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키즈의 탄생 (금성사 A-501 라디오를 둘러싼 사회문화사)

라디오 키즈의 탄생 (금성사 A-501 라디오를 둘러싼 사회문화사)

$15.00
Description
한국 현대사의 굴곡진 격랑 속에서 민초들의 사랑을 받으며,
한때 대중매체의 왕좌를 차지했던 라디오.

땜장이, 애호가, 자작가 들이 일군 라디오 기술문화의 흐름 속에서,
우리가 함께 겪었던 그 시대의 기억들을 들여다본다!
이 책은 우리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 라디오의 사회문화적인 위치와 그 영향력을 가늠해보는 연구작업을 담았다. 저자 김동광은 이 책에서 과학기술사회학자로 라디오 방송이 아닌 라디오라는 기술이 가지는 사회적 및 문화적 측면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어느 사회에서든 기술은 나름대로 수용되는 궤적을 갖는 편인데, 우리의 경우, 라디오가 받아들여지던 시기는 일제 강점기부터 해방과 전쟁을 거쳐 1970년대와 80년대에 이르는 격변기에 해당한다. 그 과정에서 특히 금성사 A-501 라디오는 이승만과 박정희 정부를 거치면서 ‘국산 1호 라디오’라는 독특한 지위를 얻게 된다. 이후 박정희 군사정부가 농어촌 라디오 보내기 운동을 통해 라디오를 공보(公報)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라디오 기술은 정치적으로 적극적으로 동원되었다.

역사적으로 라디오는 많은 나라에서 공보(公報) 수단으로 활용되었는데, 라디오가 처음 등장한 시기가 1, 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던 시기라서 많은 나라에서 라디오가 공보와 프로파간다 수단으로 자연스럽게 이용된 면이 있었다.

우선 루즈벨트 대통령은 1929년 대공황이라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라디오를 활용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저녁 시간에 사람들이 벽난로 주위에서 즐겨들었던 ‘노변담화(爐邊談話)’라는 이름의 담화는 유명하다. 히틀러도 정권을 잡은 직후부터 라디오를 선전도구로 삼기 위해 값싼 국민라디오를 보급했고, 괴벨스는 ‘국민의 시간’을 만들어서 집단 청취를 강요했다. 가까운 일본도 ‘국방수신기’라는 값싼 라디오를 보급했고, 아마추어 무선가들이 애국무선대를 만들기도 했다. 박정희가 농어촌라디오 보내기 운동과 스피커 보내기 운동을 적극 수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저자

김동광

고려대학교독문학과를졸업하고같은대학교대학원과학기술학협동과정에서과학기술사회학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과학기술과인문학,냉전과과학기술,과학커뮤니케이션등을주제로연구하고글을쓰고있다.현재고려대학교과학기술학연구소연구원이며,고려대를비롯해서여러대학에서강의하고있다.지은책으로는『낯선기술들과함께살아가기』,『생명의사회사』,『불확실한시대의과학읽기』(공저),『과학에대한새로운관점-과학혁명의구조』등이있고,옮긴책으로『그림으로보는시간의역사』,『언던사이언스』(공역),『원더풀라이프』,『판다의엄지』등이있다.

목차

|들어가는글|근대사의굴곡과라디오기술문화의형성

1부라디오를둘러싼사회-문화적맥락

1장.금성사A-501라디오의등장
국산제1호-‘수사적(修辭的)’정의
군사정부의라디오산업육성과해외수출

2장.박정희의라디오4
전쟁과냉전-라디오,공보(公報)수단이되다
루즈벨트와‘노변담화(爐邊談話)’
나치독일의국민라디오-‘동원된청취’
일본의국방수신기-‘무선보국(無線報?)’과‘애국무선대(愛?無線隊)’
박정희의라디오
밀수품근절지시와농어촌라디오보내기운동
스피커보급운동과‘앰프촌’의형성
‘스삐꾸’를아시나요?
김수영의〈라디오계(界)〉와〈금성라디오A504〉,그리고신동엽

3장.1960-1970년대라디오문화속에내장된‘기술입국’과‘애국주의’
형성기자작문화에배태된‘기술입국’과‘조국근대화’
전파과학사와‘과학입국’
국민교육헌장과‘애국소년’의탄생
《학생과학》과‘애국적과학주의’
‘전국민과학화운동’과라디오문화
청소년과학소설(SF)에투영된애국주의
애국주의와‘과학열광주의’의결합


