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걷는다 1 - 아나톨리아 횡단

나는 걷는다 1 - 아나톨리아 횡단

$16.32
Description
걷기의 마력에 흠뻑 빠져들게 하는 도보여행서의 바이블
올리비에의 실크로드 대장정 20주년 기념 특별 개정판
그 옛날 마르코 폴로의 여정을 따라 많은 이가 실크로드로 대장정을 떠나고 기록을 남긴다. 하지만 ‘문장’이 된다 하여 모두 ‘미지’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유수의 프랑스 신문 정치사회부 기자로 잔뼈가 굵은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예순의 나이에 은퇴하고 이 여행을 결심했을 때 주변은 물론 파리의 문화계 전체가 적지 않은 우려를 내비쳤다. 하지만 그가 흙먼지 냄새 가득한 한 움큼의 원고를 가지고 돌아왔을 때, 그들은 깊은 사유와 역사 문화에 대한 그의 해박한 지식이 고루 배어 있는 이 아름다운 문장에서 ‘인생’을 보았다.

그는 길을 걸으며 마르코 폴로를 비롯한 여러 대상이 남긴 실크로드 여행기를 꼼꼼히 추적해 간다. 가난 때문에 어린 시절에 학업을 중단한 적이 있는 올리비에는 독서광으로, 특히 역사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 로마제국 시대의 실크로드 무역을 증언하는 플리니우스, 알렉산드로스 대왕, 칭기즈칸, 티무르, 진시황, 한무제와 건륭제 등 실크로드의 역사를 수놓은 여러 제왕들에 얽힌 이야기는 단순한 여행기를 넘어 재미있는 역사 소설을 읽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중국 시안까지, 1099일간 그가 남긴 여행의 기록에는 순례자의 경건한 침묵과, 30여 년간 숨 가쁘게 뛰어왔던 퇴직 기자의 한결 여유로워진 사유, 그리고 독학으로 공부했던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엄청난 독서량으로 시공을 넘나드는 지식이 그득 묻어난다. 홀로 바람처럼 걸어온 그는 이제 함께 걷기를 제안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불필요한 지방은 모두 날아가고 천연의 마약인 엔도르핀이 몽글몽글 분비되는 것을 느낄 수 있듯이, 저 넓은 대륙으로 그들이 품어 온 유수한 인물들의 역사가 품 안으로 다가올 것이다.

『나는 걷는다』는 2002년 중국 시안에 베르나르가 도달하면서 그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이듬해 국내 출간된 이 시리즈는 세월이 흘러 묵직한 울림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그야말로 고전 반열에 오른 것이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구태의 편집이 낳은 케케한 떼를 벗겨 내고 컴팩트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실크로드 지도 이미지를 전반적으로 손질하고 오랜 세월 바뀐 정보들을 대폭 수정했다. 4.6 판형의 도톰한 볼륨으로 독자들을 더욱 긴박감 넘치는 실크로드 여정으로 초대한다.
저자

베르나르올리비에

저자:베르나르올리비에
1938년프랑스망슈지방에서광부의아들로태어났다.열여섯살에가난때문에고등학교를그만둔뒤외판원,항만노동자,토목공,체육교사,웨이터등손대지않은일이없다.1964년독학으로바칼로레아(프랑스의대입자격시험)에합격하고이어CFJ(CentredeFormationdesJournalistes,프랑스기자협회의공인을받은저널리즘부문의그랑제콜)를졸업했다.30여년간《파리마치》《르마탱》《르피가로》등유수한신문사와잡지사에서활동한그는호기심많은정치부기자였으며사회·경제분야의칼럼니스트이기도했다.
베르나르올리비에는열렬한독서광이었다.그는특히역사책을탐독하며,서양인으로존재한다는것은결국동양에진빚을인식하는일임을깨달았다.은퇴후인1999년,그는바다에병을던지듯실크로드에자신을던졌다.이스탄불에서시안까지실크로드를걸어서여행하기로결심한그는4년에걸쳐자신의꿈을실현해나갔다.매년봄부터가을까지기간을정해온전히두발로실크로드를여행한것이다.
이여행에서그는서두르지않고천천히,말도잘통하지않는사람들과우정을나누며자신을비우는법을배웠고,은퇴이후사회적소수자가되어버린자신의삶을다시일으켜세웠다.또한비행청소년에게도보여행을통해재활의기회를주는쇠이유(Seuil)협회를설립했다.4년간의실크로드여행을담은『나는걷는다』의인세는이협회의운영비로쓰인다.

