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하는 애벌레 : 한없이 낯선 세계가 우리에게 전하는 아주 오랜 지혜

위로하는 애벌레 : 한없이 낯선 세계가 우리에게 전하는 아주 오랜 지혜

$17.00
Description
작고 낯선 애벌레들의 세계를 바라보며
써내려간 열두 편의 에세이

“애벌레처럼 살면 되겠구나.
삶을 회피하지 않고 순간순간을 진실되게.”
소설가 이상권이 애벌레의 삶을 들여다보며 써내려간 열두 편의 에세이 『위로하는 애벌레』가 출간되었다. 폭우에 떠밀려가는 애벌레나 강남 한복판을 위태롭게 건너고 있는 애벌레를 구조해 집 안의 ‘애벌레 방’에 모시는 사람. 작가는 어떤 인연에서 가까이 보게 된 애벌레의 삶을 통해 이 작은 존재들에게서 묵직한 배움과 위로를 얻는다. 이들에게서 배운 것은 ‘애벌레처럼만 살면 되겠다’는 확신이었다. 과정과정 진실하게 생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애벌레들은 인간이 잃어버린 소중한 시간을 그려 보여주었다. 침묵의 언어였지만 온몸으로 보여준 성장이었기에 말보다 확실한 위로를 건네는 존재들. 『위로하는 애벌레』는 “환상적이면서도 수다스럽고, 영원과도 같은 애벌레의 침묵 속으로” 초대하는 이상권 작가의 에세이다.

청소년문학, 생태동화를 오랫동안 써온 이상권 작가의 세심하고 아름다운 글에, 어린 시절 애벌레 곁에서 이들을 관찰하고 그림을 그려온 이단후의 일러스트가 더해져 애벌레들의 낯설지만 생동하는 우주가 색을 더했다. 이상권 작가는 1994년 《창작과비평》에 소설을 발표한 후, 풀꽃과 동물들의 삶과 생명의 힘을 문학에 담고 있으며 소설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는 현재 고1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다. 이 책 『위로하는 애벌레』는 지난 30년간 작가로 살아오면서 품어온 고민의 흔적이라 할 수 있다. 애벌레와 함께한 시간이 작가에게는 큰 배움과 행복, 깨달음으로 이끌어주었다.

저자

이상권

산과강이있는마을에서태어났다.어릴때는나만의옹달샘이있었고,나만의나무도여러그루있었고,나만의동굴도있었다.대도시에있는고등학교에입학하자마자불안증과난독증으로학교생활이불가능해졌을때문학이찾아왔다.『창작과비평』에소설〈눈물한번씻고세상을보니〉를발표하면서작가가됐고,소설〈고양이가기른다람쥐〉는고등학교1학년국어교과서에수록됐다.지은책으로『난멍때릴때가...

목차

작가의말
애벌레그림을그리며

1.천상의색을빚다:주홍박각시애벌레
2.영원한대지속으로들어가다:대왕박각시애벌레
3.당신들이가장싫어하는애벌레를위한헌사:매미나방애벌레
4.외계인같은나의특별한친구에게:가중나무고치나방애벌레
5.서울한복판에서길을잃다:맵시곱추밤나방애벌레
6.이토록넓고자애로운나무의품에서:반달누에나방애벌레
7.부드러움이강한것을이긴다:거세미나방애벌레
8.그는진짜외계생명체였는지몰라:현무잎벌애벌레
9.하늘을나는마법의집,설계자:차주머니나방애벌레
10.가만히세상모든소리에귀기울이다:참나무산누에나방애벌레
11.탱자나무에서만난애벌레와의대화:큰빗줄가지나방애벌레
12.천상의예술가,비상하다:유리산누에나방애벌레

출판사 서평

애벌레의시간을함께하며
깨달은것들

수많은애벌레가나뭇가지에거꾸로매달린채살아간다.인간의눈에는공중에매달린삶이불안해보이지만,애벌레가어른벌레가되기위해서는자연스러운의례다.애벌레는성장하면서껍질을벗는탈피과정을겪는데,이거꾸로매달린고독의시간이애벌레를어른벌레로만들어준다.작가이상권은애벌레를키우거나,숲속이나마당앞의애벌레를오랫동안들여다보면서이작은존재들의무한하고동적인세계속으로빨려들어갔다.나방이나벌등의어른벌레가되기전,애벌레의시간을바라보면서작가는열두종류의애벌레와그에얽힌일화,고민,성찰을작가적상상력을동원한열두편의글로꾹꾹눌러담아썼다.

주홍박각시애벌레,대왕박각시애벌레,매미나방애벌레,가중나무고치나방애벌레,맵시곱추밤나방애벌레,반달누에나방애벌레,거세미나방애벌레,현무잎벌애벌레,차주머니나방애벌레,참나무산누에나방애벌레,큰빗줄가지나방애벌레,유리산누에나방애벌레.책에는모두열두종의애벌레가등장한다.이중에는뱀처럼생겨서사람들에게혐오감을일으키는애벌레도있고,해마다봄이되면숲을점령하여사람들이싫어하는애벌레도있고,농부들의골칫거리가되는애벌레도있다.

