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한 스승 지적 해방에 대한 다섯 가지 교훈

무지한 스승 지적 해방에 대한 다섯 가지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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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 책은 프랑스 혁명 이후 부르봉 왕가가 복귀하는 바람에 네덜란드로 망명할 수밖에 없었던 조제프 자코토가 1818년 루뱅 대학 프랑스문학 담당 외국인 강사가 되어 학생들과 수업을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학생들은 프랑스어를, 자코토는 네덜란드어를 몰랐다. 그는 마침 출간된 페늘롱의 『텔레마코스의 모험』 프랑스어-네덜란드어 대역판을 소개하면서 이 책을 이용해 프랑스어 텍스트를 익히라고 주문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프랑스어의 가장 기본적인 것도, 심지어는 철자법과 동사변화도 설명해주지 않았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아는 단어에 상응하는 프랑스 단어와 그 단어들이 어미변화하는 이치를 혼자서 찾아냈다. 우연히 시작된 이 실험은 기대 이상이었다. 자코토는 학생들에게 그들이 읽은 내용에 대해 생각한 바를 프랑스어로 써보라고 했다. 학생들의 프랑스어 구사 수준은 놀랍게도 거의 작가 수준에 도달한 상태였다.

알튀세르의 제자 중 한 사람으로 프랑스 철학계를 이끄는 자크 랑시에르는 왜 1987년에 『무지한 스승』을 쓰면서, 1818년의 이 이야기를 먼저 언급했을까? 이 책이 출간되었던 때의 프랑스의 상황과 관련이 있다. 살펴보면, 1981년에 사회당 출신 프랑수아 미테랑이 대통령이 된다. 당시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된 사바리는 지배 계급이 특권적으로 누리는 고급문화의 구별 짓기가 학교에서부터 작동하며, 그로부터 상징폭력이 재생산된다고 보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인교육이 필요하고, 학내에 평등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며, 계급간 학력 격차를 축소해야 한다고 했다. 이것은 진보적인 사회주의 성향의 교육 개혁 방안이었다.
저자

자크랑시에르

저자자크랑시에르는파리고등사범학교를졸업하고,파리8대학에서1969년부터2000년까지미학과철학을가르쳤다.고고학을공부하고싶어고등사범학교에들어갔으나무엇을해야할지몰라헤맸다.그러던중루이알튀세르의영향아래인간주의적마르크스해석과단절하고마르크스를과학적으로읽으면서「비판개념그리고『1844년수고』에서『자본』까지정치경제학비판」이라는논문을썼다(『『자본』을읽자』(1965)에수록).그러나68운동을경험하면서알튀세르주의자들이주장하는이론적실천이내포한‘앎과대중의분리’,그들의이데올로기론이함축하는‘자리/몫의배분’에반대하며『알튀세르의교훈』(1974)을작성하였다.1970년대초반부터19세기노동자들의문서고를살피기시작했고,1975년부터1985년까지잡지《논리적반란》을통해그결과물들을내놓았다.노동자들이직접내뱉는말과사유를추적하여『노동자의말,1830/1851』(1975)과『평민철학자』(1985)를편집했고,그간의문제틀을역사연구를통해발전시키면서국가박사학위논문인『프롤레타리아들의밤』(1981)및『철학자와그의빈자들』(1983),『무지한스승』(1987)등을연이어발표하였다.
구소련의붕괴와더불어선포된정치의몰락/회귀에맞서정치와평등그리고민주주의에대해고민하면서,그로부터『정치적인것의가장자리에서』(1990,1998/한국어판;도서출판길〔개정판/2013〕)와『불화』(1995/한국어판;도서출판길〔2015〕)를발표하여이름을날렸다.1990년대중반부터는미학혹은감성론과정치의관계를사유하는데집중하면서,『무언의말』(1998),『말의살』(1998),『감성의분할』(2000/한국어판;도서출판b〔2008〕),『미학적무의식』(2001),『영화우화』(2001/한국어판;인간사랑〔2012〕),『해방된관객』(2008/한국어판;현실문화〔2016〕),『역사의형상들』(2012/한국어판;글항아리〔2016〕)등을집필했다.그는잠시도어느한분과학문의틀에얽매이지않고경계를넘나들며아직도우리에게독특한생각들을던져주고있다.

