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살의 털

열일곱 살의 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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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대한민국 열일곱 살들의 털을 사수하라!
제6회 사계절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김해원의 작품『열일곱 살의 털』. 평범한 모범생 일호의 '나'를 찾아가는 여정을 머리카락에 얽힌 사건들을 통해 그리고 있다. 처음으로 세상에 맞서게 된 열일곱 살 일호의 이야기 속에 학교 두발 문제와 관련된 청소년 인권 문제, 주인공 일호의 가족사, 우리 사회와 역사를 담아내었다.

매년 생일을 할아버지가 해주는 이발로 맞이하는 주인공 일호. 태어나기 전 아버지가 집을 나갔다는 점 말고는, 일호는 평범한 모범생이다. '범생이 1호'로 통하던 일호는 어느 날, 체육 선생이 두발 규정을 어긴 아이의 머리에 라이터를 들이대는 것을 보고 이성을 잃는다. 대한민국 열일곱 살들의 머리털을 위해 일호가 두발 규제를 반대하는 1인 시위를 시작한 그 때, 일호처럼 한 번도 싸워보지 않았던 이발사 할아버지도 재개발 문제로 시위에 나서는데….

'나는 너무 물컹하거나 단단하다'라고 생각했던 일호는 자신의 신념을 지켜내며 점점 단단해져간다. 작가는 일호의 아버지가 오랫동안 여행을 떠났다고 설정함으로써 아버지와 아들의 심리적 거리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하지만 일호는 일반적인 아버지상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아버지를 마음으로 받아들이면서 자기 자신의 모습 또한 사랑하게 된다.
청소년을 위한 본격 문학선「사계절 1318문고」시리즈. 감수성이 예민하고 호기심이 많은 13세~18세의 십대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과 재미, 작품성을 고루 갖춘 작품들을 소개한다. 문학작품을 통한 즐거움과 삶의 지혜를 함께 선사한다.
저자