2부라디오자작문화,‘장사동키드’와‘라디오보이’의탄생

4장.라디오기술의재구성
농촌의‘라디오소년’과유선방송의재구성
서울을비롯한대도시지역의유선방송의재구성
앰프촌의재구성-‘쓰쓰돈돈쓰…’
라디오‘청취양식’의다양화

5장.라디오‘자작’문화의형성(1)
-일제강점기와전쟁의폐허속에서자작문화를일궈낸‘장사동키드’
세계적현상-라디오자작문화
우리나라의초기라디오발달사(1924-1947년전후)
일제강점기와전쟁기의‘장사동키드’

6장.라디오‘자작’문화의형성(2)
-60년대와70년대의‘라디오보이’의탄생
세운상가의탄생
미사일,탱크도만든다는세운상가
벤야민의‘아케이드’와‘세운상가키드의사랑’
전자전람회와라디오조립경연대회
과학교재사와‘키트’의등장
청소년을위한종합과학잡지와공작(工作)기사
『419회로집』과『007제작집』
‘전파상’이라는공간

나가는글|참고문헌|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차분하고교육적인매체의지위를여전히유지하는
라디오의시대는아직끝나지않았다!
그러나우리나라의라디오는개발독재의도구로그치지않았으며TV가등장하기전까지대중매체로황금기를구가했고,라디오기술도전국적으로활성화된유선방송시스템과라디오자작(自作)문화의형성으로독특한재구성을이루게되었다.

1기자작문화를이끌어낸주역이라고할수있는‘장사동키드’는해방과전쟁을직접겪은세대라서애국주의적경향이강하고실용성에대한추구도두드러진특징을보였다.2기자작문화가형성되던시기는,전자부품산업이시작되고세운상가가생겨나안정적인부품공급이가능해지고《학생과학》이나《라디오와모형》같은중요한잡지들과회로집들이발간되어초보적인전자공학에대한설명과회로도가공급되었고,합동과학사와아카데미과학등과학교재사들이전자키트를양산하면서1기에비해대중적기반이크게확장된때였다.따라서라디오와같은실용적전자기기뿐아니라취미생활을위한일렉트로닉스제품,그리고무선조종(R/C)엔진비행기와같은고가의조립제품들도나타나게되었다.이처럼해방이후1950년대말금성사의A-501라디오출시를거쳐초기광석라디오에서이후규격화되고양산된전자키트로변형된1980년대에이르기까지자작문화가당시문화와베이비붐세대의정체성형성에어떤영향을미치게되었는지분석하는작업은중요한의미를가진다.

비록지금은과거의영광을뒤로한채텔레비전은물론이고,인터넷과유튜브,그리고SNS에한참밀려났지만,지금도여전히많은사람들은라디오를통해음악을감상하고,뉴스와교양프로그램들을즐겨들으며자극적이고요란한텔레비전이나유튜브에비해차분한교육적인매체의지위를유지하고있다.라디오의시대는아직끝나지않았다.

*이책의구성

1장과2장에서는‘국산최초’라디오칭호를얻은금성사A-501의등장의의미를,이승만정부와박정희군사정부의요구와당시국민적기대로분석했고,농어촌라디오보내기운동을통해라디오가공보수단으로동원된과정을분석했다.또한김수영시인의시와수필,신동엽시인의사례를통해당시지식인사회에서라디오가수용되는다양한과정의‘긴장’을분석하려고시도했다.
3장에서는1960년대이후《전파과학》과《학생과학》같은잡지들에서나타난애국주의가1973년박정희정부가제창한전국민과학화운동에적극호응하면서라디오기술문화에배태된애국주의와국가주의를분석했다.
4장에서는농촌의‘라디오소년’의역할에대해,그리고농촌과도시에서유선방송이어떻게붐을일으켰는지,주민들의적극적인참여로재구성되는과정에대해이야기를풀어간다.
5장과6장에서는‘라디오자작문화’가형성되는과정을집중적으로조명하고있으며,일제강점기와전쟁기의‘장사동키드’,1960∼70년세운상가와전파상을중심으로과학도로서의꿈을키운‘라디오보이’의모습들을정리해나간다.혁신이나발명은항상이런자작문화에서비롯되었다고할수있으며,스티브잡스와스티브워즈니악도당시컴퓨터자작문화를대표했던홈브루클럽의주요멤버들이었다.그런면에서자작문화는단지과거의유물이아니라기술문화의미래에해당한다고도볼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