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이야기 (이운우 수필집)

두 번째 이야기 (이운우 수필집)

$13.37
Description
지난겨울 오랜만에 만나 친구가 “저번 보내준 끈끈이대나물꽃은 잘 읽었는데, 글은 계속 쓰고 있는지? 책은 언제 또 낼 건지?” 하면서 “영화를 보면 전편이 성공하면 속편을 내던데, 전편만 못한 것을 보면, 책도 마찬가지 아닐까?”라고 했습니다. 나는 속으로 ‘아무렴 두 번째가 낫겠지’라고 속으로 생각했지요. 막상 두 번째 책을 준비하며 생각해 보니 그 친구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무지 왜 쓰는지, 무엇 때문에 쓰는지 모를 만큼 방향성이 없는 신변잡기 같은 글만이 써지는 것은 아직은 수준이 멀었다는 얘기인 것 같아 스스로 자책해봅니다. 언제쯤이면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어쩌면 나만의 만족을 위하여 아무 의미 없는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끄러움을 감출 길 없습니다만, 그렇다고 여기서 멈출 수는 없겠지요. 우리 삶 삼라만상이 한 번에 얻어지는 것보다는 수없이 반복하다 보면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순리이고 또 그만큼 가치가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렇게 스스로 위로하며 ‘두 번째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살며시 밀어내 봅니다.
언젠가 글은 왜 쓰느냐? 는 스스로의 질문에 ‘내가 지나온 삶을 비춰보고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삶의 이정표로 삼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는데 맞는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과연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삶을 글 속에서 거울로 삼아 찾아가고 있는 건지 아직은 의문이 많이 남습니다. 단순히 추억을 뒤돌아보고 기억을 기록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습니다.
조금이나마 무엇인가 생각을 달리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읽는 사람들의 고개가 끄덕일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을까요?
언제나 읽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글을 쓸 수 있을까요?
그날이 언제인지 막연하지만 갈고 닦는 일을 쉼 없이 해야 하리라 다짐해 봅니다.
저자

이운우

저자:이운우
수필가
푸른솔문학회회원
효동문학상수상(2017)
푸른솔문학신인문학상수상(2018)
정은문학상(2022)
제14회카페문학상(2023)
(전)푸른솔문인협회부회장
(현)푸른솔문인협회사무국장
저서-수필집《끈끈이대나물꽃》,《두번째이야기》

목차

Ⅰ.매미와가을장마

매미와가을장마 15
소나무 19
창경궁 23
노근리에서 27
서대문형무소 31
염쟁이유씨 35
새벽을여는사람들 39
과유불급(過猶不及) 42
그루터기의삶 46
벼의일생 50

Ⅱ.12사도길

12사도길 57
외갓집가는길 62
상견례 67
며느리구하기 72
쌍둥이상봉기 76
걸음마 80
서예 84
최고의하루 87
초보농부 91
아카시꽃향기속에서 95

Ⅲ.유람선과봄맞이

유람선과봄맞이 101
익산백제의흔적을찾아 105
로마여행 109
폼페이 114
앙코르와트사원 118
톤레샵호수의사람들 122
수원화성을가다 126
문학기행을다녀와서 130
황순원문학관을찾아서 134
김만중의발자취를찾아서 138

Ⅳ.새싹

새싹 145
미꾸라지의추억 149
카톡예찬 153
경계선 157
땅콩수확 162
빛바랜흑백사진 166
코로나잡기 170
파크골프의매력 173
학교도서관에서 177
사슴 181

Ⅴ.어떤해후

고향 187
여름날의추억 191
복분자(覆盆子) 195
오남매여행 199
어머님과제주여행 203
어떤해후(邂逅) 209
어머니와들고양이 213
묵은달력 217
어머님이마지막가시는길 221
고양이의기다림 225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농사란경제논리로따져서안되는생명산업이란생각이새삼스럽다.
어느경제학자는‘자동차한대만팔면얼마나많은쌀을살수있는데그고생을하며농사를짓느냐’라고한말이떠오른다.파란바다같은벼잎의물결들을바라보며,경제논리를떠나우리가얻을수있는소중한것들을생각해본다.먼저푸른벼잎에서생산되는공기정화기능,물을저장하여수해를예방하는저수기능,푸르른물결로인한정서함양기능.이런무한한가치들을과연돈으로계산할수있는것들일까.여러가지공익적기능까지있다는걸모르고하는그분들도농업을이해하는날이왔으면좋겠다.

