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향기 - 정은대표수필선 227

아버지의 향기 - 정은대표수필선 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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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늘 글을 쓰고 싶었다.”
글을 쓰려니 제일 먼저 생각나는 소재거리가 부모님과 함께했던 기억이었고 형제들과 같이했던 추억이었다. 아버지 어머니의 높고 크고 깊은 사랑을 짧은 글솜씨로 다 표현할 수 없어 아쉬웠다. 한 겹 한 겹을 들춰낼 때마다 그립기도 하고 애달프기도 하며 아프기도 했다. 곤궁하면서도 행복했던 그때가 가슴 저리게 그리웠던 것은 부모님이 보고 싶었기 때문일까.
부모님과 가족이 첫 번째 소재였다면 다음은 고향의 산과 들, 신작로까지 어릴 적 놀이터였던 곳과 학교 다닐 때의 추억과 경험들이었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지만 꿈을 키웠던 순간들이 숨 쉬고 있는 곳이었기에 내게는 소중한 것들이었다.
여고 시절 시집을 들고 다니며 글을 쓰는 친구들이 참 부러웠다. 그땐 나도 글을 쓰고 싶었지만 그럴 경제적 여유가 없어 용기를 내지 못했다. 혼자서 글을 써 보려고도 했지만 잘되지 않았다.
그 후 오십 년이 지나고 이제라도 글을 쓸 수 있어 행복하다. 글을 쓰면 쓸수록 시간이 가면 갈수록 글쓰기가 더 어렵고 힘이 들었다. 모든 것들을 알고 나면 더 어려운 것처럼 나도 그렇다.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겨내도록 힘을 실어 주시고 꼼꼼하게 글을 쓸 수 있도록 안내하고 이끌어주신 김홍은 충북대학교 명예교수님과 탈고에 도움을 주신 박 선생님께도 감사드리며 함께 공부한 문우님들의 도움에 무한 고마울 뿐이다. - 오명옥
저자

오명옥

ㆍ충청북도청주출생
ㆍ초등학교교감정년퇴임
ㆍ황조근정훈장수상
ㆍ모범공무원표창
ㆍ교육부장관,문화관광부장관,여성가족부장관상등다수수상
ㆍ2021.푸른솔문학신인상등단
ㆍ푸른솔문인협회회원
ㆍ현,푸른솔문학기획위원
ㆍ충북대학교평생교육원수필창작수강
ㆍ푸른솔문학카페문학상수상
ㆍ저서-수필집「아버지의향기」
공저「청솔바람소리」,「눈밭에핀글꽃」외다수

목차


책을펴내며
작품해설|<아버지의향기>수필집읽고김홍은(충북대학교명예교수)

1부어머니와열무
어머니의공책
아버지의의자
어머니와열무
아버지의향기
어머니의봄그날
그리운시부모님
가침박달나무꽃
수술하던날
동행
엄마가되다
미안하다

2부부러운시집살이
결혼기념일
우리언니
부러운시집살이
추석날
내몸의신호
서방님은투병중
백신접종
행복은어디에
속으로울었다
삼남매의투병생활
어느할머니의탄식

3부똥묻은상장
청솔가지스키
미선나무
내고향열두각골
똥묻은상장
정월대보름
수필창작교실
금이
식목일
바닷가에서
출근길
가을을따는부자(父子)

4부천상의정원
사막의그믐달
단양팔경
양반길
천상의정원
수옥폭포
등잔길에서
정북동토성
감성깊은야외수업
갈대와억새
마로니에
청남대
피미마을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베란다문을여니서늘한바람을타고향기들이거실안으로몰려들어왔다.구름을막벗어난달빛속에연둣빛작은꽃송이들이보였다.마치요정들의나팔처럼생긴야래향꽃이함빡핀것이다.나팔모양의작은꽃송이에서는아름다운소리처럼향기를뿜어내고있었다.저여리디여린꽃송이에서어떻게이런향기를쏟아낼수있을까.향기에마음이정화되는느낌이었다.

지금꽃을피우고있는야래향은몇년전아버지제사를지내고돌아올때큰오빠가분을나누어동생들에게주었던것이다.오빠는꽃향기가참감미롭다고했다.그렇게받아온야래향은매년아버지제사를전후하여꽃을피운다.제사를모시고집으로와거실에들어서면캄캄한어둠과찬바람이가득한공간은더큰그리움과슬픔을느끼게했다.언제부턴가그어둠을밀치고달달한야래향꽃의향기가순간을위로해주었다.아버지께서우리에게조건없이나누어주셨던사랑처럼그리움에대한슬픔을위로해주는향기가되었다.

야래향꽃이밤새향기를뿜어내다가아침이되면꽃잎을닫아가슴에안고있는것처럼아버지의자식사랑이그랬다.때론엄하게꾸짖으시다가도무한정부드러운마음으로우리를예뻐해주셨다.야래향의달콤하고진한향이거실을돌아다닐땐아버지의부드러운손길이머리를쓰다듬는듯하여향기가드나드는문쪽으로머리를두고누웠다.

아버지는천상의소풍을떠나시기열흘전쯤안개가자욱한일요일새벽우리집을찾아오셨다.늘오시던집을찾지못해이른아침이집저집벨을누르며다니다가아파트경비원의도움을받아서겨우찾아오셨다.어머니와함께하시지않으면대문밖을나서지않으셨었는데우리집을찾지못하신아버지를보면서하늘에계신어머니는어떻게생각하셨을까눈물이핑돌았다.어머니도눈물을흘리지않으셨을까,어머니가돌아가시고칠개월간곡기를끊으신아버지는평소좋아하셨던술과함께어머니영정사진만보며지내셨다.날로쇠잔해지는아버지가안타까웠지만너무나완강하여병원에모시고가는것은꿈도꾸지못했다.

서둘러아침밥상을차렸다.아버지와함께밥상에둘러앉았던것이얼마만인지기억도나지않았다.어머니가돌아가시고처음인가보다.그렇게아무것도잡수시지않더니시금치된장국이맛있다고하며밥한그릇을뚝딱비우고급하게일어서셨다.가신단다.모셔다드린다고했지만뿌리치고가셨다.그길이딸네집에마지막으로오셨던것이었다.아침햇살이퍼지면사라지는야래향향기처럼꿈인듯마지막다녀가신것이었다.
---「아버지의향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