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하게만나고있습니다
세상과연결되는일상의공부,놀이,예술
기획자주은경의함께배운다는것
나에게‘시민교육’은“나의진정한기쁨과세상의깊은허기가서로만나는장소”였다.이책은‘시민교육현장이야기’를글로풀어낸다큐멘터리에가깝다.함께공부하고서로배우며모르는사람과친구가되고낯선이를환대하는공간과사람의이야기다.
배움을통해사람들과사랑을나누는즐거움을포기하고싶지않다.내가좋아하고사랑하는삶이니까.
―프롤로그에서
시민들이모여집단창작시를쓰고연극을올리고,함께공부하고,그림을그린다.왜?“어둠속에서친구를얻는다면,어둠도흥미롭다”는어느시인처럼,친구를찾기위해서일까?“모든슬픔은그것을이야기로만들때견딜만해진다”라고했던한나아렌트의말이답이될수있을까?이책에소개된시민연극단의배우들은말한다.“마음을만나기위해연극을합니다.내가산다는것은마음이사는거니까요.”“타인의자리에서보면그사람의숨겨진감정을알게돼요.”“이런활동을통해사회생활에도자신감과용기가생겼어요.”시민연극단뿐아니라느슨하게만나고연결되는여러모임에서사람들은기쁨과성장을함께경험할수있다.
고립되지않고같이놀사람,그런사람을만날수있는장소가누구에게든필요하고,요사이생겨나고있는평생교육원,시민교육센터의성격을띤여러곳들,집근처의책방이나도서관,혹은동네주민자치방등도그런장소가될수있을것이다.또모이고흩어지고다시모이며글쓰기,책읽기,각종공부와만남의장을이어가고있는온라인,오프라인의다양한모임들도있다.
그림그리고,춤추며,연극하는시민교육기획자주은경이스스로를교육하고다채로운놀이와배움을기획해온사람들의여정을한데엮었다.저자는다큐멘터리작가,성공회대학교사회교육원기획실장을거쳐시민단체참여연대부설느티나무아카데미에서2008년부터2020년까지부원장,원장으로활동하며민주주의학교,인문학교,시민예술학교를기획·운영했다.이책은시민교육기획자주은경이30여년간경작해온현장의이야기를글로풀어낸다큐멘터리이자‘서로배움’의공동체를꾸려온사람들이함께만들어온기록이다.
시민교육이라는영역을개척하고그안에다양한장르를디자인해온주은경.이책은종합예술가의안목과감수성으로시민교육을기획해온저자의선구적여정을세밀하게기록하고있다.프로그램구상과운영의노하우를전하면서도그것이조응하는시대의맥락을놓치지않는다.
―김찬호(성공회대학교초빙교수,『모멸감』·『대면비대면외면』저자)
30여년교육경험에대한회고를통해,작가는시민과함께만들어낸교육활동들이인생의본질적가치를구현하는놀이·창조의기획이었으며,시민들이주인이된배움의경험은즐거움과해방감속에서성장을이루어낸다는점을생생하게보여주고있다.내삶의깊은활력을되찾는활동,경쟁적자아가관계적자아로전환하는회복의과정.시민의배움이란이런것이다.
―정민승(한국방송통신대학교교육학과교수)
사람,배움,상상-인생의삼중주를위하여
나와너의만남이우리에게선사하는것들
나의희로애락을표현하는
세상속작은무대가있다면
우리는함께배우고성장할수있다
“시간의나이테와함께자신의기억을풀어내는것은어떤의미가있을까요?그것을들어주고공유하는일은자신과상대를이해하는경험입니다.‘나의인생사전시’,이것은우리에게낯선시도입니다.전시를준비하며이전시가어떤결과를만들지예상하기어려웠습니다.마치여행하고항해하듯함께상상하며만들었던이시간들이더욱많은‘나’들의인생사전시로이어지길바랍니다.”
시민교육의관점에서인생사전시는어떤의미가있을까.그것은물성의힘으로자신과타인의삶을만나는것아닐까.아주강력하게.‘집안을가득가득채운물건중에그물건을선택한이유는무엇인가.’그소중한물건의스토리는그사람의삶이다.이렇게삶의발표자가되고주인공이되어보는경험,이것은시간과역사속에자신을바라보고성찰해보는경험이다.
