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의 위로 : 빛을 향한 건축 순례

그림자의 위로 : 빛을 향한 건축 순례

$17.00
Description
공간, 그 너머의 영혼을 찾아가는 길
‘우리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걸까?’
전작 『미지의 문』에서 공간과 예술, 그 너머 생각을 오감으로 체험한 건축가 김종진. 이번에는 빛과 그림자가 드리워진 사색적인 공간을 자신만의 언어로 소개한다. 그는 빛을 ‘침묵, 예술, 치유, 생명, 지혜, 기억, 구원, 안식’의 여덟 유형으로 나누고 개인의 경험 세계를 넘어 서로 연결된 무채색 음영의 세계로 여행한다.

첫걸음은 남프랑스의 르 토로네 수도원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독일 인젤 홈브로이히 미술관, 스위스 테르메 발스 온천장, 바다 건너 멕시코 길라르디 주택, 미국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 도서관과 911 메모리얼까지 이어진다. 마지막으로는 다시 유럽으로 돌아가, 네덜란드 마멜리스 수도원과 스웨덴 우드랜드 공원묘지를 향한다.

이들 여덟 공간에는 인간이 느끼는 슬픔과 기쁨, 아픔과 행복, 삶과 죽음 등이 미묘하게 뒤엉켜 있다. 그림자를 간직한 이 공간들은 하나같이 어둑한 신비감을 자아낸다. 저자는 결국 공간의 어둠 너머, 언어와 개념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심연이 있음을 깨닫는다.

빛이 만드는 다채롭고 신비로운 향연 속으로 함께하며 그의 여정을 따르다 보면 오묘한 사색에 빠져들고 삶과 죽음도 한 공간에서 자연스레 만난다. 물론 건축가인 저자가 선정한, 빛과 어둠이 유독 대조되는 건축물을 함께 여행하며 건축가 특유의 생각을 경험하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그렇지만 진정 백미는 건축 너머 스며 있는 감정과 의식, 혹은 영혼에 다가가는 여정일 것이다.

“빛을 향한 순례는 결국 나를 향한 순례였다. 헛간의 문을 열었을 때, 나는 내면의 문을 연 것이었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온전히 오감을 동원하여 함께 여행하다 보면 어느새 독자들도 자신의 영혼으로 충만한 내면을 향해 한 발자국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음을 느낄 것이다.

저자

김종진

깊고아름다운빛속에서삶과공간과자연이조화롭게어우러지는,세월의흔적이자연스레아로새겨지는건축을꿈꾼다.그러한건축이내면을울리고,하나의문화를만들수있음을믿는다.영국건축협회건축학교(AASchool)와미국하버드대학교디자인대학원건축과를졸업했다.뉴욕과런던의여러사무소에서실무를쌓고2004년부터건국대학교건축전문대학원교수로재직중이다.공간설계와공간예술을가르치며이론연구와디자인실무를병행하고있다.효형출판에서『공간공감』(2011),『미지의문』(2018)을출간하였다.

목차

들어가는글빛을향한순례를시작하며6

침묵의빛:
르토로네수도원
빛속으로19
어둠속에드러나다26
숲속의공동체33
회랑을걸으며40
빛너머의빛45

예술의빛:
인젤홈브로이히미술관
미술관가는길59
이상한숲속의앨리스65
하늘은미술관천장72
라브린트79
빨갛고노란맛85

치유의빛:
테르메발스온천장
낯선이름의온천장97
깊은그늘속목욕104
산,돌,물110
밤을바라보는밤117
무엇이옳은길일까122

생명의빛:
길라르디주택
열기133
빛과색의향연139
평온으로의여정148
고독과영성154
TV와옷장은없지만160

지혜의빛:
필립스엑시터아카데미도서관
갈망171
공간의안무177
세개의도넛184
빛과침묵이만나는성소189
갈망의역설195

기억의빛:
911메모리얼
그날207
부재를반추하며214
빛의헌사221
기억의구름227
밤비행234

구원의빛:
마멜리스수도원
당신이얻는것은무엇인가요245
스스로드러나다252
수도사건축가259
크립트268
수도원을떠나며277

안식의빛:
우드랜드공원묘지
공원묘지의펑크족289
내밀한산책296
우드랜드공원묘지의탄생307
죽음을마주하며312
어디로가나요?318

참고문헌328
도판출처330

출판사 서평

이책은'빛'을담은다채로운공간을답사하고그곳에서경험한사색의세계를보편성으로끌어올린영혼의에세이다.저자는오랫동안오롯이빛과어둠이지닌음영의건축공간만찾아다녔다.삶과죽음이일상속에서이웃하며,희로애락이뒤섞이며갈등하고치유하는공간이아름답게비춘다.

책에는저자의사례작품에대한소개도있지만,방문하고머물면서느꼈던감정과경험,그리고마주쳤던풍경과사람들이색색의실로짜인퀼트처럼콜라주되어있다.건조한건축용어가이어지는문장이아닌,차분하게다듬어진글을읽다보면어느새같은공간에있음을무의식적으로실감하고저자의사색에고개를끄덕이게된다.

때로는웅장한교향곡처럼,때로는감미로운실내악처럼공간에대한공명이문장을통해내면을울린다.심연으로부터차오르는자아의목소리,그떨림을전하는빛과어둠으로채워진공간.결국은빛도어둠도,찬란함도그림자도우리모두의영혼을어루만져주는‘그림자의위로’가될것이다.



