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걷는다 3 : 스텝에 부는 바람

나는 걷는다 3 : 스텝에 부는 바람

$16.44
Description
걷기의 마력에 흠뻑 빠져들게 하는 도보여행서의 바이블
올리비에의 실크로드 대장정 20주년 기념 특별 개정판
그 옛날 마르코 폴로의 여정을 따라 많은 이가 실크로드로 대장정을 떠나고 기록을 남긴다. 하지만 ‘문장’이 된다 하여 모두 ‘미지’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유수의 프랑스 신문 정치사회부 기자로 잔뼈가 굵은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예순의 나이에 은퇴하고 이 여행을 결심했을 때 주변은 물론 파리의 문화계 전체가 적지 않은 우려를 내비쳤다. 하지만 그가 흙먼지 냄새 가득한 한 움큼의 원고를 가지고 돌아왔을 때, 그들은 깊은 사유와 역사 문화에 대한 그의 해박한 지식이 고루 배어 있는 이 아름다운 문장에서 ‘인생’을 보았다.

그는 길을 걸으며 마르코 폴로를 비롯한 여러 대상이 남긴 실크로드 여행기를 꼼꼼히 추적해 간다. 가난 때문에 어린 시절에 학업을 중단한 적이 있는 올리비에는 독서광으로, 특히 역사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 로마제국 시대의 실크로드 무역을 증언하는 플리니우스, 알렉산드로스 대왕, 칭기즈칸, 티무르, 진시황, 한무제와 건륭제 등 실크로드의 역사를 수놓은 여러 제왕들에 얽힌 이야기는 단순한 여행기를 넘어 재미있는 역사 소설을 읽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중국 시안까지, 1099일간 그가 남긴 여행의 기록에는 순례자의 경건한 침묵과, 30여 년간 숨 가쁘게 뛰어왔던 퇴직 기자의 한결 여유로워진 사유, 그리고 독학으로 공부했던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엄청난 독서량으로 시공을 넘나드는 지식이 그득 묻어난다. 홀로 바람처럼 걸어온 그는 이제 함께 걷기를 제안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불필요한 지방은 모두 날아가고 천연의 마약인 엔도르핀이 몽글몽글 분비되는 것을 느낄 수 있듯이, 저 넓은 대륙으로 그들이 품어 온 유수한 인물들의 역사가 품 안으로 다가올 것이다.

『나는 걷는다』는 2002년 중국 시안에 베르나르가 도달하면서 그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이듬해 국내 출간된 이 시리즈는 세월이 흘러 묵직한 울림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그야말로 고전 반열에 오른 것이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구태의 편집이 낳은 케케한 떼를 벗겨 내고 컴팩트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실크로드 지도 이미지를 전반적으로 손질하고 오랜 세월 바뀐 정보들을 대폭 수정했다. 4.6 판형의 도톰한 볼륨으로 독자들을 더욱 긴박감 넘치는 실크로드 여정으로 초대한다.
저자

베르나르올리비에

저자:베르나르올리비에
1938년프랑스망슈지방에서광부의아들로태어났다.열여섯살에가난때문에고등학교를그만둔뒤외판원,항만노동자,토목공,체육교사,웨이터등손대지않은일이없다.1964년독학으로바칼로레아(프랑스의대입자격시험)에합격하고이어CFJ(CentredeFormationdesJournalistes,프랑스기자협회의공인을받은저널리즘부문의그랑제콜)를졸업했다.30여년간《파리마치》《르마탱》《르피가로》등유수한신문사와잡지사에서활동한그는호기심많은정치부기자였으며사회·경제분야의칼럼니스트이기도했다.
베르나르올리비에는열렬한독서광이었다.그는특히역사책을탐독하며,서양인으로존재한다는것은결국동양에진빚을인식하는일임을깨달았다.은퇴후인1999년,그는바다에병을던지듯실크로드에자신을던졌다.이스탄불에서시안까지실크로드를걸어서여행하기로결심한그는4년에걸쳐자신의꿈을실현해나갔다.매년봄부터가을까지기간을정해온전히두발로실크로드를여행한것이다.
이여행에서그는서두르지않고천천히,말도잘통하지않는사람들과우정을나누며자신을비우는법을배웠고,은퇴이후사회적소수자가되어버린자신의삶을다시일으켜세웠다.또한비행청소년에게도보여행을통해재활의기회를주는쇠이유(Seuil)협회를설립했다.4년간의실크로드여행을담은『나는걷는다』의인세는이협회의운영비로쓰인다.

