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찬반토론에서서로다른용어가사용된이유는?
후쿠시마원전에서나온물은‘오염수’인가,‘처리수’인가?
말이가진힘과언어의‘프레임’에대하여
똑같은비트코인을왜누군가는‘암호화폐’라부르고누군가는‘가상화폐’라부를까?후쿠시마원전에서나온물을왜한국은‘오염수’라부르고일본과미국은‘처리수’라부를까?TV토론과국제사회의논쟁,학생들의토론등다양한사례들을거론한뒤에글쓴이는말한다.모든말에는그말을만들어낸사람들의세계관과사고방식이담겨있다고.사회에서널리쓰이는말에는그사회의지배적가치관이담길수밖에없다고.언어가한사회의의식구조를보여주는가장중요한지표가되는건그런이유에서다.
“말만잘들여다봐도우리사회인권의식의현주소를파악할수있고,말만바꿔도거기에깃든그릇된사고방식을바로잡을수있습니다.(…)말이바뀐다고곧바로세상이바뀌지는않지만적어도변화의첫걸음은뗄수있습니다.바로그게말에대한고민과실천이필요한이유입니다.”
우리가툭툭던지는말들과우리귀로흘러드는말들속에는권력의유무,이익과손해,차별과편견,배제와포용,존중과무시,적대와환대등우리모두의삶과관계가고스란히담겨있다.“서는곳이다르면풍경도다르다”는웹툰<송곳>의대사를인용한뒤글쓴이는사회적으로구조화된시선,즉‘프레임(frame)’에대해말한다.우린어쩌면색안경과도같은그프레임을통해세상을바라보고있는지도모른다.평소에무심코사용하는말들을꼼꼼하게살펴보고되짚어봐야하는이유는바로거기에있다.
“생각하는대로말하지않으면말하는대로생각하게됩니다.누군가가만들어놓은프레임속에서,누군가가칠해놓은색깔에물든채로말입니다.이책이여러분의개념있는언어생활에좋은길잡이가되면좋겠습니다.”(머리말중에서)
그럴싸한어감으로교묘하게진실을감추는왜곡의언어
사회적약자들을비하하고배제하는차별의언어
인간을‘정상/비정상’의이분법으로구분하는편견의언어
대한민국엔더공정하고더정의로운,그리고더따뜻한말이필요하다!
제1장‘왜곡의언어’에는그럴싸한어감으로진실을감추는단어10개가나온다.글쓴이는‘몰카’나‘가짜뉴스’처럼익숙한말들이왜문제인지,그말들이어떻게범죄의본질을가리는지,그게성범죄나유언비어유포에대한솜방망이처벌과무슨관련이있는지를쉽고도명쾌하게독자들에게설명한다.특권과비리를고상하게포장하는‘전관예우’,세금을일종의재앙으로여기게만드는‘세금폭탄’,가족살해라는본질을가려버리는‘가족동반자살’….욕설이나비속어못지않게,어쩌면그이상으로사회에해로울수도있는표현들이줄줄이등장한다.그말들을대체할새로운표현들도당연히제시되어있다.
제2장‘차별의언어’에는사회적약자에대한무시와배제가담긴9개의단어들이실려있다.‘김여사’‘여성스러움’‘장애우’‘흑형’처럼익히지적되어온표현들은물론이고‘불법체류자’‘학교밖청소년’‘노키즈존’처럼뉴스에서흔히들을수있는말들도비판의대상이된다.글쓴이의설명을찬찬히따라가다보면,얼핏멀쩡하게들리는그말들속에무엇이도사리고있는지를비로소알게된다.
마지막3장‘편견의언어’에서는인간을정상과비정상으로구분하고배제하는10개의단어들을비판하며언어에덧씌워진색안경을벗겨낸다.‘미혼모’나‘미망인’같은말의문제점이야쉽게짐작이되지만‘저출산’‘사회배려자전형’‘중도탈락’같은말들이왜편견의산물인지이해하려면책을꼼꼼히읽어봐야한다.그건독자들이자기도모르는사이에심한편견에물들어있었음을스스로깨닫는시간이기도하다.
익숙해질대로익숙해진언어들의문제점을지적하고대안을제시하는글이마냥가벼울수는없다.성차별,인종차별,나이차별등도처에도사린차별을비판하는책이소설이나만화처럼술술넘어갈리도없다.청소년독자들의그런고충을덜어주기위해글쓴이는다양한방법들을동원한다.유명한그림과영화와사진들이곳곳에등장하고,TV프로그램의제목이나대사가인용되기도한다.30년교직생활의경험에서우러나온글쓴이특유의‘눈높이설명’방식이다.
비판이란본질적으로차갑고냉정한것이지만,글을읽다보면뜻밖의따뜻함이책전체에흐르고있음을알게된다.그건바로사회적약자들을향한따뜻함이다.글쓴이는한국의비장애인남성이고성인이고교사이지만그의시선은일관되게이주노동자와장애인,여성,청소년,학생들을향하고있다.강자들과기득권층을향한비판의근저에는약자들을향한굳건한연대의식이자리잡고있다는뜻이다.여성이며청소노동자인일러스트레이터코피루왁의그림들도책의온도를높이는데한몫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