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장도리 - 정은대표수필선 228

어머니의 장도리 - 정은대표수필선 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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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고여생 수필가의 《어머니의 장도리》는 1부 9편. 2부 8편. 3부 9편. 4부 9편.
5부 10편으로 총 45편 작품으로 이루어진 수필집입니다.
작가의 두 번째 수필집으로 작품 한편 한 편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 놓으려 애썼습니다. 많이 모자란 글이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만이라도 마음의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직 그뿐입니다.라고 작가는 말했습니다.
저자

고여생

·2008년『대한문학』등단
·제주일보‘제주논단’필진
·구죄문학회회장역임
·제주문인협회회원
·구좌문학회회원
·제주여류수필문학회회원
·저서-수필집『탯줄의연』,『어머니의장도리』

목차

작가의말4
작품해설|김길웅(수필가·문학평론가)221

1부추억의소리

석양을품은섬13
추억의소리18
봄마중23
야고28
사라져가는우리말33
자동차를보내며37
속빈강정41
슬픈기억45
마법의말52

2부어머니의재봉틀

어머님의침묵59
작은거인64
어머니의장도리69
영원한휴식74
어머니의재봉틀78
보자기83
어머니의우미88
그동안수고하셨습니다92

3부마지막자리

마중물99
추억을사다103
갯담108
걸궁113
곰삭다117
흐뭇한달빛121
마지막자리125
맷집130
아기천사였다135

4부시대를앞선여성?부춘화-

텃밭이야기143
7월의벚꽃아래148
여무는들녘152
시대를앞선여성-부춘화-156
가을을걷다163
마당이주는풍요170
뜻밖의호사174
비자나무179
영등할망신화공원을다녀오다182

5부다랑쉬의매력을되찾았으면

윤동주를그리다189
농업인과선글라스192
되가져오기로버려진양심찾기195
따뜻한감동198
레몬차를만들다201
다랑쉬의매력을되찾았으면204
작은관심에서부터207
재건학교를아시나요210
재래시장이변해야한다213
고급쓰레기는216

출판사 서평

<작품해설>
고여생의두번째수필집《어머니의장도리》의작품을대하며놀란것이그의수필이크게달라졌다는사실이다.어딘가머리에수필을이고가며흔들리던연전의그걸음걸이가아니다.꼿꼿이몸을세워나아가는걸음이힘있고운율을타사뭇경쾌하다.그의글이태깔을바꾸고있었다.유효적절히언어가긴장됐으면서도척가라앉은호흡,선명한주제와탄탄한구성,문리에어긋나지않는정연한문장질서,서사에서정의옷을입히려는절충문학적접근시도그리고,혼을불어넣은에스프리,거기다불길같은열정이자신의수필을높은층위에올려놓으리라는믿음을갖게한다.등단이후15년,그가견뎌온혹독히가열한시간을작품에서목도했던것이다.내공을쌓느라땀에흠뻑젖었겠다.고여생을아끼는선배로서큰박수를보낸다.

-東甫김길웅(수필가,문학평론가)

<책속에서>

쇠로된손잡이가쇠머리중간에꽉물려있다.작지만듬직하다.쇠머리뒷부분은재봉틀노루발처럼휘어있고,손잡이끝은물고기꼬리모양으로가운데를중심으로키모양으로둥그스름히비어있다.키모양의파인홈으로맞물린못을살짝끌어올리고노루발처럼둥근부분으로‘툭’빼면되었다.어머니는늘그랬다.
어머니의장도리는특이하게도쇠손잡이로지금의나무손잡이와는사뭇다르다.크지도않다.성인손으로겨우한뼘정도다.내가기억하는시절을계산해보면최소오십년은되었다.그동안세월의흔적을간직이라도한듯장도리는본색을잃어지금은거무죽죽하다.
어머니의유품을정리하다버리지않고거제에서제주로다시공수해왔다.아마동생도어머니손에늘쥐어있던모습에선뜻어쩌지못했으리라.아들을따라나선어머니의살림살이에장도리도한가족이되었다.도착한짐을정리하던동생이어릴적에보아왔던장도리를거제까지가지고왔다며전화가왔다.농담삼아어머니에게장도리는남편이나마찬가지이니나중에라도버리지말라며웃어넘겼다.
그랬던장도리가며칠전내게왔다.어머니돌아가시고차마버리지못해보관하다제주까지가지고왔단다.하찮은것같은데도질긴인연이다.신문지에돌돌말린장도리를보는순간울컥했다.어머니손에는늘장도리가들려있었고,그것은남편의빈자리를대신한우리집의살림꾼이었다.
장도리는손수레창고를만들때도어머니와함께했다.돌담울타리를벽삼아나무기둥을세우고곱게엮은짚으로벽을만들었다.지붕도서까래위에잔가지를걸친후띠를씌우니그럴듯한창고가되었다.문도없고한평도안되는작은공간이었지만,어머니에게는소중한허드레곳간이었다.겨울철이면무청시래기가벽에걸려있고,쓰다남은거름도꽁꽁싸매손수레안에둔다.작은농기구는쉽게찾을수있게벽에걸어두었다.손바닥만한공간이지만,어머니에게는아주요긴한곳이었다.
어느날태풍으로날아간지붕과벽이최신식자재인함석으로새롭게탄생하였다.아마이때도어머니는이장도리와함께하지않았을까.학교에갔다왔더니창고가깔끔히단장되어있다.모든게귀하던시절이라목재에서뺀못을다시쓰기위해휘어진못을잡고장도리로곱게다듬었을어머니이다.
어머니가이장도리를유독소중히간직한이유를알것같다.가장의빈자리를대신해홀로네남매를키우기에는버거웠으리라.버릴법도한데녹이슨못을빼며마음속응어리보다더한말로다부진속내를드러낸다.“이놈이못은왜이리빠지지않고애를먹이냐,그래네가이기냐내가이기냐보자.”끝내는못을뺏다.그때,마음의응어리까지뺀듯어머니의흐뭇한표정은아직도잊을수가없다.
어머니는장도리로박힌못만이아니라마음의못도빼었던것은아닐까.마음의못이든박힌못이든오랫동안제거하지않으면상처가된다.마음속에맺힌응어리는병이되고나무에박힌못은녹이슬어삭는다.그래서어머니는마음의응어리를빼기위해망치가아닌장도리를선택했는지도모르겠다.
어머니는새생명의탄생을위해못을박았다.망치질한번에시름을내려놓고망치질두번에마음다짐을굳게한다.그래서장도리손잡이가반들거릴정도로못질
하지않았나싶다.이렇게어머니의장도리는남편의빈자리를지키는든든한버팀목이었다.
애잔하다,어머니의장도리.얼마나손때가묻었으면이리도매끄럽고윤이날까싶다.어머니의체취를느끼려장도리손잡이를잡는다.별이차가운밤,방금구워낸고구마를품에안은느낌이다.차가운듯하면서도따스한어머니의손길이느껴진다.어머니는늘이장도리로묵은때를걷어내새생명으로부활시켰다.떨어진문고리를붙이고헐거워진나무의자를살려냈다.어느날에는휜경첩을떼어내고새경첩을달아깔끔하게문짝을정리하기도했다.
-<어머니의장도리>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