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 보랏빛 (히구치 이치요 작품선)

해질녘 보랏빛 (히구치 이치요 작품선)

$13.01
Description
여성 작가들의 품격 있고 당당한 행진, 에디션F 8
일본 근대 문학의 선구자, 히구치 이치요 작품선
조용히 세상을 움직여온 여성 작가들의 품격 있고 당당한 행진, 에디션F 시리즈의 네 번째 작가는 히구치 이치요(1872~1896)이다. 히구치 이치요는 일본 근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일본 지폐 5천 엔을 장식하는 인물로, 이 책 『해질녘 보랏빛』에서는 그의 대표작 소설 여섯 편과 일기를 수록하고 있다. 히구치 이치요는 가부장제도 안팎에서 고통을 겪는 여성들의 삶을 작품 속에 녹여냈으며, 다양한 여성들의 서사를 문학의 언어로 끌어안아 1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본 근대 문학의 선구자로 인정받고 있다.
이 책은 히구치 이치요의 대표작 소설 「섣달그믐」(1894), 「키 재기」(1896), 「흐린 강」(1895), 「열사흘밤」(1895), 「가는 구름」(1895), 「해질녘 보랏빛」(1896)과 함께, 히구치 이치요가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1891년부터 생의 마지막 무렵까지 쓴 일기 중에서 일부를 선별하여 우리말로 옮겨 실었다.
저자

히구치이치요

?口一葉,(1872~1896)
1872년도쿄에서태어났다.소학교를수석으로졸업했으나공부보다는가사일을배우는것이낫다는어머니의뜻으로상급학교에진학하지못했다.학업을그만둔뒤가사일을도우면서독학으로와카(일본전통시)를짓고연습했다.아버지의권유로와카와고전문학을배우는기관인하기노야(萩の?)에들어갔다.큰오빠가폐결핵으로사망한후열여섯살에집안의호주가되었다.농민이었던아버지는사족(士族)신분을사서도쿄부의관리로일했으나,새로운메이지시대에적응하려고시작한사업의실패후병으로세상을떠나고만다.그후생활고를겪으며빨래나바느질로생계를꾸려나갔다.
열아홉살,경제적어려움속에서도소설가로살아갈결심을하며,아사히신문기자이자소설가인나카라이도스이가창간한《무사시노》에첫소설「밤벚꽃」을발표했다.일본최초상업문예잡지인《수도의꽃》에발표한「매목」으로첫원고료를받았다.생활이여의치않아요시와라근처에잡화점을열어운영하고와카나고전문학개인교습을하며글쓰기를계속했다.1896년스물네살에폐결핵으로짧은생을마감하기까지,‘기적의14개월’동안잡지《문학계》,《문예구락부》에「섣달그믐」,「흐린강」,「열사흘밤」,「키재기」등의수작을발표했다.히구치이치요는일본근대문학을연개척자로서소외된여성과사람들의삶을세심하게그려냄과동시에사회를비판적시각으로바라본작가로인정받고있다.2004년에일본지폐5천엔의인물로선정되기도했다.

목차

섣달그믐ㆍ7
키재기ㆍ31
흐린강ㆍ101
열사흘밤ㆍ149
가는구름ㆍ175
해질녘보랏빛ㆍ195
달과꽃과먼지의일기ㆍ201

옮긴이의말ㆍ247
수록작품의원제명ㆍ256
히구치이치요가걸어온길ㆍ257

출판사 서평

여성들의말없는희생을당연한것으로여겼던시대에
고결하고단단한문학의목소리로답하다
히구치이치요가살았던메이지시대는국민국가가형성되기시작하던격변기였으나,사회는아직봉건제에얽매여있었고,신분제는철폐되었지만빈부격차가여전했고여성의희생위에사회가유지되고있었다.시민세력의남성들은새롭게얻은사회적지위를확실히다지기위해여성을가정에머무르게했다.물론일부전문직이나다른사람들을보살피는직종(교사나간호사)에서일하는여성이극히드물게있기는했으나대부분의여성들은집안에서아이를낳아기르는역할을하고있었다.남성이경제활동을통해재산을쌓으면,여성들이집안에머물며살림을하고대를이어재산과사회적지위를지켜줄아들을낳아키워주기를원했다.히구치이치요는작품속에서여성들의말없는순종과희생을당연한것으로여기던사회를비판적으로그려내고있다.또한가부장제도바깥에서살아가는여성들의삶과아픔을작품에섬세하게녹여낸다.
히구치이치요는오빠와아버지를연이어떠나보낸후열여섯살에호주가되어어머니와여동생의생계를책임져야했다.빨래와바느질로어려운생활을이어가다,호구지책으로요시와라유곽근처에서잡화점을운영하면서유녀들의삶과내면을들여다보게되었다.그리고이런경험은「키재기」나「흐린강」같은작품속으로녹아들게된다.
원래농민이었던이치요의아버지는사족(士族)신분을사서도쿄부의관리로일했으나,새로운메이지시대에적응하려고시작한사업의실패후병으로세상을떠나고만다.급기야집안이망한후약혼자로부터파혼을당하면서이치요는결혼제도를누구보다더비판적으로바라보게된다.그결과이치요의작품은결혼제도안팎에서고통을겪는여성들의비애를잘보여주고있다.때로는그모습이서정적이고아름다운문체로그려져더욱비통함이느껴진다.