목차

목차
일러두기
제1장어떤지적모험
설명자의질서
우연과의지
해방하는스승
역량의고리
제2장무지한자의수업/교훈
책의섬
칼립소와열쇠공
스승과소크라테스
무지한자의힘
각자의일
장님과그의개
전체는전체안에있다
제3장평등한자들의이성/이유
두뇌와잎사귀
주의깊은동물
지능의시중을받는의지
진실함의원리
이성과언어
그래,나도화가다!
시인들의교훈
평등한자들의공동체
제4장무시의사회
무게의법칙
불평등에대한정념
수사적광기
우월한열등자들
철인왕과인민주권자
어떻게이성적으로헛소리할까?
아벤티누스위에서한말
제5장해방하는자와그의원숭이
해방하는방법과사회적방법
인간해방그리고인민지도
진보적인간들
양과인간
진보론자들의고리
인민의머리위에
구식의승리
애취급된사회
판에카스티크의콩트들
해방의무덤
개정판출간에부쳐
옮긴이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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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출판사서평
교육학의신화는지능을열등한지능과우월한지능으로분할한다.
교육논리가전제하는근본적인‘불평등’과그에대한무지한자들의‘동의’야말로
지적능력을실행하는데장애물이된다.
교육의문제를지적능력의평등이라는철학적·정치적문제로
옮겨사유한랑시에르의지적모험!
이책은프랑스혁명이후부르봉왕가가복귀하는바람에네덜란드로망명할수밖에없었던조제프자코토가1818년루뱅대학프랑스문학담당외국인강사가되어학생들과수업을하는것으로시작한다.학생들은프랑스어를,자코토...
교육학의신화는지능을열등한지능과우월한지능으로분할한다.
교육논리가전제하는근본적인‘불평등’과그에대한무지한자들의‘동의’야말로
지적능력을실행하는데장애물이된다.
교육의문제를지적능력의평등이라는철학적·정치적문제로
옮겨사유한랑시에르의지적모험!
이책은프랑스혁명이후부르봉왕가가복귀하는바람에네덜란드로망명할수밖에없었던조제프자코토가1818년루뱅대학프랑스문학담당외국인강사가되어학생들과수업을하는것으로시작한다.학생들은프랑스어를,자코토는네덜란드어를몰랐다.그는마침출간된페늘롱의『텔레마코스의모험』프랑스어-네덜란드어대역판을소개하면서이책을이용해프랑스어텍스트를익히라고주문했다.그는학생들에게프랑스어의가장기본적인것도,심지어는철자법과동사변화도설명해주지않았다.학생들은자신들이아는단어에상응하는프랑스단어와그단어들이어미변화하는이치를혼자서찾아냈다.우연히시작된이실험은기대이상이었다.자코토는학생들에게그들이읽은내용에대해생각한바를프랑스어로써보라고했다.학생들의프랑스어구사수준은놀랍게도거의작가수준에도달한상태였다.
자코토는이실험을통해다음의사실을명확히했다.학생을해방한다면,다시말해학생이그의고유한지능을쓰도록한다면,우리는우리가모르는것을가르칠수있다.스승이란자의적고리안에지능을가두어두는자다.무지한자를해방하기위해서는본인스스로해방되어야만한다.즉인간정신의진정한힘을깨달아야하는것이다.자코토는자신의학습방법을‘보편적가르침’이라고불렀다.그후자코토의수업이야기를들은수많은학생들이각지역에서그를보기위해몰려들었다.몇년동안그의방식을놓고논쟁이거세게일기도했다.
알튀세르의제자중한사람으로프랑스철학계를이끄는자크랑시에르는왜1987년에『무지한스승』을쓰면서,1818년의이이야기를먼저언급했을까?이책이출간되었던때의프랑스의상황과관련이있다.살펴보면,1981년에사회당출신프랑수아미테랑이대통령이된다.당시교육부장관으로임명된사바리는지배계급이특권적으로누리는고급문화의구별짓기가학교에서부터작동하며,그로부터상징폭력이재생산된다고보았다.이를해결하기위해서는전인교육이필요하고,학내에평등하고화기애애한분위기를조성해야하며,계급간학력격차를축소해야한다고했다.이것은진보적인사회주의성향의교육개혁방안이었다.
그러나사바리에이어1984년교육부장관이된장-피에르슈벤느망은‘공화주의’성향이강했다.그는프랑스어기초수업강화,시험및선별제도강화,공민교육강화를주장했다.이는장-클로드밀네르의책『학교에대하여』(1984)에의해뒷받침되었다.밀네르의주장은다음과같다.스승과제자의불평등한관계가오히려학생으로하여금학습욕구를불러일으킨다.학교에서평등을실현한다는명목으로,뒤처지는아이들을위해지도방식을하향평준화해서는안된다.똑같이가르쳐서우수한성적을거둔학생들을선별하는것이중요하다.이것은공화적엘리트주의,스승과제자의불평등그리고지식의보편성에대한믿음에기초한방안이다.
랑시에르는진보적사회주의자들과공화주의자의이첨예한논쟁속에‘자코토의모험’을삽입하여논쟁지형자체를바꾸어버린다.자코토의입을빌어랑시에르는사회주의자들이나공화주의자들이나현실적인불평등에서출발해서평등이라는목적을향하고있다는점에서는차이가없다고말한다.그둘은똑같이지적능력의불평등을무한정축소할수는있으되,결코평등에도달하지는못할것이라고도덧붙인다.그는평등에서출발해야하며지적능력의평등은하나의공리이며그것은끊임없이입증되어야한다고말한다.랑시에르는이처럼논쟁의지형을1980년대프랑스의교육문제에서1차로19세기자코토의교육방법으로옮기고,2차로교육의문제를지적능력의평등이라는철학적·정치적문제로옮긴다.

