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 (양장)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 (양장)

$22.00
Description
헤르만 헤세가 21세기 탐서가들에게 전하는
문학과 책에 대한 경이로운 찬가
헤르만 헤세는 작가이기 이전에 근면한 독자이며, 욕심 많은 장서가이며, 뛰어난 서평가였다.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는 대문호 헤르만 헤세의 이러한 숨은 면모를 흥미롭게 보여주고, 헤세가 사랑한 불멸의 고전과 그의 폭넓은 문학관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책에 관한 에세이’다.

헤세는 어린 시절 마음을 끈 《로빈슨 크루소》와 1830년대에 나온 《천일야화》 번역본부터 〈바가바드기타〉 〈길가메시 서사시〉 〈논어〉와 〈도덕경〉까지 하나하나 열거하며 그를 만들어온 책의 세계를 아낌없이 공개한다. 또한 책을 고르고 읽는 방법부터 책장을 정리하는 자신만의 원칙, 1900년대 당시의 비평 트렌드와 독서 세태에 이르기까지 책에 얽힌 폭넓은 주제를 자유롭게 다룬다. 때로는 진중하게 때로는 위트 있고 해학적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들은 모두 책에 대한 지극한 경외심과 존경심에서 발단한다. 책과 문학의 본질을 꿰뚫으며 치밀하고 힘 있는 언어로 풀어내는 그의 이야기에는 여전히 책이 필요한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메시지가 담겨있다.

저자

헤르만헤세

1877년독일남부뷔르템베르크의칼프에서태어나목사인아버지와신학계집안의어머니밑에서자랐다.1890년신학교시험준비를위해괴핑엔의라틴어학교에다니며뷔르템베르크국가시험에합격했다.1892년마울브론수도원학교에입학했으나기숙사생활에적응하지못하고,시인이되기위해도망쳐나왔다.1899년낭만주의문학에심취하여첫시집《낭만적인노래》와산문집《자정이후의한시간》을...

목차

독서에대하여1
책의마력
서재대청소
소설한권을읽다가
애독서
작가에대하여
젊은작가들에게띄우는편지
글쓰기와글
문학과비평이라는주제에대한메모
시에대하여
언어
독서와장서
글쓰는밤
세계문학도서관
책과의교제
독서에대하여2
신사조들에관한대화
예술가와정신분석
환상문학
빌헬름셰퍼주제에의한변주
특이소설
문학에서의표현주의에대하여
최근의독일문학
낭만주의와신낭만주의


출처
헤르만헤세연보

출판사 서평

“인간이자연에게서거저얻지않고,
스스로의정신으로만들어낸수많은세계중
가장위대한것은바로책이라는세계다.”

헤르만헤세의책에관한경이로운에세이

헤르만헤세는작가이기이전에근면한독자이며,욕심많은장서가이며,뛰어난서평가였다.《헤르만헤세의책이라는세계》는대문호헤르만헤세의이러한숨은면모를흥미롭게보여주고,헤세가사랑한불멸의고전과그의폭넓은문학관을들여다볼수있게해주는‘책에관한에세이’다.《헤르만헤세의독서의기술》을개정하여새로운디자인과장정으로독자를만나게되었다.
헤세는괴테의고전부터<바가바드기타><길가메시서사시><논어>와<도덕경>까지하나하나열거하며그를만들어온책의세계를오롯이공개한다.또한책을고르고읽는방법부터책장을정리하는자신만의원칙,1900년대당시의비평트렌드와독서세태에이르기까지책에얽힌폭넓은주제를자유롭게다룬다.때로는진중하게때로는위트있고해학적으로풀어내는이야기들은모두책에대한지극한경외심과존경심에서발단한다.책과문학의본질을꿰뚫으며치밀하고힘있는언어로풀어내는그의이야기에는여전히책이필요한지금우리에게꼭필요한메시지가담겨있다.

