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의 작가들 : 세상에 없는 글쓰기 수업

목요일의 작가들 : 세상에 없는 글쓰기 수업

$16.00
Description
“선생님이 아니라 글쓰기가 싫었던 거예요.
같이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학교 밖 청소년과 함께 쓴 10년
표류와 방황을 끌어안은 이들과
글 대신 길을 써 내려간 시간

해마다 인터넷에는 청소년의 독서 실태를 조사한 자료가 올라오고, 커뮤니티나 SNS에는 ‘요즘 애들 문해력 현실’과 같은 제목의 글이 돌아다닌다. 그 속에는 하나같이 간단한 어휘도 이해하지 못하는, 독서와 글쓰기를 멀리하는 청소년의 모습이 담겨 있다.

하지만 세상에는 글쓰기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쓰고 싶은 마음이 드는 ‘판’을 만나지 못한 청소년이 있을 뿐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이 책 『목요일의 작가들』을 쓴 윤성희다. 이 책은 저자가 10년 동안 학교 밖 청소년들과 글쓰기 수업을 해온 기록이다. 동시에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은 선생이 이들과 나란히 길을 잃었던” 시간이기도 하다.

어떤 아이들은 화요일에 만났고, 어떤 아이들은 수요일에, 또 어떤 아이들은 목요일에 만났다. 그러나 어느 요일에 만났든 이 모든 아이가 내게는 ‘목요일의 작가들’이었다. 작은 나무가 비와 바람과 해를 맞고 자라듯, 내가 만난 모든 아이가 글을 쓰면서 고민하고 번뇌하면서 자랐기 때문이다. (6쪽)

방송작가, 카피라이터, 콘텐츠 기획자 등으로 지내며 다양한 글을 써온 저자는, 자신이 일하는 대안교육기관에 글쓰기 교사가 필요하다는 후배의 제안으로 수업을 시작한다. 교원 자격증을 가지고 있지 않은 데다 글을 ‘쓰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다른 일임을 아는 까닭에 망설이던 저자를 다잡은 건, “글이 아닌 글을 쓴 경험을 나누어달라”는 말이었다. 그렇게 ‘어쩌다’ 글쓰기 교사가 된 저자는 이층집의 ‘장미방’에서 두려움 반 호기심 반 섞인 눈빛을 한 아홉 명의 아이들을 만난다. 10년 여정의 시작이었다.
저자

윤성희

방송작가,카피라이터,콘텐츠기획자,프리랜스작가등으로활동하면서숱한글밥을먹으며살았다.그러던중다산정약용이막내아들에게쓴〈농아광지〉를읽고사로잡힌후,편지를연구하고널리알리는편지큐레이터가되었다.역사와문학,예술작품에숨어있는편지를소개하는‘편지로보는인문학’강의를하고있으며,글쓰기를희망하는사람들이편지처럼쉽게글을썼으면하는바람으로글쓰기강의를하고있다.사람과사람사이를한뼘더가깝고아름답게만드는것은손편지라는믿음을가지고『기적의손편지』를썼고,불안이많은현대인에게다산이보내는인문학편지인『다산의철학』을지었다.

이책『목요일의작가들』은저자가10년동안학교밖청소년들과글쓰기수업을해온기록이다.함께글을썼던이들과선생과제자가아닌‘동료작가’로나란히서는것이꿈이다.청소년에게도움이된다면글쓰기뿐아니라어떤능력도기꺼이내어주려는마음으로,오늘도이들을만나고있다.

목차


들어가며|작가들과함께길을잃은시간

1.어쩌다글쓰기선생이되었다
첫날부터학생을울렸다
판을깔아줄게
너희에게수업계획을맡기노라
필명을가진다는것

2.작가들의집필시간
스토리를만드는힘|단어글쓰기
수업시간에쓴글|무지개다리
글에는정답이없어|소리글쓰기
수업시간에쓴글|영혼의소리
해석은각자의몫|그림이나사진으로글쓰기
수업시간에쓴글|그림으로보는18세기조선의민낯
작가와독자사이|릴레이글쓰기
수업시간에쓴글|어린이용마약생산공장
세상에던지는메시지|노래가사쓰기
수업시간에쓴글|빛
때로는네가되어본다|빙의하여쓰기
수업시간에쓴글|악당의최후

3.자꾸칭찬만하지마시고요,저뭐가부족해요?
마음사전을쓰라고요?어휘가부족할때
서점에가자고요?글쓰는게힘들때
읽을시간을준다고요?혼자읽기힘들때
글을발로쓰라고요?새로운아이디어가필요할때

4.어떻게매번책상앞에서만글을쓰겠어
쓰기싫을땐째는거야|그네타며시쓰기
좋은글은수다에서시작되지|문학수다방열기
사연없는사물이어디있겠어|골목에서생각찾기
수업시간에쓴글|비밀의집
시간여행자가되는거야|역사탐방하기
수업시간에쓴글|절규
낯선나를만나보는거야|문학기행떠나기

5.우리는함께자랐다
선생님이아니라글쓰기싫었던거예요
숙제하는선생님,검사하는아이들
아이들이나를‘동료’라고불렀다
SF가대체뭐라고
수업시간에쓴글|Forever

6.글속에사람이있다
글을보면아이들이선명해진다
글쓰기수업이니까반성도글로합시다
수업시간에쓴글|목요일의작가들중J의반성문
작가들의수업평가서
수업시간에쓴글|작가들이내게건넨말
표류도항해야
선생님도자라는중이야

나오며|너희는나무로자라다숲이되겠지
부록|나무가

출판사 서평

외딴방에서교실로,문밖세상으로
시공간을벗어난작가들의집필시간

글과관련해서대부분의장르를써온저자는그동안먹어온글밥을글쓰기수업에녹여냈다.이책에서는2장부터4장에걸쳐구체적이고실용적인커리큘럼으로소개한다.그러나글이란무엇인지,어떻게써야하는지이론을설명하지않는다.그저아이들의마음에‘글쓰고싶다’는마음이들도록확불을지를뿐이다.