역자:임수현
1964년서울에서태어났다.서강대학교와동대학원에서불어불문학을공부하고,프랑스파리4대학에서사뮈엘베케트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서울여자대학교불어불문학과교수이자극단산울림예술감독이다.
옮긴책으로베르나르올리비에의『나는걷는다1』『떠나든,머물든』『쇠이유,문턱이라는이름의기적』드니게즈의『항해일지』아르튀르아다모프의『타란느교수』베르나르마리콜테스의『목화밭의고독속에서』사뮈엘베케트의『죽은-머리들/소멸자/다시끝내기위하여그리고다른실패작들』『동반자/잘못보이고잘못말해진/최악을향하여/떨림』등이있다.

역자:고정아
1969년에서울에서태어났다.서강대학교와동대학원에서불어불문학을,한국외국어대학교통번역대학원에서한국어?프랑스어통역을공부했다.
옮긴책으로『나는걷는다2,3』『베르나르올리비에의실크로드여행스케치』『에코토이,지구를인터뷰하다』『네페르티티』『붓다』『80일간의세계일주』등이있다.

목차

감사의글5

파미르고원
1.다시출발15
2.윌리스를수선해준우마르38
3.기울어진역사의추64
4.젊은여자솔타나드83
5.토콘의오두막109
6.상업도시카스144
7.사막속의웅덩이158
8.시골사창가182
9.추돌사고의목격자210
10.선한사람류씨240

고비사막
1.모래바람269
2.가난한사람들280
3.천상의산,톈산290
4.길위의주검300
5.경찰이다!320
6.중국식장례339
7.만리장성361
8.좌절의늪374
9.황허391
10.신성한강,웨이허400
11.환자414
12.천년의중국430

에필로그481

증명서485
쇠이유486

옮긴이의글487

실크로드정보
카자흐스탄공화국492
키르기스스탄공화국497
신장웨이우얼자치구502
간쑤성506
산시성509

출판사 서평

도보여행자의구루,베르나르올리비에가전하는1099일의기록
전세계걷기열풍을불러일으킨실크로드대장정의서사시

“내나이에는장미나키우며살아야하는데……”라고말하는소박한프랑스인이있다.도보여행자의필독서로일컬어지는『나는걷는다』의저자베르나르올리비에다.그의사람좋은미소를보고있노라면,그를따라다니는‘세계최초의실크로드도보여행자’라는수식어가어색하게만느껴진다.자신의반생을《르피가로》등프랑스유수의신문사와잡지사에서기자와칼럼니스트로명성을떨친그는예순살이되자은퇴했다.누가봐도충분히제몫을다해낸자의아름다운은퇴였다.

그러나그는먼저떠나보낸아내를잊지못했고,지독한우울증에시달렸으며,무기력함에눌려자살을기도하기도했다.그러다불현듯파리를떠나,세계에서가장오래된길중하나인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를걸었다.절망적상황에서다시길을찾았을때,길은그에게살아야할이유를선물했다.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의끝에서걷기의허기를느낀베르나르올리비에는실크로드를떠올렸다.익히알려졌듯실크로드는세계화의발상지이고수천년전부터수많은문물이이길을통해전해졌다.얼마후그는이길을처음부터끝까지걸은사람이거의없다는사실을알게되었다.그러곤결심했다.그의인생에서가장길고험한여행이시작되는순간이었다.혹자는그에게실크로드를횡단한4년이참으로지난한시간이었겠다고묻는다.