―본문45,51쪽에서
30여년간저자는시민들과함께공부하고,거리에서춤을추고,그림을그리고,전시를열며나와타인,세상을더깊고생생하게만날수있었다.특히중장년층이될수록목적지향적인공부가아닌내면의성장과즐거움을도모하고,관계지향적인활동으로삶을새롭게펼쳐나가야할때,내곁에든든한언덕이있으면사람들은그곳에서소소한마주침을통해창조적인활동을함께만들어갈수있다.저자는그동안기획해온프로그램과교육활동속에서함께배우고성장한기록들을찬찬히풀어내보인다.시민교육,평생교육,문화예술등의분야에서기획자로활동하고있거나,일상에서직접소모임을꾸리고있는사람들이읽고영감받을수있는이야기가풍성하다.
열린공간에서사람들이만나고함께하는일이왜중요할까?친밀하게가까운사람이아니라느슨한거리가있는사람들이모여배움이나모임을도모하는일은어떤의미가있을까?1부‘어른에게도놀이터가필요하다’에서는서로배우고공부하며,모르는사람을환대하는공간과장소가사회곳곳에필요함을저자의일상이야기에서부터시작한다.2부‘좋아서즐거워서시민예술’에서는나와타인의이야기를사회적으로발화하고표현하는시민예술가들의희로애락넘치는놀이판을소개한다.
3부‘지성,감성,영성의통합교육을위하여’에서는방송작가,시민교육기획자로활동해온저자가시민교육에서지성,감성,영성의영역이왜고루필요한지깨닫게되기까지,그고민의과정을보여준다.저자는누가누구를일방적으로가르치는방식이아니라,스스로의삶을비판적으로사고하는‘지성’,타인의아픔에공감할수있는‘감성’,자기내면의목소리를듣고사회적으로성찰하는‘영성’을통해개인적자아와사회적자아가통합되는자유로운시민을만나볼수있다고말한다.이것은삶의주인으로사는것을넘어우리사회민주주의의성장에도도움이된다.4부‘느슨한만남이나의세계를확장할때’에서는독서모임에서정치·민주주의모임까지일상의생활정치를실천하는사람들의활동과기획자로서의문제의식을담고있다.5부‘일상기획자,직업기획자사이에서’는시민대학,평생학습관,도서관등다양한배움의공간에서활동하고있는실무자들에게지치지않고기획자로서의정체성을꾸준히다져나갈수있게하는팁을소개한다.
누군가에는‘일’이더중요한가치일수있고분명그렇다.하지만우리삶에일과노동의시간말고도,스스로의삶과사회를돌아볼수있는작은틈새가스며들수있다면좀더살만하지않을까?사람은홀로서지못한다.또‘나’라는존재가‘사회적관계망’속에있을때안정감과희망의실마리도찾을수있다.고립말고연결의시작으로,사람들이집주변에있는배움과만남의장소,다채로운모임의친구들을떠올려볼수있으면좋겠다.우리함께,창조적으로놀아볼까요?
가치와방향을공유하면서자유롭게친숙하게만날수있는자신의공간이있으면,시민들은자발적으로이걸해볼까저걸해볼까상상해본다.막던지듯아이디어를나누고,꽂히는게있으면궁리하며작은시도를해볼수있다.누군가손을들면그손을맞잡아힘을모을수도있다.같은장소에서혼자만의시간을원한다면그것도가능하다.때로는지지하고치유해주고때로는행동할수있는공간.우리삶을연결해주는친숙한장소.한마디로‘비빌언덕’.우리주변에서공간이교육하고장소가운동하는진지를다양하게만나보고싶다.
이제시민교육기획자는프로그램만이아니라이런것이가능한시민의공간을더치열하게고민해야하지않을까?(…)나는바란다.사람들이지치고재충전이필요할때가까운배움의공간을찾아가기를.이런공간을함께가꾸어가기를.
―본문182~183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