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더 많은 세상이라면 - 라면 교양

장애인이 더 많은 세상이라면 - 라면 교양

$15.00
저자

박윤영,채준우

커다란휠체어에인형을올려둔게아닌가싶을정도로작은사람이다.강아지처럼발랄하고고양이처럼예민해서무엇이옳고무엇이옳지않은지누구보다도빨리알아챈다.특히무례한시선은너무나피곤해서,아무도자기를쳐다보지않는날이하루빨리오길손꼽아기다리고있다.

목차

<프롤로그>
첫데이트,설렘에도준비가필요해
새벽2시,우리는집에갈수있을까?

<1부>나와당신그리고우리의이야기

1.우리는만나지못할뻔했다

10대시절,윤영과준우의하루
다른세상속우리둘
분리된세상속에서살아가는사람들

##장애인이더많은세상이라면①:어느비장애인취업준비생의일기

2.그래도만난우리

불편한시선들

##장애인이더많은세상이라면②:“비장애인이왜쓸데없이나돌아다녀?”

장애가있어도괜찮다고?
너는내가어디가좋았니?

##장애인이더많은세상이라면③:출구가대체어디야?


<2부>장애인으로살아간다는것

1.인권에대해나누고싶은이야기들

인권이란무엇일까?
장애인도아닌데왜장애인인권을알아야할까?
역차별의진실

##장애인이더많은세상이라면:④어느비장애인의슬픈주말

2.당연한것이당연하지않은세상

2001년,지하철을세운사람들
2021년,다시멈춰선지하철
나는선량한시민일까?
어느정치인의발언에대하여
인권의관점에서바라본지하철시위
쓸데없는동시에쓸모있는상상

##장애인이더많은세상이라면⑤:차별없는세상을향한첫걸음

<에필로그>
우리가바라는세상
우리가이책을쓴이유

출판사 서평

장애인비장애인커플이가만가만들려주는,
누구나아는것같지만아무도모르는이야기들.
남들처럼평범하게공부하고사랑하고일하며사는것!
그평범한소망을가로막는한뼘높이의거대한장벽에대하여.

잠깐이런상상을해보자.

…어느날갑자기세상이바뀐다.사람들대부분이장애인이고비장애인은사회의소수가된다.하루아침에세상이장애인중심으로돌아가기시작한다.
비장애인은모든장소에서거절당하고모든상황에서차별받는다.원하는학교에갈수도없고대중교통을편하게이용할수도없다.취업도힘들고연애도힘들다.그런상황을개선해달라고아무리외쳐도돌아오는건공허한메아리뿐이다.참다못해시위를하면사람들이벌떼처럼달려들어비난을퍼부어댄다.결국대부분의비장애인들이저학력빈곤층으로전락한다.단지몸에장애가없다는한가지이유때문에!
내가비장애인이라면과연이런세상에서행복하게살아갈수있을까?

누가봐도부당하기짝이없는이상한세상!문제는이비현실적인상황이누군가에게는현실이라는점이다.장애인과비장애인을거꾸로뒤집으면,바로그게지금우리사회의모습이기때문이다.
뜨인돌‘라면교양시리즈(시즌2)’의첫작품인이책은장애인비장애인커플이청소년들에게들려주는인권이야기다.두사람은전형적인장애인과평범한비장애인으로살았던시간들,그리고연인이된후함께겪었던일들을독자들에게가만가만털어놓는다.다들아는것같지만아무도몰랐던이야기들.남들처럼공부하고사랑하고일하고싶은평범한소망을가로막는한뼘높이의거대한장벽에대하여!그리고말한다.장애인들이왜온갖비난에도불구하고20년째지하철에서시위를하고있는지.
장애인인권의현주소를보여주기위해글쓴이들은책곳곳에‘장애인이더많은세상이라면’이라는제목의에피소드를실어놓았다.거꾸로뒤집힌그곳의풍경은한편으론우스꽝스럽고한편으론통쾌하지만,그또한글쓴이들이꿈꾸는세상은아니다.그들이원하는건누구도차별받지않고동등하게인간으로서의존엄성을누리는세상이기때문이다.

‘불쌍한나’에서‘당당한나’로!
비장애인중심에서인간중심으로!

윤영은휠체어를타는장애인이다.학교라고는초등학교2년,중학교2년밖에다니지못했고,성인이된후에야전동휠체어를타고대문밖으로나왔다.책속에는그가지금껏겪어왔던온갖수모와모욕,차별의순간들이수두룩하다.택시도식당도옷가게도,심지어공공도서관도그를받아주지않았다.한뼘높이의문턱보다더넘기힘들었던건장애인에대한세상의완강한편견이었다.
한동안남들의시선에연연하던그가주체적이고독립적인인간으로변신할수있었던건역설적이게도‘장애’덕분이었다.부정과자책에서벗어나스스로의장애를받아들이고긍정하는순간,비로소제삶의방향이뚜렷하게보였다고한다.