그러나그는놀랍게도걷을때보다걷기를멈추었을때가가장힘들었노라고대답한다.언어가통하지않는낯선땅을혼자걷는동안그는수도없이길을잃었고,도둑과짐승의위협,또는병마에시달리기도했다.그러나자신을독대하며걸은그길이외롭거나고통스럽지만은않았다.삶의의지를되찾기위해떠난여정에서그는도저히잊을수없는추억과1만5천여명에이르는친구를사귀었던것이다.

『나는걷는다』는한퇴직기자의단순한실크로드여행보고서가아니다.실크로드의옛영광만을회고한다거나이슬람문화권을얕잡아보는서구중심적사고의우를범하지도않는다.

베르나르올리비에는기자로서단련된넓고다양한시선으로실크로드에살고있는사람들과역사를있는그대로간결하게기록하고있다.수많은일화를상세히기억하고책에담을수있었던비결역시기자경험과무관하지않다.기자생활을할때부터주머니가많이달린바지를즐겨입었던그는주머니하나에는여권을,다른하나에는수첩과펜을,또다른주머니에는카메라를챙겨넣었다.새로운사람을만나면이름부터묻고메모했기에엄청난양의메모를확보할수있었다.세권으로출간된『나는걷는다』에실린내용이메모한것의5퍼센트도반영하지못했다고하니그의기록정신이새삼놀랍기만하다.

걷기를통해완전한자유와치유를경험한그는2000년에문턱이라는뜻의‘쇠이유(Seuil)’협회를설립했다.쇠이유는소년원에수감중인청소년이언어가통하지않는다른나라에서3개월동안2천킬로미터이상걸으면석방을허가하는교정프로그램이다.실제로이프로그램에참여한많은청소년에게긍정적인효과를주고있는데,일반소년범의재범률이85퍼센트에달하는것에비해,쇠이유프로그램에참가한이들의재범률은15퍼센트에불과하다고한다.걷기를통해스스로치유를경험한그가세금을제한모든인세수익을쇠이유에기부하는이유다.



<책속으로>
출발이제일힘들다고한다.그러나다시출발하는건더욱힘들다.이틀전다시사마르칸트를출발해,2년전부터날사로잡고,유혹하고또고통스럽게했던실크로드여행길에올랐다.내몸은아우성치고있다.-15페이지

자기머릿속에든지식만으로도충분해서굳이지식을찾아세계를횡단할필요가없는친구마르셀르메트르의도움을받아윌리스를만들었다.창고에서굴러다니던오래된골프가방이바퀴두개달린여행의동반자로변신해에브니〔저자가2차여행시짐을나르는데사용한수레〕를대체했다.-21페이지

풍경은단조롭기만했다.과거의‘비참한스텝’은촘촘한관개시설망을갖추면서풍요로운곳으로변해있었다.살구나무가과일무게때문에휘청거렸다.땅에떨어진수많은살구는나무주위에노란색양탄자를수놓았다.-31페이지

정오에,윌리스의축이갑자기부러졌다.갖고있던막대기로고쳐보려했지만허사였다.방법이없었다.식사시간이다되어,300미터떨어진차이하나에들어가주문을했다.우선허기부터채우고,갑자기닥친일로놀란가슴을진정시키고싶었다.어떻게문제를해결해야할지알수가없었다.-49페이지

결국비자만료일보다하루전에도착했지만,사마르칸트를떠난이후실크로드의흔적을하나도찾을수없었다는사실에씁쓸한기분이들었다.중앙아시아국가들은사원을제외하고는실크로드의흔적을지워버렸다.-78페이지

산은세가지색의옷을입고있었다.햇볕때문에갈색으로변한둥근형체,거의물이말라버린강물이이따금졸졸거리는초록의계곡,저위흐릿한구름이걷힌산정상에서살짝살짝보이는순백의눈과광채가번득이는얼음덩어리.-88페이지

