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살아도 안 이상해지던데? (인간 네온사인 이명석의 개성 촉구 에세이)

이상하게 살아도 안 이상해지던데? (인간 네온사인 이명석의 개성 촉구 에세이)

$15.17
Description
우리 함께 ‘별종의 미’를 거두자
세상 어디에도 분류되지 않는 한 낯선 인간이
편견과 참견을 먹고 자라온 동족에게 보내는 연대
비혼주의 1인 가구, 속한 직장 없는 N잡러, 식물과 고양이의 집사, 원데이 클래스를 적극 활용하는 취미 부자, 자동차 운전면허 없음, 카카오톡 지움…. 마지막 두 가지는 논외로 두더라도,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삶의 형태다. 그런데 이 특이할 것 없는 인생을 30년 전부터 살아온 사람이 있다. 주변의 갖은 참견과 편견을 양분 삼아서. 바로 이 책 『이상하게 살아도 안 이상해지던데?』를 쓴 이명석이다.

저자는 문화잡지 《이매진》과 《씨네21》의 ‘씨네꼴라쥬’에서 영화 패러디 칼럼을 연재해온 영화 비평가다. 웹진 《스폰지》의 편집장을 거쳐 현재 전업 필자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어딜 가든 사람들의 눈에 띄는 ‘인간 네온사인’이자 ‘여행사 깃발’ 같은 사람이다. 큰 키에 긴 머리, 유행과 거리가 있는 패션으로 인파를 지나면 모세가 되고, 음식점을 처음 들러도 곧바로 단골 명단에 오른다. 취미로 듣는 수업에서 시범 보일 첫 타자가 되는 것은 기본, 전철에서 “아빠, 여자가 수염 났어!” 하고 외치며 도망가는 아이를 만나기도 한다.

물론 이처럼 외향이 조금 남다르다고 세간의 이목을 끄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 30년 동안 뚝심 있게 살아온 삶의 태도 때문인데, 이에 대한 성적표로 어느 날 주민센터의 전화 한 통을 받는다. 수화기 너머 혼자 사는지, 직장 없이 지내는 건 맞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꼬치꼬치 이어지던 질문 끝에 이 말을 선고받는다. “그게… 저… 선생님께서 고독사 위험군에…….”

“네가 지금은 젊어서 맘대로 살아도 된다고 여기지. 그런데 그렇게 ‘이상’하게 살면 정말 ‘이상’해진다고.” (…) 그러니까 뒤의 이상함은 이런 뜻인 것 같다. “넌 직장도 못 구하고 친구도 못 사귀고 몸과 마음이 망가져 외롭게 굶어죽을 거야.” (7~8쪽 ‘이상하게도 안녕합니다만’)

이 책은 1970년생인 저자가 인생의 3분의 2가 넘는 시간 동안 걸어온 외길을 되짚는 기록이다. 『어느 날 갑자기, 살아남아 버렸다』 『도시수집가』에 이어 궁리에서 10년 만에 펴내는 신작으로, 지난 2018년부터 《한겨레》 ‘삶의 창’에 연재해온 원고를 다듬어 펴냈다. 칼럼니스트로 오랫동안 영화 비평과 만화 칼럼을 써온 그는 이 글을 통해 자신의 자아로 시선을 돌린다.
저자

이명석

문학편집자,잡지사기자,웹진편집장으로직장생활을하다전업저술가로독립했다.《한겨레》《경향신문》《씨네21》《계간문학동네》《엘르》《에스콰이어》등다양한매체에장르를넘나드는글을써왔다.여행과취미로세계를탐험하며일과놀이의경계를허물어왔고,인문학강연자,방송패널,보드게임해설가,파티플래너,DJ,공연단장,일러스트레이터등으로활약하기도했다.고양이와식물의집사이자그림,악기,요리,댄스등사방팔방으로배움의촉수를뻗어온취미부자다.
지은책으로『모든요일의카페』『논다는것』『어느날갑자기,살아남아버렸다』등이있고,『지도는지구보다크다』『나의빈칸책』『고양이라서다행이야』『도시수집가』『은하철도999,너의별에데려다줄게』등을함께썼다.

목차

5이상하게도안녕합니다만

①날마다눈에뜨이는
17인간네온사인으로산다는것|22정신차려,넌고길동도못돼|27좌우명,무리하지말자|31모르는잡초에게약한사람|35막다른길애호협회|40다중의자아와동거하는법|45간헐적실종을위한연습

②망한취미의유적들
53나의수채화포비아극복기|58탁구장에서이상한걸배웠다|62남자도배울수있다니까|67망한취미의유적들|71우린참적절한때태어났다|76왕초보를가르치기전에잠깐|80나의심장을부수려고돌아온야구|84‘아이엠그라운드’가어려워|89춤추는사람이춤출세상도만든다

③그림자처럼어슬렁거리며
97미제사건,이웃이사라졌다|101내친구의이름은무인주문기|106어둠속에배달부가올때|111쿠폰열칸채우는것의어려움|11611시11분에멸종하는기차|120배리어프리라는이름의동네|124공중에살짝떠있는전화|128붕어빵은여름에뭘하고있나

④작은불운에설탕묻히기
135폭풍우치는날의밀가루8kg|140잘리니그때야보이는금빛|144미끄덩과꽈당의기술|148깨진유리잔과인간의깊이|153기쁨과아픔의볼륨|158검은뽑기의블루스|163성모상과반가부좌와고양이