<책속으로>

얼기설기짜여진나무널사이로빛줄기가들어왔다.얼마나오래되었는지모를먼지가빛의환영속으로날아올랐다.-6페이지

여행을계속하며빛의유형들은서로연결되어영향을준다는사실을깨달았다.빛과어둠의세계는언어와개념으로설명하기힘든고유하고신비로운현상이었다.-8페이지

토로네예배당이모습을드러냈다.단순하고검박하다.벽면에일체의장식이없고창문크기도작다.마치하나의거대한아이보리색암석을깎아만든건물처럼보인다.-26페이지

숙소의창문들은침상머리맡에하나씩위치했다.하나의생명에게하나의빛을.그렇게수도사들은달빛과별빛을받으며잠들었고,새벽빛을받으며일어났다.-39페이지

낯선세계에우리를더열어놓을수록우리존재의층위는더깊어진다.우리가여행을하는것이아니라여행이우리를여행한다.-61페이지

파빌리온사이오솔길은미술관복도다.하늘은미술관천장이다.그렇게홈브로이히섬은보이지않는미술관,미술관너머의미술관,하나의특별한장소가되었다.-77페이지

어둠속에서빛나는어둠.매력적이다.이렇듯언제나동일한백색조명아래가아니라자연스럽게변화하는하늘빛아래에서도그림을감상할수있지않을까.-83페이지

바깥풍경을보며사과를한입깨물었다.껍질이거칠었다.홈브로이히섬에서자란빨갛고노란빛은새콤달콤했다.오늘경험한색과감각이콜라주로떠올랐다.-88페이지

온천장입구로들어갔다.그늘진회색복도가나타났다.묘한냄새가풍겼다.익숙하지않은냄새였다.삶은달걀노른자에서나는누린내같았다.-105페이지

중앙목욕탕은동굴안에고인물같았다.밝은빛에이끌려나가니노천탕과테라스가있었다.나도모르게동굴안팎을돌아다닌셈이다.-114페이지

온천욕을마치고산쪽테라스선베드에앉았다.산과마을이어둠속에잠겼다.거리의가로등과몇몇오두막집불빛만띄엄띄엄빛났다.-119페이지

페인트칠한건물은관리가어렵다.자꾸칠이벗겨지기때문이다.세월이흐르면다시도색해야한다.그럴때마다새로화장을한것처럼쨍한얼굴을드러낸다.-136페이지

간단한설명을마친루크부인이하얀문을열어젖혔다.노란빛으로가득찬복도가나왔다.벽도,천장도,바닥도,가구도,꽃과조각도모두노란빛으로물들었다.꿈속에있는듯몽환적인느낌이었다.-139페이지

고독을즐기는사람들은혼자조용한공간에있을때내면으로의여행을떠난다.이런부류의사람은여러사람속에서끝없는대화가이어질때금방지친다.어서자기만의방으로숨고싶어한다.-158페이지

칸은건축을인간과사회에바치는봉헌이라생각했다.필요한기능을가지는실용적인건물이아니라세상에봉헌하는장소를구축하는일이라고생각했다.-181페이지

세번째도넛에는가장많은빛,모두를위한빛을유입한다.책과사람이빛을중심으로모인다.-188페이지

여행을하면서점점내가어떤내면을여행하고있다는생각이들었다.건축답사를위해여러장소를여행중인데아이러니였다.답사의끝에발견하는것이건축속공간이아니라그공간을포함한,규정할수없는차원의세계였다.-199페이지

늘어선나무와사람들이보였다.그곳으로다가갔다.물소리가들렸다.사람들이일렬로서있는곳을향해가니물소리가점점커졌다.지하로파인커다란수공간이드러났다.-216페이지

기억은경험을물들인다.만약이물벽이전혀다른장소에,다른이야기를가지고세워졌다면사람들의경험과반응은달랐을것이다.-219페이지

빛이워낙높게치솟기때문에맑은날에는100킬로미터떨어진곳에서도볼수있다.서울시청앞광장에동일한빛기둥을세우면천안,원주,춘천에서도볼수있다는말이다.-223페이지

수목사이로오래된농가들이보였다.들판에소몇마리만보일뿐고요하기그지없었다.얕은언덕길로올라갔다.정상에이르니십자가탑과아이보리색벽돌로지은건물이나타났다.-248페이지

미사가끝났다.수도사들이예배당여기저기의문을열었다.내부에가득찼던향이문을통과해회랑으로서서히흘러갔다.-255페이지

람베르투스수도사가책장에서서류함하나를꺼냈다.안에는빛바랜종이가가득했다.종이들을책상에나열해보았다.반데어란이마멜리스수도원설계를하며그렸던스케치들이펼쳐졌다.-280페이지

고요한아침공원묘지에서펑크족을만나는것이낯설었다.저들은이곳에서밤을새운것일까?아니면근처타운에서술을마시고바람을쐬기위해묘지로온것일까?-292페이지

정상에는느릅나무들이심어져있다.가운데작은화덕이놓였다.길고긴길끝에서마주하는것은하늘로피어오르는불이다.수평이수직으로,땅이하늘로승화한다.-306페이지

정확히언제부터였는지기록은없지만오래전공원묘지가조성되기시작할무렵부터묘비들은동향으로세워졌다.이는망자에게아침에떠오르는태양빛을선사하기위한배려였다.-313페이지

열린터로들어섰다.석양빛이그의뒤에서비쳤다.그는아름다운오렌지빛속에있었다.순간그역시하나의빛이라는생각이들었다.-321페이지

이곳은‘밖’이아니라‘안’에있다.내안에,세계의안에가득찬의식이다.그토록먼길을달려그끝에서마주한장소는내면의풍경이었다.-324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