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2025년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서 당선된 9명의 작가 작품을 수록하였습니다.
현재 평론은 문학, 영화, 미술이라는 전통적인 예술 영역에 집중되어 있지만, 평론의 역할은 앞으로 더 다양한 분야로 확장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음악, 공연예술, 건축, 게임, 디지털 미디어와 같은 현대의 새로운 예술 장르에서도 평론의 필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야에서 평론은 새로운 예술적 시도를 분석하고, 그 가치를 대중에게 전달하며, 창작자들에게는 더 나은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평론이 나아갈 길은 무한하며, 그것이 예술 전반에 걸쳐 대화와 발전의 촉매제가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번 평론 모음 작품집은 신춘문예 입문을 꿈꾸는 많은 예비 작가들에게 올바른 길잡이가 되어줄 것입니다. 새로운 작가들이 어떤 언어와 감성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어떤 주제로 시대의 목소리를 담아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입니다. 일반 독자들에게는 평론이 가진 매력을 새롭게 발견하고, 문학적 감수성을 키우는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문학평론, 영화평론에 관심이 있는 지망작가들에게 귀중한 자료가 될 것입니다.

저자

송연정,문은혜,정의정,송연정,이채원,신은조,이지연,김웅기,천유철

저자:송연정(경향신문)

저자:문은혜(동아일보)

저자:정의정(동아일보)

저자:송연정(문화일보)

저자:이채원(부산일보)

저자:신은조(서울신문)

저자:이지연(세계일보)

저자:김웅기(조선일보)

저자:천유철(한국불교신문)

목차

경향신문|송연정디렉터스코멘터리:()로부터-백은선론
동아일보|문은혜누가관객이어야하는가
:<존오브인터레스트>에나타난윤리의초과
동아일보|정의정테크노밸리의육교를건너는동안-장류진소설의희극성조망하기
문화일보|송연정Frame?Flame!-김민정,이소호,권박의첫시집을중심으로
부산일보|이채원죽은것도산것도아닌,우리는모두한사람의이야기
-황병승,『여장남자시코쿠』(랜덤하우스코리아,2005),
『육체쇼와전집』(문학과지성사,2013)
서울신문|신은조포르노그래픽디오라마-김언희론
세계일보|이지연죽음(들)을건너는‘견딤’의윤리:한강의『작별하지않는다』읽기
조선일보|김웅기다시-‘몸(들)’으로서위장하는시간:이장욱·김승일·박참새의시
한국불교신문|천유철불교적깨달음을향한시적실천:김준태론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1.코르푸스로서생존하는비범(非凡)들

