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파드되 - VivaVivo (비바비보) 52

그럼에도 파드되 - VivaVivo (비바비보) 52

$13.00
Description
무대 위에서 춤출 수 없는 천재 발레리나 온두리
볼쇼이발레학교에서 쫓겨난 천재 발레리노 강유리
비슷한 모양의 상처를 지닌 18살들이 서로를 보듬고 자신을 발견해 나가는 이야기
18살 천재 발레리나 온두리. 발레 유망주였던 엄마는 어린 나이에 남편 없이 혼자 온두리를 낳았다. 인생의 모든 것이었던 발레를 포기하게 된 엄마는 온두리를 증오하고 학대했고, 온두리가 8살 때 세상을 떠난다. 마음에 큰 상처를 지니고 살던 온두리는 10살 때 우연히 발레를 만난다. 온두리는 자신도 모르게 발레에 빠져들지만 무대에만 서면 기절을 한다. 그 시간이 자그마치 8년이다.
그러던 어느 날 발레 학원에 새로운 아이가 나타난다. 러시아 볼쇼이발레학교의 장학생이었지만 쫓겨나다시피 한국으로 돌아온 강유리. 상처로 만든 철옹성 같던 온두리의 세계는 강유리로 인해 균열이 가고, 그와 함께 발레 2인무 파드되를 연습하면서 조금씩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데….

저자

나윤아

고난이가득했던청소년기를지나고스무살의겨울,하나님을만났다.그이후로약10년,하나님의손길안에서다듬어져가면서글을쓰고있다.처음에는그저재미있는글을쓰고싶었고,시간이가면서사랑이담긴이야기를만들고싶다는마음이깊어졌다.하나님을알면알수록더욱그렇다.현재초등학교전문상담교사로일하면서글을쓰고있으며,『공사장의피아니스트』『안녕,나나』『미인의법칙』『홀릭』『그럼에도파드되』등을썼다.

출판사 서평

발레×성장×로맨스청소년소설
『공사장의피아니스트』『미인의법칙』나윤아작가의신작!

『그럼에도파드되』는『공사장의피아니스트』『안녕나나』를통해청소년들에게속깊은위로를건네온나윤아작가가3년만에내놓는청소년소설이다.상처많은두발레천재가서로의오래된아픔을공유하면서자신의모습을마주하고더욱단단하게성장해나가는이야기를담고있다.
18살소녀온두리는한번들은음악과한번본동작은통째로기억하고그대로구현할줄아는발레천재다.그러나치명적인결점때문에콩쿠르와실기시험에서번번이낙방하는데,바로무대에서기만하면기절하는것이다.기절의이유는유년시절의기억때문이다.
발레유망주였던엄마는어린나이에남편없이혼자온두리를낳았다.인생의모든것이었던발레를포기하게된엄마는온두리를증오하고학대했고,온두리가8살때세상을떠난다.마음에큰상처를지니고살던온두리는10살때우연히발레를만난다.온두리는자신도모르게발레에빠져들지만무대에만서면숨이멎을듯한공포에사로잡히다가기절을하고만다.그시간이자그마치8년이다.
18살이된온두리는이제그모든것을엄마의저주이자,자신의운명으로받아들이고살아간다.자신이왜발레를하는지,무용수가되고싶기는한것인지도정리하지못한채불안한일상을보낸다.그러던중에온두리가다니는학원에새로운아이가나타난다.러시아볼쇼이발레학교의장학생이었다가쫓겨나다시피한국으로돌아온강유리는뛰어난실력으로원생들의시선을사로잡는다.상처로만든철옹성같던온두리의세계는강유리로인해균열이가고,그와함께발레2인무파드되를연습하면서조금씩자신을마주하게된다.

온두리와강유리는발레를사랑하지만정작발레와가까워지는것을두려워한다.이두사람에게발레는화해하지못한가장가까운사람,그리고자기자신이기때문이다.나윤아작가는발레라는세계속에서한사람이자기자신과타인을마주보고받아들이고사랑하는과정을밀도있게그려낸다.두사람은발레2인무파드되를연습하면서서로의상처를궁금해하고질문을던지며각자의상처가아물어가는경험을한다.둘은티격태격하면서서로를향한마음이조금씩커지고설렘가득한묘한기류가형성된다.

