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오월

빼앗긴 오월

$12.00
Description
격동의 시대를 살아 낸 이들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삶에 비춰 보는 굴곡진 한국 현대사『빼앗긴 오월』은 광주 근교에서 순박하게 살아가던 이들의 비극적인 가족사를 통해 1980년 광주를 재조명하면서, 이 땅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경종을 울리는 청소년소설이다. ‘돼지 장수’라 불리는 아버지와 헌신적인 어머니, 착하고 순수한 세 남매의 행복한 일상이 시대의 아픔을 만나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과정을 잔잔하고도 애달프게 그린다.

세 남매 중 둘째 준호가 ‘나’의 시점으로 찬찬히 풀어 나가는 이야기는 소문난 영재인 첫째 준영이 우수한 성적으로 중학교를 졸업하고 광주 소재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예상 밖의 비극으로 치닫는다. 평범한 가족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거대한 고통을 함께 느끼며 우리는 80년 광주에서 쓰러져 간 사람들과 그 가족의 아픔에 감히 공감하게 된다.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초반에 이르는 격동의 시대를 묵묵히 살아 낸 이들의 아름다운 일상을 탁월한 문장과 진정성 어린 묘사로 나지막이 전하는 작품을 만나 보자.
저자

장우

저자장우는전라남도고흥에서태어나어린시절을보냈고광주에서공부했다.직장생활을하고있는틈틈이글을쓰고있다.『빼앗긴오월』이첫책이다.

목차

1.느림보우리형
2.등교
3.짝은놈의일상
4.허탕친마중
5.붉은얼굴
6.눈물의밥상
7.서울아이
8.아버지의선언
9.행복한삼남매
10.뒷산에올라
11.포근한등
12.광주로가는형
13.돌아온새봄
14.하루미룬생일
15.이해할수없는죽음
16.빼앗긴오월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그해오월,하루가지나고이틀이지나고
내생일이지나도형은돌아오지않았다.”

격동의시대를살아낸이들의순수하고아름다운삶에비춰보는굴곡진한국현대사

1980년광주,그곳에뜨겁게살다간사람들이있었다.신군부의집권음모에대항하여이땅에진정한민주주의를실현하고자한5?18민주화항쟁속에서쓰러진이들을우리는과연기억하고있는가.그날로부터35년이흐른지금,민주화를향한평범한시민들의뜨거운열망과고귀한희생으로일군민중항쟁은그역사적진실과의의가왜곡되거나때로는극단적인우익세력의조롱거리로전락하는지경에이르렀다.참으로개탄할일임이분명하지만,그전에우리가과연어떤삶을살아왔나자문해본다.그날우리를위해목숨바쳐공권력과싸운이들을오롯이기억하려는노력이잘먹고잘살아보려는욕망의뒤안길로조금씩자취를감추는것을모른척하며지내오지않았던가.그망각의대가로우리는결국또다시반복되는역사적비극앞에무릎을꿇게될지도모른다.
더구나맹목적인입시경쟁에내몰린오늘날의청소년들에게이땅의현대사는고루한암기과목에불과한것으로여겨지기도한다.다시화제삼아이야기를꺼내는것조차힘들어진80년광주의이야기를딱딱한역사책으로접하는게아니라,가슴을울리는문학작품을통해당대의시대정신과역사의아픔을정서적으로받아들일수있도록하는역할은바로청소년소설만이할수있을것이다.
『빼앗긴오월』은광주근교에서순박하게살아가던이들의비극적인가족사를통해1980년광주를재조명하면서,이땅에서오늘을살아가는모두에게경종을울리는청소년소설이다.‘돼지장수’라불리는아버지와헌신적인어머니,착하고순수한세남매의행복한일상이시대의아픔을만나한순간에무너져내리는과정을잔잔하고도애달프게그린다.
세남매중둘째준호가‘나’의시점으로찬찬히풀어나가는이야기는소문난영재인첫째준영이우수한성적으로중학교를졸업하고광주소재고등학교에진학하면서예상밖의비극으로치닫는다.평범한가족이감당하기에는너무도거대한고통을함께느끼며우리는80년광주에서쓰러져간사람들과그가족의아픔에감히공감하게된다.
70년대후반부터80년대초반에이르는격동의시대를묵묵히살아낸이들의아름다운일상을탁월한문장과진정성어린묘사로나지막이전하는작품을만나보자.

간단한책소개
1980년광주에서일어난시대적비극으로인해한순간에삶의행복을빼앗긴가족의이야기를담은청소년소설.초등학교5학년준호를중심으로사람과삶을바라보고,절대잊을수없는그사건속으로찬찬히들어간다.돼지장수라불리는아버지,헌신적인어머니와똑똑하고듬직한장남준영,개구쟁이라도잔정많고속깊은둘째준호,어리지만누구보다야물고당찬막내딸순화의모습이실제인물처럼생생하다.마을의소문난‘영재’인우리형은우수한성적으로중학교를졸업하고광주소재고등학교에진학한다.하지만기쁨도잠시일뿐,끔찍한사건의희생양이되고마는데…….그해오월,광주에서쓰러져간사람들과그가족의아픔이절절하게다가온다.
2013년‘5?18문학상’최종심에오른작품이며,저자가작가로서의첫걸음을내딛는작품이기도하다.