“지금까지는그저장애를가지고사는사람에불과했다.그러나장애에관해공부하면서부터불쌍한나에서벗어나당당한내가될수있었다.스스로를깊이이해할수있게된것이다.(…)비장애인으로살기를그만두었더니오히려장애인이어서할수있는일들이눈에보였다.장애를가진당사자로서올바른관점을전파하는일이었다.”(본문중에서)

장애인으로서겪어온우여곡절과정체성확립이윤영의서사라면,비장애인인준우의그것은사뭇다르다.여느비장애인들과다를바없던,달리말하면철저하게비장애인중심이던그의사고방식은윤영의연인이되면서완전히달라진다.그전까지만해도자신이이사회에서뭔가특권을누리고있다고는꿈에도생각하지않던그였다.

“…그러다윤영을만나버렸어요.더이상항변따위는할수가없게되었습니다.데이트하러가는모든길이계단이고턱이었으니까요.거부당하는것,그리고양해를구하는것은윤영에게는일상이었습니다.비로소의문이생겼어요.왜장애인은힘들어야하지?남들다들어가는카페에들어가면서왜감사해야하지?아무리봐도윤영의잘못은아니었거든요.그때부터였죠.그동안제가비장애인이라서겪지않아도됐던것들이보이기시작했습니다.아득해졌어요.결국저는이사회에서특권을누려왔다는점을인정할수밖에없었습니다.”(본문중에서)

두사람은한국사회장애인차별의실태와원인,그리고대안을청소년독자들의눈높이에맞게차근차근설명한다.솔직하고담담하고따뜻하게,그러나때로는단호하게!윤영의글에당사자로서의생생함이담겨있다면,준우의글에는건강한시민의식과인권의식이담겨있다.동일한상황,두개의느낌,그리고하나의결론!장애인혼자쓴글이나비장애인혼자쓴글에서는찾아보기힘든이책만의미덕이다.

쓸데없는동시에쓸모있는상상
장애인이더많은세상이라면?

지하철에는비장애인칸이하나밖에없다.어쩌다휠체어전용칸에잘못타기라도하면사방에서따가운눈총이쏟아지고,비장애인이쓸데없이나돌아다닌다는핀잔을듣기일쑤다.지하철로5분거리인데환승에만30분이걸린다.비장애인전용계단을찾기가너무나힘들기때문이다.
취업도하늘의별따기다.전직원이휠체어를타는회사에는의자가하나도없다.“의자를짊어지고출퇴근하겠다”는당찬각오를밝혔지만만장일치로면접에서탈락한다.비장애인취업커뮤니티에는“청각장애인회사에들어갔다가수어를몰라서몇달간묵언수행을하다가퇴사했다”거나“시각장애인회사에취직했다가모든서류가점자로되어있어서하루만에그만뒀다”는슬픈사연들이수두룩하다.
일상생활역시고달프기는마찬가지다.극장에서영화도마음대로볼수없고,마트에서주차를편하게할수도없다.택시를타려면일단비장애인증명서를보내서회원등록을한다음하루전에예약을해야한다.심지어남들다들어가는맛집에서도문전박대를당한다.
이모든얘기들은현실에서장애인들이실제로겪고있는일들이다.‘어느비장애인의슬픈주말’에등장하는에피소드들은윤영의어느주말을그대로옮겨놓은것이라고한다.

“딱히대단한상상력이필요하지는않았다.그저장애인과비장애인의위치만뒤집어놓은것에불과하다.”(243쪽)

그러나글쓴이들은알고있다.사회의다수인장애인이더많은편의를누린다고해서그게당연하거나공정하지는않다는것을!현실의장애인들이그렇듯,그세계에서는거꾸로비장애인들이차별과배제의대상이되어버렸기때문이다.그래서일까.‘장애인이더많은세상이라면’의마지막에피소드는비장애인들의길거리시위장면을그리고있다.평등을외치며모여든비장애인들속에는그들의주장에동조하는장애인들도보인다.아마그속에는휠체어를탄윤영도포함되어있을것이다.

개인의삶에서모두의삶으로!
함께살아가는세상을위하여

비장애인독자들에게장애인문제의실상을알려주고인권의식을높여주는게이책의목적이라면,그모델은다름아닌준우일것이다.윤영을만난이후그의삶은그야말로극적으로달라졌으니까.장애인의남자친구라는개인적입장을뛰어넘어보편적인권의식을지닌시민으로변신한자신의경험을그는모든독자들과함께나누고싶어한다.

“윤영이등장한이후제삶에는일종의전환스위치가켜진것같습니다.비장애인만존재하던좁은세계가단숨에확장된것같았죠.제가좋아하는게임에빗대자면,칠흑같던맵이환하게밝아졌다고나할까요.윤영이없었다면함께살아가기위한고민같은건하지못했을겁니다.저희의책이여러분의관심을개인의삶에서모두의삶으로확장시키는전환스위치가되었으면합니다.”(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