저자의유혹은첫수업전에아이들이이수업을들을지말지가늠하는맛보기수업때부터강렬하게펼쳐진다.바로‘레고블록설명서쓰기’시간이다.아이들은모양도크기도제각각인레고블록을각자마음대로조립한뒤설명서를쓰고,다시블록을분해해서설명서와함께친구에게건넨다.글쓰기수업에웬블록인지,기껏만든블록을왜다시무너뜨리는지몰랐던이들은그제서야이수업의의미를알게된다.그리고자신의설명서를읽은친구가자신과똑같이블록을쌓을수없다는사실을,머릿속에있던생각을타인에게적확히전달할수없다는사실을깨닫는다(1장‘판을깔아줄게’).

그런가하면교실안에서나온단어뿐아니라교무실과학교를돌아다니며수업과관련없는사람들에게즉석에서받은단어를합쳐한편의글을완성하고(2장‘릴레이글쓰기’),제비뽑기로상대의영혼에잠깐빙의하여그문체로써보는시간도가진다(2장‘빙의하여쓰기’).글을쓰다가어휘가부족하다는사실을스스로깨닫는이들과함께단어하나하나를각자의언어로정의한‘마음사전’을만들고(3장‘마음사전을쓰라고요?’),집중안되는날이면해달라고조르는첫사랑이야기대신‘문학수다방’을연다(4장‘문학수다방열기’).

작가들의집필은교실밖에서도이어진다.골목길과고궁,서점,미술관등을돌며글감을찾고(3장‘글을발로쓰라고요?’),참고서에적힌대로시를분석하는대신문학기행을떠나함께시를읽으면서뜨거운눈물을흘린다(4장‘문학기행떠나기’).

“선생님,제발살리지좀마세요.쟨죽어야한다고요!”
굳건한현실주의자,작가들이초대한‘SF’에스며들다

수업시간동안가장비약적으로성장한사람은,아이러니하게도저자다.이수업에는호칭만“선생님”으로불릴뿐,아이들과똑같은조건에서한편의글을완성해야하는‘동료작가’윤성희만존재한다.저자에게일어난가장큰변화는이들덕분에그동안써보지않았던장르를썼다는사실이다.“이세상은생명력으로가득해야하고,따라서쓰는글역시언제나희망으로채워져야한다”는저자의굳은신념은,작가들이해맑게초대한세계에들어선후산산이깨진다.바로‘판타지’와‘SF’의세계다.

SF를쓰면서아이들에게많은것을배웠다.그들은나에게글속에서는모든것이가능하다는것을알려주었고,판타지도충분히아름다울수있다는것을깨닫게해주었다.현실의희망만생각하던내협소한틀을과감하게깨뜨려주었다.내글의영역도더넓혀주었다.(206쪽)

따뜻하고말랑말랑한글을쓰던저자는‘릴레이글쓰기’를통해작가들의어둡고핏빛가득한세계를마주한다.그리고이들이자꾸만죽이는주인공을혼자살리느라애쓴다.그러다가깨닫는다.아이들에게죽음은끝이아니라새로운시작이라는것을.지금의나를죽이고새로운나로태어나고싶다는열망이그렇게다른이를죽인다는사실을.

그날이후,나는아이들이죽인생명체를되살리지않았다.떠날것은떠나고다시태어날것은다시태어날수있도록두었다.그것이아이들이정의하는삶이고희망이었다.(202쪽)

“묘한매력을발산하는숲이되길”
수업할땐‘동료작가’로,졸업후엔‘동반자’로
글안팎으로보듬고매만진청소년의마음

저자윤성희를이루고있는정체성은‘글쓰기교사’만이아니다.그는우연히다산정약용이막내아들의죽음을슬퍼하며쓴〈농아광지〉를읽고사로잡힌후로,사람들에게역사와문학,예술작품에숨어있는편지를소개하는‘편지큐레이터’이기도하다.저자는이편지큐레이터의정체성을십분살려한학기가끝날때마다작가한명한명에게맞춤한손편지를건넨다.

맛보기수업날,내내입을꾹다물고마음을걸어잠갔다가결국저자의오랜기다림에응답하듯다시수업에나온'J'는졸업후이야기꾼이되고싶다는열망으로일본대학의문학부에들어갔고(6장,‘표류도항해야’),역사를배우고싶어인문학부로진학했지만공부하는방법을몰랐던‘S’는저자와의심층상담을통해더자세한진로와공부방법을공유했다(‘나오며’).‘목요일의작가들’과함께한수업이더빛나는이유가바로이‘A/S’에있다.수업시간에는글안에서,졸업후에는글밖에서만나는동안같이쓰던‘동료작가’는미래와인생에대해나누는‘동반자’가되었다.

10년전에도지금도그리고앞으로도저자의바람은명확하다.가르치는사람이아니라“아이들과같은방향으로함께걸어가는”사람,앞에서방향을지시하는사람이아니라“아이들이선택한길로함께들어가는”사람이되는것이다.

해를거듭할수록청소년을글쓰기와책으로부터동떨어진세대로규정하는세상에서,저자는이책을통해외친다.자신이만난학교밖청소년뿐아니라세상모든청소년이글쓰기를사랑할준비가되어있다는것을.그리하여오늘도이들을만나글과삶에대해이야기하고자한다는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