김해원

김해원
서른이훌쩍넘어본격적으로글을쓰기시작했다는김해원은2000년「기차역긴의자이야기」로한국일보신춘문예에당선되었고,2003년「거미마을까치여관」으로제11회MBC창작동화대상을받았다.이작품『열일곱살의털』로제6회사계절문학상대상을수상했다.글을세상에내놓는일이부끄럽지만새로운인물들을만들어내는작업이무척즐겁다고한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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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출판사서평
열일곱,털에대한진지한고민을시작하다
제6회사계절문학상대상작김해원의『열일곱살의털』은제목을읽자마자밀려드는‘야릇한’추측때문에2차성징에관한흥미진진한이야기가아닐까?기대하게된다.사계절문학상심사위원들(오정희ㆍ박상률ㆍ김중혁)마저주위눈치를보며몰래작품을읽기시작했다고한다.그런데그‘털’이머리털임을깨닫고흥미가덜해질무렵,머리털이야기의진짜재미가시작된다.이작품에독특한인물이등장하거나거창한사건이전개되는것은아니다.심사평대로“주인공은문제아도장애인도아니다....
열일곱,털에대한진지한고민을시작하다
제6회사계절문학상대상작김해원의『열일곱살의털』은제목을읽자마자밀려드는‘야릇한’추측때문에2차성징에관한흥미진진한이야기가아닐까기대하게된다.사계절문학상심사위원들(오정희ㆍ박상률ㆍ김중혁)마저주위눈치를보며몰래작품을읽기시작했다고한다.그런데그‘털’이머리털임을깨닫고흥미가덜해질무렵,머리털이야기의진짜재미가시작된다.이작품에독특한인물이등장하거나거창한사건이전개되는것은아니다.심사평대로“주인공은문제아도장애인도아니다.평범한아이다.눈물날만큼감동적인이야기도없으며,대단한모험을겪는것도아니다”.청소년소설주인공들이대개지독한가난에시달리거나,버거운집안문제로가슴앓이를하거나,유난히감성이섬세해서해결지점을찾기도어려운내적갈등을안고살아간다는흐름을갖고있었다면,『열일곱살의털』주인공일호는주인공이되기에는너무나‘문제가없어’보인다.공부도꽤하고단짝친구도있고집안어른들의사랑과보살핌을받으며평온한마음으로살아가는아이다.단특별한점이있다면태어나기전부터아버지가집을나가여행을하면서돌아오지않고있다는것이다.
작품은일호가할아버지의이발소의자에서열일곱살생일을맞는장면으로시작하면서앞으로머리카락과관련하여유구한사건들이벌어질것임을예고한다.
열일곱살이되는날아침,나는날이바짝선가위앞에앉아야했다.아침내내숫돌에무뎌진날을갈리며풀벌레처럼울던가위의민날은시퍼렇게되살아나입을꾹다문채먹잇감을기다리고있었다.가위의두민날이내정수리위에서서로교차하며머리카락끝을앙칼지게자르는순간,나는추운날오줌을쏟아낸것처럼진저리를쳤다.(p5)
일호는해마다생일날을할아버지가해주는이발로맞이한다.그러나열일곱살의머리카락에는아무짝에도쓸모없는욕망이뒤엉켜자라고있다고믿는이발사할아버지의손에별다른저항감없이머리를맡기는일호앞에아이러니하게도머리털을사수하기위한긴싸움이기다리고있다.일호가사수하려는것은제머리털이아니다.대한민국열일곱살들의머리털이다.학교가인정하는모범두발로아이들사이에‘범생이1호’로통하던일호는체육선생이두발규정을어긴아이의머리에라이터를들이대며위협하는것을보고‘이성을잃는’다.한번도싸워본적없는일호가싸움의문턱으로들어서는순간이다.
매독이악을쓰며밀어뜨리고닥치는대로발로걷어차도나는내손아귀에있는손목을놓지않았다.나는미친개를물어뜯는단단히미친개였다.엄마나,단단해진것맞나요?나는속목이빠져나가려고버둥거릴수록더다부지게파고들었다.매독은발길질을하다잠시숨을고르더니나를손목에매단채잡아끌면서온갖욕을퍼부었다.
“이개새끼!”(pp50~52)
온순한‘범생이’일호가고등학생에게는거대한공룡과도같을학교와한판싸움의길로들어서는계기를지켜보는독자는난폭한바리캉이자신의머리를밀고지나가는듯한분노를느끼게된다.일호는“왜이렇게힘조절이안되는걸까.나는너무물컹하거나단단하다”고생각하지만이미힘든싸움의길로들어선뒤다.일호는상담실에불려가혼자남겨졌을때,누가볼까봐얼른손등으로눈물을훔칠만큼물컹하지만,체육선생에게사죄하는대신두발규제반대시위를계획할만큼단단하기도하다.
너무물컹하거나너무단단한열일곱살일호의자아찾기
작가는일호의아버지가오랫동안여행을떠났다고설정함으로써아버지와아들의심리적인거리감을상징적으로나타냈다.일호에게아버지는‘분명히있는데느낄수없는’존재다.아버지가있어야할자리에할아버지가굳건하게서있어선지일호에게서부성의결락이전면적으로드러나지는않는다.
내가처음으로아버지의부재를가슴으로느낀것은예닐곱살때였다.그때만해도태성이발소에는내또래사내아이들이아버지손을붙잡고왔다.아이들은제아버지앞에서머리를깎았고,아버지들은마치성스러운의식이라도치르는양엄숙하게그광경을바라보았다.(…)이발소낡은소파에쭈그리고앉아한글쓰기나수학학습지따위를풀던나는크는것을확인해줄아버지가없어영영어른이되지못할까봐겁났다.(p11)
그런데일호가학교에서‘문제’를일으킨바로그순간에,느닷없이17년동안부재했던일호아버지가등장한다.아버지는“햇빛이거리를환하게비추기시작하던여름날아침”손님맞을채비를하다가“갑작스레이발소문을열고거리로”나온뒤,그길로먼여행을떠나돌아오지않았다.(p99)이제막고등학교를졸업한팔팔한청년에게이발사로살아가게될삶은답답하고지리멸렬했을터이다.일호는우리가흔하게상정하는아버지상과다른모습을보여주는아버지를가슴으로받아들이면서자기자신그대로를사랑하는계기를갖게된다.
일호가두발규제를반대하는1인시위를시작했을때,일호와마찬가지로한번도싸워보지않았던할아버지역시외로운싸움의길로들어선다.일호할아버지는우리나라최초의근대이발소인태성이발소의3대이발사로,마포구도원동일대의재개발을놓고주민들의견이찬반으로갈리자“나라를위해하는일이니반대를해서야쓰겠습니까?우리가따라야지요.”하고‘순수한애국심’을발휘한다.그렇지만할아버지에게돌아오는것은“어르신참답답하십니다.”하는말뿐이다.그런데칠십평생을할머니말대로‘제털뽑아제구멍에박을위인’으로살았고,“이발그거몇분이면후딱해치우는”걸가지고“가업을잇느니마느니”하면서“굴러들어온돈복을차버린”고지식한양반이나라에서하는일에처음으로의구심을가진다.그리고재개발로주민들이고루덕을보는것은아니라는것을깨달은후,세입자대책위원회에합세하여시위에나선다.비록할아버지의시위가세입자가아닌사람이세입자의입장에선다는한계에부딪쳐타다만불꽃처럼사그라지긴해도말이다.할아버지는훗날일호가다니는오정고등학교학생들이‘별사건’이라고부르게될일을벌이면서당신이일호의싸움을이해하게되었음을말없이드러내고,일호는할아버지가있음으로해서자신이단단히땅에발붙이고살아왔음을깨닫게된다.
김해원은고종이단발령을내렸을때저잣거리를돌아다니며상투를자르던,이제는역사뒤편으로사라진체두관이라는관직에호기심을갖게되었고,체두관에대한자료를공부하면서우리역사에서머리털의상징성을고민하다보니자연스럽게중고등학교에서시행되고있는두발규제에관심을갖게되었다고한다.실제로학교정문에서두발규제반대시위를한경험이있는중앙고등학교이하람군을만나경험담을상세히듣고일호의캐릭터를형성해나가는데도움을받았다.일호는동네편의점앞이나,피씨방,학원골목에서흔히볼수있는어리숙한고등학생이지만이야기를힘있게끌어갈만큼다부진의지를갖춘아이다.
일호의싸움과궤를같이하며또다른싸움을치루는할아버지의변모는유쾌하고놀랍다.작가는할아버지를통해서이땅에서열심히살아온모든사람들을대변하고싶었다고말한다.일호할아버지는온갖어려움을극복하면서우리현대사를이끌어온,열심히살아나라가발전하면모두잘살게되리라는믿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