문이나 방송은 과연 AI의 지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당연히 그래야 할 것 같지만 유감스럽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적 대화에서건 공적 보도에서건, 우리 주위에는 적절하지 못한 어휘와 표현들이 말 그대로 넘쳐 난다. 그럴싸한 표현으로 진실을 은폐하는 왜곡의 언어들, 사회적 약자들을 비하하고 배제하는 차별의 언어들, 인간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구분하고 이분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편견의 언어들…. 정말로 심각한 건, 그 대부분이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표현들이라는 점이다.

말에 깃든 차별과 편견을 지적하는 책들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개인들의 말글살이에 대한 지적에 그쳤다. 이 책은 ‘전관예우’ ‘세금 폭탄’ ‘사회배려자 전형’처럼 우리 사회에서 거의 공식적으로 사용되는 언어들까지 폭넓게 살펴본다는 점에서 기존의 책들과 뚜렷이 구분된다. 자칫 딱딱하고 어려울 수도 있는 얘기들을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풀어냈다는 것 또한 교사 출신 저자의 남다른 장점이다. 30여 개의 표제어들 외에 부적절한 상투적 표현(가령 “시민을 볼모로 파업을 한다”는 표현)의 문제점까지 함께 다루고 있어서, 청소년 교양도서로서뿐 아니라 논술 교재로도 손색이 없는 책이다.

“생각하는 대로 말하지 않으면 말하는 대로 생각하게 됩니다.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프레임 속에서, 누군가가 칠해 놓은 색깔에 물든 채로 말입니다. 이 책이 여러분의 개념 있는 언어생활에 좋은 길잡이가 되면 좋겠습니다.” (머리말 중에서)

저자

최형규

학교가뭐그리좋은지,자고일어나면당연히학교에가야하는줄알며살고있다.처음16년은서울에서이런저런학교에다니고공부하느라,그뒤21년은수원의유신고등학교사회교사로아이들을만나느라,지금은양평의작은학교인서종중학교에서8년차교장으로근무하면서,어김없이아침먹으면가방들고학교에간삶이대충45년이다.교직에첫발을내딛은1991년부터지금까지한눈팔지않고30년가까이교육외길을걷고있다.아이들을만나고이야기하는삶이좋았기에가능한일이었다.

교직첫10년은야학과교육운동도게을리하지않는의식있는교사이고싶었고,그뒤10년은
학생인권을만나면서아이들과함께걷는교사이고싶었다.그리고그후지금까지10년은학교민주주의와시민성을담아내는교육에빠져있다.언제쯤교육의길을그만둘까고민이많지만,아직까지는아이들과만날때가장행복하다.
아이들이사회의멋진시민으로행복하게살았으면좋겠다는바람과아이들이좋아하고기억해주는선생이면좋겠다는과한욕심을품은채오늘도,변함없이아이들을만나러학교에간다.
지은책으로는『시민,학교에가다:학교민주주의와시민교육이야기』(2019)가있다.

목차

프롤로그

1장왜곡의언어:어감으로진실을감추다

1.“가짜뉴스”_무거운범죄에대한가벼운표현
2.“내부고발자”_왠지배신자같은느낌
3.“몰카”_카메라는죄가없다
4.“방탄국회”_범죄자보호에웬방탄?
5.“전관예우”_특권과비리를포장하는고상한단어
6.“민영화”_기업의이익을전국민의이익인척
7.“세금폭탄/조세피난처”_세금은피해야할재앙인가?
8.“희망퇴직/유연근로”_누구의희망이고누구를위한유연일까?
9.“사랑의매”_사랑이아니라폭력일뿐
10.“가족동반자살”_그건명백한살인입니다

***답정너!판단을강요하는표현①
“시민을볼모로파업을하다”_헌법적권리에대한악의적비난

2장차별의언어:무시와배제가빚어낸말들

1.“김여사”_여성운전자에대한노골적비하
2.“여성스럽다”_성차별의뿌리에도사린고정관념
3.“장애우”_타인의시선으로만들어낸호칭
4.“처남”과“도련님”_가족호칭에담긴남성중심주의
5.“불법체류자”_이주민을향한혐오와멸시
6.“학생할인”과“학교밖청소년”_모든청소년들이다학생인건아닌데
7.“OO의여왕”_왜남왕이라는말은없을까?
8.“노키즈존”_나이차별은또하나의인종주의
9.“코시안”과“흑형”_인종차별과인간에대한색깔론

***답정너!판단을강요하는표현②
“당신이사는곳이당신을말해줍니다”_사람은기생충이아니다

3장편견의언어:언어에덧씌워진색안경

1.“미혼모”와“미망인”_정상과비정상에대한시대착오적기준
2.“막장드라마”_타인의삶을존중하지않는난폭함
3.“저출산”과“폐경”_여성은도구도기계도아니다
4.“무상급식”_‘공짜’이미지에가려진시민의권리
5.“사회배려자전형”_특별히배려해줄테니고마워하라?
6.“중도탈락”과“학교부적응”_탈락이아니라삶의전환일뿐
7.“양성평등”_성의스펙트럼은두개로국한되지않는다
8.“치매”와“조현병범죄”_환자에대한모욕과편견
9.“중2병”_공감과소통을가로막는호칭
10.“태극전사”_전쟁용어가난무하는스포츠현장