심란한마음을떨치기위해풍요로운황금들판에눈길을주고이런저런생각에잠기다보니어느덧요양원에도착했다.해맑은얼굴에해탈의눈빛으로우리를맞으시는장모님께서는귀가어두워잘알아듣지는못하시지만,얼굴가득반가움을표하신다.자손으로서의죄스러운마음을감춰보려여기서는목욕도자주해드리고,말벗동무들이있어서집보다는훨씬나으실거라고스스로위안해보지만,한편으로는씁쓸함을감추지못하고창밖에매달린나뭇잎으로눈길을주어본다.

벼들은일생을농부들의힘으로저토록아름다운결실을보아풍성한수확을기다리고있는데,장모님은벼의일생보다아흔네번이나더사셨는데평생얼마만큼의수확을이루셨을까.일찍홀로되시어5남매를지켜오신수확외에또다른수확이있으려나.지금의마음은어떤마음인지,장모님처럼오래살아보지못하여장모님의마음을헤아려볼수없음이안타깝다.어이늦지않게얼른가라고장모님이손짓하신다.장모님의손을놓지못하고,해맑은장모님의눈빛을바라보는아내의눈가에맺혀진눈물방울이거북등처럼변한장모님손등으로‘뚝뚝’떨어졌다.서산으로기울어가는노을에비친아내눈가의주름이클로즈업되어,또다시내마음을노랗게물들였다.
-<벼의일생>중에서

햇살고운정원에서노란생명이움트는산수유꽃의비밀을알아보려들여다보고있는시간은정지되었으면하는행복한시간이다.등뒤로겨우내움츠렸던게으름을증발시키려는듯,햇볕이내리쬐는등위로개미가스멀스멀기어가는듯한간지럼은봄볕에서나느낄수있는감촉이아닐까.눈이시려반쯤은감아야앞을볼수있고,아른거리는신기루를볼수있는시간도봄철만이가능할것같다.아직은앙상한나뭇가지에봉긋한꿈을간직하고웨딩마치가울리길기다리며입구에대기하고있는신부처럼다소곳한꽃망울이한줌의햇살을기대하고있다.그봉우리속에는어떤색깔의꿈조각들이숨어있을까.얼마나많은꿈과설렘을간직하고있는것인가.궁금한마음에미리까보고싶은욕구를꾹참고있으려니조바심이난다.발바닥이가려운듯움찔거린다.

봄볕이바람가득한풍선처럼온누리에가득차올라,곧터질듯이팽팽하게부풀어오른다.살금살금살곁을간질이는햇살의유혹을뿌리치지못하고텃밭에나섰다.손바닥만한밭을갈아비닐을씌웠다.작년에는재배하기가쉽다는고구마와들깨를심었다.수확의이득보다는새생명이처음세상밖으로고개를내밀때의신비로움을맛보기위해서다.새싹들이발산하는연녹색의아름다움이주는기쁨을무엇과비교할수있을까.

올해에는작물수를더늘려땅콩,옥수수도같이심기로했다.새싹이잘움틀수있도록정성을다해심었지만,미숙한솜씨는감출길없다.
어린새싹들이비닐속에서숨막혀허덕이지않을지.비는자주왔다지만비닐에가로막혀땅속으로스며들지못하여씨앗이제대로싹을틔우고있는지.이래저래궁금하기도하고걱정되어시골집으로향했다.씨를뿌리고덮은흙이비닐위로봉긋솟아올라있었다.씨를뿌릴때는부드러운흙이었는데비에젖었다말라서딱딱하게돌처럼굳어씨앗을뿌린비닐구멍을막고있었다.주먹만한흙덩이가솟아있었다.벌레가그랬을까.걱정스러운마음으로흙덩이틈사이로손가락을넣어살며시들어본다.깜짝놀랐다.

두더지나벌레가숨어있나했는데,여리디여린하얀새싹이흙덩이를힘겹게바치고있는것이아닌가.흙덩이사이로비집고나오고있는여린잎끝은틈새로들어오는햇볕에연초록색으로물들고,밑줄기들은아직햇빛을보지못하여하얗다.신기하다.손끝만닿아도사그라질듯한여린새싹이돌같이딱딱하고무거운흙덩이를어떻게들어올리고있는것일까.
-<새싹>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