무지한스승,지적해방,지능의평등
조제프자코토는우연한실험을하기전까지스승이해야할가장중요한일은학생들에게자신이가진지식을전달하여그들을스승의수준만큼끌어올리는것이라고생각했다.즉스승의전통적인행위는바로‘설명하는것’.그러나앞의우연한실험을통해자코토는설명자가가진체계의논리를뒤집었다.그는설명의원리를‘바보만들기’의원리라칭했다.설명은교육자의행위이기에앞서교육학이만든신화이며,유식한정신과무지한정신,성숙한정신과미숙한정신,유능한자와무능한자로분할되어있는세계의우화라고여기게되었다.또한랑시에르는소크라테스주의가이러한바보만들기의개선된형태라고말한다.모든유식한스승처럼소크라테스는지도하기위해질문한다.하지만인간을해방하고자하는자는인간의방식으로상대에게질문해야지식자의방식으로질문해서는안되며,지도받기위해서질문을해야지,지도하기위해서질문해서는안된다고강조한다.
예를들어아이는자신의길을계속걸어갈수있을만큼의지가충분히강하지않을때스승이필요할수있다.그러나이예속은순전히한의지가다른의지에예속되는것이다.예속이하나의지능과다른지능을연결할때그것은바보만들기가된다.가르치고배우는행위에는두의지와두지능이있다.그것들의일치를바보만들기라고부를수있다.자코토의수업에서학생은하나의의지(자코토의의지)에연결되고,하나의지능(책의지능)에연결된다.이둘은전적으로구분된다.랑시에르는의지의관계와지능의관계의차이가인정되고유지되는것을‘해방’이라고부른다.의지가다른의지에복종한다할지라도,한지능의행위가바로자신의지능에만복종하는것이해방인것이다.가르치는/배우는행위는다양하게조합되는네가지한정을따라산출될수있다.해방하는스승이냐아니면바보로만드는스승이냐,유식한스승이냐아니면무지한스승이냐.
자코토의실험은스승의앎이학생을지도한것이아니며,자신이모르던것을가르치는것을막지못한다는것을보여주었다.랑시에르는이러한‘스승’을‘무지한’이라는단어와역설적으로결합하여‘무지한스승’이라고불렀다.무지한스승은학생에게가르칠것을알지못하는스승이다.그는어떤앎도전달하지않으면서다른이의앎의원인이되는스승이다.그는불평등을축소하는수단들을조정한다고자처하는불평등의사유를모르는스승이다.
자코토가제안하는보편적가르침은한개인이다른이에게설명해달라고할수단을갖지못한지식을자기것으로만들어야하는모든상황에서날마다멈추지않고입증된다.무언가를혼자힘으로,설명해주는스승없이배워보지못한사람은지구상에한명도없다.가르치고배우는행위는기본적으로스승의앎이나학식을전달하고설명하는데있는것이아니라학생의지능이쉼없이실행되도록강제하는의지에달려있다.선생의의지는학생의의지를강제하지만,그것을무화시키지않는다.스승이학생에대해갖는반-권위적권위속에서학생은그의지능마저스승의지능에게복종시키는것이아니라,반대로자율적으로책의지능과씨름한다.스승은학생더러구하던것을계속구하라고명령함으로써학생의앎의원인이된다.따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