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의 집, 창조의 공간 (인간의 창조성은 어떤 곳에서 싹트는가)

변방의 집, 창조의 공간 (인간의 창조성은 어떤 곳에서 싹트는가)

$16.32
Description
구석자리의 집들은 아름다웠다.
소외되고 잘 보이지 않는 변방의 건축을 따뜻한 시선과 문학적 필치로 담아온 저자 최웅용의『변방의 집, 창조의 공간』. 우리의 삶과 일상에 치열하게 대면하는 줏대 있는 건축을 찾아 헤맨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구석진 자리에 놓여 있는 집들을 둘러보며, 오늘의 현대 건축의 기준은 과연 무엇인가, 우리 건축에서 중요한 것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물음들을 던지고 있다. 최북단의 대진등대, 제주도 방주교회, 이중섭의 단칸방, 목욕탕이 있는 안성면민의 집 등 변방에 자립해 있는 자존의 집들을 담았다. 우리 영혼에 한 줄기 청량한 빛과 안온의 위로를 줄 수 있는, 진정 인간적인 건축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저자

최우용

저자최우용은1979년인천에서태어나초·중·고등학교를모두이곳에서졸업했다.서른몇해를살면서중심자리에서본적이거의없고,주로변방의언저리를맴돌았다.변방과중심의경계를무시로넘나드는삶과건축을꿈꾸나,쉬운일이아님을매일넘어지고까지면서깨닫는다.낮에는사무실에서일하고밤에는학교에서공부하고있다.그짬짬이글들을끼적이고있는평범한생활인.지은책으로는『유럽방랑건축+畵』,『다시,관계의집으로』가있다.

목차

추천사…4
프롤로그…7
여는글|변방의집을찾아서…15

1부너를통해나를보다
최북단의달과등대·25|유동룡과이타미준의경계에서·35|변방건축가
의직선과곡선·47|유라시아대륙의양끝에서,미메시스아트뮤지엄·57

2부있음이이로운것은없음이쓰임이되기때문이다
황사영의토굴·75|이중섭의단칸방·85|고립무원의외통수,남해금산보리암·95|밝맑도서관의마당·105

3부formfollowsfunction,그납작한허망함을딛고
스러져가는경춘선의폐역들·119|김유정문학촌의어떤강박장애·127|
적당히벌고아주잘살고픈원래그러했던시장137|닫힌미술관에서열린미술관으로,장욱진미술관147|풍경위우뚝한미술관에서대지의풍경으로사라지는미술관으로,박수근미술관157

4부흔적의기억,기억의흔적
불국에남겨진거대목탑의흔적·171|기억상실의도시,기억복원의정원·181|
하늘과바람과별의문학관·193|무엇을기억하고무엇을기념하는가?노근리평화기념관·205

5부삶의한가운데서
깊은산속어느석굴이야기·219|건축가와목욕탕,안성면민의집·231|
우리의집은우리의삶뿐이다·241|최남단의낮게엎드린집들·255

닫는글|삼천포늑도에서다산을생각하며…265
에필로그…273

출판사 서평

최북단의대진등대,제주도방주교회,밝맑도서관의마당,
경춘선의폐역들,전주의재래시장들,목욕탕이있는안성면민의집……

변방에자립해있는자존의집들!
우리의삶과일상에치열하게대면하는줏대있는건축을찾아가다!


저자최우용은전작『다시,관계의집으로』에서푸른눈의이방인이제주에만든기이한시멘트집,죽음과삶을연결하는상엿집,도시에만개해있는노출콘크리트집들과서글픈아파트의역사와기만적인랜드마크의허구까지,관계맺기에집중하며인간삶의깊이들을느끼게하는건축이야기를담은바있다.

소외되고잘보이지않는변방의건축을따뜻한시선과문학적필치로담아온저자는이책『변방의집,창조의공간』에서는구석진자리에놓여있는집들을둘러보며,오늘의현대건축의기준은과연무엇인가,우리건축에서중요한것은과연무엇인가라는물음들을던지고있다.

최북단의대진등대,제주도방주교회,이중섭의단칸방,남해금산보리암,밝맑도서관의마당,경춘선의폐역들,전주의재래시장들,선유도공원,노근리평화기념관,목욕탕이있는안성면민의집……이변방에있는집들은잉여와여분의풍요로움이부족하며때로는결핍으로앙상해보이기도한다.이기름기없고앙상한변방의집들에는중심담론또는거대담론과같은‘중심적’무엇이스며들여지는거의없어보인다.이집들은대부분평범한일상을꾸리기위한최소한의기능을목표로,버려질수없는인간의최소한의미적본능을간신히조금씩만챙겨나가며만들어졌다.

그러므로이런집들을둘러보며‘중심적’인틀로무엇인가를말하고또쓰는일은낭패스럽고또어렵다.하지만변방의집들은이러한변방성을바탕으로중심담론또는거대담론속의통념화된사유에서자유롭다.이자유로운지점에서,아마변방의집들에는창조성이스며들수있을것이다.이변방의창조성이관성과타성에움트는변화의씨앗일것이고또매몰되어가는생명가치에대한눈돌림의시작일것이다.