책과문학에바치는유별난애정과찬사

《헤르만헤세의책이라는세계》는헤세의수많은에세이가운데책과독서에관한글을골라편집한책이다.헤세는독자들을향해책을낯설어하거나어려워하지말고친구를사귀듯친숙하게지내기를독려하면서,오랜세월책을읽고수집해온자신의체험을바탕으로깊이있는조언을아끼지않는다.

“책이란무엇을위해존재하는가?마치스포츠뉴스나강도살인사건처럼한동안너도나도읽어대화의소재가되었다가이내잊히기위해서인가?아니다.책은진지하고고요히음미하고아껴야할존재다.그럴때에야비로소책은그내면의아름다움과힘을활짝열어보여준다.”

‘서재대청소’라는글에서헤세는이사를앞두고무려8일에걸쳐수천권의책들이가득들어찬서재를정리했던일을돌아보며그의유별난책사랑을보여준다.

“엄청난일거리때문에지난8일동안꼼짝을못했다.이사를앞두고12년만에처음으로서재를싹치우고짐을꾸려야했던것이다.하루에네다섯시간씩꼬박바친중노동에저녁마다등허리가쑤시고머리가휑해져,단순노동끝에누릴수있는피로감을톡톡히맛보았다.남들이라면훨씬간단하고수월하게해치울일이겠지만나는유난히꼼꼼하게아주꼼꼼하게할수밖에없는것이,이수천권의책들이야말로나의재산목록1호이기때문이다.게다가젊은시절서점과헌책방에서일하며책다루는법을배웠기에더욱그러하리라.이제는전설처럼아득하기만한19세기말,그때만해도온갖까다로운격식들을엄격하게지켰던시절이었으니말이다.”

헤세는과연어떤기준을통해장서를선별했을까?헤세의원칙은‘가치가없는건가급적장서로들여놓지말고,일단검증된것은절대내버리지않기’다.또한독서란단순히백권,천권의베스트셀러를읽는것이아니라각자의관심과필요에따라책을한권,한권읽고간직하는과정에서진정으로빛을발한다고이야기한다.
한권,한권공들여모은책으로이루어진장서를바라볼때느끼는만족감과자부심에대한헤세의표현을보면,그가진정한애서가였음을알수있다.

“책을사들고와처음펼쳐들던순간들의자잘하고소중한추억을고스란히담은채한권씩모은책이어느덧사방벽면을빼곡히채우노라면,아마누구라도가슴뿌듯한소장의기쁨과함께예전에는책을모으는즐거움없이어떻게살았을까싶을것이다.”

헤르만헤세만의‘독서론’

헤세는독서를가볍게생각하는독자들을준엄하게꾸짖는다.애초부터진지하지못한자세로독서에임하다보니,정작독서에들이는시간과노력에비해얻는것은적은불합리한현상이발생하는것이라고지적하면서말이다.헤세는이렇게말한다.“아마사업을그런식으로하면금방망할텐데.”다른일상사에서는치밀하고전략적으로움직이는사람들이,정작독서에대해서는당연하다는듯방만한태도를취하는세태를꼬집는헤세의위트넘치는풍자다.
그렇다면책을어떻게읽어야할까?“독서는정신집중을요하는일인데,정신을‘풀어놓으려고’책을읽는다는건잘못되어도한참잘못된것이다.정서적으로건강한사람이라면정신을분산시킬게아니라오히려집중해야한다.”헤세의일갈이다.
그는책에열중하지못하는독자를가리켜‘불량독자’라고칭한다.그리고불량독자의해악은바로‘자기자신’에게부당한효과를끼치는데있다고지적한다.결국헤세가말하고자하는것은‘양적인독서’가아니라‘질적인독서’다.영화와TV,인터넷과SNS등정보의홍수에시달리며독서를게을리하는21세기의우리에게도유효한지적이다.

“만약에정말이럴수만있다면,지금읽는것의10분의1가량만읽는다고해도,우리모두열배는더행복하고풍족해지리라.그래서우리의책들이더이상팔리지않는다고해도,그결과우리작가들이열배쯤적게쓴다해도세상에해가될일은결코없으리라.아무렴,쓰는게문제인가.읽는게훨씬중요하지.”

