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서랍 (임현택 산문집)

밤의 서랍 (임현택 산문집)

$13.00
Description
거리에 어둠이 내리고 창가에 별빛이 스며들면, 낮에 굳게 닫혀 있던 서랍이 하나, 둘 열리기 시작합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사연들, 가슴 저린 아련한 추억들이 깨어나기 시작합니다. 그 서랍 속에서 나의 소소한 삶의 이야기가 흑백 사진처럼 희미하게 또는 컬러 사진처럼 선명하게 살아납니다. 때론 바쁜 일상으로 무심히 지나치기도 했지만,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서랍이 열린다는 것을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나의 유년 시절에서, 검은 머리보다 흰머리가 더 많은 나이가 되고 보니 지나간 시절이, 추억이 남긴 여운이 나를 고요히 만나고 내면을 깊게 하는 시간이 됩니다.
《밤의 서랍》은 다섯 번째 산문집으로 관계의 결을 기록한 책입니다. 더러는 사소하고, 더러는 절실한 일면들을 담았습니다. 그대들이 이 책을 펼치는 순간 그대의 서랍 또한 열리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다정한 위로와 따뜻한 빛을 건지길 희망합니다.

〈책을 열며〉중에서
저자

임현택

저자:임현택
·괴산문인협회전)제11대지부장,한국작가충북지회장충북문인협회사무차장,
푸른솔문인협회부회장충북수필가협회사무국장
·2007년한국작가신인상
·2008년수자원공사수기공모및
현대건설전국수기공모전우수상
·2012년충북도민문학공모전우수상
·2018년제5회충대수필문학상,전국진도시사랑시조부문수상
·2019년괴산예술인상,충북도의장상
·2022년제27회충북문학상,충북우수예술인상
·2025년전국시조백일장공모전수상,제18회푸른솔문학상
·증평괴산저널,충청신문에세이연재
·충청타임즈(2015년부터生의한가운데)고정필진중
·저서-수필집:《여자이고싶어요》,《가을타는여자》
《두번피는꽃》,《이마음깊고깊은곳에》,《밤의서랍》
·E-mail-yu4809@hanmail.net

목차


책을펴내며4

제1부그리움이향기가되어
그루터기15
사오정오륙도20
좀도리항아리26
비밀의방30
시간이멈춰진마음34
엇박자38
라떼는말이야42
꼰대라불러도괜찮아46
하모니50

재2부추억이다정한그곳
배고픈요리사57
밤의서랍62
청바지입은꼰대65
매력있는여자71
언약75
원피스79
삐삐주전자83

제3부바람도걷고싶을때가
물탕거리89
숨겨진사랑94
더부살이98
살아백년,죽어서천년일까103
생각이머무는자리107
송목111

제4부겨울그리고설레임
여자이고싶다119
토끼풀124
금이간항아리130
욕망의사다리135
점빵할매139
내마음에표정의꽃씨를심었다144
문화,삶을담은그릇이다148
굳어버린물감151

제5부옛향기가머무는곳
꽃샘바람157
아버지와겨울산162
징검다리168
막새172
암서재가는길177
망양정182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집들이가는날이다.집들이라기보다새집으로이사한지인이차한잔같이마시자며초대한다.요즘도집들이를하나?내심집들이라는말이생경하다.외식위주로생활하는요즘,초대에응하면서도나의머릿속은어설픈신혼시절에머문다.
신혼시절,내집마련은꿈이다.다세대주택이나남의집의셋방에서대부분신접살림을시작한다.그나마부모님도움으로주택을장만한동무들은몇되지않고모두가임대주택이다.그렇게모두가궁핍했던시절이지만정만큼은어느부잣집부럽지않을만큼끈끈하다.정으로맺어진관계는집들이하는날이면한집에모이는잔칫날이다.
(중략)
예전의집들이는거창하다.집을다짓고나면향과술,깨끗한물한그릇,버드나무가지나푸성귀한잎을마련한다.그리고천지가신天地家神에게제례를올리면서상서로운기운이집안에깃들이기를바란다.문신門神이집을보호하여잡귀를물리치며,“‘태을太乙이가문을지켜주고모든일이술술풀어지게도와주소서.’라는주문을세번외우고두번절한다.”라고문헌에기록되어있으니집은아주특별한공간이다.
무심한세월이다.무엇이든대형화추세로변모하면서주택도점점평수가넓어진다.문명발달로IT디지털시대에집들이도변모하여‘랜선집들이’를한다.예쁘게꾸민집을영상으로찍어인터넷에올려놓고자랑하듯소개하는것이랜선집들이다.인테리어감각을공유하여실용적이고독특하며럭셔리한주거공간을꾸민랜선집들이가유행이다.“손끝에물한방울묻히지않고살게해줄게.”라고약속한남편들은약속을지키려는듯모든집안잔치는외식으로한다.그예전우리세대는좁은집에서어떻게그리많은손님에게들턱했는지생각만해도대견하다.
-<시간이멈춰진마음>중에서