호흡을맞추고,감각을맞추고,마음을맞추고,서로끌어주고,당겨주고,이해하고,이해받고…나는그게무엇인지모른다.모르니까할수없다.내가아는것은눈치를보고,참고,도망치고,묻어두고,견디고,외면하는것들뿐이다.마음이아팠다.울음같은것이가슴밑바닥에서울렁거리는게느껴졌다.호흡도가빠졌다.무대위가아닌데도자꾸몸이이상했다.허리를숙이고숨을편하게쉬려고헉헉거렸다.그와중에2차예선무대전,강유리가‘또엄마가보이면자기를보라고’했던말이떠올랐다.너의과거에는내가없으니,내현재의기억에만있는자기를보면좀낫지않겠냐고했던그말들이나를또움직였다.(171쪽)

『그럼에도파드되』는발레라는우아하고도치열한세계속으로독자들을인도한다.작가는발레작품들을드라마틱하게소개하고,발레의장면들을눈앞에서보듯생생하게그려낸다.무용수들이만들어내는다이내믹한동선과긴장감,숨소리까지전달되는듯한정교한묘사는독자들로하여금발레의매력에온전히빠질수있게해준다.

‘아다지오,아다지오.부드럽게!더부드럽게!숨삼키고,힘누르고!’역시나다리가문제다.진흙에처박힌것처럼무겁다.나는하던동작을그만두고,음악을껐다.이럴때는추고싶은춤을추는것도나쁘지않았다.〈백조의호수〉공연을보고온뒤로계속오데트와오딜의안무가생각이났다.머릿속으로음악을재생하고,이미몇번반복한그안무를또따라해본다.무대위에서아름답게움직이던오데트의동작을따라간다.발포인트와손끝까지.한번본무대를따라할때는춤에몰입이잘되면마치무대위에선것같은착각이들곤한다.지금도나는오데트,오딜그자체가되고,머릿속의영상은주변의인물들을내세계에그대로덧씌워준다.지그프리트왕자,사악한악마,다른백조들까지모두등장하는무대가된다.(76쪽)

소설속온두리와강유리는상처와두려움가득한현실앞에서있는우리의모습이기도하다.그두사람이호흡을맞추고,감각을맞추고,마음을맞추고,서로이해하고,이해받으면서추는춤의동선을따라가다보면현실에당당히맞설수있는용기,여러모양의상처들이아물고단단해질수있는힘을얻게된다.주인공들이발레를통해만들어내는작은성장과치유,그리고둘사이에싹트는설렘포인트까지이책은청소년독자들의일상한구석을채울좋은친구가되어줄것이다.

책속에서

그러게.나는왜발레를했을까?별이유는없었다.발레를제대로마주한순간,가슴이타들어가는것같았다.엄마가췄던춤.엄마가사랑하고증오했던춤.엄마가그리워했던것.어쩌면오래된연적을만난느낌이었을지도모르겠다.그래서이걸추지않고는견딜수없었던것뿐이다.운명이거나악연이거나저주같은게아닐까.이것을달리뭐라고설명할수있을까.원장선생님은정적을봐줄생각이없어보였다.끝까지답을듣고말겠다는고집스러운시선이내게서떠나질않았다.괜히물을홀짝이다가간신히할말을찾았다.
“원장선생님…저는그냥춰요.그냥.”(19쪽)