헤세는책을두번,세번거듭해읽는것의중요성을강조하기도한다.

“혹시어떤책을처음읽으면서깊은인상을받았거든얼마쯤지난후에꼭다시읽어보라.두번째읽을때비로소그책의진수를발견하게되고,표면적인것에불과했던긴장감이사라지면서글고유의힘과아름다움이라할내면의가치가모습을드러내는데,얼마나경이로운경험인지모른다.그리고이렇게두번을즐겁게읽은책이라면,비록책값이만만치않을지라도반드시구입하도록한다.”

그런가하면전문가나권위자들에의해강요되는독서가아닌각자의취향과관심에걸맞은독서의중요성을강조하기도한다.“최우수도서나최우수작가100선같은건세상에없다.절대적으로정확한비평이란것도없다.”
어떤이들은,헤세가원칙을내세우며책읽는자유를제한하려는게아니냐고반문할수도있다.하지만헤세의책세계속에는책에대한애정이만들어낸꼬장꼬장한독서론과철없이해맑고자유로운영혼의독서론이충돌하는듯균형을이룬다.오랫동안책과끊을수없는단단한관계를맺어온그의이야기는많은독자들에게책과의관계를돌아보도록일깨운다.이책은헤세처럼읽고생각하라고강요하지않는다.헤르만헤세가이책을통해독자들에게바라는것이있다면책과문학이선사하는순수한기쁨을누리기위해책과사랑에빠지는것,그것하나다.


<추천의글>
책을즐겨읽다못해책에삶의일부를내어준사람들이있다.그들은책이라는세계에매료되어책을쌓아놓고,틈만나면책을읽고,책에대해말하고,책을쓴다.책에관해서묻는다면그들은언제든지눈을빛내며흥미로운이야기를시작할준비가되어있다.하물며그것이헤르만헤세라는위대한작가라면야.헤세는책을고르고읽는방법부터당시의비평트렌드와독서세태에이르기까지독서에얽힌폭넓은주제를거침없이다룬다.그때로부터시간이많이흘렀음에도어쩐지먼이야기같지않다.책이라는무한한세계는그때도지금도,그에게도우리에게도,여전히지극히넓고아름다운모양이다.
김겨울_작가겸유튜버


<책속으로>

사람들이책을많이읽는다는것은우리같은작가들에게반가운일이지,불평하는것은오히려어리석은태도일지모르겠다.그러나길게보면어떤직업이든온통오해받고오용되는게달가울리없듯이,인세수입이대폭줄어들지언정심드렁한독자수천보다는단열명이라도제대로알아주는독자들이더고맙고기쁘다.
바로그런이유로감히주장한다.남독濫讀은결코문학에영예가아닌부당한대접이라고말이다.책이란무책임한인간을더무책임하게만들려고있는것이아니며,삶에무능한사람에게대리만족으로서의허위의삶을헐값에제공해주기위해존재하는것은더더욱아니다.그와정반대로책은오직삶으로이끌어주고삶에이바지하고소용이될때에만가치가있다.그러므로독자들에게불꽃같은에너지와젊음을맛보게해주지못하고신선한활력의입김을불어넣어주지못한다면,독서에바친시간은전부허탕이다.(12~13쪽)

온종일일에매달리다보니간혹묘한순간들이있었다.먼지가뽀얗게앉은책들을북동향의작은테라스로한아름씩안고나가조심스레돌난간위에차곡차곡괴어놓고는서너권씩마주쳐털다가있었던일이다.8절판의두껍고무거운책두권을양손에하나씩들고살살치면서먼지가날리는모양을무심히바라보고있었다.그런데그렇게무념무상으로기계적으로작업하다가언뜻정신이들면서책제목이눈에들어왔다.슈펭글러OswaldSpengler의《서구의몰락》DerUntergangdesAbendlandes이었다.순간수많은기억과상념들이밀려들었다.맨처음든생각은,‘내가여기이러고서서,내교양의창고가혹시나먼지에파묻힐세라좀이슬세라걱정하며이책에서조심조심먼지를털어내는모습을우리아들들이나다른젊은이들이봐야하는데!’였다.(34쪽)