사진한장에시선이고정된다.야광머리띠에흰장갑을끼고댄스하는사진에함박웃음이터진다.충북문인들의한마당잔치이다.‘장기자랑’경연을위해우리협회는운동장에모여연습에열중이다.트로트를부르며어설픈댄스를창작하면서아코디언반주에맞춰모두가심취한다.지나가는이들이쭈뼛쭈뼛발걸음멈추고바라보면그에힘입어우리는더열렬히온몸으로응한다.
행사당일이다.머리에는야광불빛이번쩍번쩍빛나는머리띠를착용하여시선이압도된다.흰셔츠에검은넥타이그리고검은바지와흰장갑은무대의상으로최고이다.좌청룡우백호처럼양가장자리에아코디언연주자가떡하니자리잡는다.우리는댄스와합창으로일등은무조건‘따놓은당상’이라며거만스럽게입장한다.수없이연습했으니요즘아이돌그룹이부럽지않다.
“짠짠짜라리라.”신명난전주음악이다.좌청룡의여성아코디언연주자와우백호의남성아코디언두사람의연주는장안을휘감는다.우리는반주에맞춰열정을다해그간연습했던댄스와노래로관중앞에마음껏기량을발휘한다.한껏흥이오른무대와관중들,점점합성지르고손뼉치며호응하는관중이다.더욱더흥에겨워더열정적으로흰장갑을낀손을흔들며온몸을불사르며무대를장악하고마무리한다.흘린땀만큼폭발적인관객반응에우리팀은흥분을감추지못한다.
뒤늦게관중이호응하는연유를알고모두가쓰러진다.경험없는댄스와노래를하다보니제각기노래를부르고춤을추었단다.아코디언연주따로,노래따로,춤따로각자파트별로서로엇박자인지도모르고정열적으로무대를불사른것이다.그모습에관중들은눈물까지흘리면서박장대소하며뒤로넘어갔던것이다.
뒤늦게동영상을본우리는쥐구멍이어디있느냐며몸둘바를몰랐지만,그순간만큼은모두가하나이었으리라.노래하는이도관중들도모두가엇박자매력에빠져배꼽빠지게웃으면서말이다.요즘처럼웃을일이없는세상,개그콘서트가사람의마음을한군데로모아모두가한마음이되는것처럼말이다.
한번쯤은묻지도,따지도말고그냥그대로의모습을보듬어주는것이우리네삶의여유이지싶다.살면서이따금삶이라는무게가어깨를짓누르고각박한현실에서도피하고싶을때가있다.형식과정확성도중요하지만,비록엇박자이면어떠하리.모두가흥에겨워번잡하고각다분한일상을한번쯤은훌훌털어버리고호탕하게웃으면그것이삶의맛아닐는지.
-<엇박자>중에서

항아리가숨을쉰다.항아리속을한참넋을잃고바라본다.하얀거품이일다가톡톡터진다.마치갯벌에숨구멍처럼공기방울이인다.기다란나무주걱으로항아리속을휘휘젓는다.특유의향이퍼져오감을자극한다.취나물장아찌담근항아리이다.항아리속의건지는푸른빛을잃고한여름땡볕에맥없이축처진이파리같다.힘없이늘어진건지를나무주걱으로이리저리뒤적인다.푸른잎이검붉게변한건지를꾹꾹다독이자이내부글거리던항아리가조용해진다.
<중략>
보름이지나면건지가진액위에둥둥뜬다.그때건지를건져낸다.설탕에절여져달달한건지는진간장으로솔솔버무려간을맞춰서늘한곳에보관하면장아찌가된다.특별한비법도없는장아찌,밑반찬으로적당하여철철이담근다.그많은장아찌중가장선호하는것은무장아찌이다.통깨를솔솔뿌려참기름에솔솔버무리면고들고들씹히는것이뿌리칠수없는맛이다.
밥상의단골메뉴는장아찌이다.반찬가게에서도손쉽게구매할수있는찬이다.아들은철철이장아찌를담그는모습이시대에뒤떨어진꼰대같아답답하단다.세상모든것이손끝터치한번으로다되는데,직접채취하고담그는내가못마땅한가보다.장아찌를담글준비를하는나에대해시큰둥하다.
계절마다온갖장아찌를담는내가꼰대란다.지인에게담근장아찌를나눠주는행복이더크니꼰대면어떠하리.
무장아찌담근항아리를열어본다.카푸치노커피처럼하얗게보글거리며시큼한동치미향이확올라오는것이최상의발효상태이다.각설탕처럼하얗게눈부시던깍두기모양의무는진이다빠져주름진아버지손등처럼쪼글쪼글하다.그중하나를꺼내맛을본다.오돌오돌씹히는식감과달짝지근한맛이입맛을돋운다.하나를더꺼내오물거리니풍미가입안가득확번지는것이그리운고향의맛이다.이것이바로무장아찌에더애착이가는이유이다.
-<꼰대라불러도괜찮아>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