역자:임수현
1964년서울에서태어났다.서강대학교와동대학원에서불어불문학을공부하고,프랑스파리4대학에서사뮈엘베케트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서울여자대학교불어불문학과교수이자극단산울림예술감독이다.
옮긴책으로베르나르올리비에의『나는걷는다1』『떠나든,머물든』『쇠이유,문턱이라는이름의기적』드니게즈의『항해일지』아르튀르아다모프의『타란느교수』베르나르마리콜테스의『목화밭의고독속에서』사뮈엘베케트의『죽은-머리들/소멸자/다시끝내기위하여그리고다른실패작들』『동반자/잘못보이고잘못말해진/최악을향하여/떨림』등이있다.

역자:고정아
1969년에서울에서태어났다.서강대학교와동대학원에서불어불문학을,한국외국어대학교통번역대학원에서한국어?프랑스어통역을공부했다.
옮긴책으로『나는걷는다2,3』『베르나르올리비에의실크로드여행스케치』『에코토이,지구를인터뷰하다』『네페르티티』『붓다』『80일간의세계일주』등이있다.

목차

한국의독자에게5
편집자의글6

아나톨리아고원
1.길끝의마을들27
2.나무꾼철학자51
3.터키식환대84
4.의구심118
5.맹견캉갈158
6.왔노라,보았노라196
7.1천킬로미터228
8.헌병들258
9.대상숙소296
10.여인들331
11.그리고도둑들372
12.고원의고독418
13.큰고통의산453

옮긴이의글487

실크로드정보
터키공화국492

출판사 서평

도보여행자의구루,베르나르올리비에가전하는1099일의기록
전세계걷기열풍을불러일으킨실크로드대서사시

“내나이에는장미나키우며살아야하는데……”라고말하는소박한프랑스인이있다.도보여행자의필독서로일컬어지는『나는걷는다』의저자베르나르올리비에다.그의사람좋은미소를보고있노라면,그를따라다니는‘세계최초의실크로드도보여행자’라는수식어가어색하게만느껴진다.자신의반생을《르피가로》등프랑스유수의신문사와잡지사에서기자와칼럼니스트로명성을떨친그는예순살이되자은퇴했다.누가봐도충분히제몫을다해낸자의아름다운은퇴였다.

그러나그는먼저떠나보낸아내를잊지못했고,지독한우울증에시달렸으며,무기력함에눌려자살을기도하기도했다.그러다불현듯파리를떠나,세계에서가장오래된길중하나인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를걸었다.절망적상황에서다시길을찾았을때,길은그에게살아야할이유를선물했다.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의끝에서걷기의허기를느낀베르나르올리비에는실크로드를떠올렸다.익히알려졌듯실크로드는세계화의발상지이고수천년전부터수많은문물이이길을통해전해졌다.얼마후그는이길을처음부터끝까지걸은사람이거의없다는사실을알게되었다.그러곤결심했다.그의인생에서가장길고험한여행이시작되는순간이었다.혹자는그에게실크로드를횡단한4년이참으로지난한시간이었겠다고묻는다.

그러나그는놀랍게도걷을때보다걷기를멈추었을때가가장힘들었노라고대답한다.언어가통하지않는낯선땅을혼자걷는동안그는수도없이길을잃었고,도둑과짐승의위협,또는병마에시달리기도했다.그러나자신을독대하며걸은그길이외롭거나고통스럽지만은않았다.삶의의지를되찾기위해떠난여정에서그는도저히잊을수없는추억과1만5천여명에이르는친구를사귀었던것이다.