***답정너!판단을강요하는표현③
“내가해봐서아는데”_꼰대들의철지난레퍼토리

출판사 서평

비트코인찬반토론에서서로다른용어가사용된이유는?
후쿠시마원전에서나온물은‘오염수’인가,‘처리수’인가?
말이가진힘과언어의‘프레임’에대하여

똑같은비트코인을왜누군가는‘암호화폐’라부르고누군가는‘가상화폐’라부를까?후쿠시마원전에서나온물을왜한국은‘오염수’라부르고일본과미국은‘처리수’라부를까?TV토론과국제사회의논쟁,학생들의토론등다양한사례들을거론한뒤에글쓴이는말한다.모든말에는그말을만들어낸사람들의세계관과사고방식이담겨있다고.사회에서널리쓰이는말에는그사회의지배적가치관이담길수밖에없다고.언어가한사회의의식구조를보여주는가장중요한지표가되는건그런이유에서다.
“말만잘들여다봐도우리사회인권의식의현주소를파악할수있고,말만바꿔도거기에깃든그릇된사고방식을바로잡을수있습니다.(…)말이바뀐다고곧바로세상이바뀌지는않지만적어도변화의첫걸음은뗄수있습니다.바로그게말에대한고민과실천이필요한이유입니다.”
우리가툭툭던지는말들과우리귀로흘러드는말들속에는권력의유무,이익과손해,차별과편견,배제와포용,존중과무시,적대와환대등우리모두의삶과관계가고스란히담겨있다.“서는곳이다르면풍경도다르다”는웹툰<송곳>의대사를인용한뒤글쓴이는사회적으로구조화된시선,즉‘프레임(frame)’에대해말한다.우린어쩌면색안경과도같은그프레임을통해세상을바라보고있는지도모른다.평소에무심코사용하는말들을꼼꼼하게살펴보고되짚어봐야하는이유는바로거기에있다.
“생각하는대로말하지않으면말하는대로생각하게됩니다.누군가가만들어놓은프레임속에서,누군가가칠해놓은색깔에물든채로말입니다.이책이여러분의개념있는언어생활에좋은길잡이가되면좋겠습니다.”(머리말중에서)

그럴싸한어감으로교묘하게진실을감추는왜곡의언어
사회적약자들을비하하고배제하는차별의언어
인간을‘정상/비정상’의이분법으로구분하는편견의언어
대한민국엔더공정하고더정의로운,그리고더따뜻한말이필요하다!

제1장‘왜곡의언어’에는그럴싸한어감으로진실을감추는단어10개가나온다.글쓴이는‘몰카’나‘가짜뉴스’처럼익숙한말들이왜문제인지,그말들이어떻게범죄의본질을가리는지,그게성범죄나유언비어유포에대한솜방망이처벌과무슨관련이있는지를쉽고도명쾌하게독자들에게설명한다.특권과비리를고상하게포장하는‘전관예우’,세금을일종의재앙으로여기게만드는‘세금폭탄’,가족살해라는본질을가려버리는‘가족동반자살’….욕설이나비속어못지않게,어쩌면그이상으로사회에해로울수도있는표현들이줄줄이등장한다.그말들을대체할새로운표현들도당연히제시되어있다.
제2장‘차별의언어’에는사회적약자에대한무시와배제가담긴9개의단어들이실려있다.‘김여사’‘여성스러움’‘장애우’‘흑형’처럼익히지적되어온표현들은물론이고‘불법체류자’‘학교밖청소년’‘노키즈존’처럼뉴스에서흔히들을수있는말들도비판의대상이된다.글쓴이의설명을찬찬히따라가다보면,얼핏멀쩡하게들리는그말들속에무엇이도사리고있는지를비로소알게된다.
마지막3장‘편견의언어’에서는인간을정상과비정상으로구분하고배제하는10개의단어들을비판하며언어에덧씌워진색안경을벗겨낸다.‘미혼모’나‘미망인’같은말의문제점이야쉽게짐작이되지만‘저출산’‘사회배려자전형’‘중도탈락’같은말들이왜편견의산물인지이해하려면책을꼼꼼히읽어봐야한다.그건독자들이자기도모르는사이에심한편견에물들어있었음을스스로깨닫는시간이기도하다.

익숙해질대로익숙해진언어들의문제점을지적하고대안을제시하는글이마냥가벼울수는없다.성차별,인종차별,나이차별등도처에도사린차별을비판하는책이소설이나만화처럼술술넘어갈리도없다.청소년독자들의그런고충을덜어주기위해글쓴이는다양한방법들을동원한다.유명한그림과영화와사진들이곳곳에등장하고,TV프로그램의제목이나대사가인용되기도한다.30년교직생활의경험에서우러나온글쓴이특유의‘눈높이설명’방식이다.
비판이란본질적으로차갑고냉정한것이지만,글을읽다보면뜻밖의따뜻함이책전체에흐르고있음을알게된다.그건바로사회적약자들을향한따뜻함이다.글쓴이는한국의비장애인남성이고성인이고교사이지만그의시선은일관되게이주노동자와장애인,여성,청소년,학생들을향하고있다.강자들과기득권층을향한비판의근저에는약자들을향한굳건한연대의식이자리잡고있다는뜻이다.여성이며청소노동자인일러스트레이터코피루왁의그림들도책의온도를높이는데한몫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