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을 위한 민주주의 특강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
당신의 민주주의는 안녕하십니까?
내 한 몸 앞가림하기도 힘들고 버거운 시대, 민주주의의 안녕을 걱정할 여유가 없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여기저기서 뭇매를 맞고 뒷걸음질하고 있어서 내 삶도 팍팍해지는 건 아닐지 곰곰 생각해볼 일이다. 여기, 내 삶을 바꾸는 민주주의를 말하는 12개의 목소리가 있다. 김상봉, 김종철, 김찬호, 도정일, 박명림, 박원순, 오연호, 우석훈, 정희진, 진중권, 한홍구, 홍성욱. 선동하는 목소리도, 날선 비판만 하는 목소리도, 좋았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목소리도 아니다. 우리 사회 각 분야를 넘나들며 넓고 깊게 더 나은 세계를 향한 우리의 사유와 행동을 제안한다.
거꾸로 돌아가는 세상,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민주주의라고요? 또요?” 삶의 현장에서 매일 고군분투하는 우리에게 민주주의는 어느새 낡고 박제화된 단어가 되어 있었다. 야근, 특근, 야간자율학습만도 모자라 민주주의를 하기 위해 또 뭘 해야 한다니, 듣기만 해도 피곤하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민주주의를 누릴 수 없다는 건 역사 속에서 충분히 배웠고, 유례없이 빠르게 진행되는 ‘민주주의의 후퇴’ 앞에서 다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지금 우린 어디에 서 있는가? 우리가 만들려고 한 사회는 도대체 무엇이었던가? 우린 어디로 가야 하며 무엇을 할 것인가?
이런 질문들이 곳곳에 널리고, 세상에 대한 ‘화’를 넘어 무엇을 해야겠다는 목소리들이 높아지면서 이 책은 시작되었다.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를 넘어 문화로서의 민주주의, 삶으로서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기획하고 만들어갈지가 화두였다. ‘다시, 우리에게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제대로 물었다.
이를 위해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12명의 행동하는 지성들이 모였다. 김상봉, 김종철, 김찬호, 도정일, 박명림, 박원순, 오연호, 우석훈, 정희진, 진중권, 한홍구, 홍성욱. 이들은 시민들과 직접 소통하며 ‘더 나은 세계를 향한 사유와 행동’의 물꼬를 텄다. 때때로 밤을 꼬박 지새우는 열기 속에서 강연과 토론이 진행되었고, 그 과정을 오롯이 모아 이 책이 탄생하였다. 이 책에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법, 언론, 과학 등 우리 사회 전 영역의 오늘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더 나은 세계를 향한 거침없는 상상력이 공존하고 있다. 더불어 우리가 경험한 너무나 뜨겁고 혹독한 민주주의를 향한 참여만이 아니라 유쾌하고 살맛나는 참여와 실천을 모색하고 있다.
강연자들의 ‘더 나은 세계를 위한 사유와 행동’의 제안은 참여한 시민들의 뜨거운 화답으로 제빛을 찾았다. 깨어 있는 시민만이 우리 민주주의의 안녕을 보장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는 모든 시민을 이 책으로 초대한다.
여러분, 민주주의를 다시 정의하면 안 될까요? 4년마다 한 번씩 투표하는 것만 민주주의인가요? ‘민’이 ‘주인’이 되는 사회가 민주주의 아닙니까? 지금 한국에서 여러분이 주인입니까? 얼마만큼 주인이세요? 국회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800만~900만 명이라고 하죠. 그 가족까지 합치면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에요. 국회에서 최소한 3분의 1은 비정규직을 대표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비정규직 문제에 최소한 관심은 가져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절박한 이해관계를 하져야 할 것 아닙니까! 여러분, 우리가 피땀 흘려 민주화를 이뤘는데, 민주화가 되고 난 다음에 살림살이 좋아졌어요? 누구 살림살이가 좋아졌습니까? 민주화 디ㅗ고 진짜 좋아진 게 재벌이고, 다음이 조·중·동 아닙니까? 억울하지 않으세요? 민주주의가 왜 이렇게 됐죠? 어쩌다가 민주주의가 여의도에서 투표하는 절차 정도로 찌그러져버렸죠? 민주주의를 우리 삶과 관계없는 것으로 만들고 있잖아요. 그래놓고서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백날 떠들어봐야 뭐합니까? 민주주의가 내 삶과 연관이 있어야, 민주주의가 실현돼서 내 삶이 좋아지는 게 있어야 민주주의를 위해서 뭘 하든지 말든지 할 거 아니에요.
-본문 52~53쪽, 제1강(한홍구)에서
우리 시대 대표 지식인 12명이 ‘민주주의’에 대해 말하다
‘거꾸로 가는 민주주의’에 대해 할 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모였다. 김상봉, 김종철, 김찬호, 도정일, 박명림, 박원순, 오연호, 우석훈, 정희진, 진중권, 한홍구, 홍성욱. 우리 사회 각 분야를 돌아보기에 충분한 면면이다. 그들 각각이 말하는 민주주의의 색깔과 온도는 다양하지만 그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었던 건, 민주주의란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사회를 여는 첫 단추, 그런 세계를 향한 상상력의 전제이기 때문이다.
김정환 시인이 이 책을 여는 특별한 ‘서시’를 보내왔고, 민주주의를 향한 도정일의 인문적 문제제기와 박원순의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대안을 사이에 두고 한홍구, 박명림, 정희진, 우석훈, 김상봉, 김종철, 오연호, 진중권, 홍성욱, 김찬호가 저마다 우리 사회 각 영역에서 더 많고, 더 작은 민주주의를 일궈내기 위한 성찰을 보여준다.