“열여섯,열일곱까지는꽃이야,나비야,귀하게컸는데…”쇼타로는떨리는목소리로요즘요시와라에서유행하는노래를읊조렸다.
“이제는이일이익숙해져…”하며몇번이고노랫말을되뇌며걸어가는데,늘그렇듯이셋타소리가높이울렸다.쇼타로의작은몸은들뜬사람들틈에섞여사라져버렸다.그렇게인파에밀려요시와라모퉁이까지갔을때,유녀를보살피는아주머니와함께이야기를나누며걸어가는미도리가보였다.-「키재기」에서

차라리그냥돌아갈까?돌아가서다로엄마라불리며,그냥하라다의사모님으로살까?부모님은주임관사위를자랑할수있고,나만절약하면가끔입에맞는음식이나용돈도드릴수있을거야.하지만생각대로이혼하면다로는계모밑에서고생해야하고,부모님은지금까지자랑스럽게세우고있던콧대가푹꺾일거야.그리고동생의앞날은…아아,이한몸살겠다는마음으로그애의출세길을막아선안돼.돌아갈까?돌아가야겠지?그악마같은남편에게돌아가야겠지?”-「열사흘밤」에서

체념하는비애의감정에서,다른선택을향한기대까지
히구치이치요대표작과일기선집
「키재기」는요시와라유곽근처에사는어린아이들의성장기를통해가난한서민과유녀의삶을더욱비통하게그려낸작품이다.「흐린강」은강한자의식을가진유녀리키를통해사회의어두운면을그려보인다.「열사흘밤」은결혼제도에갇혀자신의감정도생각도억눌러야하는여성의아픔을사실적이면서도서정적으로그려낸작품이며,「가는구름」은자신의의지대로선택할수없는삶의애처로움과덧없음을이야기한다.
「섣달그믐」과「해질녘보랏빛」은기존의작품과다른결을담아내는데,두작품의주인공은자신에게소중한것을지키기위해좀더적극적으로행동한다.「해질녘보랏빛」은이치요가스물네살나이에요절하면서영원히미완으로남게되었지만,그자체만으로완결성을지닌작품이다.
책의말미에수록된「달과꽃과먼지의일기」는히구치이치요가소설가이자아사히신문기자나카라이도스이에게소설지도를받기시작한이후의일기중몇편을간추린것이다.도스이에대한내밀한감정의흔들림뿐아니라가난한작가로서직업에대해느끼는회의,여성작가를바라보는세상의시선에대한불편함까지담고있어히구치이치요에게한층더가까이다가설수있게해주는글들이다.
히구치이치요의작품들은대화문이나문단구분이없는19세기일본어로쓰여있다.많은부분이생략되어있어직역하면이해하기쉽지않은데,독자들에게내용을정확하게전달하면서도이해하기쉽게하는데주력하여작업했다.

아내는가던길을되돌아섰다.그런데공교롭게도밤바람이불어차갑게온몸을스쳤고,한바탕꿈같던생각들은또다시바람에날리듯사라졌다.‘아니야,그처럼마음약한쪽으로끌려가선안돼.처음그집에시집갈때부터도지로를남편으로생각하지않았어.이제와서새삼스레무슨의리를찾는걸까.’아내는두건위로귀를누르며걸음을재촉했다.-「해질녘보랏빛」에서

말없는달과꽃의목소리가되고싶었던
작가가남긴시대의고전
가난과생의고단함속에서도글쓰기를포기할수없었던작가히구치이치요는어머니와함께요시와라근처에서1년가량운영했던잡화점을문닫고집필에집중한다.“나는하루의편안함을탐내느라백년후를근심하지않는그런사람이아니다.”라고일기에쓰고나서얼마후였다.그후‘기적의14개월’동안「키재기」,「흐린강」등의수작을발표하였고,스물네살의나이에짧은생을마감한다.그가남긴작품은진흙탕같은이세상을온몸으로아파하며쓴글이라쉬이읽을수없다.히구치이치요는당대문단이단지자신을‘여성’작가인것에만흥미로워한다는사실에괴로워했다.여전히소외된사람들과인간다운삶을이야기해야하는지금,히구치이치요의작품이오래전고전으로만읽혀서는안된다는점이묵직한무게감으로다가온다.

처마끝에서떨어지는장맛비와까마귀가한동안울어대는소리에선잠의꿈에서깼다.방금꾸었던꿈속에서는내생각을그대로이야기할수있었고,사람들이그것을그대로이해해주어기뻤다.꿈을깨니다시이세상의나로돌아와있었다.이곳에선입밖에내면안될일과이야기하기어려운사연이꽤나많다.-「달과꽃과먼지의일기」에서


조용히세상을움직여온여성작가들의
품격있고당당한행진,에디션F시리즈!

그여자가온다.
사슬을끊고감옥을벗어나서
왕관을벗고영광을걷어차고서
그저살아숨쉬는사람으로온다.
-샬럿퍼킨스길먼

에디션F시리즈는주제와작가들을좀더세심하게나누어궁리출판만의색깔있는문학선집을지향하고자합니다.에디션F의‘F’는‘feminism,female,friendship’을상징합니다.이시리즈는여성작가가능동적인여성의모습을그려나가는작품들을골라여성번역가가작업을계속해나갈예정입니다.

에디션F01『내가깨어났을때』페미니스트유토피아3부작1
샬럿퍼킨스길먼지음|임현정옮김

에디션F02『허랜드』페미니스트유토피아3부작2
샬럿퍼킨스길먼지음|임현정옮김

에디션F05『제인의임무』여성최초퓰리처상수상작가이디스워튼단편선
이디스워튼지음|정주연옮김

에디션F06『가든파티』20세기단편문학의정수캐서린맨스필드단편선
캐서린맨스필드지음|정주연옮김

에디션F08『해질녘보랏빛』일본근대문학의선구자히구치이치요작품선
히구치이치요지음|유윤한옮김
(계속출간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