『나는걷는다』는한퇴직기자의단순한실크로드여행보고서가아니다.실크로드의옛영광만을회고한다거나이슬람문화권을얕잡아보는서구중심적사고의우를범하지도않는다.

베르나르올리비에는기자로서단련된넓고다양한시선으로실크로드에살고있는사람들과역사를있는그대로간결하게기록하고있다.수많은일화를상세히기억하고책에담을수있었던비결역시기자경험과무관하지않다.기자생활을할때부터주머니가많이달린바지를즐겨입었던그는주머니하나에는여권을,다른하나에는수첩과펜을,또다른주머니에는카메라를챙겨넣었다.새로운사람을만나면이름부터묻고메모했기에엄청난양의메모를확보할수있었다.세권으로출간된『나는걷는다』에실린내용이메모한것의5퍼센트도반영하지못했다고하니그의기록정신이새삼놀랍기만하다.

걷기를통해완전한자유와치유를경험한그는2000년에문턱이라는뜻의‘쇠이유(Seuil)’협회를설립했다.쇠이유는소년원에수감중인청소년이언어가통하지않는다른나라에서3개월동안2천킬로미터이상걸으면석방을허가하는교정프로그램이다.실제로이프로그램에참여한많은청소년에게긍정적인효과를주고있는데,일반소년범의재범률이85퍼센트에달하는것에비해,쇠이유프로그램에참가한이들의재범률은15퍼센트에불과하다고한다.걷기를통해스스로치유를경험한그가세금을제한모든인세수익을쇠이유에기부하는이유다.


<책속으로>

1999년봄이었다.언행이지극히신중한한육십대남자가자신의머릿속에담아둔생각을우리에게설명했다.그는몇주후아주긴도보여행을떠날계획이라고했다.우리가상상할수있는한가장긴여행을.-7페이지

왜이렇게매번더멀리가려고고집하는지에대해서는……그자신도잘모르겠다고한다.수없이그에게이런질문을던져보았지만,그는언제나당황스러워했다.다만그는자신이여전히그대답을찾으려노력한다는사실을알뿐이었다.-12페이지

배웅나온아이들과플랫폼에서마지막인사를나눴다.역에있는큰시계의바늘이출발을알리는쪽으로움직여갔다.기차가나를채간다.도시와그소음과불빛이멀어져간다.-27페이지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로떠나기전에나는일종의사고하는방법을정해두었다.‘오늘나는누구인가?지금의이모습인나는어떻게해서이루어졌나?그것이내가바라던모습인가?나는내노선을고수했는가,반대로꿈을저버렸는가?길을가는동안어떤타협을했으며,어떤의무를포기했는가?퇴장하기전에어떤돌을어떤벽위에올려놓을것인가?’-40페이지

대상의길을따라가려는것이나의바람이라면,그들의노선자체보다는정신을존중하는것이당연한일아니겠는가.지리학자나역사학자행세를하려는생각은애초에없었다.그보다는대상의일상을이루고있던생각,감정그리고위기를느껴보고싶었다.-53페이지

눈을들어보니거북한마리가비탈길위쪽에서둥그런눈으로나를빤히쳐다보고있었다.안녕,친구여.미리말해두지만,난너와경주하지는않을거야.-83페이지

도움을요청하는적절한말을찾아내기가너무힘들어서나는이스탄불의터키친구들이교정을봐준짧은문장이적힌종이를꺼냈다.거기엔내가평소에사용하는엉터리터키어보다훨씬세련되고격식을갖춘표현으로,나의상황에대한설명과밤에잘숙소를희망한다는말들이적혀있었다.-98페이지

산비탈을오르기시작하면서나는풋내기인부처럼땀을흘렸다.티셔츠가흠뻑젖어서등에달라붙었고땀은등에서엉덩이를거쳐다리로흘러내려신발속으로들어가발은속수무책으로쓰라린땀세례를받아야했다.왼쪽으로보이는경치는눈부시게아름다웠다.-130페이지