책이란무엇을위해존재하는가?마치스포츠뉴스나강도살인사건처럼한동안너도나도읽어대화의소재가되었다가이내잊히기위해서인가?아니다.책은진지하고고요히음미하고아껴야할존재다.그럴때에야비로소책은그내면의아름다움과힘을활짝열어보여준다.(202쪽)

독서도다른취미와마찬가지여서,우리가애정을기울여몰두할수록점점더깊어지고오래간다.책은친구나연인을대할때처럼각각의고유성을존중해주며,그의본성에맞지않는다른어떤것도요구하지말아야한다.또한무분별하게후닥닥해치우듯읽어서도안되며,받아들이기좋은시간에여유를갖고천천히읽어야한다.섬세하고감동적인언어로쓰여서무척아끼는책들이라면때때로낭독하도록한다.(210쪽)

철저히알아야진정으로소유하게된다.들썩이는호기심으로온갖시대온나라문학의별별습작과수준미달의작품들을꿀꺽꿀꺽집어삼킨이보다,우수한제나라작가서너명을반복하여완벽하게읽은사람이훨씬더풍요로우며많은것을깨치게된다.머릿속가득수천권의책제목과작가의이름을공허하게떠올리는것보다몇권안되는책일망정속속들이알아그책들을손에집어드는순간그것을읽던수많은시간들의감동을생생하게느낄수있는편이더귀하고만족스러우리라.(211쪽)

바닥에아무리멋진카펫이깔려있고호화로운벽지와명화가온벽을뒤덮고있다한들,책이없다면가난한집이다.또한책을알고소유하고아끼는사람만이자라나는자녀들에게독서의즐거움을깨닫도록도와줄수있다.자녀들이엉터리에탐닉하거나최고의것을너무성급히맛보아실패하는일이없도록지켜줄수있으며,이들젊은영혼들앞에미와정신의나라가활짝열리는그잔잔한과정을함께경험할수도있다.(223쪽)

진심으로생각하건대,작가의직분이란세상에서중요하고중요하지않은일들을판별하는일이아니다.그와는정반대로의미라는것이그저단어에불과함을,세상의그어떤것에도없으면서또한모든것에있음을,진지하게받아들여야할것과그러지않아도될일이따로있지않음을끊임없이보여주는그런소임,그런고결한직분을가진사람들이작가다.(278쪽)

청춘이괴로운것은,기운은넘쳐나는데가는데마다규칙과관습의벽과충돌하기때문이다.아들이참을수없이증오하는건아버지가붙들려있다고생각하는바로그규칙과관습들이다.경건의면상을향해정면으로주먹을날리는행위는어머니의치마폭에서떨어져나오기위해거쳐야할통과의례다.그러니이제젊은세대가자신들을옴짝달싹못하게묶어키웠던수십년세월의시민세계가몰락하고있음을느끼며기뻐날뛰는건당연하다.(299쪽)

사랑이란참으로기이하니,예술에서도그러하다.사랑은모든교양,지성,비판이하지못하는일을해낸다.가장멀리있는것을서로묶어주며,최고로오래된것과가장최신의것을나란히둔다.사랑은일체를독자적인구심점으로수렴함으로써시간을극복한다.오로지그것만이확실하며그것만이옳다.왜냐하면사랑은옳다고주장하지않기때문이다.
다만사랑하는까닭에,그앞에는신성한것도미심쩍은것도없다.케케묵은구닥다리책이건떠들썩하게유행하는팸플릿이건정신의숨결이느껴진다면,사랑앞에서는다똑같다.(302쪽)

너무나위대한것을아주조금밖에사랑할줄모르는사람은지극히사소한것에도활활불타오를수있는사람보다훨씬더가난하고가련하다.(30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