작가역시애벌레에대한트라우마가있었지만작은초록애벌레를친구로받아들이면서스스로를위로하는법을알아간다.애벌레를물끄러미바라보는시간이쌓이면서일어난일이었다.“날마다지켜보다보니믿을수없게도”애벌레에대한생각이바뀌었다.

“애벌레는아이들이다가오면가만히귀를기울여주었다.아이들의말랑거리는손이다가와도전혀놀라지않다가,누군가짓궂게건드리면‘싫어,하지마!’하고는머리를옆으로휘저었다.그제야아이들은애벌레가정확하게감정을표현한다는사실을받아들였다.그때부터아이들은애벌레를가만히지켜보았다.때로는지켜보는것만으로도상대에게힘이되고,상대에대한배려이고,존중하는것임을깨달았다.”
-본문에서

생태작가이상권,애벌레를바라보며
우리가잃어버린시간을더듬다
나뭇잎과바람,애벌레가보내는침묵의위로

작가는특히애벌레의집과인간의집을비교하며‘생가’라는말을잃어버린인간의건축문명,과정보다는결과를중시하는삶을돌아본다.애벌레들은현재에주목하고,과정에충실하다.자기몸에서실을뽑아번데기로살아갈집을짓는다.욕심부리지않고,중력이허락하는만큼의가벼운집이다.그래야그들은그다음삶을이어나갈수있고,꿈꿀수있다고작가는말한다.작가는이책을통해잠시나마애벌레와인간의삶을냉정하게거리를두고볼수있기를바라며글을써내려갔다.

나방이날갯짓을할수있는것은“재주라고는꿈틀거리는것밖에없었던”작은존재가만들어낸경이다.또한이작고신비로운존재들을키우는풀과나무,바람과땅,물과햇볕…그모든것이함께만들어낸이야기다.그렇게작가의세계는넓어지고겸손해진다.
아주오래이어져온숲과애벌레의신화를읽듯매혹적이고환상적인글을통해독자들은우리가잃어버린과거,그리고미래의시간까지도더듬어볼수있을것이다.우리주위에존재하는것들이침묵의위로를보낸다.일반독자는물론청소년들이우리를둘러싼더많은존재들과경계없이만나기를바라며이책을전한다.

“이책은애벌레에대한서사시입니다.오감과상상력을동원하여애벌레의운명을노래했습니다.애벌레는우리가잃어버린과거와미래의시간까지도다안고서살아갑니다.그들의역사속에는풀과나무,바람과땅,물과햇볕그모두의이야기가있습니다.저는애벌레와함께하며그들의낭만적인건강함을배웠습니다.인간이다른생명체의겸손함을통해서행복을느끼다니,그것만큼고마운해탈이있을까요?”
-〈작가의말〉에서

책속에서

새로운애벌레가집으로들어오면마음이풍요롭고든든해진다.두세종정도만키우기때문에애벌레의방은복잡하지않다.앉아서차를마실수있도록의자와테이블이있고,나머지공간은일정하게경계를만들어서애벌레가살수있도록해주었다.어지간해서는애벌레를가두지않는다.그래야같은공간에서같이살아갈수있다.나는애벌레를키우는게목적이아니다.같이살아가는법을배우려고할뿐이다._21쪽

애벌레방으로들어온지5일째되는날,그푸른애벌레는줄기에거꾸로매달린채단식을하였다.입고있는옷이작아져서더크고넉넉한치수로갈아입을때가된것이다.이렇게새옷을갈아입는행위가애벌레들에게는성인식이다.은근히기대되었다.어떻게달라질까.애벌레는그런성인식을통해서상상조차할수없게변신한다._22쪽

밤이깊어가자바람이심해졌다.나는걱정이되어한동안애벌레를지켜보았다.(…)나무에서살아가는애벌레는이럴때가가장두렵다.이럴땐그냥흔들려야한다.그래야편하다.오로지자기를믿는수밖에없다.자기를믿는다는것은,내가저바람의일부라는믿음을갖는것이다.그래서애벌레는온몸이찢겨질것처럼흔들려도담담했다.그러면서바람이잦아든뒤에찾아오는깊은고요,그평화를떠올리면서흔들리고또흔들린다._40쪽

매미나방암컷들은자기몸보다훨씬크게집을짓습니다.다른일꾼도필요하지않고하청도주지않습니다.이윤을남기지않으니부실공사란있을수없겠지요.한치의불량도허락하지않아요.당신들도당신자식들이살집이라면기를쓰고잘지으려고하지않겠어요?_72쪽

철저하게나무를위해주는것.애벌레는절대나무를죽이지않는다.나무가사라지면자신들의미래도사라진다는것을잘알고있다._13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