지금여기시적주체가들고있는슬로건은적당한생존방식,즉‘잘살아남는법’이다.이들에게주어진것은개인이해결할수없는공적가난이자,스스로애정주체가될수없다고단정짓는일종의체념이다.현실에서잘살아남는다는것은다름아닌‘평범해지는방법’과동위를이룬다는사실을시사한다.이들은사회구조의변화나세대갈등해소와같은대의적명분보다는‘평범한일상’을잘영위하기위한자기고투에빠져있는것이라는판단이드는것.다시말해어쩔수없이‘비범’해진그들에게있어‘평범’은자연스럽게뒤따라오는것이아니라쟁취해야할하나의과제가되어버린셈이다.따라서이들의삶에대한간절한고민은이렇게시작된다.‘어떻게하면되돌아갈수있지?’
이질문은다음의질문으로재론될수있다.2000년대이후시에나타난산문성은형식의해체나문학의정치성을강조하기위해만들어진육성이아니라일상성에대한간절함에서비롯되는것은아닐까?“변명을시작하렴.절단면으로.생채기가입이란다말을쏟으렴”(김승일,「가장좋은목표」,『지옥보다더아래』,아침달,2024)이라는권유속에고백을털어놓는몸(들)은자신에게주어진현실을안정되고고요한풍경으로위장하고‘나’의역경을‘유년신화’혹은‘친구신화’로대체한다.이렇게전시된산문성은기존의틀과는다른관점에서해석되어야할것이다.경우울증이나고도적응형알코올중독과같은정신적질환을보편적인것으로취급하는사회에서그것이‘팔자’나‘운명’으로위장되는문학적서사는우리에게슬픔이나분노가얼마큼보편화된감정인지를역설적으로보여준다.“집과바깥을왕복하며나는살아왔을뿐”(이장욱,「기도의탄생」,『음악집』,문학과지성사,2024)이지만(비)일상적현실(“잠들고일을하고아이를낳고또/살인을저지르면서”)에서자라난이들의내력을통해펼쳐지는보편적슬픔은마치기도를해야할신성한대상으로인식된다.한마디로‘기구한삶’.이기구함이보여주는비일상적일상의아이러니가오늘날우리세대가거듭하고있는문제들을아주조금씩수면위로드러낸다.
예컨대시텍스트이면에서시의의미를찾는독법은종종배신당하기일쑤다.우리가마주한시는종잇장같은얇은언어의뒷면을들춰보아도아무것도없을때당황스러운독자의표정을즐기듯더욱얇아지고투명해지고있기때문이다.이를두고혹자는‘의미없는중얼거림의향연’이라치부하고말지만시의피부는이처럼얇은막이겹겹이쌓여있는슬픔과분노의형상으로감각되는것이다.그리고그이후에오는또하나의실재로서자유에종신하는몸(들)으로현현한다.‘살아남음’으로써쟁취하고자하는해방에의욕망,그것은화자뒤에숨지않아도되는디스토피아에서는“당분간은죽어서는안된다고”“23년짜리연금보험을들어놨”다고“그냥먹고사는인생이될거”라고“신신당부”(박참새,「수지」,『정신머리』,민음사,2023)하는장면들을용인한다.이처럼시로써몸짓하는분노들은해소를위한행위보다는잔존을위한행위를통해지속되고보전된다.잔존된분노는전면에나설수없지만괄호속에묶여있다.그것은또다른시간위에서서시의부름을기다리고있는것이다.다시성체가될때까지기다렸다가때가되면“끔찍한진실을속삭인다,일상에서는감시받고처벌받는이분노가문학세계에서는군주”(엘렌식수)이기때문이다.
이같은현실세계에서군주는그러나결코스스로를위시하는형태로드러나지않는다.분노는오히려침묵으로일관하는망명국가의군주처럼그반대편에서쏟아지는소란을마주하며진정한화해하기와희망하기의언어를기다린다.쉽게슬퍼하지도않고쉽게비명을지르지도않는다.다만뒤에서있는괄호의존재,코르푸스(corpus)로서의다시몸(들)(상탈자케)을전면화할뿐이다.

2.만료된몸(들)-등뒤의트라우마,그침묵

“날씨는화창하고신경정신과에는고객이많았는데나는결국나의잘못인것같았다”는이미만료된몸(들)의고백을우리는어떻게받아들여야할까?

내탓이오내탓이오내큰탓이로소이다./를외칠수록나의죄는/점점더깊어집니다만/이곳에서나가고싶습니다만//모든것을역사적으로바라보도록하자./나의불면과나의환각과나의약물치료조차도유신시대를기준으로/식민지배의산물로서/대한제국을거쳐드디어/위화도회군까지
-이장욱,「신경정신과에서살아남기」,『음악집』부분

정신병원에갇힌몸의속죄가깊어질수록병동을벗어날수있는가능성은희박해진다.몸은여죄를찾다가역사를거슬러최초의‘배신’장면에당도하게된다.여기가트라우마의첫시작일까.몸은쉽게내던져진다.만석이된지하철을타려고사람들이물밀듯밀고열차안으로들어올때무표정으로감각되는트라우마.이런일상이반복되는가운데몸은감각의하나이자감각의강도를이해집산한정동의하나이다.현실에내던져진몸이사회적진실을감각할때,그리고이에대한적절한대안을떠올릴때작동하는것은개개인의‘신’이다.개개인의‘신’은때로는징크스이며때로는오컬트이다.
그런데이는모두자기에서비롯된다는점을감안할때,몸(들)은신의종합이자영매의종합이된다.다시말해몸의감각을기계적으로받아들이는것이아니라자기를스스로신성시하게되는계기를마련함으로써몸을생각하게된다는것이다.2000년대이후시에서몸의권위는이처럼신이자신을받아들이는영매의자격으로서무언가에의한이끌림의타자가되어왔다.그리고그이끌림을통해바라보게된세계로부터새로운의미를부여받는방식으로제시되는삶의문면을읽는작업이었다.