투박하지만때묻지않은그때그시절,‘광주’의아픔을따뜻한가족애로어루만지다.
1979년전남의어느시골마을,여느농촌의다름없이평화롭고조용한이마을에준호네가족이살고있다.돼지를파는까닭에‘돼지장수’라불리는아버지와자식입에밥술들어갈때가가장행복한어머니,똑똑하기로는동네제일인장남준영,공부와는담쌓았지만심성고운둘째준호,야물고당찬막내딸순화.고되게일해도좀처럼나아지지않는팍팍한시골살림살이도이다섯가족에게는그저단란한일상이고행복이다.

아버지가나가고나면엄마도밭으로나갔다.엄마는머리에흰수건을쓰고호미와낫을챙겨넣은소쿠리를들었다.우리는그때까지일이있든없든마당이나마루에서기다렸다가잘다녀오시라는인사를한다.그런다음순화는상을치우고설거지를하고,준영이형은앉은뱅이책상에앉아공부를한다.그러나설거지도공부도하지않는나는다시잠자리에들어부족한잠을채운다.나는그시간이참행복하다.잠도꿀맛같고,밥이소화되는시간이라방귀도기분좋게뀔수있다.물론준영이형에게싫은소리를듣는것은감수해야한다.
“에잇,드런놈아!방구좀엥가이끼!코가썩는다,썩어.”-본문8?9쪽

준호네집의유일한걱정은아버지의폭음이다.평소에는말수도적고점잖은분이술에취하면고래고래울분을토하며동내시끄럽게구는것이다.특히모처럼돼지를판날이면아버지는만취한채마을사람들의밤잠을다깨울만큼요란하게귀가했고,괜한트집을잡아세간을부수며어머니를괴롭히기일쑤다.맨정신으로는버티기힘들만큼고되고팍팍했을과거우리네아버지들이삶을가늠해볼수있는대목이다.거나하게취해신세한탄을하고야속하고험한세상을향해원없이분풀이를할수있는유일한방법이술이아니겠는가.가장으로서의한이서린주정과이를전전긍긍하며말리는어머니의모습이이웃집의일처럼훤하게그려진다.
준호가어머니와함께아버지마중을나갔다가허탕을치고터벅터벅돌아오던날,‘오늘도아버지는고주망태가되어들어오겠구나.’하는세남매의예감이어김없이맞아떨어졌다.패악을부리는아버지를피해이웃집으로피신했다돌아온준호는형준영의붉게부어오른뺨을본다.형과아버지사이에과연무슨일이있었던걸까.준호는도무지알수없었지만,꼬치꼬치캐물을수도없었다.나중에알고보니순한준영형이술취한아버지에대들었고횡포에맞서다얼굴에불그죽죽한자국이남은것이었다.똑똑한형이그런바보같은짓을다하다니별일이다싶었는데,더욱놀라운일이일어났다.모범생이자우등생인준영이학교에무단결석을한것이다.아버지의불같은호통,무서운침묵이이어졌다.

이튿날아침에도집안분위기는바뀌지않았다.다섯식구모두밥상에둘러앉았지만아무도말이없었다.두렵도록긴침묵이었다.
그러다맨먼저숟가락을들었던아버지가다시숟가락을내려놓으며침묵을깼다.
“밥묵음서들어라.아부진인제술담배끊었응께,그러케들알고느그들은공부에힘써라.”
“예.”
나는얼른대답했다.그러고보니나혼자서만대답했다.준영이형과순화는밥그릇만내려다보고있을뿐,아무대답도하지않았다.우리가족중에아버지의그말을믿는사람은아무도없었다.-본문82쪽

준호는아버지의허울뿐인선언에도고개를끄덕일만큼순진한열두살소년이다.제아무무리공허한말일지라도묵묵히아버지를믿고따르는것이자식으로서의도리라는것처럼말이다.어머니처럼따뜻하게품어주지않아도말없이늘가족의기둥처럼든든히서있는것만으로힘을주는아버지.그런아버지에게때로는실망하고때로는세상에서가장밉기도하지만,다시한번믿고의지하며가족은그렇게한시절을함께살아낸다.그것이바로가족인까닭이다.그믿음과애정덕분에술을끊고다시금기운을내보는아버지의모습을보며자식을위해서라면못할것이없는부모님의삶을떠올리게된다.

