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념 : 다무라 도시코 작품선 - 에디션F 9

단념 : 다무라 도시코 작품선 - 에디션F 9

$15.00
Description
일본 근대 여성 소설과 페미니즘 소설의 개척자, 다무라 도시코!
자의식에 눈뜬 여성의 자립 의지와 그것을 꺾는 현실의 대립에도
파멸을 두려워하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의지를 보여주는 모습들!
당차게 세상을 움직여온 여성 작가들의 품격 있고 당당한 행진, 에디션F 시리즈의 일곱 번째 작가는, 일본 근대 여성 소설과 페미니즘 소설의 개척자 다무라 도시코(1884~1945)이다. 이 책 『단념』에는 단편 「구기자 열매의 유혹」(1914), 「태워 죽여줄게」(1914)와 중편 「단념」(1910)을 실었다. 다무라 도시코의 작품들은 주인공의 개성이 뚜렷하고, 지금까지도 계속 중요하게 다뤄지는 성폭력, 가정폭력, 불륜, 여성과 일, 동성애를 주제로 하고 있다.
저자

다무라도시코

저자:다무라도시코

일본다이쇼기(大正期)를대표하는소설가.본래의성은사토(佐藤).도쿄(東京)아사쿠사출신.니혼여자대학국문과1기생으로입학하여건강상의이유로중퇴하였다.고다로한(幸田露伴)문하생시절다무라쇼교(田村松魚)와결혼하여다무라도시코로활동하였다.1910년오사카아사히신문(大阪朝日新聞)1만호기념현상공모소설에『체념(あきらめ)』이실질적인1등으로당선되어본격적인직업소설가로활동하였다.대표작으로『미라의입술연지(木乃伊の口紅』,『생혈(生血)』,『그녀의생활(彼女の生活)』,『포락의형벌(烙の刑)』등이있다.1918년남편과결별하고새로운연인을따라캐나다로이주했다가18여년만에일본으로귀국했으나다시중국상하이(上海)로건너갔다.중국어여성계몽지『뉘셩(女聲)』을창간하였고,1945년뇌일혈로영면.1980년후반일본에서페미니즘열풍이불면서다무라도시코의소설이주목받기시작하였다.일본페미니즘소설의선구자로일컬어진다.



역자:유윤한

이화여자대학교과학교육과를졸업한뒤과학을쉽고재미있게알려주는번역가이자작가로활동하고있다.지은책으로『궁금했어,우주』,『궁금했어,인공지능』,『궁금했어,뇌과학』,『프런티어걸들을위한과학자편지』가있고,옮긴책으로「안다옹박사의과학탐험대」시리즈,『플라스틱이가득한지구』,『마빈의인체탐험』,『수학의구조대사전』,『아카디아의과학파일:여름』,『아카디아의과학파일:가을』,『카카오가세계역사를바꿨다고?』,『생활에서발견하는재미있는과학55』,『매스히어로와숫자도둑』,『몸이보내는신호,잠』,『손정의300년왕국의야먕』,『이나모리가즈오의살아가는힘』,『스타메이커』,『과학의위대한순간들』,『왜석유가문제일까?』등이있다.

목차

구기자열매의유혹
태워죽여줄게
단념

옮긴이의말
수록작품의원제명
다무라도시코가걸어온길

출판사 서평

다무라도시코는일본여자대학교국문과를중퇴한뒤학업보다는작가가되는것에뜻을두고,당대를대표하는사상가이자문학가인고다로한의문하생으로들어갔다.그후낡은관습을벗어나지못한스승의지도법과스스로의창작능력에의문을품고,스승곁을떠나기로결심했다.

고다로한의문하생이자선배였던다무라쇼교와결혼했는데,소설이팔리지않아가난을벗어나기어렵자,다무라쇼교는도시코에게계속글을써돈을벌도록압박을가했다.남편의강압아래쓴「단념」이《오사카아사히신문》현상공모에1등으로당선되어문단에데뷔했다.자신은상금을목적으로쓴소설은문학작품이될수없다고부정했지만,당시신문에선일본최초로본격적인여성작가가등장했다고크게다루었다.

다무라도시코가주로다룬주제들은자의식에눈뜬여성의자립의지와그것을꺾는현실의대립,남성과대등한입장에서살기위해끝까지타협하지않는여성의절규에가까운반항의식등이었다.대부분여주인공들은파멸을두려워하지않을정도로강렬한자의식을보여주고있으며,자신의내면을지배하려는타인과사회를완강하게거부한다.

