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되어 만나리 (조순자 단편소설집)

무엇이 되어 만나리 (조순자 단편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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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무엇이 되어 만나리]는 재미 소설가 조순자의 중단편소설 6편을 싣고 있다. 조순자는 누구인가? 조순자는 평지돌출의 글쟁이다. 평생 글을 쓴다는 일념으로 동서고금의 수많은 책들을 스스로 탐독하여 자기만의 독창적인 문학세계로 일가를 이루었다. 혼자 쌓아올린 문학의 탑이 높고도 높다. 등장인물들, 현재와 과거, 사실과 기억, 사건과 사건을 엮어 내는 씨줄과 날줄이 촘촘하고 팽팽하다. 알맞게 당겨진 현이 날카로운 고음뿐만 아니라 부드러운 저음까지 깊은 울림을 만들어 내듯이, 조순자의 글은 팽팽한 긴장감과 웅숭깊은 공감을 동시에 선사한다. 서술이 적나라하지 않은데도 모든 이야기를 독자들이 유추하고 짐작할 수 있게 풀어내고, 페이지마다 궁금증을 유발하면서 다음 장을 빨리 읽고 싶게 만드는 스토리텔링이 출중하다. 이야기의 재미 못지않게, 재미교포로서의 삶의 경험이 녹아 있어 소재와 주제 또한 국내 독자들에게 신선하고 참신한 감각을 안겨 준다. 벌써부터 탁월한 이야기꾼 조순자의 다음 소설이 기대된다.
저자

조순자

저자조순자는
-재미소설가
-2016년<한국소설>신인등단
-한국소설가협회회원,남소회회원
-1945년경기도안양에서출생했으며,한양대학교국문과를졸업한뒤한국에서20년간중고등학교교사로재직했다.1990년가족과함께미국으로이주하여15년간드라이클리너공장을운영했으며,현재미국필라델피아에거주하고있다.이국생활의풍부한경험과넓은시야는조순자소설의신선하고다양한소재와깊이있는주제의식의보고가되어준다.
-저서:단편소설집《무엇이되어만나리》

목차

작가의말
추천사ㅣ김지연(한국소설가협회이사장)

무엇이되어만나리
마리는누구인가
날으는화살은날지않는다
우화의강
엎드린산
연신의노래

출판사 서평

[책속으로추가]

저쪽에선잠깐가는숨소리만들릴뿐아무런대꾸가없었다.
“아니뉘시요?전화를했음말을하구려.”
재촉하자상대쪽에서망설이듯묻는다.
“엄,선녀씨댁맞습니까?”
낮게가라앉은남자의목소리였다.노파는쿵쾅이는가슴을누르며아득해지는정신을가다듬어침착하게이름을불러본다.
“명호야,명호!”
대답이없자다시속삭이듯묻는다.
“너명호맞지야?”
“네명호입니다.어머니는저를금방알아보시는군요.”
“그럼,이어미가널어찌잊겠느냐.지금도널생각하고있었어야,이무정한눔.”
말끝으로사설조의울음이묻어난다.
‘36년전다시는돌아오지않겠다고,날죽은자식으로치라며울부짖고떠난너지만이어미가어찌너를잊는단말이가.’
목울대를아프게비집고북받치는한숨같은넋두리를지그시누르며떨리는목소리로묻는다.
“게가어디냐?왜어미에게당장오지않고전화인게여?”(‘날으는화살은날지않는다’중에서)

그들부부가집에도착했을땐,10시50분이좀넘어있었다.
정원에는집안에서비쳐나오는불빛으로환하고현관문이반쯤열려있었다.
‘얘가우리오는거기다리느라고일부러문을열어둔건가?’
“이밤중에왜문을열어놨어.”
남편도열려있는문이불안한듯투덜대며현관문안으로들어섰다.
‘그런데……이게,뭐야?’
“으…수…수아야,수아야.말좀해봐!”
수아는최후까지있는힘을다해저항한듯거실의티테이블과꽃병이넘어져서깨지고등이나화분이떨어져아수라장인속에,수아는입술을꼭깨물고눈을크게뜬채쓰러져이미숨져있었다.
범인은잔인하게여린처녀의머리채를움켜쥐고끌고다닌듯여기저기머리칼과핏자국이묻어있고,머리는둔기로내려친듯골수가흘러나와바닥에피와함께질펀하게고여있었다.(‘우화의강’중에서)

요석이쥐고있는주소는별로필요가없었다.릅상람파라는스님을찾으니누구나다알고있어수월하게길이열렸다.깎아지른절벽에까치집같이붙어있는고찰,그러나막상들어가보니천년세월의유래가과장이아닌듯건물이꽤나웅숭깊다.절벽을의지해지은기다란건물에는화랑을통한수많은방과넓은강론방이있고,거기에는어린학승들이주홍색가사를걸치고열심히불경을외우거나베끼고있다.
요석은겸허스님의서찰을상좌에게보내한번만나뵙기를청했다.이틀지난다음에야주지스님릅상람파의부름이있었다.릅상람파도조그맣고간소한방에거처하고있다.몸도가냘파어린소년만하지만감은듯뜬눈은흰눈썹밑에매섭게빛을발했다.우선둘은아무수인사도없이서로마주바라보고만있었다.한시간쯤이나지나자비로소릅상람파주지스님이입을열었다.
“당신의영과나의영은다른데왜이먼곳까지나를찾아왔소?”(‘엎드린산’중에서)

그날밤연신의몸은뜨거웠다.온몸의신경이올올이곤두서와일드캣처럼새파랗게눈을뜨고귀를쫑긋세워사방을유심히살핀다.유방이긴장으로단단해지고유두는꼿꼿하게솟아보이지않는대상을향해격전의준비를하고있다.생각지도,느끼지도못했던낯선곳에서뜨거운물이고이고있다.연신은타들어가는듯답답함을견딜수없어속치마내복바람으로활짝문을열고마당으로나왔다.싸하게스치는밤의냉기도그녀의열기를식히지못했다.한걸음에대문께로나가문을열었다.철문에매단종이파르르떨며맑은쇳소리를내지만텅빈골목은적막하다.심호흡을하며천천히문을닫으려는순간,검은뭉치하나담벽에서튀어나와보자기처럼연신을감싸안았다.기체처럼무게감없이접근한검은뭉치의힘은연신의육신을부스러뜨릴듯강력하다.콧속으로스며드는들풀의비릿한진액냄새,낯익은냄새.냄새속환상으로연신은몽롱하게녹아든다.
‘내가그이를마주안았던가,그이와맨살을비볐던가,도대체무슨일이있었던거지?그는어디로갔지?내가꿈을꾼걸까?’
연신은하체를적신뜨거운물에잠겨모든게비현실적이다.
옆자리예나는곤하게자고있다.꿈을꾸는지방긋방긋웃기도한다.
‘그래,아무것도바뀐건없어.내가꿈을꾼거야.’(‘연신의노래’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