그날밤,나는한동안잠에들지못했다.무대에서지못한다는결점이평소보다더심각하게느껴졌다.잠을설친탓에아침도개운하지않았다.시리얼을깨작깨작먹다가결국한숨을쉬자맞은편에앉아있던오슬비가인상을썼다.
“우리클래스에새로운애가한명올거야.”
오슬비는대번에눈살을찌푸리면서싫은티를냈다.그런데어제있었던일을구구절절설명하자,의외로얼굴이펴지더니눈에흥미로운기색이서렸다.
“모스크바국립무용아카데미에서태도문제로쫓겨난발레천재라고?”
호기심이생기기시작한오슬비는영껄끄러운내심정에더이상공감해주지못했다.하기야,그발레천재를통해서결점을극복해야하는것은오슬비가아니라나였다.그처방이통하지않을때,실망감을고스란히감내해야하는것도나였다.괜히입술이불퉁튀어나왔다.새로운사람을만나는것도달갑지않은데,태도가나쁜실력자라니….게다가원장선생님은그애를나의처방전으로기대하고있다.(47쪽)

엄마는나와발레를바꿨고,후회했다.그래서내가영원히무대에설수없도록,무대에만서면기절하는저주를걸어버린게아닐까.차라리정말그런거였다면나았을것이다.저주는어떻게든풀방법이있으니까.뭐,영원한사랑같은거말이다.꿈같은동화속에는늘방법이있다.막막한건언제나현실이었다.(58~59쪽)

“너한테무대는뭐야?”
단번에대답할줄알았는데,왜인지강유리는조금곤란해했다.잠깐할말을고르더니,“솔직히말해줘?”하고물었다.그러고나서도그애는쉽사리대답하지못했다.잠시뒤에강유리가내뱉은말은전혀생각지도못했던거였다.
“난요즘…솔직히이게뭐그렇게대단한건가싶어.이게다무슨의미가있는건데,뭐이런생각?”
조근조근느릿느릿흘러나오는목소리나가볍게머무는미소와어울리지않는내용이었다.그토록정교하게춤을추면서무대에서저런생각을한다는게믿기지않았다.대꾸할말을찾지못하고눈만끔뻑거리고만있자강유리는하하,웃었다.
“너무심각하게생각하지마.내가그렇다는거지,무용수마다느끼는건다다를테니까.나는오히려네가신기해.무대위에그렇게대단한게있나?기절을할정도로?”
마지막질문을할때는웃음기가거의가셨다.그애는어느새무표정에가까운얼굴로나를보고있었다.레슨받을때의무심한표정과비슷했다.나는이애가왜볼쇼이에서쫓겨났는지,조금은알것같았다.그리고왜이애의아빠가제아들을그렇게판단했는지도알것같았다.‘태도에문제가있는학생’이란꼬리표역시근거없는말은아니라는것에내최고급레오타드를걸수도있었다.다만강유리가왜이런생각을하게됐는지는의문이었다.어느새그애의얼굴에는냉랭한빛이감돌고있었다.침묵이길어지자강유리는아,하고작게한숨을쉬었다.그작은소리가꼭통증에신음하는소리처럼들렸다.
“말이좀배려가없었지?미안하다.”
무대에서기절한다는치명적인약점을밝힌내게,‘무대위에그렇게대단한것이있냐’는대꾸는강유리의말그대로배려가없었다.나는그냥입술을꾹다물고고개를돌렸다.강유리는흠,하고한숨을쉬고나를지나치면서내어깨위에가볍게손을올리더니,두번툭툭두드렸다.그애가휙지나간자리에찬바람이스쳤다.(65~66쪽)

그애도,나도상처받은사람들이다.상처를받아서어딘가를절고있는사람들인것이다.상처없는사람이어디있겠냐만은그애와나의아픔은결이비슷했다.그래서나는강유리가더욱신경쓰였던것같다.사정은몰라도,상처는티가나니까.강유리도그래서나를유난히거슬려했을까.나는,나같은그애가아프지않았으면좋겠다고간절히바랐다.그리고나도이제아프지않았으면좋겠다.묻어두는게익숙한탓에구태여내아픔을의식하지않았는데강유리때문에그아픔이헤집어진다.
‘안아팠으면좋겠어.진짜로좀괜찮아졌으면좋겠어.’
진짜괜찮아지려면묻어두는것으로는해결할수없다는걸나도알고있었다.그걸알아서마음이더욱저렸다.자꾸만눈물이났다.(186~18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