나는온힘을다해아주오래된멜로디를/떠올렸으나네거리의저거대한주유소/그리고붉은불빛의편의점앞에서/결국뒤돌아보게되리라,결국뒤돌아/보는그순간나는어떤눈빛을지니게될는지/두손으로두귀를막고어떻게/소리없는비명을지를는지/다만몇개의그림자,그리고//등뒤의세계.
-이장욱,「절규」,『내잠속의모래산』(민음사,2002)부분

이장욱의시에서몸(들)은오래전부터“등뒤의세계”를마련하고있었다.이는더이상되돌아갈수없는과거의몸과“주유소”,“편의점”과같은새로운기표를무의미하게바라보고있는현재의몸사이에낀전리품으로이를통해시적화자는새로운시대가불러일으키는무기력을고백하고있다.여기서중요한점은자신의의지대로“뒤돌아/보는”것이아니라무언가의힘에이끌려뒤돌아보게된다는것이고,또한뒤돌아보는행위에대한뚜렷한목적성없이이행위가초래할결과를가늠하지도못하는최소화된목소리를들려준다.이는어떤‘이끌림’으로인해스스로행할수없는절대적인감각을무언가로부터행하게된다는점에서신비주의적작용을하게되는것인데,‘나’는그저로봇처럼,어쩌면귀신에씐영매처럼움직이고있다는점에서주목된다.
몸은결국‘몸의사라짐’이뚜렷해지고그것과매개되는신성(Thescared)이존재하는장소로환원되는것을생각한다면몸이‘이끌림’의장소가되는일은중요해보인다.“아가씨와맥주와양념치킨과모자를눌러쓴배달원그리고/등뒤에감춘것”으로말미암아“여기서우리가매우밀접해지는군요”(「승강기」,『영원이아니라서가능한』,문학과지성사,2016)처럼이밀접한이끌림은친근감이아닌불안감에서파생되는감정이다.일상생활에서흔히겪을수있는상황속에서우리는친절과호의보다는불안과분노를먼저배우고말았다는것.따라서몸은언제나비명을내장하고“무한한친구와무한한적이동일”(「식물의그림자처럼」,『영원이아니라서가능한』)한세상에서잘살아남기위해침묵한다.
그러나이침묵은회피를의미하는것이아니다.이장욱의시를살펴보면‘그것’이라는3인칭단수의지시대명사가종종등장한다.그것의정체는무엇이며우리는그것에대해어떤포즈를취해야하는것일까.무엇인가를믿기위해서는믿음을보여주어야한다는메커니즘.이는동서양을막론하고종교적관점에서는익숙한풍경이다.미지의정체에맞서는인간의나약함을가감없이드러내면서도개인에게주어진비극이결코사소한사건으로끝나는것은아니라는메시지를전달하는것이다.‘그것’과인간의대결을관장하고마치숙명처럼그관계를장악하고있는신적인영역에대해인간은유다가될수도있고메시아가될수도있다.이를통해우리는신적인영역을결정적인지형이라생각하면서도그안에서변수를만들어낼수있는유일한존재가인간이라는사실에수긍함으로써일종의희망을가지게된다.예컨대“나는이겨울을조금만하려고한다.그것이움직이는만큼만”(「아직눈사람이아닌」,『영원이아니라서가능한』)에서“그것”은“당근으로긴코”를만들고“앞니를뽑고겨울이오면백설기같은내장을”뽑아내고“심장은연탄”이며“다리는영영만들어지지않는”불완전한존재이다.
이는단순히보면아직완성되지않은눈사람을형상화해놓은것같지만실은화자자신의모습을오마주한것이다.“빨간피는잘감추어두었다”는고백을통해“꿈속에있”는“머리”와분리되어“굴러가기로”한“몸”이보여주는현실의잔혹성은다만“소리없이쌓여야하”는눈을통해괄호화된다.비명을지르기보다는잘감추고침묵함으로써몸집을키우는것이다.그리하여“모든것이조금씩태어나”(「몽두」,『음악집』)는이상세계에서몸은“늙음”과“젊음”을진자하면서“조금씩잃어가는시간들”을“평생책을읽어서드디어책에흥미를잃은”노인과그것이“장래희망”이라말하는청년을통해가능해지는몸들의화해를목도하고비로소회복되는삶을희망할수있게된다.
-<다시-‘몸(들)’으로서위장하는시간
:이장욱·김승일·박참새의시>중에서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