광주시연합고사에합격한준영이형은공립고등학교로배정받았다.유서깊고전통있는학교라며아버지가가장반가워했다.그리고그소식을들은이튿날,아버지와준영이형은광주로올라가자취방을구하기로돼있었다.그런데갑자기순화가생떼를썼다.
“아부지,나도따라갈랑만요?여태까지나는버스도한번못타봤당께요.이참에아부지따라광주감서버스도타보고잡고광주가어치께생겼는지도보고잡당께요.나도데리가줘요,아부지.예?”
눈치코치없이순화는어림없는부탁을했다.-본문145?146쪽

단출한시골생활에지친준호네식구들이핑크빛미래를꿈꿀수있었던가장큰원동력은바로장남준영덕분이었다.누구보다바르고곧던준영은가족의기대를져버리지않고보란듯이광주로의유학에성공한것이다.그런데준영을기특하게여기는부모님과도시를향한막연한환상과기대를품고서덩달아큰꿈을꾸기시작하는준호,순화남매의설렘과기쁨이크게다가올수록우리는알수없는불안감에사로잡힌다.당시광주가겪어야했던참혹한사건의주인공이설마준영일까하는불길한예감이다.

준영이형은광주로올라가면서내생일에도내려오겠다고약속했다.
“성,나생일에도와야쓰네?”
“오긴와야쓴디,시간이어짤랑가모르겄다야.”
섭섭하게도처음에는대답이시큰둥했다.그래서나는준영이형이안내려오고는못배길만한야무진말로으름장을놓았다.
“알어서하소.성땜시어린이날까정양보했는디,생일까정양보하게하든말든.하여간난성이안오먼다시는성을안볼건께,그것만기억하소.”
“근다고그렇게까지오기를품으먼쓰겄냐.알았다.먼일이있어도만사제쳐두고내려올텡께,그런소리는빈말로라도하지마라.형제간에그런소리함부로하는거아니다아.”
“알았소.긍께꼭내려오소.”-본문168?169쪽

겨울방학이눈깜짝할새지나가고새봄이왔다.광주로유학간준영이집에들른오월첫주,어버이날이며칠남았는데도굳이부모님가슴에카네이션을달아드리는형을보며준호는다가오는자신의생일날에도꼭와야한다며형을채근한다.6학년이되었어도형앞에선어쩔수없는철부지동생이되어버리는준호의응석이귀엽기만하다.그런데준호의생일이지나도록준영은집에오지않는다.영문도모른채웬불순세력이선량한학생과시민을선동해서폭동을일으켰다는소식만들려올뿐이다.시위가계속될수록가족들의걱정은커지고,결국형을찾아어렵사리광주로나선아버지는준영이죽었다는도저히믿을수없는비보를들고돌아오는데……!

그해오월이전하는묵직한울림과절대잊어서는안될삶의이치
이책을쓴작가장우는삶의가장고통스러운순간을지나는가족들의삶을그리는데있어서,특유의토속적이고투박한문체로작품에리얼리티와진정성을더한다.인물들의구수한입말과지역색이짙은당시의시골생활을있는그대로담은묘사가어우러져,1980년5월의잔인함으로파괴되는평범한서민들의소소면서도위대한일상과삶의방식에주목하게만든다.
어느날갑자기찾아온절망앞에서최악의고통을경험하는동안저절로훌쩍자라버린준호를바라보며가슴깊은곳으로부터묵직한울림이전해오는것을느낄수있다.지울수없는아픔을묻은채다시일상으로돌아갈수밖에없는가족의뒷모습에서,우리는앞으로도절대잊지말아야할중요한진실을마주하게된다.

나는마술에걸린것처럼밤마다뒷산에올라악을쓰며울었다.
어느때는그런내가무섭고싫었다.그래서밤새고심하다새벽어둠이걷히기전에집을나섰다.
어디로든떠날생각이었고어떤식으로든우리가족이살수있는방법을찾고싶었다.그런데자꾸만뒤가돌아봐졌다.
아주떠나는것도아닌데남아있는가족들이눈에밟혔다.그럴수록나는발걸음을재게놀렸다.그래야내결심이무너지지않을것같았다.
원광이집을지나마을어귀에다다랐다.돼지를지키던대밭아래공터에이르자스르르기운이빠졌다.
그때,어둠저편에서뭐가움직였다.나는너무놀라서멈칫했다.
괴물인지귀신인지분간이안되는그물체가무어라고중얼거렸다.
“가지말그라.”
나는머리끝이쭈뼛거렸다.
“……!”
“가지말래두.”
“아,아부지?”
방안에서꼼짝을않던아버지가거기에있었다.-본문180?181쪽

열세살준호의시선으로당대사람들의삶과시대의풍경을바라보는『빼앗긴오월』은떠올리는것조차힘들정도로아픈기억을재생하는경험담이자,점차잊히는역사적진실을끝까지놓지않으려는이들의손을꼭잡은작가의끈질긴기록이다.이책을읽는독자라면어떠한경우라도진실을기억하겠다는의지,끔찍하고참혹한과거가반복되지않도록여전히고군분투하는이들과함께하겠다는다짐에담긴진심을볼수있을것이다.

이글을쓰는동안마음은편치가않았습니다.35년이훌쩍지났는데도그때의상흔이또렷이남아있기때문입니다.
어제는국립5·18민주묘지에다녀왔습니다.가벼운마음으로다녀와야지했는데,발걸음은역시나무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