바람소리말고는아무소리도들리지않았다.날아가는독수리를따라가다가,이굴곡진배경속에서놀랍게도수평으로고원같은것이나타났다.멀리푸르스름한빛속에잠긴봉우리가눈으로덮여있었다.어떤기사가언덕쪽으로다시내려가면서,커다란협죽도夾竹桃를밟으며,파란꽃이달린소관목사이를헤치고전속력으로내쪽으로왔다.-104페이지

나는천천히가면서,이스탄불을출발한이후여섯번째로발을들여놓은이나라를살펴보았다.어제계산을해보았다.나는중국에서올해1,500킬로미터를,내년에3천킬로미터를횡단할준비가되어있다.국경에서제국의도시시안까지는실크로드전체거리의3분의1이상이다.-139페이지

시간이지나면서,내가자초한고독속에서캠핑하는것이좋아졌다.주위를살핀다음텐트를세우고,갑작스런폭풍우를대비해커다란돌로이중지붕을단단하게고정하고,나무를주워모아불을피우고밥을하는생활이계속이어졌다.-169페이지

내가어디로가고있는지자문하기전에,사마르칸트를떠난이래오랫동안,매일매일짧은여정속에서떠난이유를내자신에게물었다.무엇보다시급히알아야할것은내가어디에서온것인지깨닫는것이다.나를떠나게부추긴것은우선너무오래도록얌전히생활하면서억눌러온모험에대한갈증이었다.-183페이지

길끝이보이면두가지감정이교차된다.꿈이끝났다는데서오는섭섭함과사랑하는사람들을다시볼수있다는데서오는행복감…….머릿속에는오만가지계획들이부글거리고,수많은결심과밑그림을그리는데앞으로며칠,몇달,몇년을투자할생각을한다.-247페이지

이대장정을시작한이래처음으로,아마도최종목적지까지갈수있을거라고믿기시작했다.하지만경계를늦추면안된다.고비사막을횡단하는데3천킬로미터가남아있고,중국은그리호의적인곳이아니다.-265페이지

난혼자이고,힘도미약하니상황에따라서여행거리를결정하자.파리에서비행기에올라탈때도이런상황에놓이리라는것을알고있었다.사막과사막의공허감과슬픔과바람보다내가더강할것이라는데내기를걸기로했다.이제우리둘이다.고비사막아.-279페이지

68킬로미터라는기록을세우고도지칠줄몰랐던내신체조직이이제더는할수없다는신호를보내왔다.신호는여기저기서나타났다.커다란물집이두개나잡혀입술모양이일그러져서농어아가리처럼되어버렸다.-324페이지

시안까지비자기한내에가려면,한달에1천킬로미터의속도로걸어야하는데,작년에타클라마칸을걸을때까지한번도이정도의속도를내본적이없었다.새비자가거부된다면,다른방편이있기는했다.비자발급이쉬운홍콩에갔다가……재빨리중국으로돌아와여정을끝내는것이다.-350페이지

겉으로보기에는약해보이지만아주견고한이벽은나를몽상에잠기게했다.저녁에이근처에텐트를치기로했다.그리고실크로드의신령에사로잡힌텐트안에서낙타를타고느릿느릿가는대상을상상했다.-364페이지

“부모님은현명하세요.자식은부모님말씀을들어야죠.”얼마나멋진말인가!내아이들에게이얘기를해주어야겠다.부모가현명하다고믿는것!정말이지중국사람처럼되어야겠다…….-413페이지

평원을향해계속내려갔다.고도계는900미터를가리키고있었는데,고도를정확히알고나니더위가덜느껴졌다.계곡이좁아질수록숨쉴공기가부족하다.어떤지역에서는웨이허가지역을온통차지하고있었기때문에,옛날여행자들은앞으로나아가기위해서는강물을따라내려가야만했다.-446페이지

이미예감했던것처럼,나는바로자신앞에있었다.그리고내자신을발견했다.지쳐서닳아없어진것이아니라새로태어났다.마르코폴로의귀환을지켜보았던베네치아의밀리오네광장에서,4년전나는내제3의인생,세상의상식으로는이만은퇴해야할나이에다시시작한이삶이과연어떤것일지자문했다.-476페이지