“절대밖에나가면안돼.”
의심으로가득찬집안사람들의눈이지사코의주변에서떠나질않았다.아버지도지사코가들에무엇을하러갔는지이해가되지않았다.“구기자열매를보러갔어.”라는말을도저히믿기어려웠다.집에있기싫증난지사코가바깥으로어슬렁어슬렁놀러나갔을거라고생각했다.
새학기부터지사코를다른학교로전학보내자고집안사람들은의논했다.그리고그때까지는학교를쉬기로했다.아버지는배운것을잊어버리지않게잘복습해두어야한다고지사코에게말했다.
지사코는혼자쓸쓸히공부했다.그런지사코에게붉은구기자열매의진짜유혹이곧찾아왔다.구기자의붉은그림자로부터남자의손이점점진하게나타나지사코를사로잡았다.지사코는남자의손이닿는느낌에확실히눈뜨게되었다.내리누르려는듯한손이점점커져,그리운붉은열매위로점점넓게펼쳐지고있었다.
―「구기자열매의유혹」에서

‘하지만내가게이지앞에서참회해야하는것은아니야.결코그런일은하지않을거야.그러긴싫어.내가했던행동도,남자에대한내사랑도모두나의것이야.내가왜게이지에게후회하는마음을보여주어야해?그렇게까지해서게이지의마음을얻고싶지않아.내가이사람을사랑한다고스스로생각하고있다면,그것으로괜찮은거야.그사랑을후회하가나참회할필요없어.게이지로부터후회하라고강요당하는것은너무도모욕적이야.싫어.나는어떤것도게이지로부터용서받아야한다고생각하지않아.’
류코의생각은점점묵직하게마음의밑바닥으로가라앉았다.집을나올때그렇게나게이지가그리웠던것을다시떠올리자슬픔이다가왔다.눈물이흐르고,또흘렀다.복수당할때까지게이지옆에서기다렸다가가만히지켜보리라.어떤복수라도감수할것이다.
―「태워죽여줄게」에서

도미에는평소계모의처지에연민을느꼈고,자신이짊어져야할책임도알고있었다.하지만생각지도못한때상경한그녀를보자갑자기문제라도생긴것같아성가신기분이들었다.
그날밤도미에는잠을이루지못했다.자신이도쿄에있으면서좋아하는일을하려면,역시형부에게의지하고보호받으며살아갈수밖에없었다.자신은남자가아니다.젊은여자다.도미에는스스로의처지가너무나슬펐다.
다음날아침도미에는약간우울한기분으로계모를만났다.오이요는도미에가있는방으로들어가옷을정리해주며,하오리로고쳐입을것과속옷으로입을것등을구별하여말해주기도했다.역시오랫동안부모자식으로지내온정이사소한것에도드러난다는생각이들었다.도미에는마음이누그러졌고,그래서기뻤다.
―「단념」에서

잇따른작품발표후침체기가찾아왔고,남편다무라쇼교와도더욱사이가나빠져헤어지고,이때자신을도와준기자스즈키에쓰와함께캐나다로건너가마음의안정을찾게된다.도시코는스즈키에쓰와함께사회주의사상을받아들였고,일본계이주민중여성들의권리를확보하는데애썼다.이후스즈키에쓰가갑작스레사망하면서다무라도시코는충격에빠지게되고,다양한인생부침속에중국상하이에서뇌출혈로쓰러져62세에나이에세상을떠났다.

다무라도시코는작품마다특유의관능적이고탐미적인정서를살려내고,다양한연모의감정을폭넓은스펙트럼으로펼쳐내대중적인기를끌만한작품들을많이발표했다.여성이느낄수있는다양한욕망들에대해섬세하고솔직하게다루었으며,개방적인시각으로거침없이다가간작품을많이썼다.예를들어,동성인후배의아름다움에매혹되는여자,형부와아슬아슬하게육체적이고감정적인줄타기를하는처제,남편이아닌남자를향해정열을태우는유부녀,가는곳마다남자에게반하는,남자없이는못사는여자등의다양한욕망을아름다운풍경화처럼묘사하고있다.

‘현모양처가되어라.앞으로절대나서지말라’고여성에게강요하던시대에어떻게이런작품을썼을까,정말자유로운영혼으로태어난분이구나,하고번역하는내내고개를끄덕일수밖에없었답니다.(…)
다무라도시코의몇몇작품들엔「단념」을쓰게된배경과작품을둘러싼남편과의갈등이적나라하게나옵니다.「단념」은안타깝게도소설을써서돈을벌라고압박하는남편의눈치를보며쓴작품이라고합니다.하지만이작품은일본문학사에서‘동성애문학의효시’로손꼽히는수작입니다.당선심사평에서도‘탐미적이고관능적인세계를그린점이돋보인다’고했을정도입니다._「옮긴이의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