“어떻게하는것이건축의길일까요?”,“신자유주의의첨병이되어자본의시녀가되어야지.”믿지않으려는눈치였다.그후우리는책읽는동아리에서만나는관계가되었다.무슨일로저녁에문자를보냈더니오밤중에답이왔다.“노비처럼일하느라응답이늦었습니다.”그래,이시절우리는모두무엇인가의노비가아니겠는가.
그런형국에이곳저곳을찾아공부하고글쓰는바지런함이미쁘다.그가찾은곳은지리적으로변방또는구석이지만하나하나가중심이다.무엇으로부터의노비임을자각할때스스로주인이되듯이모든변방이중심임을깨칠일이다.그것을알고짓는글은집과밥과노래와다름없으리.그의책을읽은인연으로이책에먹물을더하게되었다.건축판에이런후배가있다니어찌반갑지아니한가.춥지도덥지도않은봄날당기는낮술처럼.
―이일훈(건축가)

우리영혼에한줄기청량한빛과안온의위로를줄수있는,
진정인간적인건축을찾아서!


오늘의현대건축의기준은과연무엇일까.주된건축판은서구에의해짜여지는경우가많다.그렇다면그본판에서벗어난다른모든건축은주목받을만한가치가없는것인가?오히려본판에대한열등의식없이,주체의식과주권의식을통해줏대있게만들어진,우리에게주어진우리의삶을충실히받아낼수있는‘번외’의집들이우리에게좀더절실한것이지않겠는가?

우리사회곳곳에는‘명품’건축을향한갈망이있다.자본에의해불려온스타건축가들의건축,스타키텍트(starchitect)들의건축에보내는언론의찬사,그런언론에길들여진일반대중들은명품건축을갈망하고이갈망은다시자본으로하여금스타키텍트들의건축을재생산하는순환을반복한다.

그렇다면명품건축의속내는어떠한가?명품건축의실체는명품가방의그것과크게다르지않다.명품건축의최대가치는교환가치다.이교환가치는부동산적재화로서의물적가치와더불어명품에쏟아지는시선과그시선이발생시키는소비갈망의상징적가치를포함한다.자본에의해온전히포섭된건축은비움의쓸모에집중하기에앞서건축물여기저기에기호와이미지그리고관념의포장을덧씌운다.그리하여그러한명품건축은더많은눈을현혹하고,그리하여더많은교환가치를창출한다.

저자는여기서건축물비움의쓰임을생각하며그것의복권(復權)을생각한다.이사용가치의복권은그건축물본연의존재이유에천착함을의미한다.그리하여건축이그비움안에들어선우리들의영혼에한줄기청량한빛과안온의위로를줄수있을때,우리는그것을진정한명품건축이라할수있을것이다.

우리건축에서정말로중요한것은,우리의삶과현실과일상에치열하게대면하는줏대있는건축,지금우리의삶과현실과일상그너머의나아갈방향을지시할수있는건축이다.저자가변방에자립해있는자존의집들을찾아돌아다닌이유는,다만그줏대있는집들을보고싶었기때문이다.과연구석자리의집들은아름다웠다.

*책속으로추가
윤동주문학관의백미는,단연제2전시실이다.제2전시실은사실‘실室’이아니다.일반적으로‘실’은‘방房’과같은의미로실내공간을의미한다.‘실’또는‘방’은용도와쓰임이부여된실내공간이다.그러나제2전시실은지붕이없는바깥공간,실외공간이다.이공간은하늘이보이고바람이드나들며별이쏟아지고그래서시적울림으로공명되는,그러나용도와쓰임과는무관한비어있는공간이다.용도와쓰임이정해져있지않기에하늘과바람과별이깃들고,그리하여시적정서가스며들수있으리라.그것들은오직여백사이에깃들수있고또스밀수있는것들이다.하늘과바람과별과시는정량화하여셀수없고정성적으로분석할수없는것들인데,그것들은다만몸으로받아들이고마음으로끌어당기는것들이다.
제2전시실은물탱크의물때가득한벽면과뚫린지붕만으로틀지워져있다.벽면의물때는마치나무의나이테처럼벗겨낼수없는시간의켜를보여준다.이시간에쪄든물때는하늘과바람과별과만나면서다시한번감성의풍화작용을일으켜그안에선자들의마음과함께공명한다.제2전시실은윤동주문학관의,거의모든것이다.
-<하늘과바람과별의문학관>198-200쪽

안성면민의집(행정명칭은‘안성면주민자치센터’이나,건축가정기용의명명대로‘안성면민의집’으로표기)에는주민들을위한목욕탕이있다.목욕탕은면적이넓지않아짝수날은여탕,홀수날은남탕이된다.이용료는1000원,1000원으로논일,밭일하는마을사람들은뜨거운물에몸을담가육신의피로함을달랜다.뜨거운물에몸을담글때얻는위로는,그위로는작지만크다.개별욕실과대중목욕탕이없는시골마을에서온욕溫浴하는일은쉬운일이아니다.건축가정기용은뜨거운물에몸을담글수있기를바라는주민들의뜻을받아들였다.
안성면민의집은이사실만으로도이땅어느다른공공건축물보다공공의가치가높다.공공을위한가치가공공건축물의존재이유이기에안성면민의집은존재가치가명확하다.이는건축(학/비평)적가치와는별개의문제이다.안성면민의집에서건축가가의도한다른건축적요소들은,사실범범해보인다.예를들어,주출입구안쪽맞은편부위는통유리벽으로되어있어서덕유산풍경의날것이통으로시야에들어온다.건축가는‘덕유산자락을각별하게바라보는시점의설정을중요하게고려’했고,그래서“‘우리는덕유산밑에살고있는안성면민이다’라는것을건물과의관계에서강조한것”이라고했다.
-<건축가와목욕탕,안성면민의집>235-23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