우리 사회는 시민을 키우는 데 인색하지 않았나요? 민주화되어서 살림살이 좀 나아졌습니까? 도대체 국가가 무엇입니까? 소수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아파트 버리고 탈토건 할 준비 되셨나요? 내 아이부터 학벌 경쟁에서 내려오게 하실 수 있나요? 헌법, 제대로 한번 보셨나요? 당신이 보수언론을 넘어설 바로 그 미디어 아닌가요? 혹시, 당신의 취향은 MB스럽지 않으신가요? 과학기술, 모른다고 두려워만 하실 건가요? 도시에서 인간답게 살 방법을 찾으셨어요? 아직도 비판하고 불평만 하시나요?
그들의 던진 질문에서 시민으로서의 ‘나’를 되돌아보고, 인간의 얼굴을 한 민주주의를 찾아볼 수 있다.
“여러분, 지금 이 세상이 만족스러우십니까?” 민주주의에 관한 이번 강연에서 한 강연자가 수강자들을 향해 물어본 말이다. 다수 수강자가 “아니오!”라고 대답했다.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원하는 것은 독재나 전체주의의 세상보다는 민주주의의 세상이 더 나은 세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더 나은 세계’란 어떤 세계인가? 간단히 말해서 ‘사람이 살기에 더 나은 세계’이며, 사람들이 “나는 죽고 싶다”고 말하기보다는 “살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세계이, 사람들이 삶의 비참보다는 기쁨과 영광을 더 많이 느낄 수 있게 하는 세계이다. “정의는 어디에 있는가?”라며 울부짖는 사람들이 될수록 적어지는 세계, 비참과 고통에서 벗어날 희망이 보이는 세계가 더 나은 세계이다. 그런데 민주주의만으로 그런 세계를 만들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그러나 민주주의 없이는 그런 세계를 상상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민주주의만으로 더 나은 세계를 만들 수는 없을지 몰라도 그 세계를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조건들을 충족시키고자 하는 것이 민주주의이다.
-본문 22~23쪽, 여는 글(도정일)에서
‘시민’을 위한 민주주의 특강, 책이 되다
2009년 11월과 12월, 한 주에 두 번씩 100여 명의 시민들이 상암동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 모였다. 바쁜 연말 시간을 쪼개 참석한 이들은 짧게는 네 시간, 길게는 밤을 꼬박 새워 강연과 토론에 참여했다. 주변 지인들과 한 해를 즐겁게 마무리하기도 바쁜 그때 그들이 모일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을까?
“죽음이 꿰뚫은” 북어처럼 “말라붙고 짜부라진” 민주주의 앞에서 더 이상 절망하고 한탄할 것이 아니라 “싱싱한 지느러미를 달고 헤엄쳐” 나갈 민주주의를 위해서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자각이 그들을 불러 모았다. 이 책은 12명의 지식인과 100여 명의 시민이 직접 만나 소통한 결과임과 동시에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고민하는 모든 사람들과의 눈맞춤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시민을 길러내는 일에 인색했다. 그래서 지속가능한 민주주의도 어려웠다. 누구의 부모, 누구의 자식, 어느 회사의 직원, 어느 학교의 학생 들은 사회에 넘쳐나지만, ‘시민 아무개’로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사람들이 부족했다. 휴머니스트는 이 특강을 통해 공적 영역에서 시민을 길러내는 일을 게을리한 것에 대한 사회적 환기와 동시에 시민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이런 노력들이 경주될 것을 독려하고자 했다. 공부하는 시민, 비판하는 시민, 실천하는 시민, 생성하는 시민을 상상하며 우리 스스로 공적 영역에 데뷔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했다.
민주주의 특강은 매 강연마다 이어지는 토론으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묻고 답하는 열띤 토론을 보노라면, 민주주의가 왜 삶인지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열두 번의 강연이 끝나자 특강을 다시 열어달라는 주문이 빗발쳤다. 교사들을 위한 강연, 청소년들을 위한 강연, 전국 순회 강연 요청까지 말이다. 그 요청에는 아직 부응하지 못했지만, 이 책을 바탕으로 작은 마을, 학교, 동아리 단위에서 이런 강연과 토론이 계속되길 바라본다.
청중 2 학교를 나오라는 선생님 말씀에 한편 수긍이 되면서도 모두가 나올 수는 없지 않나, 학교 안에서는 어떤 변화를 준비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상봉 저는 그동안 계속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처음 교육 운동을 시작할 때는 계급적인 관점에서 가난한 학생들 때문에라도 공교육을 혁신해야 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어느 선을 지나면서, 언제 이루어질지 모르는 제도를 바꾸기 위해서 공포에 질려 있는 학부모들에게 그냥 학교에 보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거더라고요.
학생의 10분의 1만 학교에서 나오면 균열이 생기게 되어 있습니다. 밖에서 흔들어줘야 돼요. 그래야 학교에도 변화가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한국 사회의 문제는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생깁니다. 그리고 정말로 나쁜 건 저 같은 중산층의 사람들, 공부깨나 했다는 사람들이 다들 말은 번지르르 잘하는데 자기 자식 문제에 있어서는 다르다는 거죠. (……)
-본문 184~185쪽, 제5강(김상봉)에서
청중 1 20대들은 안정적인 정규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전력하고 있는 상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