⑤이상한삼촌과아이들
171조금다른남자아이키우기|175이상한삼촌은이중스파이|180학교에가는101가지방법|185아이는차를죽이지못한다|190쓸데와핀잔으로키운나무|195야단,치고맞기의적정기술|199부끄러울필요도감출이유도

⑥세상이쌉싸름해꼭꼭씹었다
205하늘에서꽁초들이내려와|210보람과재미라는치트키|214파울라인위에서서성일때|218승부조작이필요한때|222나만을위한맞춤형지옥|226필터가떨어졌다|231코끼리를잘지우는방법

출판사 서평

“야생보다일상에서생존하는게더훌륭한법이야.”
유쾌하면서도시종일관서늘함을놓지않는자아탐구여정

그러나자아를바라보는저자의시선에어설픈자기연민이나넋두리가깔려있지는않다.오히려서늘하고객관적인거리가느껴진다.그중에서도현재자신과닮은만화속중년캐릭터를발견해가는과정은냉정하기그지없다.

우리는만화,영화,소설속에서나와닮았는데훨씬멋진사람을찾아낸다.그에게감정이입을하며‘나도좀괜찮구나’위안을받는다.하지만그게전부여서는곤란하다.나와닮았는데아주추하고악한사람도알아채야한다.그를외면하지말고자신을돌아볼기회로삼아야한다.(25쪽‘정신차려,넌고길동도못돼’)

저자는〈개구쟁이스머프〉에나오는‘가가멜’에게현대한국사회의문제로떠오른독거중년의어두운면을투영한다.가난하고피폐해진나머지“따뜻한공동체를이룬젊은1인가구스머프를미워하고”합리화하는모습을발견한것이다.그런가하면〈아기공룡둘리〉에서직장에서는상사에,집에서는악성세입자에시달리는‘고길동’의고단한삶을이해하다가도,동시에그처럼살기도어렵다고겸허히인정한다.

그는정글과같은야생에서생존하는것보다‘일상에서깨끗하고건강하고친절하게살아남는게’훨씬어렵고훌륭하다고생각한다.“스스로밥하고빨래하고씻을줄모르면병에걸리고,예의를몰라사회적관계를못맺으면정신이피폐해지는”것이다(173~174쪽‘조금다른남자아이키우기’).

“가끔우리는뭘사기위해배우는건아닐까?”
망한취미들속에서집대성된‘배움’의철학

그림,악기,춤,운동,요리…누구나호기롭게시작했다가강렬하게망한취미하나쯤가슴에품고있을것이다.저자역시분야와종류를가리지않는취미부자로,특히원데이클래스마니아다.그는서촌의화원에서‘야생화’를가꾸고,한옥에가서‘교자’를만든다.또유산소운동이필요해찾아간‘탁구교실’에서초보로허덕이다가,경력직만뽑는회사앞에서좌절하는취업준비생들의심정을이해한다.더불어어릴적해보지못한것에대한한풀이로‘기타’를더듬거리며배우고,주말저녁이면‘스윙댄스’용셔츠와댄스화를챙겨나가는춤꾼이기도하다.

배움에관한저자의철학은확고하다.바로취미활동이나배움의장소에서는“나이도성별도직업도던져두고같이지지고볶고먹고놀아야”한다는것(66쪽‘남자도배울수있다니까’),또“삶의어떤순간을충만하게만든다면그배움의쓰임새는중요한게아니”라는것이다(70쪽‘망한취미의유적들’).

남자들은직장이나학교선후배라는서열을유지하면서,사회생활의연장이라는강박을가지고,술을첨가해서노는걸선호했다.낯선환경에들어가,다른종류의사람을만나고,무언가를배우며노는데는서툴렀다.(65쪽‘남자도배울수있다니까’)

그리고이철학을완성하는지점에‘남자들도배울수있고또배워야한다’는지론이있다.특히자신과같은중년남성에게배우기를꺼려하지말라고용기를북돋는다.언젠가구청에서열린일일집밥교실에신청했다가‘혼자남자인데괜찮으시겠느냐’는반응을듣고서는,“평생밥한끼차려본적없다가독립하는1인가구의남성이나중장년의이혼남이야말로이런수업을들어야한다”고일갈하기도한다.

정말로이상한일이뭔줄알아?
이제모두가나처럼산다는사실이야

그로부터30년후.그이상한인간은여전히이상하다.그리고이상하게도여전히안녕하다.나는굶지도않고(소화불량은있지만),병들지도않고(여기저기노쇠하긴했지만),외롭지도않고(오히려나를걱정했던사람들보다덜심심하고),특별한성공을거두진못했지만그렇다고비참의나락에떨어지진않았다.사회적경제적수준에비하자면아주높은행복의가성비를누리고있다고도여긴다.(8쪽‘이상하게도안녕합니다만’)

저자는이책을통해어떠한태도를가르치거나강요하지않는다.개개인의앞에놓인길이지금보다훨씬좁고적었던시절부터이렇게살아온것에대해자랑하지도않는다.다만이사회어딘가에자신처럼어떤틀에도들어가지않는사람이,아주‘잘’살고있다는사실을알려줄뿐이다.무탈하고안녕하게.그리고자신과같은고민을해온사람들,혹시정상의궤도에벗어난것은아닌지불안해하는사람들에게덤덤한위로를건넬뿐이다.무엇보다정말로이상한건저자의삶이아니라다들그처럼살게되었다는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