탑과건물들이도시를벽처럼둘러싸고있었다.이안에주민들을빽빽하게집어넣는게설계자의의도였던모양이다.땅도넓고지진도자주일어나는나라에서건축가들은무엇때문에수직형주택을고집한것일까?-134페이지

철학자미셸세르(MichelSerre)는수동성은“야만적인것의다른형태”라고했다.이러한일상의노력,멀고먼목표를향한알수없는그러나강렬한부추김그리고유익한땀방울을통해나는하늘로날아오르고,어린시절과두려움과고정관념의사슬에서해방된다.-159페이지

작은마을을가로지르는강을따라걷고있는데,낮은담장너머로여인들의웃음소리가들려왔다.일고여덟명쯤되는여인들이담그늘아래에서커다란천을둘러싸고동그랗게모여앉아있었다.천위에는양털이산더미같이쌓여있었다.여인들은손으로는양털을손질하며수다를떨었다.내가인사를건네자그들은기분좋게화답했다.-170페이지

이른아침이되자다시뜨거운태양이떴다.역사가깊은아마시아는예쁜도시였는데,잘보존된오스만양식집들이강물에비치고있었다.협곡속에꽉조여진듯한이도시의주축을이루는것은미트라다테스〔Mithradates,아나톨리아북동부에있던옛왕국폰투스의왕〕가세웠다고전해지는요새다.-205페이지

지나쳐가던어떤마을의중앙로이름이‘실크로드’였다.또더멀리보이는촌락의이름은‘비단마을’이었다.최소한내가제대로길을가고있는것만은확실했다.하지만실크로드를말해주는흔적은그것들뿐이었다…….-213페이지

내게행복은항상저평원너머에,저돌장벽뒤에숨어있는것이고,땅의굴곡속에,강줄기가바뀌는곳에그리고좁은통로를빠져나온바로그곳어딘가에있다.그행복을잡으려는욕망에이끌려나는시간을잊는다.-257페이지

1천킬로미터대주파,강도당할뻔한일,군대에잡혀간일등은2000년이상대상행렬을괴롭혀왔던위험에대한완벽한요약이라할수있었다.‘찻집’으로변한시바스대상숙소의이층에자리잡은나는상인과낙타몰이꾼들이두려워했던세가지재앙을곰곰이생각했다.-302페이지

예전에대상들은양털과일반털을섞어촘촘하게짠후거기에지방질을바른특수한천으로짐을덮어씌웠다.그렇게하여비단과종이,말린과일같은귀중하고습기에약한물품들이무사히운송될수있었던것이다.그들은또한특수한풀을넣어벌레들이소중한재산을갉아먹지못하도록했다.-347페이지

나는서둘러도망쳤다.이렇게빨리걸은적은없는것같았다.이따금걸음을멈추고귀를기울였다.혹모터소리라도들리면몸을숨길생각이었다.전날지나왔던마을에다시들어가서아이들에게사탕을나눠주었다.-385페이지

다리는점점더힘을잃었다.원기를회복하기위해빵을한조각먹으려고했지만,빵냄새를견딜수없었고구토가치밀었다.나는길을떠나지못하고다시좁은길위에멈춰섰다.이가딱딱부딪쳤다.배낭은엄청나게무거웠다.-446페이지

파헤쳐진흙길위에서출발하는바람에나는비명을질렀다.내배는단단해지고부풀어서이질이시작된이래로전에없이아팠다.차바퀴가진창속에처박혔을때는눈앞에서번갯불이요란하게방전되듯모든근육이뻣뻣해졌다.앰뷸런스는바퀴자국을피해서지그재그로비교적조심스럽게굴러갔다.그러나길은정말엄청나게엉망이었다.-468페이지

나이전에걸어서실크로드전체를다녀온사람은아무도없다.마르코폴로이래로…….그러나무용담이나위업을추구하려는생각은없다.그보다는내지난인생을천천히반추해볼생각이다.-484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