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기원과진화라는생물학의오랜수수께끼를
미시세계의관점에서독창적으로풀어내다!
1965년노벨생리·의학상수상자이자철학자인자크모노는생명의기원과진화라는생물학의오랜수수께끼를눈으로확인하기힘든미시세계의관점에서독창적으로풀어낸다.오랫동안사람들은초월적존재가목적과계획을가지고생명을창조했다고믿었다.또자연에존재하는모든것은영혼을갖고있어서그자체로생동하는힘을지니고있다고보았다.그러나모노에따르면생명의출현은분자적차원의미시세계에서우연히일어난‘요란(변이)’의결과일뿐이다.
여기서한걸음더나아가,모노는진화란생명체의본질적인속성이아니라고주장한다.살아있지않은무생물과다르게,모든생물은종의보존과증식이라는의도를지니고있다.생명체의특이성은변화(진화)의추구와실현이아니라,오히려변화에저항하는능력,즉세대를거치면서도불변적으로자기의구조를복제해갈수있는그둔감의능력에있다.따라서변화에저항하는불변적인자기복제야말로생명체의본질을이룬다.생명체의변화,곧진화란생명체의본질이실현되는일이아니라,오히려생명체의본질인이불변적인자기복제의실현이우연적인요란에의해방해받아실패하는경우에해당한다.진화란생명체의본질적인속성이아니라전적으로우연적속성일따름이다.
그러나일단한번DNA구조에새겨지고난다음에는,이우연적사건들은기계적으로충실하게복제되고번역된다.즉증식되고전파되어수백만,수천만의동일한복제가생겨난다.순전한우연의세계에서빠져나와필연의세계로,가차없는확실성의세계로들어가는것이다.미시세계에서일어나는우연이거시세계의필연을만들어내는것이다.
분자생물학의전문지식을종교ㆍ철학ㆍ정치등다른사유의영역으로
발전시킨과학자의철학적성찰!
오랫동안(지금까지도)인류는필연성이지배하는세계에의지해왔다.인간은자기자신이길바닥의돌멩이와는다르게,필연적인이유에의해존재하는것이기를,우리란존재가처음부터정해진것이기를바란다.세상의모든종교와철학은인간자신의우연성을필사적으로부정하기위한노력의산물이었다.과학은어떤가?아인슈타인은‘신은주사위놀이를하지않는다’라고말했다.원인에따른결과가단일하고예측가능하다는‘결정론적세계관’은17세기과학혁명이후과학계의주류를이끌어왔다.필연적인인과관계가지배하는이우주에우연성이자리잡을곳은없었다.그래서유전자의분자생물학적분석을통해인류의출현이우연적사건일뿐이라고선언하는모노의저작은1970년출간당시열렬한호응과더불어격렬한비판이끊이지않았다.
모노에게진화의원천은물질의미시적차원인양자세계에서일어나는우연적요란들,즉‘불확정성의원리’의지배로인해어떻게일어날지를본질적으로전혀미리예측할수없는우연적요란에있다.우주와인간의역사역시마찬가지다.그에게우주와인간의역사는많은종교적ㆍ철학적체계가설명하듯(이를테면마르크스나헤겔이생각하듯)어떤필연적인계획에따라전개되는것이아니다.생명자체에내재한우연성과필연성을규명하는모노의논의가새로운세계관에대한요청에까지이르는과정이자연스러운까닭은바로여기에있다.
모노는유대-기독교사상과생기론과물활론,마르크스주의유물론등기존의철학과이데올로기에나타나는물활론적세계관을비판하며,‘지식의윤리’야말로현대인이직면한영혼의질환을극복하게해줄유일한방법이라고제안한다.모노가가멸차게비판하는물활론적윤리란외부로부터인간에게부과되는윤리다.이때과학은신의영광을표현하거나,마르크스나헤겔이한것처럼그들의사상을정당화하기수단이된다.모노는우리에게‘신적권위’라든가‘역사의과학적법칙’과같은객관적으로확인할수없는개념에의존하는것이아닌,그자체로내적정합성을갖는진정한과학(지식)을목적으로삼아야한다고이야기한다.
이책의미덕은과학자의철학적성찰을담고있다는데있다.모노는단순히현대생물학의개념을설명하는데그치지않는다.그는분자생물학의기본지식을다른사유의영역(철학,종교,정치,윤리,문화등)으로발전시켜나감으로써,과학을단지‘기술적’으로중요한지식이아닌‘인간적’으로중요한의미를갖는지식으로보고자한다.‘진정한’과학의힘을근본적으로묻는책으로,인류사상사의진로를개척한고전으로지금도그가치는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