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2024년 신춘문예 당선평론집은 7개의 신문사에서 선정된 8개의 평론 작품들을 모아서 한 권으로 만든 책입니다. 다양한 주제와 장르에 대한 평론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문학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탐구하며 작품의 가치와 의미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번 신춘문예에 참여한 작품들을 평론가들이 평가하고 분석한 결과물을 담은 이 평론집은 독자들에게 다양한 시각과 해석을 제시합니다. 따라서, 신춘문예에 대한 평론집은 문학적인 가치와 함께 작가들의 성장과 발전을 지원하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됩니다.
문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와 예비작가들에게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며, 문학적인 이해와 깊이를 추구하는 독자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작품에 대한 평론을 통해 문학적인 감수성을 고취시키고, 작가들의 창작 과정과 의도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24년 신춘문예 당선 평론작가〉
정우주 (경향신문)
김상범 (광남일보)
민경민 (동아일보)
정 원 (문화일보)
박민아 (서울신문)
김유림 (세계일보)
김지연 (조선일보)
최의진 (조선일보)
저자

정우주,김상범,민경민,정원,박민아,김유림,김지연,최의진

저자:정우주

경향신문



저자:김상범

광남일보



저자:민경민

동아일보



저자:정원

문화일보



저자:박민아

서울신문



저자:김유림

세계일보



저자:김지연

조선일보



저자:최의진

조선일보

목차

(경향신문)정우주상실의자리로부터-천선란론
(광남일보)김상범‘모름’의형이상학-서이제論
(동아일보)민경민소리가인간을파괴했을까
(문화일보)정원치유하는풍경,분유하는공동체-이기리론
(서울신문)박민아미래는죽은사물의시간-안태운·황유원의시
(세계일보)김유림모빌리티사회,인간과기계의공-진화-김숨론『떠도는땅』
(조선일보)김지연질주하는세계,그럼에도지금여기‘있는’몸
(조선일보)최의진빈집의빈외투로부터다시발화하는기다림-기형도와젊은시인들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1.멸종과박탈사이
“인간이망친세상에서살면서인간을믿는다는게”(『랑과나의사막』,70)가능할까.‘지금은대체어떤세계인가'라는어느철학자의물음을떠올려본다.지구의한쪽에서는이상기후와플라스틱쓰레기들로인해생명들이죽어가고,또그반대편도심의거리에서는구멍난안전망으로단시간에수백에달하는죽음들이발생한다.이사건들은얼핏각기다른차원의문제로구분되는듯보이지만,자본주의속에서인간이엉망으로만든세계의끝에다다랐다는지점에서서로겹쳐진다.일상적이다못해상시적으로일어나는죽음과그에대한애도를빠르게종결하고복귀하라는명령이짝패처럼엉겨있는이세계에서,과연상실이후의삶은어떻게모색될수있을까.

2022년10월29일벌어진참사는또하나의사건을연상케했다.물론이태원과세월호사이에는손쉽게등치될수없는맥락들이존재하지만,참사1주기를막지나온시점에서이를되짚어보는일은자연스러워보인다.한국문학장에서세월호서사는“살아남은자의‘말할수없는’언어”로써침묵의잠재성을발굴하는방식으로다뤄져온한편,재현불가능성의건너에서사건에대해“충분히의식하고재현할수있는”정교한언어의필요성이요청되기도했다.이태원참사에이르러아직담론의양상을뚜렷이명명할수는없다고해도,신자유주의비판과함께“그체제속에서숨쉬고살았던개인주체들”에천착하는상실이후의서사가다시금읽혀야한다는점은주목을요한다.

그리고여기,유독상실의장면들에서떠나지못하고오래머무르려는작가가있다.천선란의소설은분명인간과비인간의경계를넘어서는사랑과우정을그려내지만,그관계맺음이란무해하고낭만적인공존보다는오히려선명한슬픔과고통을향해있다.특히사랑했던대상을떠나보내고남겨진자들이결코상실이전과똑같아질수없음을뼈아프게자각하는순간들은곧엉망이되어버린세계를인간의힘으로재건하려는목표가환상에불과하다는목소리와포개어지며,상실을껴안고살아가는삶에대해상상하도록한다.

다만최근의한국문학에서인간과비인간이논의되는방식은이미한차례변화를겪은듯하다.탈인간중심적전회가인간의위치성을“지상으로끌어내림으로써”비인간과의“긍정적인연결”을가능케하는것이라본관점이비교적초기의흐름이었다면,이를전면적으로반박하는견해또한제출된바있다.“인간과비인간의공생적관계라는당위”는성급히윤리성만을확보하고자하는비평적오독을낳았으며,현실에그어진“견고한분할선”으로인해낙관적연대가어렵게된다는요지가그것이다.그렇다면여기서한발더나아가오히려그‘지난한’지점으로부터공존이모색될수있음을말해보는것은어떨까.“많은생물종이서로조화를이루지도,정복하지도않으면서함께살아가는,교란에기반한생태”가바로천선란소설속세계이다.

원자폭탄이떨어진히로시마지역에처음등장한생물이송이버섯이었으며,산업화시기대규모산림벌채가이루어진민둥산에소나무가스스로싹을틔웠다.이토록불안정한세계는전혀예측하지못한방향으로흘러간다고할때,‘그릇된삶에서올바른삶을이끌어낼수있는가’에대한아도르노의망설임은이제그불확정성의마주침에기대어대답해볼수있을듯하다.그러니까“0.01퍼센트는불가능의수치와맞먹는것일지라도(…)그숫자는‘존재한다’”.(『랑과나의사막』,113)이로써천선란은인간이망친세상의한복판으로걸어들어가,그곳에남은자들이삶을어떻게일으키는지를그려낸다.

2.죽음을붙잡아두는힘
천선란소설속인물들은곁의누군가를자꾸만떠나보낸다.근작『이끼숲』에서지상으로부터쫓겨나땅밑에지하도시를건설해살아가는인간들은대부분죽음의그림자에노출되어있다.용역업체에소속되어경비일을하는마르코와은희는매번약속되지않은추가업무를하고도아무런대가를받지못하고,연구원들과달리‘막일’을한다는이유로카트를탈수없어휴게시간을쪼개걸어서먼근무지를오가야한다.차별적인회사의태도에마르코의선배커커스는동료들과파업을선언하는데,이에마르코와같이선택을유보한이들이대타출근과초과근무에동원된다.늘어난업무량에혹사당하면서도이전보다훨씬늘어난벌이와여유로워진삶에만족을느끼던마르코는어느순간커커스를마주치고,“자신이커커스의숨을빼앗아쉬고있다”(74)는사실을목도한다.

이때타인의죽음을통해자기삶이유지되고있다는죄책감에시달리는마르코조차도,계약한월급보다는많지만근무시간에는훨씬못미치는임금을받고있다는점은문제적이다.꼬박꼬박일을나가는마르코도,반년넘게파업을이어가던커커스도,돈이필요해아바타에게목소리를팔아버린은희도전부‘살만한삶(livablelife)’을위해노동하지만,오히려일을계속하면할수록점점더죽음에가까워진다.다시말해,이들은모두“삶을위해삶을버리는”(230)모순에처해있다.소설의결말에이르러커커스는끝내복귀하지못한채어디론가사라져버리고,은희는언젠가스스로예견했던것처럼“죽음의잔해”(50)인‘바다눈’이되어흩어져내린다.결국떠난이들을앞으로영영보지못하리라직감하는마르코는“닫힌세계”(87)에홀로남아끝없는상실을겪는다.
---「정우주,상실의자리로부터―천선란론」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